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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학 하고 싶어서 모르는 남자랑 잤다 (上) 

 

 

 

 

 

 

 

 

 

 

 

 

 

 

 

 

 

 

 

 

 

 

 

 

 

 

 

 

 

 

 

 

 

 

 

 

 

 

 

 

 

 

 

 

 

 

 

 

 

 

 

 

 

 

 

 

 

 

 

 

 

 

 

 

 

 

 

 

 

 

 

 

 

 

 

 

 

 

 

 

 

 

 

" 후우.... " 

 

" ...... " 

 

 

" 빌어 처먹을 년, 그러게 달라 했을 때 줬으면 귀찮은 일도 안 생기잖니? " 

 

" ...... " 

 

" 낳아준 부모한테 돈으로 효도하는 게 뭐 그리 아깝다고 쯧쯧..  

 

 

잔뜩 어질러진 방문에 기대 밭은 숨을 돌리던 여자가 입맛을 다신 체 중얼거렸다. 

이런 꼴 또 보기 싫으면 다음 주까지 꼭 보내렴. 여자는 벗지도 않는 신발로 천천히 나뒹구는 종이뭉치들을 밟으며 통보를 남긴 체 현관문을 열었다. 

여자가 나가는 걸 느릿하게 주시하던 여주는 문이 닫히고 적막이 흐르자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돈이 궁해지면 기어이 이 사단이 날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젠 그것마저 생각하기 싫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는 무슨, 나에게 있어 변화란 없었다. 그저, 저 여자가 언제 돈에 쪼달 리냐에 따라 다를 뿐. 

어느 날은 제발 호적에서 지워달라며 울고불고 매달린 적도 있었다. 자취를 하고 연락을 끊은 지도 2주가 됐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인지 그동안의 본심을 뿜어내듯 눈앞에 한 마리의 짐승을 보는 것 같았다. 

 

날아오는 물건에 베이고, 머리 체를 잡혀 주구장창 얻어맞은 덕에 비에 쫄딱 맞아 독감에 걸린 것 마냥 온몸이 힘없이 처지고 욱신거렸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겨우 일으켜 모자와 겉옷을 챙겼다. 

근처 편의점에 들려 소주를 잔뜩 담아 근처 테이블에 앉아 술을 들이켰다. 

여전히 술은 입맛에 안 맞았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쓰디쓴 액체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꼴이 우스웠다. 꼭 제 인생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괴로워 발버둥쳐도 꾸역꾸역 흘러들어 가 결국엔 무리임을 알면서도 쓴맛을 보고야 만다. 

 

그럼에도 제정신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나의 현실이 너무나 초라해서, 이성을 잠식시켜줄 무언가가 조금이라도 필요할 것 같았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기도 하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연거푸 한숨을 푹푹 내쉬며 의미 없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 이거 떨어졌어요 " 

 

 

낯선 음성과 함께 땅바닥에 가죽 신발이 눈에 들어오고, 고개를 치켜 들기 무섭게 툭 하고 벗겨진 모자 옆으로 남자의 손에 있던 지갑이 떨어졌다. 아, 내가 지갑을 흘렸었나 분명 주머니에 넣은 것 같았는데.. 

다시금 커다란 손이 지갑과 모자를 주워 앞에 들이민 덕에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 괜찮아요? 치료하셔야 할 것 같은데 " 

 

" ..네? " 

 

" 얼굴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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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큰 눈으로 뚫어지라 쳐다보는 남자에게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손에서 물건을 건네받고 몸을 일으키는데, 갑작스레 말을 걸어오는 음성에 재차 물어오자, 제 얼굴을 가리키며 얘기한다. 모자가 벗겨져 모습이 훤히 보인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 이 시간에 병원은 그렇고, 집에서 간단하게 약이라도 바르세요. 그러다 흉 져요 " 

 

 

이 남자는 뭐길래 10분도 안 되는 시간 마주친 것 하나로 이리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걸까. 

새삼 부러워졌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친절과 걱정을 나누었던 적이 있었나. 나의 인생을 원망하기도 바쁜 와중에 타인이라는 건 줄곧 사치라고 생각했었다. 

