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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한 아름다움도 다른 어느 곳에서 찾기 힘들 것이다. 꽃밭도 이런 꽃밭이 없었다.
나라 최고라는 외모와 지성을 겸비한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아 놓으니 천상이 따로 없구나.
중요한 자리이니 그 무게 또한 참으로 무겁다.
그때 웬 사내 하나가 여인들이 가득한 곳으로 들어오는데.
"세자, 어서 오세요. 그렇지 않아도 내 부르려던 참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이옵니까?"
그분 알아뵈옵지 못한 소인, 저하 아래 고개 숙이옵니다.
두 손을 허리 뒤에 두고 경엄한 자세로 들어오니 5명의 아리따운 아이들이 일체 고개를 숙인다.
"세자도 어미와 함께 이리 앉아 이 아이들을 찬찬히 보시지요"
"예"
세자 또한 중전 옆으로 가 허리를 곧게 펴고 앉는다.
"자, 보시지요. 세자의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습니까?"
중전의 말에 한 명 한 명 뜯어보며 차례로 훑어보다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멈춘다.
"저 아이,"
궁중 모두의 시선이 그 아이를 향하고 일제히 세자의 다음 말씀을 기다린다.
"저 아이만 아니면 소자, 어느 아이가 세자빈이 되어도 어마마마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세자의 생각도 그렇습니까? 참으로 다행이지 않습니까! 이 몸 또한 저 아이가 세자의 옆을 잘 따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마마마, 소자는,"
"그럼 저 아이로 간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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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깨지 않는 침묵만이 가득 메운 곳에 둘만 덩그러니 자리해있다.
턱을 괜채 그 아이만 아니꼬운 시선으로 보는 세자에 땅으로 들어갈 듯 연신 눈치를 보며 그 아이는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보거라"
여전한 자세로 입만 벙긋거리는 세자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만 살짝 들어 시선을 다른 곳으로 치웠다.
"어마마마도 참으로 짓궂으신 게야"
"...."
"무슨 말이라도 해보거라"
"...."
"내 너를 앞에 두고 흉을 보지 않았느냐"
"...."
"허, 말을 못하는 것이냐?"
"아니옵니다"
처음으로 입을 엶과 동시에 시선을 돌려 세자와 마주하였다.
"세자저하께선 제가 그리도 마음이 들지 않으신지요"
"아니다"
"....헌데"
잔뜩 울상을 지으며 차기 세자빈이 되묻자 세자는 다과상에 놓인 곶감을 하나 들어 요리조리 살피며 말을 잇는다.
"너는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아이가 아니더냐"
"...."
"일이 이리 되었지만, 내 너를 간택하지 않았으니 내게 절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 너는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아이니라"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연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이내 그 곶감을 한 입 베어 무신다. 한참을 입을 다물고 곶감을 자시다 문득.
"곶감을 좋아하느냐?"
"예?"
"곶감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
"싫어하느냐?"
원치 않는 말씀에 괜히 미간을 찌푸리며 더욱 울상이 되어선 고개를 푹 숙인다.
"제가 그리도 싫으신 겝니까"
"내 너에게 곶감에 대해 물었느니라. 어찌 그런 대답이 나오는 것이냐?"
"저하가 뵈시기엔 소인이 세자빈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다고 여기시는 것이지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 목소리가 떨려온다.
"나는 모든 경의 말에 옳다고 해줄 여인을 필요로 하느니라. 하지만 너는 아니질 않느냐"
"혹, 저하께선 세자빈이 아닌 꼭두각시를 원하시는 겝니까"
꽤나 당돌한 언변에 세자의 입에서 헛바람이 센다.
"그것 보아라. 너는 벌써부터 나의 심기를 건들이지 않느냐"
"소,송구하옵니다"
"아니다, 되었다. 헌데, 너는 대체 언제 대답을 할 작정인 게야"
"예?"
"내 곶감을 좋아하느냐 물었다"
"아... 좋아합니다"
그 말에 세자는 그 아이와의 멀었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다과상을 치우고 더욱 앞으로 자리를 옮기신다.
"먹거라"
"...."
홍조를 띤 채 저고리 속 고이 넣어 놓은 손은 꼼짝을 못하고 우물거리고 있다.
"내 명을 어기는 것이냐?"
"아! 아닙니다!"
