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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일상이 안정되면서 지한은 이전보다 많은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일전에도 한 차례 언급되었지만 지한이 연예계로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누나를 위함이었으니까요!




지한: 누나한테 실망했어요? 생각보다 과거가 너무 복잡해서? 형이 생각한 누나가 아니어서? 그럼 헤어져요




EP 103, 호석과 석진에게 날선 태도로 임했던 때에 한 말이죠.




지한: 내가 왜 배우로 데뷔를 했냐면, 그거 누나 다시 데리고 오려면 아무래도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런 거예요

호석: 김지한!

지한: 나 있는 기획사로 누나 데리고 와서 배우로 전향시키면 나쁠 것도 없잖아요, 적어도 나 있는 곳에 같이 있으니까 이런 일 다시 안 겪도록 내가 막을 수 있잖아, 형처럼 사람 하나 믿었다가 결국엔 누나한테 등지는 걸 보면서 배신감 느낄 필요도 없이




과거 탄소와의 대화에서 밝혀졌듯 지한은 사람들 속에 어울려 지내는 걸 꺼리는 편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너무 많은 걸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기와 비난의, 가십거리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순간순간이 지겨웠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소문은 애인 있는 여자를 건드린 쓰레기로 퍼지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좋아한다며 보내오는 고백이며 자기와 만나주지 않는다면 이 사진을 퍼트리겠다며 되도 않는 합성사진으로 협박하는 것까지.




지한: 누나 나 밖에 나가는 게 무서워

탄소: ... ...

지한: 학교를 오가는 잠깐 사이의 길에도 이상한 사람이 따라오진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게 너무... 처음에는 짜증나고 말았지만 이젠 무서워 누나




더한 환경에 노출되어 지내고 있는 누나에게, 사람들이 동생인 제게 피해를 입힐까 꼼짝없이 그걸 감당하며 지내는 누나에게 차마 무섭다고 매달릴 수가 없어서.


어느 순간 저보다 키가 작아진 누나에게 마냥 의지할 수가 없어서.


잠든 누나의 침대 아래 무릎 꿇고 숨죽여 울었던 날이 있어, 탄소는 지한이 타인이라는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줄 모릅니다.


예전에도 지금도 변함없이 말이에요.




지한: 너한테만 미리 말하는 건데

지민: ?

지한: 나 은퇴하려고

지민: (컥) 갑자기? 왜?

지한: 고민한 거는 좀 됐어, 그냥 이제 어느 정도 확신이 들어서

지민: 너 데뷔한 게 오래된 것도 아니잖아

지한: 무책임하다고 생각하나보네

지민: 그야...

지한: 몸이 이래서 어디 복귀는 할 수 있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문제가 없는 거지 며칠씩 밤샘촬영하는 것까지 괜찮은 건 아니야

지민: ... ...

지한: 회사에서 먼저 제안해줬어 이대로 가면 계약기간 만료까지 아무것도 못할 게 뻔한데 차라리 여기에서 정리하는 게 어떻겠냐고, 나중에 완전히 괜찮아지면 복귀는 그때 다시 얘기해도 되니까

지민: ...누나는? 왜 누나한테 제일 먼저 말하지 않고 나한테 말하는 거야?

지한: 걱정할 게 뻔하잖아




사람이 무서운 지한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대학과 진로를 결정하게 만든 이유가 탄소였습니다.




지한: 사람들이 무섭지도 않아?

탄소: 무서워도 어쩌겠어 그렇다고 스스로 고립시키기엔 아직 이른 것 같은데

지한: 그냥 이대로 나랑 둘이서만 지내도 되잖아

탄소: 내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네가 좋아하는 걸 찾고 행복하다 말하는 때까지는 계속 해봐야지

지한: ...왜 또 나야

탄소: 혼자였으면 너랑 똑같은 생각을 했겠지 근데 네가 있잖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네가.


넌 하고 싶지 않은 일,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지 않아도 돼. 그건 너의 선택이니까. 다만 널 위해 선택을 결정하는 나도 이해해줬으면 해.


두 사람 모두 갇혀있길 원한다면 지금과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을 거야.




탄소: 지금껏 충분히 상처 받았으니까 이대로 틀어박히고 싶은 건 나도 같아 근데 네가 불행한 그대로 멈춰있는 건 싫어




탄소의 열여덟이자 지한의 열다섯 겨울.


