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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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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동아리 上






모아고등학교. 국내 유일무이한 국제캠퍼스형 고등교육 기관. 전 세계 유일무이라고 하려 했지만 정말 전 세계를 대상으로 모아 고등학교가 특종인지는 검색해볼 욕구 따위 들지 않아서 포기했다. 그럼에도 국내에 하나밖에 없다고 내가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수저를 물고, 방석 중에서도 제일이라는 돈방석을 깔고 앉은 이름하야 재벌 2, 3세들이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 증거를 대라고 하면 당장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정면으로 마주치는 자리에 어제까지만 해도 티비 속 관찰 예능에 나오던 여배우 김 여사의 쌍둥이가 앉아있기 때문이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창문 쪽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한 마리의 파랑새가 뉴스에 질리도록 나오던 L성의 둘째 따님이기 때문이다. 얼굴만 보고도 이름, 나이, 비행기를 언제 타고 한국에 발을 찍었는지, 아버님이 검찰 조사를 받고 우리 엄빠의 욕바가지를 온몸으로 껴안아 무병장수하시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는 장면이 스쳐 지나가면서 저녁밥 먹을 때 흘려듣던 9시 뉴스의 위험성을 저 둘째 따님을 보고 느꼈다. 같은 학급 학우가 이 정도 레베루였고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는 아주 지극히 노오-말한 일상인 듯했다. 대딩도 아니고 술을 먹는 건 아닌가 싶어 얼굴만 내비치고 꺼지려고 했던 신환회에서 서로에게 음지 문화 취향을 밝히며 극적으로 친해진 김예림은 분명 어제 9시 뉴스를 안방 1열에서 직관했을 게 뻔한데 지금 태연하게 옆에서 아이라인이나 빼고 있으니 여기는 새가슴인 내가 살아남기엔 너무 각박한 곳인 게 분명했다.




"안녕... 잘 있어라... 난 이 학교를 뜬다..."

"무슨 개소리야 이건. 야야 정신 차려."

"난 담이 너무 작아... 학교는 나를 담기에 너무 과도하게 크다고..."

"친구야 쌉소리 집어치우고 멘탈 불러와. 아직 3월도 다 안 지나갔거든 이 기지배야."




그래서 하는 소리야 김예림. 더 늦기 전에 하루빨리 튀는 게 낫지 않을까? 나 레알 참트루 진심이야. 나는 쿵 소리가 나게 이마를 반들반들한 책상에 처박았다. 옆에서 김예림이 엄마 깜짝이야 와 함께 팔뚝을 찰지게 때렸다. 내 팔뚝살이 대롱거리는 게 정말 생생히 느껴지네 고맙다 친구야. 팔뚝살을 문지르면서 오늘도 다이어트 걱정을 했다. 어차피 석식 나오는 순간 까먹겠지만.. 책상에 머리를 더 세차게 비볐다. 앗, 잠깐만 설마 이 책상도 어디 비싼 원목이라 흠집이라도 나면 다시 물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코팅이 얄쌍하게 잘 빠진 책상을 블루 라이트였나 레드라이트였나 하는 형광등에 비췄다. 지저스, 하느님 저 진짜 착하게 살게요. 제가 지금까지 인생이 좀 개판인 거 인정하는데요, 그니까 개과천선하겠다는 마음이 얼마나 기특합니까, 네? 제가 헌금도 많이는 못 하지만 없는 용돈 쪼개서 일주일에 천 원은 꼬박꼬박 낼 수 있구요 그리고,




"어이 찌찌 일어나."




예? 어디서 그런 숭한 말을 듣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왜 나를 바라보면서 부르는 건데? 원망과 변태 어린 눈으로 가슴을 X자로 가리면서 바라보자 김예림은 마치 시장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몸뻬 바지 보듯 바라봤다. 그러더니 귀찮다는 듯 미간을 사이좋게 모으더니 고개를 까딱했다. 아, 화장실.. 가야지 화장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욕구 중 하나가 배변 욕인데 당연하지.. 그냥 강제적으로 김예림에게 멱살 잡혀 끌려가면서 나는 정정 기도를 외쳤다.


저 그냥 조용히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졸업하게 해주세요... 제발요... 혼자는 외로우니까 물귀신으로 한 명만 같이 보내주세요... 그리고 그거 김예림...










그리고 기도한지 얼마나 됐다고 신은 정말 무참하게 나를 버렸다. 그래 필요할 때만 찾는 신자 따윈 필요 없다 이거지. 나도 당신 필요 없어 이 지저스! 어디 앉아있는지도 모르는 신의 뒷담을 까대면서 방과 후에 동아리 추가모집 한 데서 갔더니 강당에서 취업 엑스포가 열리는 기적을 봤다. 여기 스케일은 기본이 이 정도였다는 사실을 잠깐 잊었다 직면했더니 내 소금 같은 수명 5시간이 깎인 것 같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남길 말을 생각할 시간이 없어졌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던데 이름은 고사하고 유언조차 남기지 못한다. 씨발... 이젠 죽는 순간의 계획도 틀어진다. 젠장 난 그냥 소박하게 살고 싶었다고! 강당 앞에서 발을 동동 거리고 있을 때 이미 동아리를 알아서 잘 찾아 들어간 김예림은 개떼같이 바글거리는 곳에 들어가 진정한 인생을 경험해야 한다는 신박한 개소리를 남기고 떠났다. 분명 김예림이 내 손가락을 떼어 낼 때 오기로 손톱에 힘을 줘서 붙잡았는데 꽤 아팠을 것이다. 쌤통이다 기지배야. 그러게 슈퍼아싸를 누가 놓고 혼자 튀래. 동아리 결정을 기한 내에 못하면 티오가 남는 곳에 무작위로 돌린다는 얘기를 세뇌시키면서 개떼 사이에 발을 디뎠다. 강당 먼지를 들이켰다. 술에 취하는 건 불법이니까 잠시 개떼들의 먼지에 취해야겠다. 맨정신은 아무래도 무리다.



