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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 Honesty

 

 

 

 

 

 


01.

 

 

 

 

 

호원이 바닥에 있는 작은 돌을 뻥하고 차고는 손을 가로 하고 돌이 날라가는 것을 보았다.
기세좋게 찬 거 치고는 작은 돌은 똑!하고 바닥에 떨어져 또르르르르 하고 굴렀갔다.

호원이 에잇 하고는 달려가서 그 작은 돌을 뻥하고 찼다. 그리고 그 돌이 날아가는 모양을 보았다.
축구선수에 빙의한것 마냥 찼던 호원의 작은 공은 작은 축구공이 된 듯 멀리 날아갔다.
호원이 ' 오~ '하고 입술을 모아 감탄을 한것도 잠시

 

축구공에 빙의한 돌은 사람머리에 툭 하고 맞았다. 그리곤 바닥에 떨어져 또르르르 굴렀다.

 

........

..............씨발 좃됐다.

 

호원이 뒤를 돌아 도망칠 준비를 했다.

 

" 이호원!!!!!!! 이 문디자슥아!!!!!! "

 

익숙한 윤여사의 목소리에 호원이 움찔하고는 도망가던 자세 그대로 앞으로 돌았다.

돌에 맞은 사람이 설마 윤여사인가 싶어서 호원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윤여사가 감싸고 있는 사람은 자신또래의 남자아이였다. 작은 돌에 맞은 머리를 문지르는 아이는 호원이 처음보는 아이였다.
호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윤여사와 남자아이를 보았다.

 

" 으핳하하하 괘..괜찮아요. 아줌마. "

 

" 우리 동우 머리 괘안나? 저 문디 자슥 냉큼 이리안오나?!! "

 

우리 동우? 내를 저마이 아끼봐라 하고 미간을 징그리던 호원이 어머님의 불호령에 우샤인볼트에 버금가는 속도로 남자아이와 어머니 앞에 섰다.

그러고보니 자신의 집 앞에 커다란 이삿집 차와 사다리차가 서있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짐을 나르고 있었다. 비어있는 옆집에 드디어 누군가 이사오는 가보다.
호원이 이삿짐들을 구경할 새도 없이 윤여사의 손바닥이 호원의 팔을 퍽퍽 때렸다.

 

" 아! 아!!! 아프다!!! 고마해라!!! "

 

" 얼릉 사과해라 ! "

 

호원이 시뻘겋게 윤여사의 손바닥 모양이 난 팔을 슥슥 문지르며 그제서야 자신의 앞에 서서 아직도 머리를 문지르며 멍하니 서있는 동우를 보았다.

커다랗고 날카로운 눈매에 호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존나 쎈캐삘이 나노. 그 무섭다는 일진이가 니가?

하지만 사나이가 가오가 있지. 쉽게 사과할수 없지! 돌을 피했어야지!! 내가 니 눈빛에 쫀거 절때 아이다!!!

 

" 먄. "

 

" 짧다!! "

 

" 미안!!!!!"

 

일진보다 더 무서운 윤여사의 호통에 호원이 버럭 미안하다고 소리를 질렀고, 동우가 움찔하고 어깨를 움츠리고는 호원을 보았다.
그리고는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호원을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 으핳하하하하하하핳하"

 

"......점마 뭐꼬? "

 

허리를 숙여 박장대소를 하는 동우를 보며 호원이 자신의 엄마를 보았다. 손가락으로 동우를 삿대질 하는것도 잊지 않고.
동우는 이내 웃음을 멈추고는 호원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 괜찮아. "

 

호원이 한쪽 눈썹을 꿈틀했다. 팔에 소름이 한톨 돋았다.
동우에게서는 부드러운 톤의 부드러운 말투가 흘러나왔다. TV속의 서울말씨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직접 듣는 육성은 호원의 귀에 간지럽게 들려왔다.

 

" 작은 돌이라서 다행이다."

 

동우가 바닥에 떨어진 작은 돌맹이를 보며 웃었다.

호원의 팔에 도도도독 하고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호원에게 작은 돌이든 큰 돌이든 머리에 맞으면 기분나빠서 멱살을 잡았을 텐데, 동우의 작은 돌이라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말에 더 소름이 돋았다.

 

이 자식.. 뭐꼬..

 

호원이 팔에 돋은 소름을 슥슥슥 문질렀다.

 

 

 


02.

 

 

 

옆집에 이사온 동우라는 아이는 자신과 동갑이였다. 그리고 윤여사가 그렇게 자기 아들처럼 감싸고 했던게 윤여사의 여동창의 아들이라고 했다.
결론은 옆집에 이사온 사람이 엄마친구란 소리였다.

서울에서 살다가 부산으로 내려왔단다.
그리고는 니 기억안나나? 얼라때 한번 논적있었는데? 하면서 호원에게 물었다.
호원은 일주일전 기억도 희미한데 어릴때 기억까지 어떻게 하냐며 윤여사에게 따졌다.

일주일 전 기억도 희미한 호원에게 어릴적 기억까지 요구하는 건 가혹한 처사였다. 그건 동우도 마찬가지일꺼라고 호원은 고개를 끄덕여 자기 합리화를 했다.
기억하든 말든 현재가 중요하므로 그런것은 중요치 않았다.

 

그래 현재!!!

 

지금 교탁앞에 서있는 저 자식이 현재다!!!

 


호원이 불꽃이 튀어나갈 정도의 눈빛으로 교탁앞을 응시했다.

담임이 전학생이라면서 질질 끌고온게 옆집에 이사온 엄마친구아들 장동우였다. 자신과 같은 교복을 입고 서있었다.

왜 많고 많은 반 중에 우리반인데?!!