지한은 누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디에도 가지 않고 제 곁에만 있어주길 바랐지만 탄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사춘기가 한창일 시기에 억울함을 털어놓으니 그걸 들어주는 누나에게서 저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고려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어 조금은 부끄럽고 여전히 서운했던 때.


누나가 고민한 흔적을 그대로 따라오듯 열여덟이 되었던 지한은 더 이상 얼굴 보는 게 힘들어진, 자기를 위해 무서워도 새로운 환경에 나아가길 주저하지 않는 누나를 위해 진로의 뱡항을 정했습니다.




지한: 누나가 나 성인 되고 처음 봤을 때 대학 갔다니까 되게 놀랬어 그 대학이랑 학과가 멤버랑 같아서 더 놀라고, 근데 그거 사실 일부러 그런 거였거든

지민: ...진짜? 야 아니, 진짜로?

지한: 누나랑 다르게 난 공부 잘했었어

지민: (울컥) 그 얘기가 아니잖아 누나 대학 완전 잘 갔거든?!

지한: 어쨌든 이거 아무도 모르는 건데 대학은 그렇게 정했었고 배우로 데뷔하는 건... 뭐, 누나랑 비슷해 거기서 동생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엄청 쫓아오더라고




차마 상황이 괜찮아진 지금, 지민의 앞에서 누나가 힘들어하면 당장 팀에서 빼내가기 위해 같은 연예계로 들어온 것이라 말할 수 없었던 지한.




지한: 아무튼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요새 집에서만 지내니까 혼자 생각 정리할 시간이 많더라고 그 뭐냐, 부모님 문제도 누나 말 들어보면 잘 해결된 것 같고

지민: 그래서 정리한 생각이 그거야? 은퇴?

지한: 병원에 있을 때부터 부모님 일까지 전부 누나가 정리했어 난 가만히 있었고 ...의도하지 않았어도 너무 누나에게 많은 걸 의지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변화할 필요를 느꼈어 그중 하나에 은퇴가 포함이고

지민: 그러니까 왜 배우 생활을 접는 게,

지한: 혹시라도 누나가 갈 곳이 없어지면 내가 데려오려고, 그럴 목적으로 시작한 게 배우야 다른 사람들한테는 간절한 꿈일 수도 있는데 난 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다, 어떤 연기자가 되어 어떤 모습으로 남고 싶다 이런 이유가 아니라 단순히 누나 생각하고서 한 데뷔라고




이게 이기적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어.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이니까.


그러다 누나가 한 말이 좀, 마음에 걸려서.




지한: 날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너까지 다가오는 사람 전부를 이용 가치로 따지는 짓은 하지 말라고 그랬었거든 그러면 정말 피곤해질 거라고, 네가 찾는 진심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지민: ... ...

지한: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과 의식적으로 하는 것 모두 누나한테 영향을 받은 것들이야 누나가 나한테 하는 만큼 나도 누나한테 해야 한다는 그런 게 좀 있었어 왜냐면 누나는...

지민: 너 우냐?

지한: 안 울거든

지민: 근데 왜 사람 오해하게 목소리를 떨어

지한: 솔직히 누나 문제로 계속 따졌으면 너랑은 상종도 안 하는 게 맞는데

지민: (상처)

지한: 방금 얘기했잖아 누나 말대로 이용 가치로 재고 따지는 걸 내려놓고 만난 사람 중에 네가 있어서 좀, 그래

지민: 칭찬이야 욕이야?

지한: 누나가 그 말을 나한테 해주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스쳐왔을까 싶어서

지민: ...아

지한: 아무리 누나를 위한다고 해도 절대 누나만큼은 될 수 없는 이유야




내가 겪는 모든 걸 이미 겪어봤어. 예전에 말해준 그대로 나는 원하는 것만 하며 지낼 수 있도록, 혹시라도 내가 겪게 될지 모를 것들에 대해 미리 경험해봤거든.


그래서 힘들어하면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 알아.




지한: 무작정 누나한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해온 것들이 전부 누나가 걸어간 길을 그대로 따라 걷고 있는 거란 걸 알았어 과보호하지 말라고 했는데 사실은 그 과보호 속에서 한 번도 벗어나려 하질 않았다는 거야, 누나가 너네를 되게 어리게 보는 데엔 내 이유가 한몫하는 거 알지




어쩌면 어설프게 누나를 따라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는데.