핫씨... 불태웠어... 엑스포 순회를 마친 쩌리는 강당 구석진 의자에 기댔다. 동아리 졸라 많아... 뭔 놈의 동아리가 그렇게 많은지 어떤 동아리 이름도 정확하게 외우지 못했다. 뼛속까지 문인인 나는 계열을 살리는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고 문과, 이과 중 문과를 선택함으로써 반으로 줄어들 것만 같았던 선택지는 여전히 졸라 많았다. 뭐가 됐든 일단 방송국에 발을 붙여보고 싶었던 나는 손에 그득한 팸플릿을 뒤적거렸다. 방송부나 교지부 있으면 일단 그곳을 노릴 참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없었다. 역시 인기 부서는 티오가 빨리 찼을 거야 그치? 미련 뚝뚝 떨어지는 발걸음으로 차선책이었던 영화감상부 부스 -부스였지만 운동회 때마다 등장하는 파란 천막이었다. 부자 학교도 급할 땐 똑같았다. 아닌가, 저 천막 소가죽인가..?- 쪽으로 움직였다. 쩌리답게 강당 뒤편으로 조용하지만 음침하게 가고 있었는데 그대가 보기에도 내가 좀 불쌍하긴 했지? 그렇지? 그래, 지저스 나 다시 그대를 믿겠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얼마나 여기 오기가 귀찮았던 건지 에이포 용지에 궁서체로 쥐똥만 한 크기로 방송부라고타이핑해서 기둥에 테이프로 대충 붙여놓았다. 어지간히 신입생을 안 받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그도 그럴게 궁서체를 포함해서 부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입생을 받기 위한 명단 하나만 책상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그 명단마저도 볼펜 자국 하나 없이 깨끗한 게 두밧두 숩인의 피부처럼 만질만질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어제 김예림이 디엠으로 뭔가 엄청난 떡밥을 물어온 모양인데 그걸 못 보고 침대로 다이빙해서 기절해버린 게 생각났다. 아 그럼 지금 이렇게 망설일 때가 아니라 생각난 김에 지금 당장 핸드폰을 꺼내들고 피 같은 데이터를 써가며 디엠을 열었다. 신환회에서 통했다시피 김예림은 후방 주의가 난무한 음지 문화를 공유했다. 기특한 년.. 이런 건 또 어디서 찾아가지고.. 괜히 아무도 없는 부스 주변을 두리번거려주고 스크롤을 내렸다. 교장 선생님 용서하세요, 근데 제가 보시다시피 현생에 좀 찌들어서. 스크롤을 내리면 내릴수록 므흣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씨 안되겠다. 일단 알티 해놓고 집에 가서 다시 천천히 정독을




"신입생이세요?"

"네?! ... 아!"




손가락은 이성이 지배하기 전에 이미 본능적으로 핸드폰 홀드 버튼을 누르려고 애썼고 손가락은 너무 과도하게 임무를 수행하려 애쓰다 결국 본분을 잊었다. 내 아이폰... 은 강당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지저스, 오늘 하루에 대체 신을 몇 번이나 찾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무교다. 고등학교 합격 선물로 받은 삐까뻔쩍한 아이폰 일레븐은 내 손을 떠났다. 니기럴.. 내 목숨보다 몸값이 비싼 아이다. 고로 내 목숨보다 소중한 베이비란 말씀이다. 충격에 빠진 내 목소리를 들은 건지 내 뒤에서 신입생이냐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묻던 남학생은 친히 허리를 굽혀서 아이폰을 주워 먼지까지 닦아주는 세심한 매너를 보였다.




"멀쩡하네요."

"감사합니다아.."




남자는 테이블 앞에 앉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건넨 다음 눈치를 봐가며 의자를 빼고 살포시 앉았건만 의자는 나를 받쳐내기 버겁다는 시그널을 격하게 보내왔다. 발끝만 까딱까딱 움직였을 뿐인데 귀가 아플 정도로 삐걱거렸다. 야...! 닥쳐 제발...! 의자 소리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무관심하게 남학생은 카톡을 보냈다. 오 타자 속도 빠른데ㅋ 워낙 좁은 간이 테이블인데다가 남학생은 대놓고 테이블에 핸드폰을 올려서 카톡을 날리고 있었다. 글자까지는 내가 눈이 침침해서 잘 안 보였는데 상대방이 굉장한 오타를 날리고 있음과 동시에 갠톡이 아닌 단톡이었다는 사실 정도는 캐치할 수 있었다. 물론, 남학생이 대놓고 카톡을 하는 만큼 나도 대놓고 봤다. 뭐, 뭐 어쩔 건데. 생각보다 길어지는 오타 파티에 남학생은 잠시만요, 따위의 무미건조한 말을 하자마자 귀신같이 그룹 콜이 걸려왔다.