 

" 서울에서 전학왔다. 동우야 인사해라. "

 

" 안녕. 난 장동우라고 해. "

 

호원이 어깨를 움츠리고는 토돌토돌 돋아난 제 팔의 소름을 보았다.
아오 씨발!! 소름돋았어!!! 사내새끼 말투가 뭐 저러노?!!

 

호원이 제 소름을 툭툭 털어내며 반 학우들의 반응을 살폈다. 동우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한 순간 시베리아벌판같더니 이내 아이들이 푸하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 어? 어?? "

 

동우가 당황하자 아이들이 책상까지 두드리며 웃었다. 동우가 울상을 지으며 담임선생님을 보았지만 역시나 같이 웃고있는 담임선생님이 도움이 될것 같지 않았다.
동우가 시선을 돌리자 자신을 보고 있던 호원과 눈이 마주쳤다.

동우와 눈이 마주친 호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동우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호원이 그 시선을 피해버렸다. 엄마친구아들인 호원을 발견해서 기쁜마음도 잠시 자신을 피하는 호원탓에 동우의 어깨가 축 쳐졌다.

 

" 니네 웃지마라잉? 동우 뻘쭘하게 와그라노."

 

 동우가 담임을 얄밉지 않게 흘겼다. 자기도 웃어놓고서는.. 동우가 고개를 숙여서는 뾰루퉁히 입술을 내밀었다.

호원은 그런 동우의 행동을 하나하나 보았다. 소름을 넘어서 이제는 목이 가려워지는 호원이였다.
손을 들어 퍽퍽 간질거리는 목을 긁었다.

 

" 그래. 동우는 어디 앉을까? "

 

목을 긁던 호원이 불안스레 자신의 비어져 있는 옆자리를 보았다.

 

슬마.. 저 서울 무스마가.. 슬마... 여기로? ... 씨벌드..seebird는 갈매기 ..가 아니고!! 아오 씨발 안된다!!

 

" 그래 저기 빈자리 있네. 이호원이 옆자리에 앉으면 되겠네. "

 

저..저.. 넌씨눈 같은 담탱이가!!!

담임은 동우에게 손가락으로 콕콕 호원의 옆자리를 가르켰다. 동우가 담임의 삿대질 끝에 향해있는 호원의 옆자리를 보았다.
호원은 한마리의 광견이 되어 담임의 손가락을 물어뜯고 싶다고 생각했다.
동우가 사색이 되어있는 호원을 보지 못한채 호원의 옆자리라는 생각에 환하게 웃었다.

 

 

담임이 전학생이 왔다고 왕따가 어쩌고 저쩌고 설교를 할때쯤 동우는 호원의 옆자리에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호원이 긇어서 벌게진 목을 손으로 가리고 기름칠을 덜한 로보트처럼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 동우를 보았다.
동우는 호원을 보며 환하게 웃고있었다. 호원이 웃는 동우를 보며 다시금 돋는 간지러움에 상체를 뒤로 뺐다.

 

" 우리 어제 봤지? "

 

동우의 말에 슥슥 문질러 없앴던 소름이 호원의 팔에 톡! 하고 하나 올라왔다.

동우가 환하게 웃었다.

 

" 우리 친하게 지내자. "

 

토도도독톡톡!!!

격한 소리를 내며 호원의 온몸에 닭살이 돋아 났다. 이대로 닭이 되어 날아갈것 같은 호원이였다.

 

" 으아아악!! 치아라!!!!"

 

결국 온몸에 돋아난 닭살과 간지러움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호원이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쳤다.
동우의 눈이 동그랗게 떠져서 호원을 보았다. 물론 동우만 호원을 본것이 아니다.
반 학우와 담임의 눈도 호원을 향했다.

'치아라'란 말이 대충 무슨 뜻인지 이해한 동우의 동그란 눈이 흔들렸다. 호원이 문득 조례시간임을 상기하고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후회를 하며 고개를 숙였을때
마주한것은 동우의 흔들리는 눈동자였다.

호원이 헐! 하고 놀라할때쯤 동우가 고개를 숙여 호원의 시선을 피했다.

헐?.. 서..설마.. 우..우..나..??

그럴만도 했다. 친하게 지내자고 살갑게 말을 건냈더니 저리 꺼저라라고 호원이 대놓고 소리쳤으니 아침부터 웃음거리가 된 동우로선 속상했다.
그래도 어제 본 호원은 괜찮았다. 비록 작은 돌맹이를 차서 제 머리를 아프게 했지만 사과도 했고, 엄마말로는 어릴때 같이 논적도 있다고 해서
오랜만에 만난 소꿉친구 같았는데 동우의 생각과 호원의 생각은 달랐나보다.

 

" 이호원이!!! 이 자슥이!! 니 뭐라캤노?!"

 

" 아.아니..그게 아니라요."

 

" 임마 내가 지금 왕따에 대해 설교하고 있는디! 니가 지금 왕따를 조장하냐?! "

 

" 아..아니 그게 아니라요오"

 

" 이 문디 자슥!! "

 

호원은 동우에 의해서 문디자슥이라는 말을 많이 들은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불려나가면서도 호원은 고개를 숙인 동우를 보았다.
작은 돌맹이에도 개구리가 죽을 수도 있다는데 제가 무심코 뱉은 말에 동우가 상처입은 것 같아서 찝찝한 호원이였다.

 

 

 

 

03.

 

 


복도에 손을 들고 벌서고 있는 호원을 보며 호원의 친구인 경호와 영수가 혀를 쯧쯧 찼다.

