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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보통의 연애

01




2019.12.27 / 12:30
한밤중 자는데 알람이 울려서 깼더니 알람이 아닌 전화벨소리. 화면에 뜨는 익숙한 이름에 잠이 덜 깬 모습을 덜어내지도 않고 그대로 전화를 받았어.

“으응...무슨일이야..?”


“여주야 잤어? 지금 눈온다?“



약간 신이 난 목소리의 정우다. 하긴 우리 매년 눈을 같이 맞았으니깐, 그리고 항상 첫눈 오는 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보내자고 약속했으니깐.



“듣고 있어? 빨리 잠깨봐!”


“응, 잠깐만.. 커튼 좀 마저 치고 밖에 좀 볼게”


“여주 이번에 눈 안 온다고 실망했잖아. 결국엔 온다! 심지어 함박눈이야 보고있어?”


“그러네!? 다행이다 눈와서!”


“우리 같이 봐야 되는데....?” 라며 우리집에 오게 해달라는 속 뜻이 숨어있는걸 내가 알아차려주길 바라고 있어. 방 치워야 한다고 약간 핑계를 대자 그럼 맥주를 사간다며 자기가 사가는 동안 치우면 된다고, 아니 그냥 안 치워도 된다고 어지러진거 한 두번 본 것도 아니라고 말을 해. 결국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너의 말에 알겠다며 넘어가. 나는 집순이라서 너네 집으로 오라고 하면 절대 안 올걸 아니깐 우리집으로 온다는건데 이런 생각만으로도 귀여우니깐.



너무 지저분한 것들만 간단하게 치우고는 널 기다리며 그날을 떠올려.





—-
2015.11.25 (4년전)

너랑 동아리방에서 같이 연습하고 기숙사 가려고 나왔는데 눈이 오고 있었어. 이미 살짝 쌓인 눈이 기분 좋게 밟히고, 우리가 가는대로 우리의 발자국만이 찍혀서 난 평소보다 더 신났던 것 같아.
내가 먼저 바닥에 살짝 쌓인 눈을 뭉쳐서 너한테 장난을 걸었고, 너는 하지말라면서 눈을 던지는 나의 엽사를 찍고 있었지. 우리의 사이는 이미 애매했는데 첫눈을 같이 맞아서 그랬는지 기분이 좋아서 그랬는지 평소보다 더 오묘했던 것 같아.

그리고 기숙사 올라가는 길에 눈을 만져서 손이 차다고 징징대던 내 손을 잡고 너 호주머니로 가져간 건 내 인생에서 제일 임팩트있던 순간이야. 우리 둘다 얼어서  기숙사 올라가는 내내 말없이 길만 걸었잖아.


결국 기숙사 앞에 도착해서야 너는 호주머니 안에서 잡고 있었던 내 손을 놔줬고, 널 빤히 보는 나에게 다른 말도 없이 그냥 잘가라고 해서 마음속으로 되게 당황했어. 이게 끝인가?하고. 근데 또 너가 되게 아무렇지도 않아보여서 뒤돌아서 가려는데 너가 말하더라고, ‘잘가라고 또 진짜 가면 어떡해..’ 라고.
다시 널 보고는 ‘그럼..?’이라고 하자 딴대를 보며 혼잣말 하듯이 ‘뭘 그럼?이야 손 잡아놓고...’하곤 말을 흐렸고 결국 참다못한 내가 ‘사귀는거야 그럼?’하고 묻자 그제서야 웃으며 너는 응이라고 대답했지.





그게 우리의 1일이었고 학기초부터 애매한 친구사이었던 우리의 관계가 커플이 됐어. 그게 벌써 4년전이고 곧 나는 너를 만난 이 곳을 졸업한다니. 우리가 첫눈오는 날 같이 보내자고 약속했던 1주년때를 떠올리려던 그때 정우가 도착했다.



“여주야 나왔어. 문 열어줘”


“춥지? 얼른 들어와”



문을 열어주자 바깥에서 옷과 신발에 묻은 눈을 털고 들어와서 익숙하게 겉옷을 걸어둔다. 그러는동안 나는 냉장고에서 뭘 꺼내 먹어야 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뒤에 와서 두 손을 내 어깨에 놓고 돌리며



“여주돼지야 뭐 먹을지 고민하기전에 해야 될 거 있는데?” 라고 말한다.
뒤를 돌자 밖에 날씨 때문에 빨개져있는 뺨이 보여 내 두 손으로 뺨을 감싸니


“흐핳..온 보람이 있네”라며 웃는 정우


“뭨ㅋㅋㅋㅋㅋ 김칫국 마시지마 김정우 무슨 생각해ㅋㅋㅋㅋㅋㅋㅋ”


“나~? 아무~ 생각도 안 했는데? 너는 무슨 생각했는데? 너가 생각한 거 같은데~? 그런 생각~?” 하며 나를 놀린다.