"신입생 왔어요."

"면접 봐요?"

"한 명이요."

"네 알겠어요."

"근데, 여자예요."




남학생의 마지막 말이 끝나게 무섭게 핸드폰 너머로 비명에 가까운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고, 난 이때 자리를 박차고 도망쳤어야 했다. 그리고 보이스 톡이 끊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내 키의 두 배쯤은 되는 강당 문은 활짝 열고 '신입생!!'을 외치면서 마치 인기 드라마였던 도깹이 등장씬를 재연하듯 검은 무리들이 다가왔다. 와씨, 나는 처음에 내가 오늘 그토록 찾던 지저스가 강림한 줄 알았다. 모세의 기적이 서러울 정도로 길이 양쪽으로 갈라졌다니까! 그렇게 등장부터 강렬한 장면을 날려준 4명은 '신입생?' '진짜 들어오려고?' 등등의 내 의사를 확인하는 질문을 따발총으로 쏴 댔고 정신을 못 차리고 어버버대는 내 옆에서 상황을 정리해준 아떨남(아이폰 떨군 남학생)이 눈물 나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동아리 부장처럼 보이는 사람이 대표로 '진짜 들어오려고?'라며 왼팔과 오른팔을 대동한 상속자들 김탄과 같은 자세로 물었다. 뭐지, 들어오면 안 되는 건가. 눈치를 보면서 소심하게 고개를 살짝 까딱하자 김탄은 '오케이! 됐어 합격.'을 외쳤고 아떨남은 김탄의 말에 '그래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나 한 번 하죠.'라며 반박할 수도 없는 존나 맞는 말을 했다. 근데 투표를 지금 당사자 앞에서 한다는 뜻이었어? 나머지는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떨남은 금방 치고 빠졌고 투표는 새로운 뉴페이스가 진행했다. 삐걱거리다 못해 이제는 빠개질 위기에 있는 의자에 앉은 나를 빙 둘러싼 채로 뉴페이스는 공개 투표를 진행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개 투표라니 이 얼마나 진취적인 사람들인가.



뉴페이스는 부모님 말썽 따위는 피울 생각도 않고 성실히 학교생활을 할 것 같은 범생이 목소리로 차분하게 '자, 신입생 들어오는 거 반대 손들어요.'라고 말했고 나는 모두가 손을 드는 참담한 상황을 면전에서 받아들일 자신감 따윈 없었기 때문에 나는 눈을 돌리.. 려고 했지만 포기했다. 이 사람들이 날 빙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을 잠깐 망각했었다. 젠장, 눈앞에서 똑똑히 보고 꺼져! 이런 건가. 아니면 보고 떨어져라!..? 뉴페이스는 갑자기 손뼉을 쳤다. 뉴페이스를 중심으로 모두가 따라 치길래 나도 얼떨결에 손가락만 살짝 부딪치기 시작했다. '와아~ 신입생 만장일치로 찬성! 환영합니다아!' 그리고 동아리 부스는 신입생 한 명만 뽑은 채로 철수했다. 완전 노빠꾸 직진 남들이 따로 없었다. 부스를 빠르게 철수 시키고 강당을 빠져나가는 부원들의 표정은 마치 이제 부려먹을 노예가 하나 생겨 기쁨을 참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엄마, 첫째 딸은 노예 계약 하나 했어.











김예림은 들고 있던 아이라이너를 떨어트렸다. 한 쪽만 그려진 짝눈으로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말도 안 나온다는 듯 입을 몇 번이나 뻐끔거리더니 '예리마.. 너 금붕어 같애..' 라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내가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어떤 동아리에 들었냐고 묻길래 집에 가져갔다가 다시 들고 온 교과서를 꺼내면서 방송부에 들어갔다고 말했을 뿐인데 학교 전체에 다 울려 퍼지도록 '뭐?!!'라고 소리치고 이 사단이 벌어졌다. 아니 방송부는 1학년이 들어가면 안 되니...? 아니면 일찐 동아리야...? 뭐야 기지배야 사람 무섭게시리. 김예림은 더럽게 길게 뜸을 들이더니 침을 한 번 삼키고 목소리를 깔았다. 이 모습이 마치 이쯤에서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대사가 나와줘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야 너 거기에 어떻게 들어갔어...!"




원인을 묻기에 친절하게 네년이 날 버리고 혼자 튀었을 그 당시부터 서사를 읊었다. 내 얘기를 듣던 김예림의 얼굴은 참, 얘는 왜 개그우먼을 안 할까. 얼굴만 봐도 이렇게 웃기는데. 이 정도 표정 연기면 김예림 원샷 하나로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장담한다. 부스를 철수했다는 마지막까지 전부 들은 김예림은 도대체 뭘 기대하고 자빠졌는지 흥분에 찬 콧김을 코뿔소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야. 어이. 진정해. 김예림은 갑자기 장화 신은 고양이 눈깔을 하고 나를 바라봤다. 와 진짜 부담스러워. 갑자기 어깨를 흔들면서 콧소리 만땅으로 내 이름을 불러댔다.




"정..! 여..! 주..!"

"좋은 말로 할 때 아가리 봉인해라."

