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intro) : 오늘도 꿈꾸는 꿀FM
피곤하다 이제 녹음도 끝났고 하니 빨리 퇴근해야지 오늘도 고생했습니다 민윤기. 요즘 프로그램 2개를 맡아 하다보니 꽤 체력 소모가 크다는 걸 느낀다.
그 때 들리는 목소리에 난 소리없이 절망했다.
“민피디 잠깐만 국장실로 올라가봐 국장님께서 부르신다”
“국장님께서요?”
무슨 일이지? 전혀 짐작도 못했던 국장님의 호출에 약간은 걱정 되는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현재 진행하는 라디오의 녹음을 마치고 이제 퇴근이나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기분좋게 짐을 챙기고 있었는데 선배 피디가 날 불렀다. 내가 뭐 잘못한 거 있나? 도무지 내 기억 속엔 그런 일은 절대 없는데 무거운 발걸음으로 국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괜히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올라갔다. 왠지 시간을 더 끌고 싶었달까.. 암튼 벌써 여기 입사한 지 2년이 지났네 군 제대하고 허겁지겁 준비한 회사치고는 아주 좋은 직장을 구했다. 적응도 괜찮게 했고 친한 사람들도 몇 명 없지만 같이 일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까. 술자리 빼고 거긴 너무 시끄러워 정신이 하나도 없다니까. 근데 정말로 무슨 일로 나를 부르신 건지 괜히 찔리네. 그렇게 별별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 새 국장실 문 앞까지 와 있는 나였다. 노크를 하고 들어오라는 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국장님도 퇴근하시려던 참인지 책상에 걸터 앉아계셨다. 이 바닥에선 나름 젊으신 분이셔서 그런지 수트도 늘 말끔하면서도 멋지게 차려 입으신다. 피디인 나는 전혀 수트같은 걸 입을 필요가 없지만. 뭐 암튼 관심이 있다는 건 아니고
암튼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국장님
“안녕하세요”
“어 자네 여기 잠깐 앉아봐”
“네”
“내가 자네를 왜 불렀을 것 같나?”
“잘 모르겠습니다”
그걸 알면 제가 이런 표정을 짓고 있겠습니까 국장님
“왜 그렇게 굳어있어 좋은 소식이야”
좋은 소식? 국장님 퇴근하라고 말씀해주시는 게 지금 제가 제일 듣고 싶은 말입니다만
“무슨 소식인지..”
“자네가 오후 시간 라디오를 맡아주면서 청취율이 날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어 재미도 있고
내가 들어도 괜찮을 만큼 요즘 자네 아주 좋아“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어떤 말씀을 하시려는 걸까 설마 프로그램 하나 더 맡으라 뭐 그런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니겠지 지금도 2개나 하고 있는 마당에 3개는 눈치 보여서라도 못하니까. 그리고 아무리 능력있는 선배 피디들도 프로그램을 3개나 맡아 하는 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근데 지금 말씀하시는 뉘앙스가 영 수상한데
“지금 하고 있는 교육라디오 있지? 그거 김피디한테 넘기고 민피디 자네가 꿈꾸는 꿀FM을 맡아줬으면 해”
꿈꾸는 꿀FM 라디오? 아 그 프로. 우리 방송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송 중 하나다 오후 10시에서 오전 12시까지 하는 방송이고 연령층은 주로 10대~20대였던가..