이래서 난 절대 누나처럼 될 수 없어.




지민: 약간... 누나가 너한테 부모님의 역할을 같이 했기 때문에 그만큼 영향을 크게 받은 거겠지 왜,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봐온 이상적인 어른을 닮고 싶어하기 마련인데 네겐 그게 누나였을 테니까

지한: 너무 늦게 깨달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된 거겠지 회사에서 먼저 계약에 대한 언급을 해줬으니까 조만간 정리할거야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지민: 누나한테 미리 언질 정도는 하는 게 좋지 않겠어?

지한: ...해야지

지민: 너야 생각을 오래 하고 내린 결론이라지만 나도 갑작스럽게 들리는데 누나 충격이 클 거야 걱정 안할 수가 없을 걸

지한: 하고 싶지 않았던 걸 억지로 하던 누나가 이젠 그게 하고 싶은 일이라고 행복해하는데, 그걸 보면서라도 더 빨리 결정해야겠다 생각했어 처음부터 기댈 곳 없는 누나에게 의지가 되고 싶어 선택해온 것들이었으니까




이젠 내가 아니어도 누나가 의지할 사람이 여럿 생겼고, 아무리 지금은 모른다지만 앞으로 언젠가는 의문을 갖게 될 테니까.


자기한테 한 번도 얘기한 적 없던 배우로 갑자기 데뷔한 이유가 뭘까, 하고. 만약 누나가 그걸 석진 형이나 호석 형한테 얘기하면 그 형들은 내가 했던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겠지. 그럼 누나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너무 뻔해.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한 일들이 도리어 날 속박했다고 여기겠지.




지한: 솔직히 누나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해서 억지를 부린 것 같아, 내가

지민: 말하기 전에 망설이던데 뭐야?

지한: 그냥 누나가 알아차리기 전에 정말 누나가 바랐던 대로 나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을 뿐이야




그리고 지민은 여기에 지한의 결혼 선언이 포함되는 줄 몰랐습니다.

진지하게 나눴던 대화인데, 정작 누나 앞에서 한없이 가벼워질 줄도 몰랐고요.




윤기: (식탁에 낯선 덩치가 있다)

탄소: 어, 깼어? 와서 밥 먹어

윤기: 어... 누나...

석진: 얘는 네가 밥할 때마다 참 기막히게 알아차린단 말이야

탄소: 내가 부엌을 제일 시끄럽게 쓰나?

석진: 그건 아닐 걸...? 그래서 더 신기해

탄소: 뭐 아무렴 어때

석진: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건가? 압력밥솥은 너만 쓰잖아

탄소: 압력밥솥이 왜?...

석진: 왜긴 왜야 더 맛있으니까 그렇지

탄소: 으응... 많이 먹어...

석진: 누룽지까지 만드는데!

탄소: 알았다고... 많이 먹으라고... 민윤기 너 얼마나 먹을 거야?

윤기: 나... 어... (꿈뻑)

석진: 조금만 먹어 내가 많이 먹고 싶으니까

지한: 형 그건 아니죠 누나가 해준 밥 먹으려고 여기까지 온 사람이 있는데

석진: (메롱)

지한: 와, 진짜...!

탄소: 니네는 하다하다 먹는 걸로 싸우니?

윤기: ...아, 누나 동생... 어? 왜 여기 있어?

석진: 탄소가 해준 집밥 먹고 싶다고 왔어

윤기: 지금 아침 여덟시...

지한: 어젯밤에 누나한테 갓 지은 밥 먹고 싶다고 전화했더니 오늘 아침에 와서 먹으라길래 냉큼 왔죠

윤기: ... ...

석진: 이젠 그냥 얘도 같은 한남동 주민이야, 삼성동 사람 안 같아

지한: 이른 시간대라 차가 안 막혀서 금방 오더라고요




동생 건강하게 맛있는 거 먹이겠다고 온갖 요리는 다 배운 여자 김탄소.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애가 누나의 집밥이 먹고 싶다며 전화했다는데 그냥 넘길 리가 없겠죠.




탄소: 내일 지한이 와서 같이 아침 먹어도 돼?

석진: 지한이? 지한이면 뭐 괜찮지 그래도 단톡방에 대충 알려놓기는 해

탄소: 아라써!