"아잉~"




아잉은 무슨 얼어 죽을. 김예림은 지가 먹고 있던 바나나우유를 내 옆으로 쓰윽 밀었다. 너... 내가 이런 걸로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거야? 정답이야. 난 이런 걸로 잘 넘어가는 존나 쉬운 사람이었거든. 바나나우유에 꽂혀 있던 빨대를 빼내고 뚜껑을 깠다. 바나나우유는 자고로 원샷이지. 우유를 술 넘기듯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원샷을 하고 비어버린 플라스틱 통을 책상 위에 던졌다. 크하- 좋다. 내가 바나나우유 화보를 혼자서 찍고 있을 동안 김예림은 지갑을 뒤져 명함 하나를 찾아 나한테 쓱 내밀었다. 이 모습은 또 '내 아들하고 헤어져. 돈은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라는 대사가 나와야 할 것만 같았다. 내가 미심쩍은 눈으로 돈을, 아니 명함을 받자 김예림 따발총을 말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아.. 갑자기 헤드에이크...




"그니까, 강태현한테 이 명함 좀 전달해주라."




앞에 서두는 싹 다 필요 없었고 그냥 맨 마지막 말만 들을 걸 그랬다. 김예림은 눈망울을 지나치게 초롱거리게 만들고 그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우웩. 진짜 토 나올 것 같았다. 김예림이 준 명함에는 워터밀리언 엔터테인먼트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나라 3대 소속사로 유명한 김예림네 회사였다. 그래서 김예림은 눈이 더럽게 높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아이돌 오빠들에 둘러싸여서 태어났다고 했다. 조금 커서는 그 오빠들과 거의 한 형제처럼 자랐다고 할 정도였다. 워터밀리언이 믿고 보는 얼굴 회사라고 소문이 날 때 즈음 김예림의 눈은 이미 저 하늘 위로 승천한 상태였다. 이런 환경적 심미안으로 김예림이 찍은 아이돌은 무조건 빵 떴다.. 절대 묻힐 수 없는 얼굴이라면서 말이다. 그래서 경쟁사이지만 다른 소속사 친구들도 자기 회사에서 데뷔 팀이 확정되면 김예림한테 컨셉 포토를 먼저 보여준다고 했다.




"왜? 캐스팅?"

"어. 캐스팅 실패하면 맨날 쫓아다녀서 데뷔 시킬 거야."




나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대애박. 학교에 그렇게 잘생긴 사람이 있다고? 여기가 부자들이 넘쳐나는 학교라지만 생긴 건 우리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라 나는 약간 감격에 찬 심정이었다. 학교에 다닐 이유가 생겼구나. 김예림이 찍었으니 당연히 잘생겼겠지. 근데 문제는, 난 감태현이 누군지 모른다는 점이다. 내가 감태현이 시방 뭐 하는 앤지 알아야 이 명함을 주든 말든 하지. '나 누군지 모르는데?' 감격은 일단 감격이고, 내가 명함을 다시 김예림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그러자 김예림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방송부라 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김예림은 얜 뭐지라는 얼굴로 변했다. '아니, 강태현 못 봤어? 걔 방송분데.' 난 잘생긴 사람들을 좋아한다. 내가 만약 김예림이 찍은 감태현이라는 사람을 봤으면 이렇게 잠잠할 수가 없다.




"그 감태현 1학년이야?"

"감태현은 또 누구야. 강태현이야 강태현."




유독 강에 힘을 실어 말한 김예림에 내가 정정했다. 1학년이라면 신입생을 추가 모집하는 부스에 굳이 나와있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내가 못 본 게 아닐까?' 내 가설이 나름 일리가 있었던 건지 김예림은 수긍하면서 신신당부했다. 오늘이 수요일이고 동아리는 금요일이니 너는 금요일에 강태현을 찾아서 이 명함을 전달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학교가 끝날 때까지 주입했다. 정말 잊어버리면 내가 앞으로 듣고 살게 될 말보다 훨씬 더 많은 말을 김예림에게 하루 만에 듣게 될 것 같아서 조용히 명함을 케이스 뒤에 끼워 넣었다. 기억해라. 나 이거 잊으면 좆 된다.









"저기 여주야 수빈 선배가 너 불러."




다음날, 그러니까 목요일 아침 조례가 끝나고 우리 반 반장이 앞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수빈이라는 선배가 누군지 모르겠다만 날 아는 선배라고는 동아리 사람 말고는 없을 테니 동아리 선배 중 한 명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짝지인 김예림은 음흉한 눈을 하고 나를 바라봤다. 왜, 뭔데, 왜 그런 눈깔인데. '일단 갔다 와 이 복받은 기집애야.' 김예림은 내 등을 떠밀었다. 쟤가 저러니까 더 찜찜하다.




"어 여주 안녕~"




수빈 선배는 동아리 추모 때 봤던 뉴페이스였다. 그때 앉아 있어서 잘 몰랐는데 이 선배, 키가 무슨 농구 골대만 하다. 가까이서 보려면 고개를 거의 뒤로 젖혀야 할 정도였다. 버스 탈 때 자리에 못 앉고 서 있으면 천장을 뚫고 나갈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나는 일자목이라 건강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살짝 떨어져서 섰다. 그리고 선배의 인사에 '아하.. 네에..'라면서 그 인사를 그대로 흡수했다. 원래 인사는 주고받아야 하는 건데, 병신. 역시 난 사회성은 좆도 없었다.