 

" 니 미칫나? "

 

경호가 자신의 머리옆에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호원을 보았고, 고개를 든 호원이 눈을 부라리며 경호를 보았다.
무리에서 가장 작은 키를 소유한 영수가 경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 점마 머리가 돌인거 니 몰랐나? "

 

" 알고 있제. "

 

" 근데 미친거 왜 묻노? 돌인데. 당연한거 아이가? "

 

영수의 말에 경호가 빵터져서 배를 잡고 웃었고, 영수도 덩달아서 웃음을 터트렸다. 호원이 반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았다.
그리고 초침이 굴러가는 것을 눈으로 쫓았다.

10.9.8.......3.2.1.

 

" 이 새끼들아!!!"

 

벌을 받아야 할 시간이 지나자 호원이 두 손을 내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참을 웃으며 호원을 놀리던 경호와 영수가 벌떡 일어나는 호원의 모습에 소리를 지르며 복도 저편으로 도망갔다.
호원이 저린 다리를 무시하며 빛의 속도로 달려가서 복도저편으로 사라지는 둘의 뒷덜미를 잡았다.

역시 달리기는 이호원이 짱이다 , 그래 점마는 전생에 치타였다 아이가?
하며 호원에게 잡힌 경호와 영수가 샐죽샐죽 웃으며 호원에게 아부했지만 이를 악문 호원에겐 통하지 못한듯 했다.

 


결국 몇대 맞고 끝이 난 호원놀리기가 진압이 되었다. 복도 저편에서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며 걸어오는 경호와 호원, 영수였다.

 

" 니 동우한테 사과해래이."

 

영수가 호원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말했다.

 

" 아! 뭐..뭐.. "

 

호원이 어이없다는 듯이 자신의 왼쪽에 서있는 영수를 보자 호원의 오른쪽에 서있던 경호가 호원의 머리를 꾹 눌렀다.

 

" 니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갖고 '치아라!!!' 안캤나. 서울애새끼들 마음이 얼마나 유리가슴인데 임마. 치아라란 말이 뭔뜻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꺼져라란 뜻으로는 해석이 안되겠나? "

 

" 그래. 카고 생긴건 공룡같이 생겼어도 우리반애들 존나 박장대소할때 존나 당황하던데.. 필시 유리가슴을 넘어 쿠크다스심장을 가졌을 끼다. "

 

" 영수 말대로 니가 지금 유리가슴에 유리 와장창 깨드리고 쿠크다스 심장을 푸삭푸삭 뿌샀다 아이가? "

 

" 그래 임마. 니가 백번 잘못했다 시키야. "

 

" 그래 임마. 니 와그랬노? "

 

호원은 변명하고 싶었다.
동우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자마자 온 몸에 간지러움이 돋아 긁어도 긁어도 시원해지지 않았다. 간지럽긴 한데 정확히 어느부위가 간지러운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동우의 부드러운 말투가 귀에 닿자 마자 온 몸에 소름이 푸드드득 돋아나서 견딜수가 없는데 자신더러 어떡하란 말이가..

호원이 변명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이내 동우의 흔들리던 눈이 생각난 호원이였다.
그냥 척봐도 나 상처 받았어요. 내 유리심장 깨졌어요. 쿠크다스 심장이 부숴져서 부스러기 됐어요.하는 눈빛이였다.

동우의 흔들리는 눈이 생각나자 또다시 돋은 소름에 호원이 미간을 징그렸다.

경호와 영수의 말을 듣기도 전에 호원은 자신이 잘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긴 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이렇게 들으니 미안함은 백배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전학와서 낯설을 텐데. 그것도 아주 먼 거리를 이사를 와서 어색할 텐데. 살갑게 다가온 동우를 호원이 차갑게 밀쳐내지 않았던가.

필시 호원이 동우의 입장에서라도 호원은 씨발씨벌드죽일놈의 새끼인것이였다.

호원이 한 숨을 쉬었다.

영수가 한숨을 쉬는 호원을 보며 푸흐흐 웃으며 호원의 등을 토닥였다.

 

" 미안하고 한마디만 하면 된다. "

 

" 그래 사나이가 되가지고 그 말 한마디 못하면 못쓴다. "

 

" 그래그래 니 착한거 우리가 알고 있다 아이가."

 

영수의 말에 경호가 빵터졌고, 호원이 소름이 돋은 팔로 경호와 영수의 배를 사이좋게 때려주었다.

이 새끼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누굴 보자기로 보나!

 

 

 

04.

 

 

 

호원은 자신의 자리이것만 뻘줌뻘줌하게 동우의 옆자리에 앉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우는 고개를 들 생각이 없어보였다.
호원이 시선을 돌려 자신의 옆 분단을 보자 눈을 반짝이며 자신과 동우를 보고 있는 경호와 영수가 보였다.
영수가 두 손을 꽉 쥐고 호이팅! 하고 입모양으로 호원에게 전달했고, 경호는 손을 팔랑이며 빨랑빨랑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호원이 한숨을 쉬고는 서랍에서 첫번째 수업시간에 들어야할 책을 꺼냈다.
호원이 말을 걸려는 그때 앞문으로 선생님이 들어왔고, 호원이 멍하니 너무도 일찍 들어온 선생을 보았다.
반짝반짝이는눈으로 조마조마하게 보고있던 경호와 영수는 선생님의 등장으로 맥이 빠진듯 에이.. 하고는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호원이 책을 펼쳐 오늘의 수업할 부분을 펼쳤다. 그리고는 슬금슬금 동우의 책상을 밀어넣었다.
고개를 숙여 의기소침해 하고 있던 동우의 눈에 호원의 책끝자락이 보였다. 시야에 슬금슬금 조금씩 보여지더니 반페이지가 보였다.