석진: 몇시쯤 오는데?

탄소: 잘 모르겠어 그래도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석진: 너 일어날 때 나도 같이 깨워, 도와줄게

탄소: 아냐아냐 다 되면 깨워줄게 그냥 자고 있어




새벽에 일어나 혼자서 아침상 차린다고 분주했던 탄소는 하나 둘씩 나타나는 멤버들에 밥을 넉넉하게 지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국: 누으나아아아...

지한: 정국이 안녕

정국: ...? 헐, 형이 왜 여기 있어요?! 나 세수 안 했는데! (호다닥)

석진: 나 궁금해서 묻는 건데 혹시 너만 정국이랑 친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니?

지한: 그러게요 왜 저렇게 부끄러워하지...?

탄소: 내 앞에선 배도 벅벅 긁으면서 진짜 어이없다

윤기: (같이 산 세월이 다르잖아)

탄소: 맛 없어? 표정이 왜 그래

윤기: 맛있어... 한 그릇 더 먹을래

지한: 이 형 밥 잘 안 먹는다면서요

석진: 탄소가 하면 밥 생각 없어도 잘 먹어

지한: 어이없네?

석진: 뭘 또 어이가 없어

지한: 내가 먹을 한 그릇이 줄어들었잖아요 (심기불편)

석진: 아 그런 거라면 인정

탄소: (숟가락 딱밤) 뭘 인정이야

석진: 악

지한: 아얏

정국: 형 잘 지냈어여? (초롱초롱)

지한: 그래 세수는 잘 했니?

탄소: 조카랑 삼촌 같기도 하고... (의문) 약간... 집 잘 안 들어오는 철부지 막내 삼촌... 애는 좋아서 박수치는...

석진: 뭘 그렇게 중얼거려? 국그릇 들고

탄소: 어어, 다른 애들은 어떻게 할까 싶어서

석진: 그냥 밥 먹고 나중에 생각해~ 때 되면 일어나서 나오겠지




석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태형이 일어났고, 다음은 호석, 지민, 마지막으로 남준까지 모든 멤버가 모였습니다.


앉질 못하는 탄소를 데려다 밥 한 숟갈 떠먹인 건 석진이었죠.




호석: (부스스)

지한: 지금 이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서 SNS에 올리면 슈스가 되겠지

탄소: 그래 슈퍼 스레기가 되겠지 방탄소년단 사생활 유출로 말이야

지한: 슈퍼 쓰레기라니... 누나... (상처)




아침을 다 먹은 후엔 석진과 지한, 탄소 셋이서 설거지와 뒷정리를 끝내고 도란도란 모여 앉아 과일을 먹었는데요.




석진: 어머니가 너한테 잘하래

탄소: ? 왜

석진: 아까 먹은 거 사진 찍어서 보냈거든 오늘 탄소가 혼자 차린 상이라고 하면서, 그랬더니 집에 왔을 때보다 진수성찬이라고 너무 고생하는 거 아니냐면서 더 잘해주라고 하시더라

탄소: 딱히 힘든 건 아닌데...

지한: 누나랑 같이 살았을 때 매번 이렇게 먹었는데요?

석진: 네가 그렇게 쑥쑥 자란 이유가 다 있구나

지한: ?

탄소: ??

석진: 네 누나가 참 잘 먹여 키웠네...




지한과 탄소의 키가 유독 큰 건 잘 먹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앗, 중요한 건 이게 아니죠.




지한: 시켜줘 김탄소 명예소방관

탄소: 이게 뭘 잘못 먹었나

지한: 그래서 말인데

탄소: ?

지한: 나 은퇴할래

탄소: ... ...

석진: !!!!! 탄소야!!!! 지한이야!!!! 네 동생이라고, 그거 내려놔!!!!!

탄소: 쟨 김지한의 탈을 쓴 가짜야!!!!! 이거 놔!!!!!




명예소방관 소리에 사과를 잘못 깎았는지, 딸기를 덜 씻었는지 심각하던 탄소는 이어진 말에 들고 있던 포크를 떨어트렸습니다.


그리고 아직 깎지 않은 복숭아를 야구공처럼 쥐었죠.


석진이 없었다면 누나와 포켓몬스터를 찍을 뻔한 지한은 겨우 마음을 가라앉힌 탄소와 대화를 시도하는데요.