선배는 프린트 몇 장을 나눠주면서 동아리 설명을 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뉴페이스 선배가 동아리 부장이란다. 아니 나는 김탄인 줄. 오늘 점심시간에 방송실로 와서 서로 간략하게 얼굴을 익히는 상견례를 할 예정이라 시간 맞춰서 잘 오라는 말을 맞히고 웃으면서 궁금한 게 있냐는 말을 했다. 단어가 생각이 안 나는 듯 몇 번 좀 심하게 더듬긴 했지만 그래도 꽤 깔끔한 설명이었다. '딱히 없어요.. ᄒᄒ..' 어우 쒯. 내가 말했지만 진짜 토 나올 것 같다. 난 아무래도 철판이 존나 두꺼운 모양이다. '그러면 이따 점심시간에 잊어먹지 말구 방송실로 와줘~ 파이팅!' 근본 없는 마무리에 허리를 숙여야 할지 수빈 따라 손을 흔들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둘 다 해버렸다. 시발. 내 모습이 적잖이 웃겼는지 눈이 뚱카롱이 되도록 웃으면서 수빈은 그렇게 사라졌다.



내가 수빈이 준 프린트 몇 장을 손에 들고 다시 교실로 들어왔을 때 여자애들이 나에게 득달같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수빈 선배는 어떻게 아는 거냐며 눈깔을 뒤집어 가면서 달려든 학우도 있었다. 그리고 개중에는 남자도 있었다. 수빈 군... 팬층이 두텁구나... 절대 안 개겨야지... 평소에 관종이 아니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예고 없이 이렇게 받는 관심은 어떻게 반응을 해야... 눈깔단에 갇혀 어버버거리는 나를 구해준 건 보다 못한 김예림이었다. 눈깔단을 비집고 들어와 '아니 애가 부담스러워하는 거 안 보여!!' 여장부처럼 소리쳐 나를 쑥 빼냈다. 마치 학원쌤에게 환불받으러 가는 st.를 연출시켰다. 김예림의 호통에 눈깔단은 의외로 빠른 해체를 보였다. 그리고 정의로웠던 김예림은 사실 사심을 채우기 위해 나를 빼돌렸던 축에 들었다. 수빈 선배가 이렇게 누추한 곳에 직접 행사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나불대지 않으면 쥐어 패겠다는 온화한 얼굴을 띄운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나는 김예림에게 저 짧은 순간에 일어났던 모든 일을 말해야 했다. 내 사생활...











"그러면 우리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여주가 이번에 새로 들어왔으니까 여주부터!"




부담스럽다. 존나 부담스럽다. 10개의 눈동자가 나만 보고 있다. 바퀴 달린 의자 6개를 동그랗게 붙여놓은 이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구조 중 상석은 내가 차지하고 있었다. 아니 상석은 원래 부장이나 연장자가 앉지 않냐고. 나는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말도 못 하는 바보처럼 '어... 음...' 만 거리고 있는 걸 꼴 보기 싫다 이건지 아떨남은 손을 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 이야기를 꺼낸 수빈이 형부터 하는 게 어떻냐고. 시범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면서 말이다. 나는 거기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기립 박수를 칠 뻔했다. 추모 때도 그렇고 어쩜 그렇게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지 정말 개비스콘 같은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하핳 그러면 제가 먼저 할까요?"




수빈은 자리에 앉아서 눈알 굴리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최수빈. 2학년. 동아리 부장. 그리고 내가 이 인간들이 부담스러운 이유가 있었다. 점심시간에 들은 김예림의 브리핑을 살짝 얹어보자면 최수빈은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의 늦둥이 막내아들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1빠 항공사의 사랑둥이 막내여서 그런지 유독 유순하고 부드러워 여학우들 사이에서 밀키남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단다. 썩을, 작명 센스 보소. 누가 이 별명을 지었는지 몰라도 분명 전날 인소를 보고 잤던 게 틀림없다. 맨정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저런 걸 생각해낼 수 있는지... 키도 잘 빠지고 얼굴도 미남의 정석으로 생겨서 전에 딱 한 번 항공사 화보를 찍은 적이 있었다. 승무원 슈트를 쫙 빼입고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덕분에 그 해 항공사 지원자 수가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그 화보가 어찌나 유명하던지 구글에서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 화보에 힘 입어 작년 코스튬 파티 때 캡틴 제복을 입고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걸 본 모두가 다 뒤집어졌다. 모대전에 들어가면 도대체 학교를 유유히 돌아다니는 9척 캡틴이 누구냐는 게시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엄마는 우리나라 대표 미녀 배우 김영러브였다. 세상에, 김영러브가 시집갔다는 그 부잣집이 최수빈에 항공사였다니. 어머니를 많이 닮은 최수빈 얼굴은 덕분에 그리고 그 유명하다는 뚱카롱으로 남모르게 여학우들과 남자 학우들까지 여럿 울렸다. 그리고 얼굴이 웃상이라 맨날 웃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는지 전에 최수빈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헛소문을 퍼트린 남학생을 알게 모르게 비행기에 태워서 무인도에 착륙시켰다는 일화가 떠돌아다니고 있다. 미친, 무서운 사람이다.



