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 13
w. 대딩선배
" 석탑대동제 때 그 남자애 누구야? "
" 그 남자애가 말한 돼지가 너 맞지? 무슨 사이야? 사귀는 사이?
석탑대동제 이후 복도에서 걷기만 해도 주위가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건 이제 일상이 되었다. 가끔은 모르는 여자선배님들이 찾아와서 묻기까지한다. 그 남자애 키도 크고 엄청 잘생겼던데, 사귀는 사이냐, 잘해봐라 부터 시작해서 박찬열의 번호까지 묻는 선배들까지 생겼다. 박찬열이 워낙 고대에 자주 놀러왔으니 박찬열과 함께 있던 나를 본 몇몇 고대 학생들이 석탑 대동제 때 박찬열이 말한 '돼지'가 '○○○'이다 라는걸 말하고 다닌 것이였다.
" 여~ ○후배~! 여전히 오늘도 인기가 많구만 "
" ○○이, 석탑 대동제 이후로부터 계속 고생하네. "
애 하나를 아주 잡네 잡아, 너네 이제 그만 좀 가라. 오늘도 여전히 여자선배님들의 박찬열을 향한 질문세례에 공손하게 죄송하다고만 말하고 있을 때였다. 해준선배는 여자선배들을 거의 내쫓다시피했고, 준면선배는 내 옆에 블루에이드를 내려놓고서 머리를 살짝 쓰담어준다. 으앙, 선배들.
" 근데 진짜 박찬열 고놈이랑 아무사이도 아니냐? "
" 푸웁, 콜록- 켁켁, 콜록- "
해준선배의 질문에 준면선배가 갖다 준 블루에이드를 마시다가 사레가 걸렸다. 으- 아무사이도 아니에요, 그냥 고등학생 때 부터 친구라구요 친구.
해준선배의 질문에 간신히 대답을 한 후 다시 에이드에 입을 가져다 댔다. 박찬열에 대해 별로 아무런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자꾸 주위에서 박찬열과의 사이를 물어보니 박찬열에 대해 혼란스러운 마음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박찬열을 왠지 의식하게 되버려서 조금씩 피해버린 것 같다.
" 민석오빠는요? "
" 아마 아지트에서 자고있을걸? 요즘 시험기간이라 잠을 영 못 잤나봐. "
준면선배의 말에 살짝 목례로 인사를 하곤 잠시 아지트에 가보겠다는 말을 한 후, 발걸음을 옮겼다.
민석오빠 또한 석탑대동제 이후로 전혀 보지를 못했다. 아지트의 문을 돌려보니 문을 잠그지는 않은건지 문이 쉽게 열렸다. 잠귀가 밝은 민석오빠가 혹시라도 깰까봐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신발을 벗고서 민석오빠가 자는 쇼파 밑에서 다리를 구부려 앉았다. 와, 진짜 매력있게 잘생겼다. 민석오빠의 자는 모습을 보는건 이번으로 두번째였다.
처음 아지트에서 만났을 때 한 번, 지금 한 번.
" ...○○이? "
" 아, 오빠, 죄송해요. 저 때문에 깨셨어요? "
" 아니야. ....찬열이는? "
" 에이, 무슨 제가 항상 걔랑 붙어만 다니나요. 석탑 대동제 이후로 본 적 없어요. "
내 말에 민석오빠는 쇼파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서는 흐음, 하며 나를 쳐다봤다. ...민석오빠 얼굴은 언제봐도 몸에 해로워.
민석오빠는 무언가 생각을 하던가 싶더니 내 손을 잡으면서 입을 뗀다.
" 그럼 오늘은 나랑 놀까? "
:: 고대에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 13 ::
" 돼지는 쩨 허락 없이 누구도 못 만놔여~ "
" 제 허락이 이써야 해여~ "
" 아 이제 그만 좀 하지? "
고려대 석탑 대동제에 놀러갔던 친구 두 명이 무대 위에 있던 내 모습을 본 이후로 나만 보면 저렇게 계속 흉내를 낸다. 아오씨, 이것들은 연대놈들이면서 왜 고려 축제에 오고 난리였던건지. 벌써 저렇게 놀리기만 한지 일주일이 넘었다. 지금까지 흉내냈던 시간동안 다른 친구들까지 뭔데 뭔데, 하면서 저 놈들에게 관심을 갖는 바람에 내 주위 사람들은 전부 저 일을 알게됐다. 연락이 뜸해졌던 선배들까지 돼지가 누구냐고, 고려대 학생이냐고 묻기까지 한다.