 

" ..큼.... 니.. 교.교.교과서.. 어.없제?.."

 

동우가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호원을 보았고, 죄지은 아이처럼 동우의 눈치를 보던 호원이 동우와 눈이 마주치자 훽 하고 동우의 시선을 피했다.
호원의 귀가 새빨갛게 익은 것을 발견한 동우가 작게 웃었다.
그리곤 호원이 펼쳐놓은 문학책을 보았다.

 

" 고마워. "

 

동우의 작은 말이 새빨게진 호원의 귀에 들어왔다. 동우의 목소리와 말이 닿은 귀가 간지러워졌다.
호원이 붉어진 귀를 감추듯 손을 들어 긁적긁적 귀를 긁었다.

 

 

 


05.

 

 

 

 

호원은 미안하다는 말을 동우에게 하지 않았다. 대신 행동으로 자신의 '치아라'발언은 피치못할 몸의 사정으로 인해 튀어나온 망언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경호와 영수의 말에 따르면 그 모습은 흡사 '친절한 이호원씨'같았다고 했다. 경호와 영수가 오! 하고 놀랄때즘 동우가 보지 못하게 호원이 경호와 영수를 보며
니나 잘하세요 하고 복화술을 했기 때문이였다.

그래봤자 별거 없었다. 교과서가 없는 동우에게 교과서를 보여주었고, 체육복을 아직 준비못한 동우에게 다른반아이의 체육복을 빌려주었다.
아직 친한 애들이 없는 동우를 위해 같은 팀이 되어주었고, 점심시간에도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물론 호원의 곁에서 항상 같이 놀던 경호와 영수도 같이 있었다.

 

동우는 경호와 영수와도 친해졌다. 처음에는 서울어쩌고 저쩌고 이것저것 묻더니 이내 서울에 흥미가 떨어진듯 동우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왔다.
호원은 따로 질문할 필요도 없이 조잘조잘되는 참새 두마리 덕분에 동우에 대해 이것저것 알게 되었다.

워낙 붙임성과 사교성이 좋은 경호와 영수인지라 사교계에 금지인물이라는 이호원과도 친해진 위인들이였다. 경호와 영수탓에 호원도 동우가 편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동우가 말을 할때마다 돋아오르는 간지러움과 소름이라는 몸의 반응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동우 몰래 퍽퍽 긁었고, 털털털 소름들을 털어내었다.

이호원 좀 씻고 다녀라라는 영수의 말에 내는 하루에 세번 샤워한다고 자신의 청결함을 자랑한 호원이였지만 벅벅 긁고 있어서 신빙성이 떨어졌다.
그럴때마다 동우가 웃음을 터트렸고, 아이들은 동우의 웃음소리를 따라 웃었다.

 

동우도 사실 경호와 영수못지 않은 사교계의 유명인사로써 붙임성과 사교성이 좋았다.

아이들은 동우에게 서울 말을 배우기도 했고, 간혹 동우에게 사투리강습을 진지하게 해주었다.
으하핳하하하고 숨넘어가듯 웃으며 사투리강습을 받은 동우는 어색한 서울말씨와 어색한 부산사투리를 썼다.
덕분에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말이 어눌해졌다. 덕분에 아이들에게 더욱더 귀여움을 받았다.

 

그런 동우를 놀리며 웃고있는 아이들을 보며 호원이 쯧쯧 혀를 찼다.
그리곤 그 사이에 놀리는 것에 개의치 않는 듯이 웃고있는 동우를 보았다.

웃으면 커다랗고 사나운 눈이 사라져서는 순한 양같았다. 그래서 그런가 동우는 항상 웃었다. 그래서 순한 양이 음메음메하는 것 같았다.

 

호원이 눈을 깜박였다.

 

동우가 입을 벌려 환하게 웃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그 입에서 하하하하하는 글자들이 귀엽게 나왔다.
웃고있는 동우가 순한양같이 귀여웠다.

 

호원이 엎드려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 퍽퍽퍽 하고 간지러운 모든 곳을 긁어 댔다.

 

내가 지금 뭐라칸기고?!! 점마가 !! 귀엽다캤나?!!! 저 공룡같은기?!!으아아악!!

 

하지만 긁어도 긁어도 동우덕분에 생긴 간지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동우를 따라 웃던 경호가 갑자기 일어나서 벅벅 온 몸을 긁는 호원을 보았다.

 

" 이호원 점마.. 자다 일어나서 와 저카노? "

 

경호의 말에 동우가 시선을 돌려 호원을 보았다. 한참 꽃가루 알레르기가 극성이라고 뉴스에 들은 동우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호원을 보았다.

 

" 호원이 뭐.. 알레르기 같은 거 있어? "

 

아이들은 지랄발광하는 호원을 보다가 시선을 돌려 호원에대한 걱정을 한가득 안고있는 동우를 보았다.

 

 


이호원이.. 점마.. 장동우 알레르기 있다.

 

 


호원이 동우에 한해서 저런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동네 아이들은 그 말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였다.

 

 

 

 


06.

 

 

 


동우가 간혹 정확한 서울말을 쓸때마다 호원은 소름이 돋는 것을 꾹꾹 참아내었다. 간질거리는 것도 참아내었다.
처음에 동우에게 돌을 던진것과 치아라하고 망언을 던진 잘못이 있는 호원이였기 때문이였다.
아무리 친해져도 소름과 간지러움은 사라지지 않았고, 더 심해져만 갔다. 그리고 호원도 다짐한것이 있었다.
그 소름과 간지러움을 절대 동우에게는 티를 내지 않겠다고. 혹여나 진짜로 유리가슴 쿠크다스 심장을 가진 동우가 자신때문에 또 상처받을까봐 호원 나름 배려한 것이였다.