최연준. 3학년. 최고 연장자. 저번에 봤던 김탄이었다. 최연준네 아빠 쪽은 패션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명품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었다. 요즘 어찌나 잘나가던지 향수에 주얼리까지 론칭하고 있었다. 브랜드가 패션쇼를 한 번 시작하면 그걸로 패션계 유행의 판도가 뒤집힌다는 레전설도 있다. 그리고 최연준도 패션 쪽으로 관심이 많은지 간혹가다 다른 패션쇼 브이아이피 게스트로 초청장을 받아 앉아 있는 기사 사진이 올라오곤 했다. 교복 디테일도 매일 바뀌고 피어싱이며 들고 다니는 가방이며 하나같이 똑같은 모양이 없었고 화려한 걸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최연준이 저 멀리에 있어도 최연준인 걸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하니. 최연준이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디자인을 배우면서부터였다. 디자인을 배우고 얼마 안 가 신발을 하나 만들었는데 최연준의 아버지는 그게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그 모델을 출시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이 신기 시작하자 디자이너가 최연준이라는 사실이 주목받았다. 그리고 돈 지랄도 잘해서 브랜드에 신제품이 론칭되면 옷을 제외하고는 반 전체에 전부 돌린다고 했다. 옷이 비싸서 그런 줄 알았는데 개개인마다 사이즈 맞추기 귀찮아서 옷은 선물을 잘 안 한다고 했다. 최연준은 외가 또한 빵빵했는데 어머니가 힐링 그룹 장녀로 지금은 예술계 에이전시 이사를 맡고 계신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모슨 예술은 최연준 어머니의 에이전시를 통한다고 보면 됐다. 그 영향을 적잖이 받은 모양인지 그림도 잘 그리고 피아노도 꽤 친다고 했다. 얼굴을 보면 이 세상 날티가 아닌 것 같지만 생긴 것만 그렇고 반전미 넘치는 초큐티 성격과 얼굴 밑으로는 애기가 아니라 오빠인 베이글 남에 1,2 학년 시절 많은 누나팬을 모았다. 최연준이 체육관에서 티셔츠를 들어 올려서 땀이라도 닦는 날은 그냥 여학우들의 우심방 좌심방이 아작이라도 나는지 다들 코에 휴지 하나 정도는 꽂고 돌아다녔다.



최범규. 1학년. 1년 꿇음. 개인 사정으로 학교를 일 년 늦게 들어왔다는 최범규는 사실 십팔이었다. 김예림의 말로는 어디서 그렇게 잘생긴 애들을 캐스팅하는지 짜증 나 죽겠다는 경쟁사 엔터테인먼트 아들내미였다. 최범규는 엔터테인먼트 아들이라면서 왜 지가 연예인처럼 얼굴이 잘 났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엔터테인먼트 사장 아들이라 김예림의 회사에서 캐스팅할 수도 없는 게 천추의 한이라면서. 최범규는 형이 한 명 있었는데 꽤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비담으로 요즘 유튜브나 티비에서 광고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최범규는 간간이 형의 인스타와 트위터에 등장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왜 동생은 데뷔를 하지 않는 거냐며 울부짖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덕분에 최범규는 본인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엄청났다. 한때 대구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대구 슈퍼탑이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면서 여학우들 사이에서 암호로 슈슈라고 불린다고 했다. 썩을. 페이스북에 셀카라도 올리면 좋아요 천 개는 기본으로 달렸고 인스타에 셀카를 올리면 광고 문의로 디엠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어머님이시고 아버지는 대형 로펌 변호사 시라고 했다. 그래서 최범규를 건드리면 바로 법으로 응수하기 때문에 벌금으로 재산이 몰수 당하고 싶거나 감방에서 썩는 게 소원이라면 지금 당장 인스타에 악플을 달면 된다고 했다. 최수빈 다음으로 개기면 좆 되는 사람이다. 옷에 관심이 많은지 최연준의 디자인실에 출몰한다는 심심찮은 소식에 최범규의 누나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디자인실에 붙어있다는 썰이 제일 유명했다. 평소에 자전거 타는 것도 좋아해서 자전거를 커스텀 하는데, 세상에 내가 마이크랑 인어를 커스텀 한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자전거를 커스텀 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다. 어떤 학생이 대충 값을 측정해본 결과 웬만한 외제차 한 대 값만 하다고 했다.