얼른 고개를 들어 곶감을 받아든다. 그 모습에 세자의 입꼬리가 올라가니 보는 이마저 기분이 좋구나.
"아무것도 들지 않았지 않느냐. 허기가 질 것이다"
"...황송하옵니다"
곶감을 받아들고 차마 입으로 가져가지 못해 들고만 있으니 세자의 한마디가 더해진다.
"먹거라. 먹어도 되느니라. 내 허락하지 않았느냐"
"예"
그제야 한입씩 베어 물며 오물거리고 있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굴리고 있노라면 그 모습을 빤히 보신다.
"내 너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니라"
갈 곳을 잃었던 눈을 크게 뜨며 세자와 마주한다.
"예?"
"아니다. 마저 먹거라. 먹는 모습이 참으로 어여쁘구나"
그 말씀에 양볼엔 더한 홍조가 띠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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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러고 있을 줄 알았지"
한숨을 쉬며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여전히 그분께서 다가오셨습니다.
"아가씨 밤이 깊었습니다"
"잠이 오질 않아. 내일 그렇게 큰 행사가 있지 않느냐"
허전했던 저의 옆의 채워주시며 향긋한 내음을 풍기셨습니다. 저는 다시 달님에게 시선을 올렸습니다.
"세자저하란 분은, 좋으신 분이셨습니까?"
"음... 나는 아직 모르겠다, 진아"
"...."
"세자저하께선 내가 성에 차지 않으신가 보다"
"아닙니다. 아가씨는 분명 세자저하의 총애를 받으실 것입니다. 아가씨는 분명 모두의 어여쁨을 다 받으실 겝니다."
나의 말에 아가씨께선 환히 웃어 보이셨습니다. 기분이 좋아지신듯 보였습니다.
"진아"
"예"
"너는 오라버니와 동년배가 아니더냐?"
"예, 아가씨"
"너는 내가 너에게 오라버니가 아닌 진이라고 부르는 것에 한 번도 투정을 부린 적이 없잖아"
"...."
"너의 신분에 대해 원망이 조금도 들지 않는 것이야?"
아가씨께서는 나의 말문을 막히게 하셨습니다. 저를 보시며 여쭈어 보셔도 저는 그분을 뵐 수가 없었습니다.
"운명을 거스를 순 없는 것이지요. 원망하고 있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이곳이 저의 자리이고 저는 이곳에서 제 소신을 다할 것입니다"
"너는 참. 그렇게 참고만 있다가는 화병으로 나보다 먼저 세상을 뜰 것이다. 가끔은 아이 같은 면도 필요한 것이야"
"예, 아가씨"
"대답은 잘하는구나"
나의 대답에 아가씨께선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고운 입술을 내셨습니다. 감히 제가요. 누구에게 원망을 하냔 말입니다.
한참을 그렇게 마주 않아 달님을 보고 있다 아가씨께선 흥미를 잃으셨는지 흙바닥에 궁'宮'자를 새기셨습니다.
"아가씨는 궁으로 들어가는 것이 그리도 신이 나시는 지요"
"있잖아, 진아"
"예"
"내가 가본 궁엔 맛있는 음식들도 많았고 내가 좋아하는 노리개도 많았다. 내가 궁으로 들어가면 그 모든 것이 다 내 것인 게야. 너도 알지 않느냐. 내게 욕심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그럴 때는 아가씨는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라고 해야지!"
"예. 아가씨는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흥. 너는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글렀다"
아가씨께선 다시 입술을 내셨습니다. 어느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것입니까. 저는 어느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입니까. 제게 여인은 아가씨 한 분이신데 말입니다.
"그래서 궁이 좋으신 겝니까? 입궐하시면 다시 나오시기 힘드실 텐데 말입니다. 아가씨께서는 막힌 곳을 무척 답답해하지 않으십니까"
"그러니 진이 니가 어머니와 오라버니를 모시고 자주 입궐하여 주면 안 되겠느냐?"
"예, 아가씨. 그리하겠습니다"
아가씨께선 흡족하신 미소를 보이셨습니다. 그 미소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켠이 먹먹하였습니다. 아가씨께선 이곳도 답답하시어 곧장 저를 데리고 저잣거리로 나가시지 않으셨습니까.
"이제 아가씨가 입궐하시면 저는 누구와 담소를 나누어야 합니까?"
아가씨가 입궐하시면 이곳에 홀로 남아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쉬이 잠 못 이루는 밤을 누구와 지새워내야 합니까.