친구로 거의 1년을 지냈었다 보니 연인관계가 되어서 오히려 어색해졌는데, 심지어는 사귀기 전부터 손 잡았으면서 다시 손 잡는거까지 거의 두달이 걸렸다. 사귀고보니 내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하는 쫄보였다 정우는. 1일이 된 날 기숙사 올라가는 내내 너무 긴장해서 울뻔했다고 나중에야 고백했다. 암튼, 그러다보니 우리의 모든 스킨십 진도는 남들의 배의 배가 걸렸다. 물론 지금이야 .......그렇지만.




“아니 들어봐, 어떻게 첫눈이 12월 마지막 주에 와? 말이 돼?”


“여주여주~말 돌리고 있엏ㅎㅎㅎ”


“아니.. 일단 맥주까서 여기 앉아봐. 우리 눈 보자”


“아~ 여주 내 눈 보고 싶어? 그래 앉아서 봐”하고는 앉아서 자기 무릎을 탕탕 친다.


“아 또 왜 저래 주책이야” 정우를 장난스럽게 흘기며 옆에 앉는다.
“이 집에서 첫 눈보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야. 너도 이제 이 집 못 오니깐 작별인사해”


“무슨 나한테 작별인사하는거처럼 해~ 아맞다 소민이가 여기 자취방 살고 싶다고 계약 끝날때쯤 맞춰서 알려달라던데.”



“걔는 그걸 왜 너한테 말해? 너 집도 아니고 내집인데. 걘 꼭 그러더라. 다음부터는 나한테 직접 말하라고 해.”
옛날부터 치대는걸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정말 가마니인줄 아는지. 내 표정이 좋지 않자 정우는 알겠어알겠어~ 하며 나를 달래기 시작한다. 그러곤 우리는 다시 재잘재잘 얘기를 하다가 언제 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 눈을 뜨니 전화 벨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화면에 뜨는 이름은 ♡도영오빠♡ 누가 도영선배 이름을 장난으로 바꿔놓은건지 황당함에 잠이 확깨어 전화를 받았는데




“여보세요...?”


“여주 잤어? 일어나서 커튼 걷어봐 지금 눈 온다?”


“네? 선배 갑자기요? 무슨 일 있으세요...?”


“응ㅋㅋㅋㅋㅋㅋㅋ? 여주 꿈 꾸고 있는거야? 갑자기 무슨 선배ㅋㅋㅋㅋㅋㅋㅋ4년전인줄ㅋㅋㅋㅋㅋㅋ”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전화를 끊어버렸다.



뭐지 꿈인가? 뭐지? 장난치는건가?
일단 정우에게 말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근데 정우가 없다. 잠든 나를 두고 갈 애가 아닌데, 심지어 아까 나랑 얘기하다 실수로 엎지른 맥주 자국도 없다. 평소 우리집에서 신는 슬리퍼도, 정우가 우리집에 사놓은 쿠션도 없다. 정우의 흔적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곤 주위를 둘러봤는데 여기는 내 자취방이 맞고, 다른 모든 것은 내가 아는 그대로다. 어제 내가 테이블보에 흘린 김칫국물부터 오늘 내가 먹다 남긴 게토레이까지 그대로.





그리고 이건 꿈이 아니다.






_____

+) 브금도 안올리고.. 뭔가 이상해서 다시 재업합니다!

아니,, 프롤로그에서 누군지 어떻게 그렇게 다들 잘 알아맞추셔유...(신기방기!)

앗 그리고 참고로 오른쪽 정렬 왼쪽 정렬이 의미가 있으니 보시기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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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뭐지 뭘까요
4년 전
독자2
헉 뭐에요? 뭐지?
4년 전
독자3
뭐죠...?.?.?.?.?? 뭐지 .... 정우가 사라졌다
4년 전
독자4
ㅠㅠㅠ재밌어요
4년 전
독자5
헐 뭐예요??!?!?!?다음이 넘 궁금한 걸요ㅠㅠ아니 정우랑 도영이랑 둘이면 어느날 갑자기 바뀌어도 좋겠는데여..ㅎㅎ....
4년 전
독자6
작가님 작가님 글... 엄버하겠습니다... 💚
4년 전
독자7
헐 뭐에요,,? 작가님 되게 현실에 있을 거 같은 얘긴데 왜 저에겐 ㅇㅣ런 일이 없을까요,, 잘 읽고 갑니당,,!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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