강태현. 1학년. 시벌 찾았다. 김예림의 캐스팅을 간택 받은 사람이었고, 니가 아떨남이었구나...? 아떨남, 아니 강태현은 말만 해도 나 똑똑해요를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가 모 대학교 의대 교수시고, 아버지가 요즘 신약 개발로 대박을 친 의료기업 이사님이시고, 하나뿐인 누나는 모 대학교 의대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냥 본 투 비 이과였다. 썅, 부럽다. 영향을 적잖이 받은 것도 아니고 그냥 대놓고 받은 강태현은 심화 수학과 과학을 수강하고 있었으며 전교에서 이름 깨나 알리는 범생이라고 했다. 와 그건 좀 리스펙. 심화 수학, 과학은 워낙 어려워서 이것만 잘 공부하면 대학 가서 편하다는 과목으로 유명했다. 나는 일반 수학... 영어도 잘 하는 모양인지 누가 강태현을 보고 혼혈인 줄 알아서 영어로 대화를 시작했다가 끝날 때까지 영어로 얘기했다고 한다. 누가 그걸 지나가면서 봤다고. 그래 눈, 코가 좀 크긴 크다. 어우 누가 뒤통수 치면 다 와르르 쏟아질 것 같다. 혹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강태현 뒤통수는 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쟤 뒤통수는 보호해야 한다. 모아고가 낳은 최고의 영재로 유명하단다. 각종 경시대회는 닥치는 대로 나가는 편인데 나갈 때마다 상을 타와서 학교에 전시해 놓은 트로피만 수두룩 빽빽이라고. 좀 짜증 나는데? 김예림은 어떻게 그 다섯 명이서 맨날 팽팽 놀러 다니는 데 시험은 어떻게 그렇게 잘 보는지 이 정도면 사생활도 깔끔한 게 분명하다며 연예인으로 딱이라는 얘기도 했다. 워낙 유명해서 중학교 시절에 고등학교 누님들이 강태현을 보러 찾아온 경우가 허다해서 중학교가 끝난다는 종소리가 울리면 교문은 도떼기시장이 되는 걸로 유명했다. 요즘 그 모교로 찾아가서 후배들에게 고등학교 생활에 대해 강의 아닌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이 와서 가는데 중학교에 왔다간 후유증으로 중학생들은 코피가 멎질 않거나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증세를 보인다고 했다. 아니 아니 그게 뭐가 됐든 뒤통수를 잘 지켜야 할 것 같다. 진짜 쏟아질 듯.



휴닝 카이. 1학년. 생긴 것부터 저 한국인 아니에용~ 이길래 이름이 김순봉이면 진짜 웃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면서 '성이 휴닝이고 이름이 카이에용.' 을 말해주길래 뜨끔했다. 외국 사람들은 이름 성 이렇게 쓰니까 휴닝이라 부르면 되나 이러고 있었기 때문에... 근데 끝에 뭐로 불러도 상관없다는 말을 붙였다. 그래 그럼 나는 그냥 휴닝이. 휴닝의 아빠는 우리나라에서만 모르는 가수셨다고 했다. 우리나라만 빼고 전 세계가 다 안다고. 그래서 속세에 지쳐 자신을 모르는 한국에 들어왔다가 그만 휴닝이 어머님과 폴 인 럽 해버렸다는 일화가 담긴 인터뷰를 김예림이 보여줬다. 너무 로맨틱하다면서 말이다. 난 무슨 인소 한 장면인 줄. 최연준 어머니가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계신다면 휴닝이 어머니는 대주주였다. 예술 사업 이곳저곳에 크게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어머니의 분야가 비슷하시다 보니 최연준과 휴닝은 어렸을 때부터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이라고 했다. 근데 정말 알고 있는 사이까지였는데 중학교 때 처음 보고 대면 대면한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고 김예림이 말해줬다. 낯을 꽤 가리는 편이라 친구는 많이 없지만 그 몇 없는 친구들 사이에서 여자아이들도 꽤 있는 편이라고 했다. 김예림은 그 이유로 위아래 누나와 여동생이 있는 걸 뽑았다. 누나는 최범규네 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로 데뷔한 걸로 유명했고 동생은 김예림네 엔터테인먼트에서 배우로 데뷔했다. 덕분에 김예림과 최범규 사이에는 남모를 경쟁 구도가 있었는데 김예림은 이제 휴닝 카이만 데뷔하면 된다면서 입맛을 다셨다. 모델이나 가수로 데뷔시켜서 기필코 무신사 전속 모델 계약을 시킬 거라는 나름대로 계획도 있었다. 휴닝은 잠이 꽤 많은 편이었는지 그냥 돌아다니다 보면 휴닝이 자고 있는 모습을 깨어있는 모습보다 더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김예림이 말하길 휴닝 카이의 가장 큰 무기는 자고 있는 모습이라고. 자는 게 워낙 예뻐서 그 모습을 보고 휴닝 카이 팬카페 가입한 누나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덕분에 쉬는 시간에 휴닝이 자는 모습을 관음 하려고 창문에 붙어 있는 바글바글했다. 쉬는 시간에 어떤 반 앞에 여학우들이 미친 듯이 몰려 있다, 그러면 거기는 휴닝이 있는 반이다. 전에 축제 때 휴닝이 피아노를 친 적이 있었는데 장미꽃을 던지는 게 퍼포먼스였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장미꽃을 받겠다고 몸싸움이 너무 심해져서 결국 경호원까지 투입이 됐다고...



아니 그냥 우열을 가릴 것 없이 무서운 인간들이었다. 누가 어떻게 아는가. 최수빈이 비행기에 몰래 태워서 무인도에 보내거나, 최연준이 자기 팬덤을 끌고 와 매장시키거나, 최범규가 주먹보다 법이 앞서는 걸 보여주거나, 강태현이 약을 먹이거나, 휴닝 카이가 나에게 장미꽃을 던질지. 난 그냥 나를 존나게 사랑하니까 내 몸뚱어리 하나 건사하기 위해서 최대한 사리는 수밖엔 없었다.




"저는 정여주고, 1학년입니다."




