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열리지 않는 문은...존재합니다" 온통 흰색과 검정색으로 도배된 방이었다. 평소 무채색을 좋아하던 나에게는 편안한 느낌을 줄 수도 있었으련만,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리고 이 불길한 느낌은, 엿같게도, 참 잘 맞았다. '방은 마음에 드시는지요?' 차가운 금속성의 목소리는 내 정신을 돌아오게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생각난 것은, ...여기는 어디지? 학교와 도서관 그리고 몇개의 과외와 집. 쳇바퀴같은 삶만 살던 평소의 나의 일상엔 존재하지 않는 장소였다. 머리를 쥐어짜봐도, 결론은 똑같았다. 이 공간은 내가 모르는 낯선 곳이라는 것. 이런 결론이 나오자마자, 나는 내 어제 행적을 떠올렸다. 4시 전공수업이 있었고...고 1짜리 영어 과외를 7시까지 했지. 그리고 박지민이 술을 마지자고 해서......?! 그랬다. 오랫만에 연락이 온 박지민은, 밑도끝도 없이 술을 마시자고 땡깡을 부렸다. 되지도 않는 애교를 늘어놓길래 닥치라고 한소리를 한 후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 집을 나섰다. 술집이 내가 살던 원룸에서 10분거리에 있는 곳이었기에, 나는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몇 발자국이나 걸었을까. 자주 가던 슈퍼를 지난 후 왼쪽으로 꺾어 큰길로 나왔다. 그리고, 그 이후의 기억이 없다. 주머니를 미친듯이 뒤져보니 핸드폰과 지갑이 주머니에서 떨어졌다. 핸드폰을 주워들고 전원을 켰다. 배터리가 다 되었는지, 야속하게도 켜지지 않는다. 이 공간 안에 존재하는 것은 나뿐이었고, 외부와의 소통도 가능하지 않다. 지금 나는 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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