하지만. 호원에게도 한계라는 것이 왔다.

 

"으악. 야.... 소름 끼친다. 그거 쓰지마라. "

 

" ?? 엉?? 내..내가 뭐라구 했는데? "

 

호원의 꾹 누른것을 폭발시키듯 하는 말에 동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호원을 보았다.
동우는 그저 호원에게 평소대로 말한거 뿐인데 호원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했다.

 

" 으악! 니 말투 다 소름이다!! 으아아!......에이 씨발. "

 

결국 내뱉고나니 시원하긴 하지만 왠지 찝찝한 호원이 눈치를 보며 팔에 돋아난 소름을 때를 밀듯 퍽퍽 밀어댔다.

아마 이런 말을 내뱉은걸 윤여사나 경호나 영수가 알게되면 자신의 등짝은 남아나지 않겠구나 하고 호원이 생각했다.

호원이 자신의 말투를 아직도 소름 돋아하는 것을 동우는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 직구로 던질 줄은 몰라던 동우였다.
호원이 슬금슬금 동우의 눈치를 보았다. 동우가 뾰루퉁히 입술을 내밀었다.
입술이 삐죽삐죽하는 것을 보며 호원이 움찔했다. 그리고는 이내 슬금슬금 동우에게 다가갔다.

 

" 야.. 삐칬나? 내가 한두번 그카나.. "

 

" 아니.. 내가..뭐.. "

 

" 으아!! 간지러!!!! 치아라고마!!!"

 

가까이 다가간 탓에 동우의 삐죽이는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말이 호원을 간지럽혔다.
호원이 후다다닥 동우에게서 멀어졌고,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호원을 보며 동우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원이 퍽퍽 긁어대던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멍한 동우를 보았다.
동우의 눈동자가 또다시 흔들렸다.

 

씨발.. 좃됐다.

 

 

 

07.

 

 

 

" 얌마. 니 동우 너무 괴롭히는거 아이가? "

 

" 뭐라카노. 쟈는 입을 열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내가 그거 참는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나?! 봐라 자슥들아 벌게졌다 아이가?!"

 

호원이 벅벅 긁어 붉어진 두 팔을 자신을 취조하는 영수와 경호에게 보여주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호원을 보며 영수가 혀를 쯫쯫 찼다.
경호는 호원의 붉어진 팔을 잡고는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 내는 이제 적응되서 괜찮은데. "

 

" 카고.. 동우 조까 귀엽다 아이가. 서울말이랑 사투리랑 섞여갖고..."

 

동우를 귀엽다고 말하는 영수를 보며 호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귀엽다고?!!!! 아 물론 씨발.. 나도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지만.. 잠깐만.. 아 씨발 또 간지러워.
근데 나만 귀.귀..귀..귀신!!!! 아니 이게 아니고, 나만 귀엽다고 생각한게 아니였어?! 아 씨발 이것도 좀 문제긴 한데?!! 으아니?!!
잠깐만 왜 나 멘붕 오는데? 왜 갑자기 가슴이 이래 답답하노. 에이 씨발..

 

호원이 몸을 긁적이다 퍽퍽퍽 가슴을 쳤다.
알 수 없는 간지러움과 알 수없는 불안함, 알수 없는 기분나쁨이 호원의 가슴을 가득 답답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알 수가 없었다.

 

영수가 허리를 숙여 고개를 숙인 호원을 보았다.

 

" 니 동우한테 제대로 사과해래이."

 

" 헐? 또 뭘 사과하라꼬?! "

 

내가 무슨 장동우 사과의 아이콘이가?!

 

" 니 솔까말 접때도 그냥 어영부영 넘어갔다 아이가? "

 

" 자슥아. 점마 지금 울면서 나갔다 아이가."

 

" 헐?!! 뭐라꼬?! 울었다꼬??! 사내자슥이 뭐 그깟걸로 울..억. "

 

경호가 호원의 뒷통수를 한 대 때렸다. 영수가 경호가 때린 호원의 뒷통수를 문질렀다.

 

" 내가 동우 유리가슴 쿠크다스심장이라 캤나 안캤나? 점마 교육방송 보면서도 울던데.. 니가 그 지랄을 했는데 안울겠나? "

 

 

 

 

08.

 

 

 

동우도 이번에는 단단히 화가 났는지 호원을 쳐다도 보지도 않았고, 말을 걸지도 않았다. 수업이 끝나면 쌩하니 호원을 피해 사라졌고, 하교시간이 되었다.
옆집사는 사이라 평소에 같이 등하교를 했던 호원과 동우였다.
하지만 동우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짐을 싸고는 옆분단의 경호와 영수에게 안녕! 하고 빛의 속도로 인사하고는 사라졌다.
빛과 같은 속도에 호원이 벙져있다가 경호와 영수의 째림에 호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동우의 빛과 같은 속도에 전광석화를 더한 호원이 동우를 따라갔다.

 

눈 앞에 동우가 보이자 호원이 동우를 불렀다.

 

" 야!!!"

 

" ....."

 

동우는 호원의 목소리를 들은듯이 흠칫 하더니 이내 다시 제 앞길을 걸어갔다.
호원이 움찔하는 동우를 보며 멈추려나 하고 미소를 짓다가 다시 걸어가는 동우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야!!! 야 임마!! "

 

" ..."

 

" 사내자슥이 그깟걸로 삐치고 카노!!! 야!!!! "

 

동우가 뒤를 돌아서 호원을 보았다. 동우를 잡겠다는 마음으로 뒤쫓아갔던 호원은 갑자기 멈춰서서 자신을 보는 동우 탓에 호원도 우뚝 멈춰섰다.
화가난 동우의 모습에 호원이 미간을 찡그렸다.

