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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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님의 속눈썹이 몇 가닥인지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갑작스런 피디님의 스킨십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내 손목을 잡고 있는 피디님의 손이 뜨겁게 느껴지고 내 얼굴은 점점 빨개졌다.
아주 잠깐 동안 이었지만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뭘 기대한건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피디님은 그제야 웃으며 내 손목을 놔주었다. 이것도 장난일까.
저 내가 당황하는 게 재밌어서 그러신 거겠지. 문득 약간의 실망감이 스쳐지나갔다. 아냐 피디님을 남자로서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래. 괜히 심술이 난거야. 그래 아닐거야.
“나 피곤해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살며시 눈을 감았다 뜨며 낮은 목소리로 피곤하다고 말하는 피디님이었다. 다행히 찌개를 올려둔 불은 거의 끄다시피 낮춰 놓았기 때문에 걱정은 없었다.
그런 그가 괜히 얄미워 볼이라도 꼬집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좀 쉬어요 찌개 다 되면 깨워 드릴 게요”
“그냥 밥 먹죠 뭐 잠도 다 깼는데”
그렇게 빨개진 얼굴로 방에서 나와 찌개를 확인해보니 걱정과는 달리 색은 꽤 봐줄만 하고 국물도 떠 먹어보니 간도 괜찮고 생각보단 결과물이 괜찮아서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탁자 위에 숟가락 두 개. 젓가락 두 쌍, 밥 두 그릇을 놓자 기분이 묘했다. 언제나 혼자 밥을 먹던 식탁에 숟가락, 젓가락, 밥이 두 개인 것을 보니 좋으면서도 어색했다.
피디님도 방에서 나와 식탁 앞에 왔다.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혹시 입맛에 안 맞으면 어떡하지.. 요리는 너무 오랜만인데
“꽤 괜찮은데요?”
“먹어봐요 어떤지”
“우리 작가 긴장했구나”
“잔소리 말고 빨리 먹어봐요”
“알았어요 알았어”
식탁 앞에 놓은 찌개를 맛보더니 인상을 살짝 찌푸리는 모습에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역시 요리는 손에서 놓으면 안 되는 구나.. 절망감에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맛있냐고 물어볼까 했지만 그냥 나도 덤덤한 척 숟가락을 들어 애꿎은 밥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피디님은 말없이 날 보더니 씨익 웃곤 금세 밥 한 공기를 비워냈다.
아 잘 먹었다 라는 말을 연신 내뱉으면서. 안되겠다 궁금해서 물어봐야지
“맛이 어때요?”
“흠... 솔직한 걸 원해요 아님 거짓말을 원해요?”
“....솔직한 거요”
내 대답을 듣곤 약간 고민하는 척 하다 다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피디님은 대답했다.
“솔직하게 맛있어요”
"정말요?"
“응 정말로. 내가 뜨거운 걸 잘 못 먹는데 이건 맛있어서 다 먹었어요
잘 먹었어요”
진심인지 모를 피디님의 대답이라도 기분이 좋았다. 어쨌든 피디님은 내가 만든 밥을 다 먹었고 맛있다고 해줬으니 그걸로 됐다며 이제 다 먹었으니 상을 치우려고 했다.
피디님의 그릇을 치우려고 보니 이미 숟가락, 젓가락, 그릇은 한 데 포개어 정리해 놓은 그 모습에 괜히 더 설렜다.
다음번에 한 번 더 놀러오라고 말할 뻔 했지만 요리를 더 배워놓고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아냐.
그렇게 거실로 나와 각자 노트북을 켜 원고를 확인하려 했다. 원고를 정국이랑 겨우 어찌어찌해서 이틀 치는 완성했는데 도저히 하루 분량이 나오지 않았다.
피디님께서 도와준다 했을 때 당황했지만 동시에 살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밥도 먹었으니 원고 좀 봅시다”
“일단 피디님 오시기 전에 써 놓은 건데.. 어때요?”