지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생각을 해봤는데 너무 넓은 집에서 혼자 사는 것부터 벗어나고 싶었어

탄소: 근데

지한: 우리 가족이 사는 집인데 정작 부모님은 해외에 더 오래 있고 누나도 한참 전에 독립한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러니까 이런 생각을 했지, 내 가정을 꾸려서 이 텅빈 집안을 사람 사는 분위기로 바꾸는 건 어떨까

탄소: ? 가정, 뭐?

석진: (긴장) 아니야... 진정해 김탄소... 너 복숭아 그거 아니야...

지한: 결혼할래




은퇴할래. 결혼할래. 탄소의 이성을 끊어놓기에 이보다 적합한 말이 더 있을까요.




탄소: 안녕히 계세요 나 은퇴할래 더는 이 세속적인 삶을 견딜 수 없어

석진: 안아줄까?

탄소: 김석진지상주의에 패배하는 삶, 마냥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거든

호석: 정말 한결같다 한결같아 (한심)




물론 탄소도 같은 말을 하기는 하죠.




석진: 이거 네가 먹고 싶다던 거 맞지?

탄소: ...! 나, 나 결혼할래!

석진: 그래 나랑 해야지, 결혼

탄소: (꺄아아악)




내로남불의 현장이랄지, 진킨만의 연애와 달리 지한은 그럴 사람도 없으면서 진심이라 다를 수 밖에 없는 건지.


한 차례의 폭풍이 지나가고 대화는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지한: 난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길 바란다며

탄소: 그래서, 뭐라고?

지한: 몇 번을 얘기해야 되는 거야... 나 결혼할 거라고

탄소: 아니 한국말로 하라고

지한: 아 결혼이 한국말인데 뭔 소리야!

탄소: 니한테 여자가 어디 있는데!

지한: 꼭 연애해서 결혼하냐고!

탄소: ...너, 엄마가 선 보라고 하셨어?

지한: 어, 아니? 내가 먼저 선 보겠다고 했는데?

탄소: ?

지한: 어차피 사고 났던 거 기사로 다 퍼졌잖아 재활치료도 잘 끝났지만 확실히 계속 배우 생활하기엔 힘들고... 그래서 결혼하겠다고 했어

탄소: 이 X끼 제정신이 아닌데?

석진: 탄소야 진정해

탄소: 아 놔봐 얘 아무래도 그때 다친 게 대X리인 거 같다고

석진: 말 좀 가려서...! (기겁)

탄소: 아니 대체 무슨 사고방식이면 결론이 그렇게 되는데

지한: 약간 그거지,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보는 으~ 른~ 의 자세! 나 이제 피터팬 관둘랭~

석진: 야 니네 누나 날뛰잖아, 야, 김지한, 야!

지한: 아 왜!

탄소: 니 나이가 몇 살인데 벌써 결혼이야! (와장창)

지한: 조선시대엔 지금쯤 손주까지 봤다고! 젊고 탱탱할 때 서로 조건 맞는 사람끼리 만나서 예쁜 가정 꾸리겠다는 게 뭐가 문제야!

석진: (경악)

탄소: 탱탱? 니 얼굴을 탱탱볼로 만들라니까, 너 딱 걸렸어 잡히기만 해봐, 야!

지한: 회사하고도 다 정리된 내용이야! 왜 누나가 더 난리인데! 언제는 무리하지 않고 회복하는 거에만 집중하라며! 왜 이래!!!!

지민: (개판이네)




후에 탄소를 위로한 건 지한의 속사정을 아는 지민입니다.




지민: 그, 자기가 너무 누나한테 의지하면서 지낸 것 같다고 이제 본인의 삶은 본인이 책임지고 싶다 그런 식으로 얘기했던 거 같아요 배우 활동에서 누나 동생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관심과 비난이 쏠리는 이유는 절대 아니에요

탄소: 아니 원래 그게 결혼으로 이어지는 거야? 본인 인생만 책임지는 게 아니라 남의 집 귀한 딸 인생까지 같이 책임지는 거잖아악

지민: 어 ...네? 결혼이요?

탄소: 결혼해서 그 다음에 애라도 낳으면 어쩔 거야 어쩔 거냐고옥!!!!




지민도 지한의 결혼 선언을 이때 접해서 난감했지만요.