정말 군더더기라고는 1도 없는 내 소개에 밀키남이 '와아아 박수'라는 과한 리액션을 보였다. 고마워요... 나 진짜 뻘쭘해서 돌아가실 뻔... '자 그럼 질문 타임!' 무데뽀로 질문 시간을 만들어버린 김탄에 여기저기서 질문이 달려들었다. 시간표가 어떻게 돼, 과목은 뭐 들어, 특활은 뭐 신청했어, 우리 중에 누구 알고 있었어, 누가 제일 잘 생긴 것 같아. 믿었던 아떨남마저 시간표가 뭐냐는 질문을 던지길래 나는 빙글빙글 도는 정신을 부여잡고 모든 질문에 답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표는 A 타입이에요, 과목은 여러 개요, 특활은 승마요, 아무도 몰랐어요, 글쎄요. 제일 애매한 맨 마지막 질문에 제일 애매하게 답을 해줬는데 이제 그걸 잡고 늘어진다. 내 앞에 의자를 일렬로 정렬시키더니 제일 잘생긴 한 명을 고르라는 말을 했다. 도대체 누굴 골라야 하나, 분명 이거 잘 못 말하면 앞으로 내 학교 인생은 가시밭길일 게 분명했다. 수틀리면 아무도 모르게 항공기에 태워 보낸다고 하지 않았는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들인데!!



믿었던 아떨남마저 맨 끝에 조신하게 앉아있으니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내 인생이 종 치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종이 쳤다. 어??!!!?!? 진짜 학교 종이 쳤다! 미친 지저스 이렇게 저를 살리시는 건가요. 진짜 감사합니다 어디 계시는지 모르겠으니 절은 안 할게요... 나는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ㅈ, 종이 쳤네요! 하하... 이제 가봐야겠다."




방송실을 급하게 나오려다 김예림이 신신당부한 게 기억나서 핸드폰 케이스에서 명함을 꺼냈다. 내 말에 미남 순위는 다시 가리자며 의자를 정리하는 남정네들 사이를 가로질러 강태현의 어깨를 소심하게 두드렸다. 강태현이 뒤를 돌아보자 명함을 꼭 쥐여주고 다시 방송실을 다급하게 빠져나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인데 저 방송부원 중에 여자는 나 한 명이었다. 시발. 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 교복 광고 뜬 걸 보고 몇 시간을 두드린 산물입에여

이쯤 되면 그냥 닉을 자급자족으로 바꿀까 봐요

애들 컨셉이 이렇게 된 건 제가 얼마 전에 유튜브가 추천해준 상속자들을 봤기 때문이랄까...?

사탄들의 학교에 루시퍼의 등장이라... 우렁호얼우ㅡㅓㅍㅇ룰ㅇ너루머ㅏ

그리고 그에게 주어지는 합격 명함

혹여 보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자유롭게 달아주세여!!

제가 아무래도 경험치가 좀 부족한지라 열어븐들의 제보가 필요합니당

역하렘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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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시리즈 물로 오시다니ㅠㅠㅠㅠ 우리 계속 봐요ㅠㅠ
4년 전
독자3
진짜 너무너무 사랑해요... 빨리 와주세요...
4년 전
독자4
다음화...다음화가 시급합니다
4년 전
독자6
계세요...?
3년 전
독자7
혹시 동아리 생활은 없는건가요,,,?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부드러운 사탄 다섯과 그안에 있는 여주보고 제 심장이 바운스 없는가슴 웅장해 집니다,,,,제 포인트를 다 가져가셔도 좋으니 다음편을,,,편하실때 주셔도 좋으니 어나더 에피소드,,,아떨남과 뚱카롱항공사무인도와 패션업계큰손,,,장미꽃휴닝과 경쟁앤터로펌집 아들 또 보고싶어요ㅠㅠㅠ 물론 여주한테 감기면 그거야 말로 환상 오브 환상 행복 그자체 겠지만 그냥 아니어도 좋으니 다음편 주시면 계신곳에다 절할게요ㅠㅠㅠ강요는 아니고 부탁과 간절함입니다ㅠㅠㅠ그냥 S2합니다,,,늘 행복하세용,,
3년 전
42
요즘 글을 다시 쓰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열심히 쓰고 있으니 기다려 주세요!! 글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 너무 너무 힘이 됩니다ㅠㅠㅠㅠ
3년 전
독자8
샘 저 사실 선생님 글 다 봤다구여,,,,어제도 산타아저씨의 아들들 나온김에 샘 글들 정주행하다가 이 글만 정주행 다섯번째라서 벅차는 마음에 댓글남겼는데 답글이라뇨,,,,(이마짚) 진짜 행복하네요( ˃̣̣̣̣o˂̣̣̣̣ ) 사실 저 타팬인데,,,,ㅎ,,,,,,선생님때문에 투바투에 말리는 중시라서 수빈 븨앱도 보고,,,수록곡도 들어보고,,,암튼 쌤 글 투바투때문에 보는게 아니라 글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보는거라고 작가님 님이라고 인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후,,,진짜 너무너무 잘쓰시고 언제나 기다릴수 있으니 천천히 오래오래 써주세요!!!다시 돌아와주녀서 감사합니다ㅠㅠ 타팬인게 신경쓰이신다면 오늘부터 작가님팬 1일할게요,,,사실 유레카 때부터 봐서 1일은 아닌것같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갑시다 우리,,,암튼 사랑하고 행복하시라구욧,,,!!!!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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