 

" 나 '야'아니야! 장동우야!! "

 

동우가 악에 받치듯 소리친 말에 호원이 벙져서 동우를 보았다.

 

" 헐.. 그걸 모르나?"

 

설마 아무리 그래도 호원이 동우의 이름을 모를리 없었다. 이 학교에서 부산에서 장동우의 이름을 제일 먼저 안거는 자신이였다.

 

" 근데 왜 자꾸 야! 야! 야!!! 거리는데?!! "

 

" 그.그럼 뭐라카노... 아! 그래 니! 니!! 라 카믄 되나?! "

 

동우가 훽 뒤돌아 섰다.
호원은 한번도 동우의 이름을 불러준적이 없었다. 동우의 이름이 ' 야' 인듯 동우를 부를 때면 야야야하고 불렀다.
다른애들은 한번씩 이름도 불러주더니 자신에게는 얄짤도 없었다. 그래도 그것까지는 넘어가려고 했는데 ...
동우가 울컥하고 속상한 마음에 주먹을 콱 움켜쥐었다.

소름돋는다고 또 꺼지라고 그러고..

이름 불러달라고 이름 가르쳐 주니까 '야'에서 '니'로 바뀌었다.

진짜 문디 자슥이다 이호원!


" 어?! 야!!! 헙.. 아니 니!!! "

 

" ......"

 

동우가 울컥울컥하고 참을 수 없을 만큼 속이 상했다. 그 울컥함에 눈물이 가득차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주먹을 꽉 쥐어서 울컥한 눈물을 비벼서 닦았다.

 

" 아 거 서봐라!!! 야!!!!!!!! "

 


호원이 눈이 동그랗게 떠져서는 재빠르게 뛰어가 동우의 팔을 잡아서 끌었다. 호원이 자신의 품에 동우를 안았고, 그 앞으로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호원이 동우를 꽉 안고는 저멀리 사라지는 오토바이를 향해 욕을 했다.

 

" 점마가 미쳤나!!!!! 초록불에 왜 달리노!!! 씨발!!! "

 

손으로 눈을 비비며 건널목을 건너려던 동우가 눈 앞에 쌩하니 자신을 치고갈 뻔한 오토바이에 깜짝 놀라서 몸이 굳었다.
호원의 커다란 목소리에 호원의 품에 안겨있던 동우가 몸을 움츠렸다.

제 품안에서 움츠리고있는 동우를 느낀 호원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마터면 동우가 다칠뻔 했다.
그것도 자신때문에 화가나서 말이다. 그래도 앞은 보고 가야지!!

호원이 제 품에 있는 동우를 떼내었다.

 

" 야!! 내가 서보라 캤다아이가! 카고 니는 건널목에서 좌우도 안살피고 건너나?!! 하마터면 니 다칠뻔 했다아이가!! "

 

호원이 동우의 멱살을 차마잡지 못하고 동우의 어깨를 잡고는 짤짤짤 흔들었다.

오토바이와 호원의 품에 안겨있어서 놀란 상태인 동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화를 내는 호원을 보았다.

심장이 떨어질뻔했다. 눈앞에서 동우가 오토바이에 치이면 호원은 알수없는 것들로 가득한 심장을 밝힐새도 없이 사라질것 같았다.
안도의 한숨은 결국은 동우에게 버럭 화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면 또 동우의 유리가슴 쿠크다스 심장이 다칠것을 아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
 

" 딸끅.. "

 

"..?!!! "

 

한소리를 더하려고 마음을 가라앉히던 호원이 동우의 딸꾹질에 동우를 보았고, 놀라서 딸꾹질이 나온 동우가 새빨갛게 익어서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입을 막아서 멈출 수 있는 딸꾹질이라면 딸꾹질 100번하면 죽는다는 말이 안나왔을 것이다.
입을 막아도 딸끅딸끅 하고 호원에게 잡힌 어깨가 딸국질을 했다.

한순간 폭발하듯 머리에 화가 쏠려있던 호원이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딸국질 하는 동우의 모습이 사라졌다.  머리에 쏠려있던 화는 정체도 없이 사라졌다. 언제 화가 났냐는 듯이 사라졌다.
대신 알수 없는 간지러움이 다시 나타났다. 정확히 가슴이 간지럽다는 것도 알것 같았다.

호원이 그대로 주그려 앉아 크킄큭 하고 웃음을 흘렸다.
호원은 들썩들썩 어깨로 숨죽여 웃었고, 동우는 딸끅딸끅 어깨로 딸꾹질을 했다.

 

" 우.웃 딸끅.. 웃지마!!! "

 

" 큽.. 크큭.. 아고..배야.. 풉.. "

 

".... 이씨!!! "

 

" 어?!! 야!!! "

 

딸꾹질을 멈추지 않은 동우가 뒤를 돌아 다른길로 걸어갔고, 동우가 사라진 것을 느낀 호원이 벌떡 일어났다.

 

" 아..씨.. 장동우!!!! "

 

호원이 머리를 두 손으로 잔득 헝클이며 멀어져가는 동우의 등에 대고 소리를 쳤다.
그제서야 동우가 걸음을 멈추곤 뒤를 돌아 호원을 노려보았다. 여전히 멈추지 못한 딸국질과 함께 말이다.

호원이 자신을 노려보는 동우를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냉큼 동우의 앞으로 뛰어갔다.

 

" 같이 가자. "

 

" ......"

 

" 야.. 아니.. 어.. 그러니까.. 도..도..도..동우야. 으아아아악!! 오글거려!! "

 

호원이 손을 오그렸다 폈다 했다. 동우가 씩씩 거렸다.