내 담당은 아니라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들어보니 재미있고 청취율도 엄청 좋고 디제이들도 잘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건이 하나 터지는 바람에 완전 개편될 거라는 소문이 있던데 덕분에 인기도 전보다는 좀 줄고.. 암튼 근데 그걸 내가 맡으라고? 오 마이 갓이다
“제가 아직 그 정도로 능력이 있다고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국장님”
“아냐 자네라면 충분히 살릴 수 있어 꿀FM 제 2 전성기 터트리면 자네는 제대로 인정 받는거야
이런 기회 흔치 않아 내가 민피디 자네라서 특별히 신경쓴거네“
나를 보는 국장님의 눈을 보니 내가 지금 당장 사표를 내도 그 즉시 분쇄기에 갈아버릴 만큼 확고한 표정이다. 마치 처음 입사할 때 봤던 국장님의 패기 넘치시던 그 모습같다
윗분의 말씀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날 저렇게 까지 치켜세우는 걸 보면 어지간히 급하긴 급한가보다 요즘 새 프로그램이 늘면서 선배 피디들도 많이 바쁜 탓에 나보고 부탁하시는 거겠지
하긴 인기있는 라디오 하나 망하면 타격이 크긴 크다만.. 그래 한번 해보자 안 되면 뭐 국장님께서 잘 책임져 주시려나
“알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럼 국장님 패널들하고 디제이들은.. 작가들도”
“내가 작가들은 이번에 젊은 신입 작가들로 꾸리라고 말해놨어 들어보니까 실력이 괜찮아
대신 디제이는 자네가 좀 고민을 해봐“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하네 민피디라면 내가 믿으니까"
예상 못한 정신없는 국장님과의 만담을 끝내고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 한 캔을 사 집으로 돌아갔다. 차도 바꿔야 할 때가 된 것같네 집으로 돌아가니 휑한 공기만이 감돌았다.
몇 년 째 혼자 사는 게 익숙하고 꽤 괜찮다 느끼면서도 요즘엔 혼자 산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가고 나이도 이젠 어리지 않다보니 가끔은 묘하게 낯설 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넘겨 받은 리스트에는 작가들의 이력서가 들어있었고 기존의 구성 테마부터 이제까지 시도해왔던 코너들까지 정리가 되어 있었다. 누군지 참 자상하네 나같음 귀찮아서 이렇게까지 못 한다
“자 그럼 어디 보자..”
가장 첫번째에 나열 된 작가 리스트를 펼쳐보니 두 명의 어린 작가들의 이력서가 눈에 들어 왔다.
전정국 나이가 26? 어리네 얼굴도 잘 생겼고 연예인 해도 되겠는데? 경력들도 괜찮고 학벌도 좋네 별 중요한 건 아니다만 이 친구 나쁘지 않네. 그 다음은..
김탄소 나이 26 여기저기 프리랜서로 활동했었고 나이에 비해 필모그래피가 꽤 탄탄한데? 글씨도 이쁘고 얼굴도 이쁘네 인상도 수수하니 괜찮고
국장님께서 작가들을 잘 뽑으셨네 신입이면 군기도 바짝 들어서 부지런할거고 한동안 몇 번 챙겨주면 그 뒤엔 알아서 잘할꺼니까 이리저리 마음에 든다 오케이 작가들은 통과
근데 디제이 섭외가 문제네 아무래도 10대, 20대가 많으니까 이번엔 아이돌을 한번 써볼까.. 한번도 같이 프로그램을 한 적은 없지만 요즘 인기있는 연예인을 디제이로 세우면 홍보는 확실하니까 괜찮겠네 어디 보자 이미지 좋고 젊고 말 잘하고.. 남자면 내가 편하니까 남자로 섭외하는 게 낫겠지 그 순간 생각나는 한 친구가 뇌리에 스쳤다.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졌고 그 즉시 전화기를 들고 생각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누구?
“야 호석아”
“이 시간에 왠일이냐 민윤기 아 맞다 너 국장님께 불려갔다며? 뭔 일있어?”
“응 뭔 일있다 이번에 니가 날 좀 도와줘야해“
“왜? 뭔데?”
“나 꿈꾸는 꿀FM 라디오 토스 받았다”
“진짜? 오~ 요즘 잘 나가네 민윤기”
“암튼 그건 그렇다 치고 디제이 섭외를 내가 해야 돼
그래서 이번에 내가 생각해 놓은 사람이 있는데“
“누군데? 여자?”
“어.. 내 기준에서 여자만큼 이쁜 남자”
“뭐야 그게 누군데?”
“방탄소년단 김태형이랑 박지민”
“야 걔네가 뭐가 이쁘냐.. 근데 김태형이랑 박지민 걔네들 너무 바쁜 애들 아냐? 섭외 힘들껄?”
“해보지도 않았잖아 부딪혀보고 결정하자 호석아”
“예예 알겠습니다 그럼 전화번호 보내주면 되냐?”