석진: 둘이 남매는 남매야...

호석: 왜요 형?

석진: 지한이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정상적인 척하는 이상한 애라는 걸 깜빡 잊었던 거지 내가

호석: 예?

석진: 아주... 피는 못 속여...




석진은 별안간 탄소네 부모님이 얼마나 자식 걱정이 많으실까 염려했다고 합니다.




엄마: 탄소가 성이 갖고 싶대

아빠: 갑자기?

엄마: 뭐 갖고 싶단 말을 안하던 애가 그래서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네

아빠: ...갖고 싶다는데 사줘야지

엄마: 외국에 별장 하나 정도 더 가진다고 나쁠 건 없으니까, 뭐




성을 사달라는 다 큰 딸보다도 결혼하겠다는 아들에 대한 걱정이 더하다는 걸 모르는 게 함정이에요.




아빠: 연락 받았어? 지한이가...

엄마: 설마 자기 누나보다 먼저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할 줄이야

아빠: 요즘 들어 애들이 이상해

엄마: 다른 집 애들도 이러는 거면 어떡하려고 말을 그렇게 해?

아빠: ... ...

엄마: 그래도 의외긴 의외야... 탄소는 결혼이니 맞선이니 입 밖으로 내지도 말라 그랬는데 지한이는 자기가 나서서 선을 보겠다고 그러는 걸 보면... 예전에 탄소랑 같이 화도 냈었잖아

아빠: 사춘기인가?

엄마: 요즘엔 백세시대라고 나이 계산을 좀 다르게 하는 것 같던데 사춘기가 맞을 수도 있겠다!

아빠: 사고 안 치고 얌전하게 큰다 생각했는데 아직 사고칠 시기가 안 와서 그런 거였네




곧 서른인 딸에게 사춘기라니요.


무엇보다 지한은 당시 이십대 초반에서 이십대 후반이 되었단 말이에요.




탄소: 그래 김지한 내가 너의 결혼 소리에 잠깐 정신이 나갔었다

지한: 드디어 인정하는 거야?

탄소: 여전히 그 은퇴 선언 너무 갑작스럽지만 적어도 데뷔할 때처럼 나보다 다른 멤버가 먼저 알던 게 아닌 게 어디니

지한: 어... (찔림)

탄소: ...? 뭐, 왜

지한: 아냐, 계속 말해

탄소: 누구의 영향도 압박도 받지 않고 순전히 네가 하고 싶은 일이고 선택이라면 내가 말릴 이유가 어디 있겠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지한: ...응

탄소: 대신 그 선택에서 행복해지겠다고 약속해

지한: ... ...

탄소: 너보다 먼저 행복해진 내가 미안하지 않도록




사람이 무서웠던 지한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누나를 닮기 위해, 따라가기 위해, 의지가 되기 위해 했던 많은 선택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해낸 게 타인을 무서워하지 않는 법이었거든요.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까지 괜찮을 정도는 아니지만, 누나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 주변의 사람에게 날선 경계심을 허물 만큼이 되었으니.




지한: 누나처럼 화려한 행복은 아니겠지만 나는 나대로 행복해질 거야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늘에서 벗어날게. 온실 속의 화초에서도. 누나가 나를 위해 유리온실이 되는 건 늘 별로라고 생각했어.


겉으로는 흠집과 잔뜩 금이 갔는데 당장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유리가 계속 무너지지 않고 있는 건 그 안에서 자라고 있는 화초 때문이라고.


근데 그 화초가 유리온실이 되고 싶어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겠지. 이젠 화초도 유리온실도 없겠지만, 그렇잖아.


나는 나에게 어울리는 행복을 완성할 거야.


누나의 도움 없이 오로지 내 스스로.




지한: 누나도 나 때문에 행복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지내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변화하려 노력할 테니까




이십대 배우 중 군필에 젊은 나이대, 준수한 연기 실력까지 다 갖췄다며 누나의 유명세에 힘입어 금방 많은 팬들을 모았던 지한은 그렇게 짧고 굵은 연예계 생활을 정리했습니다.


사고가 났던 건 이미 간략하게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모두의 추측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음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자 라이징으로 떠오르던 신인배우의 활동 중단, 은퇴 선언을 이해할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와중에 탄소의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화제성을 가진다며 인터뷰라니 뭐라느니 별 이유를 들어 집을 찾아가려던 사람들이 인근 주민들의 신고를 받아 다른 언론에 공개되면서 한바탕 난리였는데요.