" 근데, 진짜 돼지가 누구길래 박찬열이 저런 말까지 뱉은거야? "
" 항상 어떤 모임이든간에 내뺀 것도 돼지라는 애 때문인건가봐. 왠일이래 왠일이야. "
놀려도 이젠 내가 반응을 하지 않는걸 아는건지, 최석준과 성재민은 지들끼리 속닥이면서 추리를 하기 시작한다. 안들리게 하던가, 다 들리거든 병신들아.
그러고보니 석탑대동제 이후로 기말고사가 다가오는 바람에 돼지랑 만나지를 못했다. 잠깐의 시간이 나면 돼지네 집으로 갔는데, 그 때마다 돼지를 만나지 못했다.
왠지 돼지가 날 피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키운 돼진데, 그딴 기생 오라비같은 놈한테 뺏길 수는 없는 마냥이였다.
뭐, 잘했어 박찬열. 남자다웠었다, 좀.
" 박찬열, 그럼 오늘은 우리랑 놀거냐? "
" 피방 콜? 롤 콜콜? 서든 콜콜콜? "
이제 날 놀리는게 재미없어진건지 최석준과 성재민은 가방을 챙기면서 말한다. 오늘, 오늘.. 창 밖을 바라보니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다.
" 아니, 오늘은 패스. "
" 뭐? 뭐야, 오늘은 약속 없잖아요 개새끼님아. "
" 방금 약속이 생겼어. "
" 아오씨, 이 새끼 어지간히도 비싸요. "
이렇게 화창한 맑은 날에 사내놈들이랑 피시방에서 죽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돼지를 본 지 며칠이 지나기도 했고, 오랜만에 돼지나 보러가야겠다.
......보러가야겠다, 했는데.
" ○○이? 이미 가고 없는데? "
자연스럽게 준면형의 아지트로 가보니 돼지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준면형과 해준형만이 아지트를 차지하고 있었다. 준면이 형의 말에 아지트에서 나가려고 할 때, 쇼파에 누워 만화책을 보면서 낄낄거리던 해준형의 한마디에 뛰다시피 아지트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고보니 아까 ○○이 민석이랑 나가는 것 같던데, 크크크, 아 이 만화 왜이리 웃겨.
..
" 박찬열? "
민석오빠와 오랜만에 카페에 갔다가 돌아오니 집 현관문 앞에서는 박찬열이 수그리고 앉아있었다. 집 비번도 아는 놈이 왜 여기서 죽치고 앉아 있는건지.
어디갔다 이제오냐?
으응, 그냥 뭐, 아는 선배언니랑 카페에서 수다떨고 왔지.
땅에 박고 있던 시선을 내 쪽으로 옮기면서 내게 말하는 박찬열에게 왠지 모르게 거짓말을 해버렸다.
아니야 뭐, 아는 선배는 맞지. 여자선배가 아니라 민석오빠인게 흠이지만..
" 근데 안 들어가고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
날씨도 더운데 집에 들어가 있지. 하는 내 말에 박찬열은 그냥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머리를 긁적이다가 웃어보이면서 말한다.
" 그냥 뭐, 이렇게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는 것 같아서. "
#13 : 그는 그녀를 애타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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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근 오타지적 환영합니다 ♥
♥ 암호닉은 제일 최근 글에 써주세요 ♥
♥ 항상 글을 재밌게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모두 사랑해요 ♥
+) 늦게 돌아와서 미안해요ㅠㅠ 컴퓨터를 결국 새로 샀어요. 그런데 폰도 박살이 나서 스토리 지었던게 다 날라가버려서..ㅠㅠ
오래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완결까지 고꽃연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