“어 고맙다 조만간 술 한잔 살게”
“그래"
뭐 이정도면 대충 반은 섭외한 거나 마찬가지지 사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김태형과 박지민을 생각해 낸건 절대 아니다. 좀 친한 작가가 예전부터 꼭 같이 일해보고 싶다며 칭찬을 그렇게 했었는데 그게 지금 문득 떠오를 줄이야 하긴 그 작가 아니었으면 이 친구들을 생각해내지도 못했겠지만
하여튼 지들이 아무리 바빠도 이런 큰 라디오 디제이를 놓칠 이유가 없다 데뷔한 지 꽤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이젠 자리를 다른 쪽으로도 잡아야 할 테니까
잠시후 전화번호가 도착하고 그렇게 내 전화번호부에는 남자 전화번호가 또 2개나 늘었다. 안 그래도 남자 밖에 없는데 은근 외롭네 이거
이제 전화 해볼까 늦은 시간이지만 뭐 안 받으면 말고 그렇게 작은 우려와는 달리 김태형은 연결음이 두 번도 채 들리기 전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쾌활한 목소리에 약간은 긴장이 풀렸다
“안녕하세요 빅히트방송국 민윤기 피디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피디님”
자 이제 한번 꼬셔볼까
“밤 늦게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이번에 꿈꾸는 꿀FM 고정 디제이로 김태형씨랑 박지민씨를 섭외하고 싶어서요
괜찮으시다면 다음 주에 미팅이 있는데 한번 오실래요? 회사에 연락하는 것보단 제가 직접 통화하면서 섭외를 하고 싶어서요“
“저랑 지민이를요? 우와..”
“어떠세요?”
말이 끝나자 마자 김태형은 뛸 듯이 기뻐하며 말했다 김태형씨 생각보다 귀여운 청년일세
“완전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아 잘 됬네요. 그럼 지민씨도 옆에 계시면 제가 한번 통화를 해보고 싶은데ㅇ...”
“지민이도 당연히 좋아할 거에요 제가 장담합니다 피디님 걱정마세요
지민이가 안 하겠다하면 저 혼자서라도 할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자세한 미팅 날짜는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전화를 끊으면서 나지막히 들리는 김태형의 기뻐 날뛰는 목소리에 내가 다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 그 열정 아주 마음에 들어요 김태형씨. 첫 섭외가 이렇게 쉽게 잘 풀릴 줄은 몰랐는데 암튼 다행이다
자 이제는 마음 놓고 자도 되겠지? 태형씨 성격이 나하고 아주 잘 맞네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이렇게 기대된 적은 없었는데 왠지 이번 프로는 순탄하게 잘 흘러갈 것 같은 기분이다
아까 사 온 맥주를 다시 냉장고에 넣고 침대에 누웠다. 오랜만에 푹 잘 수 있겠어
그럼 다음 주에 봅시다 꿀FM 식구들
인물 설명 (보고 싶은 독자님들만 보세요 - 스포는 아니랍니다) |
[직책] 민윤기 - 꿀FM 피디 전정국, 여주 - 꿀FM 신입 작가 김태형, 박지민 - 꿀FM 신입 DJ 정호석 - 엔지니어 김남준 - '문제적 라디오' 디제이 김석진 - '문제적 라디오' 피디
[나이] 여주=전정국=김태형=박지민(26) < 민윤기=정호석(28) < 김남준=김석진(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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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슈팅가드입니다 생각보다 빨리 왔죠? 계속 미루다보면 또 선택장애가 도질까봐 그냥 일찍 왔습니다! 드디어 저의 로망(?)인 피디와 작가로 돌아왔는데 라디오 이름을 정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약간은 재창조를 거듭해서 '꿈꾸는 꿀FM'을 만들었는데 참 부끄럽습니다 (작명센스가 영 없네요) 비루한 글이 되지 않게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다시 받을께요 신청해주셨던 분들 그대로 해주셔도 되고 새로운 이름으로 해주셔도 된답니다! 새로운 독자님들은 대환영이고 기존의 독자님들도 당연히 대환영!!입니다!! 애정합니다 모두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