"연실이가 있지 않아"
"연실이는... 아가씨가 아니지 않습니까"
"연실이 또한 좋은 말동무가 되어 줄 것이다. 진이, 너는 연실이라도 있지, 나는 그곳에 들어가면 누구와 함께 이 달빛을 본단 말이야"
"제가 가겠습니다"
제가 꼭 가겠습니다. 저의 말에 아가씨는 그저 농으로 들으시고 한참을 웃으셨지요. 아가씨, 농이 아닙니다.
"그래, 그러거라. 밤중에 꼭 내게 찾아오거라!"
"예, 아가씨"
"하, 이제 그만 들어가야지. 더 있다가는 내 몰골이 아주 추해질 것이다! 같이 들어가자, 진아"
자리에서 일어서시며 고운 치맛자락을 툭툭 털으셨습니다. 내게 손을 내시며 함께 가자 하시던 아가씨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가씨 먼저 들어가시지요. 저는 더 있다가 들어가겠습니다"
"그럼 조금만 있다가 너도 곧장 들어가거라. 날이 많이 차."
"예"
다시 비어버린 옆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참으로 아픈 것이지요. 헌데 이 마음도 모르고 영롱하게 빛나는 달님이 오늘따라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이지요. 아가씨를 탐내면 안 되는 것이지요.
제게 신분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예. 저는 제 신분에 대해 아무런 원망도 하지 않았습니다.
헌데 오늘 밤은, 제 천한 신분이 너무도 원망스러워서.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어찌할 방도를 모르겠습니다.
아가씨께서 제게 함께 도망을 가자고 하신다면 저는 아가씨를 모시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날 준비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길 기다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기다렸습니다. 헌데도 아가씨는 소인 마음을 끝내 몰라주십니다.
안되는 것이지요. 아가씨는 제가 탐내기에 너무도 높은 곳에 계십니다.
그곳을 오르려 하면 어쩜 그리도 더 높은 곳으로 가시는지.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곧 아가씨를 따라 궁으로 가겠습니다. 그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아가씨의 마음을 내주지 마시고 저를 기다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곧 그곳으로 올라가겠습니다.
하하하ㅏ하하하하ㅏ하하하하ㅏ하하하하하ㅏ하하
죄송죄송죄송 또 죄송합니다ㅠㅜㅠㅜㅜㅠㅜㅠ
벌써 일주일이 흘렀네요ㅠㅜㅠㅜㅠ 빨리 만만 올려야 하는데ㅠㅠㅠ
저는 글을 쓰고 올리는데까지 시간이 참 오래걸려요ㅠㅠㅠㅠ
일단 쭉 썼다가 다시 읽고 고치고 또 읽고 고치고 여기로 옮겨서 또 고치고 수정하고 다음 내용과 연결될 부분을 보고 추가하고...
그래서 시간이 없는 요즘 그 작업을 하기가 버겁더라구요ㅠㅜㅠㅜ 그래서 진도가ㅠㅠㅠ
분량도 적으면서 늦게 오는 이유가 거기 있다죠ㅠㅠㅠㅠㅠ
그래서 일단 머리 식힌다고 전에 써놨던 것을 살짜쿵 올리고 갑니다ㅠㅠ
제목에 난생 처음을 쓴다는걸 강조한 이유는... 하하.. 진짜 난생 처음 호기심으로 잠깐 끄적인거라...
정말 시간떼우기용으로 잠깐 보시라고..하하하하하.... 하도 애가 별로고 이상요상해서ㅠㅠ
제가 뭘 알겠습니까ㅠㅠ 궁중용어도 모르고 옛말도 하나도 모르고 여기저기서 들었던걸 짜집기 한거라 여러모로 보실때 이상하시더라도 조금 양해부탁드립다ㅠㅠ
얼른 시간내서! 만만 쩌올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ㅠ♥ 감사합니다~
암호닉! 혹시 몰라서 일단 써놓고 갑니다~~ 또 신청해 주신분들 추가도 해드리고요!ㅎㅎㅎ
민슈가님, 김남준님, 설날님, 런치란다님, 권지용님, 베베님, 알라님, 수슙님, 다이님, 얌냠님, 부릉부릉님, 꾹이님, 주르르륵님, 단미님, 꽃밭님, 슙디닙, 아카시아님, 초딩입맛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