 

" 이호원!! "

 

" 알따알따.. 자슥아. 아니아니.. 어.. 도..동.. 큼.. 됐고, 사탕사주께. 같이가자."

 

" 내가 무슨 어린애야? 사탕하나에 쫄랑쫄랑 같이가게? "

 

" 니 얼라 아이가? "

 

" 얼라?? "

 

" 얼라 이꼴 어린이."

 

" 아니야!!! 딸끅. "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 이호원 꺼져어!!!! "

 

" 하하하하하하 아이고 배야!!! 하하하하하하하 "

 

 

 

 


+)

" 쯧쯧.. 이호원 점마 진짜 미쳤는갑다? 동우 전학오고 나서 제대로 미쳤네? "

" 점마가 저마이 박장대소를 하게 하노.. 동우도 존나 신기하다."

" 그래 니 기억나나? 내가 접때 존나웃긴애기 했는데 점마는 하하하하하하고 다섯글자만 뱉은거."

" 푸하하하핫!! 맞다!! 내기억난다!!! "

" 저쌔끼 저거 뭐꼬. "


담장위에서 얼굴만 빼꼼 내민 경호와 영수가 동우와 호원을 보며 혀를 츳츳 찼다.

" 근데 우리 뭐하는 건데? 우리 왜 이렇게 숨어서 봐야되는건데? "

경호의 말에 힘이 빠진 영수가 담장아래로 내려왔다.

" 몰라 새끼야. 내려온나. 집에가자. "

" 알따. 야!!! 같이가자!!! "

" 퍼뜩 온나!!! "

 

 

 


09.

 

 


그 사건은 그냥 동우혼자 화난거였고(...호원의 말을 빌리면 삐친거고) 동우혼자 풀려버렸다.(사탕하나에 풀린게 아니다.)
그래서 호원은 역시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또 어영부영 넘어갔다.

그 사실에 영수가 혀를 츳츳 차며 동우의 등을 찰싹 때렸다. 으앙 하고 비명을 지른 동우를 영수가 밉지 않게 노려보았다.

 

" 아!왜 때려."

 

영수의 갑작스런 폭력에 사탕을 빨던 경호가 더 놀라서 동우의 등을 문질러주었다.

 

" 니 가만히 있는 아 한테 와카노?! "

 

" 그냥."

 

" 헐... 보소..하영수 못떼빠진 심보 보소. 동우 니 괘안나? "

 

동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영수를 보았다.

 

" 나 뭐 잘못한거 있어??"

 

웃는 얼굴 그대로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동우를 보며 영수가 가슴을 퍽퍽 쳤다. 그리고는 동우의 멱살을 잡았다.

 

" 니!!! 니는 그래가 안된다!!!! 그래가 저 이호원이가 저래 싹! 퉁바가지다 아이가?!!"

 

" 이호원 싹수 노란게 어째서 동우 때문이고!! "

 

" 윤경호저리끄져!!! "

 

경호와 영수 사이에 동우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호원이가 왜 싹퉁바가지지?? 호원이 말은 그렇게 해도 착한데??

화장실에 갔다온 호원이 동우를 사이에 두고 서로 멱살잡이를 하고있는 경호와 영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어색하게 웃고있는 동우도 보았다.
호원이 미간을 찡그리고는 한 손은 영수의 이마에 한손은 경호의 이마에 올려서 둘을 멀리 떨어뜨려놓았다.

 

" 이것들이 미쳤나. 와이카노.  "

 

둘 사이에 있던 동우가 호원을 보며 으헤헤 웃었다.

 

" 봐. 호원이 싹퉁바가지 아니야. 착해. "

 

멀리 떨어져서 주먹다짐을 하려고 두 주먹을 꽉 쥐고 있던 영수와 경호가 동우의 말에 서로를 노려보고있던 눈을 돌려 동우를 보았다.

 

"뭐라꼬?!! "

" 동우야 니 미칫나? 이호원이 차카다 캤나?!"

" 씨발 이호원 임마 장동우한테무슨짓 했노?!! "

" 장동우 똑바로 말해봐라! 이호원이 니한테 몹쓸짓 했제? 이호원 이 문디 자슥아! "

 

동우의 뜨끔없는 발언에 눈을 동그랗게 뜬 호원이 근질거리는 가슴을 긁적긁적 긁었다. 하지만 이내 폭탄처럼 떤지는 영수와 경호의 말에 호원이 미간을 찡그렸다.

아니.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보자기로 보이나?!! 무슨 몹쓸짓?!! 왜 또 내 보고 문디자슥이라카노!!!

동우를 만나뒤에 가장 많이 듣게된 문디자슥이란 말에 호원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이 새끼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 장동우 잘봐라! 저기 어디가 차카노?!! "

 

" 쟈는 그냥 문디자슥이다! 호문디!!! "

 

영수와 경호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고는 교실 문밖으로 도망쳤고, 호원이 그 둘의 뒤를 따라서 뛰어갔다.
동우가 총총총 교실문앞에서 토끼와 사슴이 호랑이를 피해 도망다니는 동물의세계를 보며 꺄르르륵 웃었다.

그리고 토끼와 사슴은 얼마안되서 호랑이에게 잡혔다는 슬픈 애기가 전해졌다.

 

 

 

10.

 

 

 

" 으하하핳!  호원아 젓가락질이 왜 그래~"

 

동우가 급식을 먹다가 어쩌다 고개를 돌려 호원의 젓가락질을 보았고, 뭔가 어색하다고 느낀 순간 동우가 웃으며 호원의 젓가락질을 지적했다.
그와 동시에 호원이 식판위로 젓가락을 떨어뜨렸고, 아까 호랑이에게 뜯어먹힌 토끼와 사슴인 영수와 경호가 움찔하며 밥숟가락을 든 손 그대로 일시정지하였다.