 

 

" 갈 집이 없는데 " 

 

" 네? " 

 

" 집도, 돌봐주는 부모도 없어요 저는 "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람의 온기 하나 들어오지 않는 곳과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그 여자를 온전히 저의 것, 저의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곧 후회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뭐가 자랑이라고 제 치부를 서슴없이 드러내는지. 이내 저 자신이 한심해져 뒤를 돌아 걸음을 옮기기 무섭게 붙잡힌 손에 움찔하며 남자와 눈을 맞췄다.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제 얼굴에 있는 상처를 주시하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들어 먼저 눈을 피했다. 그리곤 핸드폰으로 어딘가 전화를 거는 남자의 행동을 천천히 지켜보았다. 

 

 

" 어, 나 오늘 못 갈 것 같아 " 

 

" ...... " 

 

" 응, 천천히 줘도 돼 " 

 

 

가요. 짧은 통화를 마치고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은 남자가 대뜸 말해왔다. 눈만 깜빡거리며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보던 남자가 웃음을 터트렸다. 

 

 

" 집도, 돌봐줄 부모도 없다면서요 " 

 

" ...... " 

 

" 그쪽만 괜찮다면 오늘 하루만 해줄 테니까 가요 " 

 

 

우리집으로.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뺨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이 알딸딸한 기분과 어우러져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그렇다고 옆에 있는 존재까지 편안하지는 못했지만. 

차에 타고 오피스텔로 올라가는 내내 나와 그는 단 한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았다. 자취방 외에 낯선 이의 집에 들어간다는 것은 충동적이고 상식 밖의 행동이었다. 제가 기어이 정신을 놓은 것인지 불안감이 드는 와중에 발걸음은 멈추질 않았다. 현관문을 열고 소파에 앉아 있으라는 말에 안방으로 들어가는 남자를 지켜보다 소파 끝쪽으로 걸터앉아 방안을 살폈다. 

 

화이트와 그레이 재질의 벽지로 차분하게 느껴지는 방의 분위기완 상반된 달콤한 향기가 그의 분위기를 내보이는 듯 했다. 곧, 방문이 열리고 비상 약통들을 잔뜩 들고 온 남자가 옆에 자리한다.  

 

 

" 조금 따가울 거예요 " 

 

 

남자가 약을 짜 면봉으로 천천히 이마에 펴 바르기 시작했다. 시큰한 느낌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남자가 더욱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 ..왜 데려오셨어요? " 

 

" 네? " 

 

" 저 왜 데려오셨냐고요 그냥 무시하고 갈 길 가시면 그쪽도 편하고 좋잖아요. " 

 

 

진심이였다. 저 역시 누군가가 술에 잔뜩 취해 꼴사나운 모습을 하고 집도 부모도 없다는 말을 내뱉는다면, 별 헛소리를 다 듣는다 생각했을 것이다. 

 

 

" 그러는 그쪽은 제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따라오셨어요 " 

 

딱히 생각나는 답은 없었다. 남자의 집으로 향하는 내내 저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이 발걸음에 마땅한 이유를 붙이지 못했으니 말이다. 가만히 침묵을 유지하는 저를 보며 남자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 저 역시 원래 오지랖이 넓은 편이 아니라 당황스럽긴 해요 " 

 

" ...... " 

 

"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했던 건 그쪽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였어요 " 

 

 

" ...... " 

 

" 상처를 치료하면 아무는데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때 동안만이라도 덫 나지 않게끔 해주고 싶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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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도 해주면 더 좋고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제 상처에 집중해 연고를 꼼꼼히 펴 바르는 남자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더이상 상처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본 적이 없어 간질거리는 마음이 드는 반면, 갑작스러운 자괴감이 울컥거리며 터져 나왔다.  

 

왜 나는 사소한 위로 하나도 편히 받지 못하는 걸까. 방안을 가득 채우는 포근한 잔향이 오래도록 남아 언젠가 다시 사람의 위로가 고파진다면, 나는 과연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미 더러워질 때로 더러워진 마음이 자꾸만 어긋나졌다. 차라리, 이런 낯선 보살핌 대신 자신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줬으면 했다. 몸도 마음도 망가져 더 이상의 실낱같은 희망조차 생각할 수 없게끔. 