여기에서 학창시절 동안 있었던 말도 안되는 사건들이 동창들의 공개를 통해 알려지면서 참 난리도 아니었죠.


사람을 이렇게까지 못 살게 굴 수가 있냐. 어떻게 이러냐. 겨우 데뷔해서 뭐 좀 해보겠다는데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또 무슨 날벼락이겠냐.




탄소: 요즘은 좀 어때?

지한: 강의 들으러 학교 나갈 때마다 좀 피곤하긴 한데, 직접적으로 달려드는 사람은 없어서 그럭저럭 괜찮아

탄소: 경호원이라도 붙여줄까

지한: (기겁) 아 진짜 싫어 하지마 그런 거

탄소: 알았어...

지한: 안 그래도 전화 왔단 말이야

탄소: ? 누구한테

지한: 누구겠어




아들의 소식을 인터넷으로 접한 부모님. 전지적 대중 시점이라 가슴이 철렁했다고 합니다.




탄소: 앗...

지한: 나한테는 무슨 일 있을 때마다 바로바로 얘기하라더니 정작 누나도 똑같네 뭐

탄소: ...ㅎ...

지한: 누나가 데뷔하고 있었던 일들까지 전부 말하면 한 분은 쓰러지시는 거 아니야?

탄소: 그건 말하지 않는 걸로 하자

지한: 응 그게 좋을 거 같아

탄소: 일단 우리한테 화내진 않으실 거야




탄소의 말대로 부모님은 남매가 지금껏 지한의 사고 소식을 숨긴 데에 화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전거를 타며 새벽산책을 하고 있었을 뿐인 지한에게 음주운전으로 끔찍한 사고를 만들어낸 인간에게, 아주...




탄소: 법보다 무서운 게 뭔줄 아냐

지한: 뭔데

탄소: 우리 부모님이야

지한: ?




지한과 탄소를 보면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석진이 말하는 남매고요.


그집 아들은 건드려도 딸은 건드리지 말아라. 윤기가 아는 탄소입니다.


여기에서 김탄소가 법보다 무서운 게 부모님이라고 말해버리니, 참 무서워요.




탄소: 한국은 총기 소지가 불법이지만 부모님이 있는 곳은 그렇지 않지...

지한: 농담도 정도껏 쳐...

탄소: 요즘 웹툰을 많이 보긴 했어 내가




석진, 이대로 괜찮은가?




석진: (오싹) 어, 뭐야

윤기: 형 왜 그래요 갑자기

석진: 몰라 뭔가 서늘하게 쫙 끼쳤는데, ...뭐지?

윤기: ??




탄소가 하는 말이 정말 농담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탄소 본인조차도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김남매의 해피 에버 에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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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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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블랙문입니다! 사이 좋은 남매, 가족이네요 ㅠㅠ 부럽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드는 가족인 것 같아요...
4년 전
독자2
달비스입니다! 탄소와 지한이,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게 눈물 나네요ㅠ 지한이도 이제 행복해지는 것만 남았네요
4년 전
독자3
키딩미입니다!! ㅜㅜㅜ 이제 정말 다들 행복만 했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4년 전
독자4
찡긋입니다 와 드디어 이게 제대로 풀어지네ㅠㅠ 지한이 진짜 누나 찐사랑 잘알겠고... 나도 그 주인공이 되고싶고... 중간에 잘먹어서 잘 큰거에 매우 부럽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이거 진짜 맞는 말이고...ㅋㅋㅋㅋ
4년 전
독자5
[0224]입니다. 이제 진짜 다 행복만하자 ㅠㅠㅠ 지한이도 좋은사람이랑 선보면 좋겠어요!
4년 전
독자6
다들 서로의 마음의 짐을 하나씩 털어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7
백구🐶 이 남매는 진짜 눈물 콧물 쏟게 했다가 갈비아프게 웃겼다가... 막간 장성한 자식 시집 장가보내는 기분이라고 생각했더니 찐으로 장가를 가버렸구요(˘̩̩̩ε˘̩ƪ) 행복만 라자 이제( ˃̣̣̥᷄⌓˂̣̣̥᷅ )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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