“정국씨랑은 의논 했죠?”
“네”
“그럼 이틀 치는 대충 완성됐겠네요.”
“네 하루 분량이 더 남았는데 딱히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요”
피디님도 원고를 읽더니 곰곰이 생각에 빠져들었다. 나도 하루종일 노트북을 붙잡고 고민해봤지만 정국이도 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틀 치를 한 번에 완성한 것도 모자라 하루분량을 더 해야하니까 정신이 없었다. 피디님과 말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지도 벌써 5분이 넘어갈 즈음 피디님이 입을 열었다.
“탄소씨”
“...아 네?”
“이건 녹음분으로 넘기지 말고 일일 디제이를 구해서 해보는 건 어때요?”
“일일 디제이요? 섭외가 지금 당장 될까요?”
“일단 디제이를 구하면 그 방송은 3일 후에 나갈 거니까 시간이 내일까진 있어요”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는데”
“이런 건 석진선배가 잘 알텐데”
“네?”
선배의 이름이 들리자마자 반사적으로 신경이 깜짝 놀랐다. 다행히 피디님은 나의 반응을 눈치채진 못한 것 같다. 석진선배라니 안돼요.
그렇다고 안 된다고 말할 수도 없고. 괜히 둘러댈 말을 생각하고 있는데
“석진선배가 대타 잘 찾아주거든요. 겉보기엔 고상한 선비 같은데 워낙 인기가 좋아서
아무래도 나보다 2년정도 더 오래 했으니까 연락망도 넓고”
“아.. 그래도 미안하니까 그냥 우리끼리 해결 해보는게..”
당황한 마음에 서둘러 피디님을 막았다. 선배랑 또 마주치면 한동안 또 속 시끄러워 질 거 같으니까. 아직까진 선배가 불편하고 기분이 복잡하다.
나의 대답에 피디님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다행이야.
“그런가? 하긴 요즘에 그 선배도 바쁠거에요 아마”
“그래요! 제가 조..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려 해요!”
“뭔데요?”
“그.. 우리 라디오가 청취자의 연령대가 젊은 층이니까 문화의 날이라는 타이틀로
영화나 음악을 추천해주는 거죠! 어때요?“
“괜찮을 거 같네요 특집으로 내보내는 거죠?”
“네”
나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피디님은 날 보며 말했다. 정말이지 갑작스럽게.
“그럼 영화보러 가야겠네”
“지금요?”
“뭘 알아야 추천을 하죠 난 요즘 영화 안 보고 산지 꽤 돼서 잘 모르거든요”
“저도 그렇긴 한데..”
“자 그럼 보러가는 걸로 하죠 배도 부르고 산책도 할 겸”
피디님은 당황한 내 표정을 보고도 내 팔을 잡고 몸을 일으키더니 빨리 가자며 벌써 현관으로 나서고 있었다. 피디님과 영화라니 너무 갑작스러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래 오랜만에 시원한 영화관에 가서 영화나 보고 커피나 마시고 오자. 이 일을 하면서 이토록 즐거웠던 기억이 없었는데 피디님과 일을 하면서 늘 설레는 일로 가득하다.
“빨리 와요 영화 30분 뒤에 시작해요”
현관에 서서 신발을 신고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는 피디님을 향해 걸어갔다. 기분좋은 설렘에 손에 쥐고 있는 휴대폰의 진동도 느끼지 못한 채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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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늘 잘 읽고 있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이번 주말엔 글로 불태우겠어요!
이번에 '방탄소년단 쩔어'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사랑해주세요
암호닉 = 사랑 |
〈!--StartFragment--> 김남준 민윤기 봄 현지 늉기 노래 들레 디즈니 짱구 브이 꾸울 윤아얌 하늘 꿀만두 예워아이니 단거 카누 알라 민트 초딩입맛 양념 애기무당 작가님1호팬 꿀귀 모즈 가온 태태야 명언 레몬 눈설 은 뽀로롱 범블비 누텔라 린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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