 

 

" ..표정이 왜, " 

 

 

결국 나의 이기적인 마음은 눈앞에 있는 남자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내 표정이 어두워지자 고개를 갸웃거린 남자가 면봉을 내려놓고 입을 떼기 무섭게 눈을 질끈 내리감아 입술을 부딪쳤다. 

갑작스럽게 엉켜진 숨에 남자가 주춤거리며 소파 헤드에 엎어지자 다시금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 나오기 시작했다. 

미친년이라고 욕을 먹고 뺨을 맞아도 좋았다. 

부디 내가 괴로울 수 있도록,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고 기대하지 않도록, 

그렇게 망가뜨려 주길 바라고 또 바랐다. 

 

 

 

 

 

 

 

 

 

 

 

 

 

 

 

 

 

 

 

 

 

 

 

 

 

 

 

 

 

 

 

 

 

 

 

 

 

 

 

 

 

 

 

 

 

 

 

 

 

 

 

 

 

 

 

 

 

 

 

 

 

 

 

 

 

 

 

 

안녕하세요 ^^ ... 상 하로 구성 된 보잘것없는 단편입니다... 하편은 불마크로 나갈 예정입니당... 무슨 글을 쓴건지 잘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글 적는 건 처음이라 움짤 크기가 이상할 것 같은 예감 ㅠ 그리고 제목이랑 불마크랑 상관 없겠죠..? 안되면 바로 불마크 걸겠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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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72.238
헉헉..... 작가님
어서이탄을......!!!!

4년 전
독자1
작가님 재밌어요 ㅠㅠ 묘하게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다고 해야 하나 여주는 안쓰러운데 뭔가 정국이는 따듯하고 근데 또 혹시 모르는 건데 아무튼 다음화 기다릴게요!!
4년 전
독자2
정국이 진심으로 남을 위해줄 수 있는 사람이네❤️처음 본 사람한테 저렇게까지 해주는 건 정말 마음이 따뜻한거야ㅠㅠㅠㅠ 작가님 다음편이 너무 궁금해요ㅠㅠ!!!!!
4년 전
독자3
여주 너무 안타까워요😭자신을 너무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울컥하네요..지나가다가
낯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어 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여주의 상처가 부디 덧나지 않길🥺🥺
재밌어요 종종 이런 단편집 많이 올려주세요 작가님👍🏻👍🏻
신알신 하고갑니다🤍🤍

4년 전
독자4
오맛..정구기가 여주 마음도 다친 얼굴도 잘 치료해줘서 여주에 아픈 마음이 조금이나마 씻겨내려갔으면 좋겠네요ㅠㅠ
4년 전
독자5
헐헐헐 이런 명작을 지금 보다니오ㅠㅠㅠㅠㅠㅠ 하편도 읽으러 간댜용오오오
4년 전
독자6
어머어머 뭐야 너무 설레고 스윗하고 여주는 안쓰럽고 으아아 저 지금 하편 보러 달려갈게요!!
4년 전
독자7
우ㅜ우
4년 전
독자8
다정한 남자...좋아요ㅠㅠ
4년 전
독자10
크헉 너무 좋습니다 어흑 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11
작가님 재밌어요ㅠㅠ 뒷 이야기가 있어서 행복할 따름이애요,, 저는 얼른 하편 보러가겠습니당!!!
4년 전
독자12
바로 다음편 보러 갑니다!!!!
4년 전
독자13
바로 다음편 보러 갑니다!!!!
4년 전
독자14
ㅠㅠ작가님 글을 저는 왜 이제 본 건가요.... 바로 다음 화로 넘어갈게요!!
3년 전
독자15
당장 하편보러 갖니당.. 총총,,,
3년 전
독자16
아ㅠㅠㅠ 너무 재밌지다ㅠㅠㅠㅠㅠ 작가님 복 받이세요오유ㅠ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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