경호가 맞은편에 앉은 호원의 눈치를 보며 밥을 입에 넣었고, 동우의 맞은편에 앉은 영수가 숟가락으로 동우를 가르켰다.

 

" 보소.. 장동우 패기보소..."

 

" 엥? "

 

" 이호원에게 젓가락질 지적은 죽음이다. 니.."

 

영수의 말에 동우가 고개를 돌려 호원을 보았고, 호원은 그저 묻묻히 젓가락을 버린채 숟가락으로 밥을 퍼먹고 있었다.

 

" 엉? "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이렇게 한 친구가 또 갑니다. 주님. "

 

영수가 합장을 했다. 경호가 성호를 그었다. 호원은 묻묻히 숟가락으로 밥만 퍼먹었다.

동우가 아차! 하고는 호원을 보았다.

 

" 미안해 호원아."

 

밥을 꼭꼭 씹어먹던 호원이 동우의 말에 좀 잔잔해졌다 싶은 소름이 또다시 토돌토돌 돋아났다.

됐다. 고마해라. 소름돋았다. 밥좀 묵자 쫌!!!

하고 입안에 밥이 든 호원은 동우에게 말하지 못했다.

 

호원이 아무말하지 않고 밥만 먹자 더욱더 미안해져오는 동우였다. 사람마다 건드리면 안되는 것이 있는데 동우가 그것도 모르고 호원의 단점을 콕 지른것 같아서 미안해졌다. 동우가 고개를 숙여 숟가락질만하는 호원을 보았다.

 

" 미안해. 컴플렉슨지 몰랐어.응? 미안해. 응?응? "

 

......체하겠다. 무스마야. 저리가라.쫌!!

호원이 점점 다가오며 사과하는 동우덕에 점점 상체를 뒤로 뺐다. 경호와 영수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앞 쪽에 앉은 동우와 호원을 보았다.
 
말은 않고 밥만 퍼먹는 호원에게 더 미안해진 동우가 자신의 식판에 있는 비엔나 소세지를 호원의 숟가락 위에 올려주었다.
호원의 눈이 동그랗게 떠져서 제 숟가락위에 올려진 하얀 쌀밥위에 동우가 올려놓은 새빨간 비엔나 소세지를 보았다.

 

" 반찬두 먹어.응? 미안해.."

 

온 몸에 참을 수 없는 소름과 더욱더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이 호원을 괴롭혔다.

 

푸우---------------웁!!!!


 

" 으악!!!!!!!!!!!!!!!!! 이호원 씨발 드럽게!!!! "

 

" 으아!!! 문디자슥아!!!!!!!!!!!!!!!"

 

호원은 숟가락을 떨어뜨렸고, 경호와 영수를 향해 입안에 있던 하얀 쌀밥을 뿜어내었다.
그와중에 목구멍에 넘어가다 걸린 쌀알로 인해 사례에 걸린 호원이였다.

 

" 호원아 괜찮아? "

 

" 콜록콜록 켁켁.."

 

전혀 안괜찮다. 무스마야. 저리가라 안캤나?!!!

호원의 속마음이 동우에게 들릴리 전혀 없음으로 동우는 친절하게 호원의 등까지 토닥여주었다.
제 등에 닿는 동우의 손길에 간질간질한 것들이 더 난리를 쳐대었다. 귀가 쌔빨게진 호원이 격한 기침을 해대었다.
그리고 자꾸만 쿵쾅쿵쾅 뛰고있는 심장을 퍽퍽 쳤다.

 

온 몸이 지랄 발광 난리 브루스 쿵짜라 쿵짝 이라고 호원이 생각했다.
그리곤 자신을 보며 걱정 한가득인 동우를 슬쩍 노려보았다.

 

이기 다 니때문이다!!!!

 

" 미안해... "

 

시무룩해져서 사과하는 동우를 보며 호원이 슬그머니 노려보던 시선을 내렸다.

그래.. 지랄발광난리브루스쿵짝하고있는게 내 몸이지 니 몸이냐.. 에라이 씨발..

 

" 콜록 콜록."

 

 

 


11.

 

 


점심시간의 그 밥풀분출 사건을 겨우겨우 수습을 하고 동우는 무리들과 떨어져서 매점에 갔다.
그리고 손에는 빵과 우유를 사가지고 왔다.

동우가 사가지고 온 빵을 입에 넣은 영수와 동우가 사가지고 온 우유를 들이 마시던 경호의 눈이 옆분단이 동우와 호원의 자리로 향했다.
너무 옆으로 눈을 몰아서 봐서 가자미가 될것 같다고 둘은 생각했지만 흥미진진하니까 포기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젓가락질 지적이 나오자 마자 이호원은 식판을 엎어야 하는것이 정석이였지만, 밥만 퍼먹었기 때문이였다.
미안하다고 자기한테 다가오는 동우에게 이미 저리꺼져라며 손으로 밀쳐내야 정석이였지만, 손하나 까닥 하지 못했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동우에 한해서만 죽는 호원의 성질머리 역시 한몫했다.
접때는 온몸을 긁더니 요새는 가슴쪽만 긁적거리는 것도 수상했다.  어째든 호원의 행동이 동우에 한해서 이상하다는 것에 둘이 동의했기 때문이였다.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동우는 미안함에 어쩔줄 몰라하며 호원에게 빵과 우유를 건냈다.

 

" 미안해. "

 

호원은 자신의 책상앞에 놓여진 빵과 우유에 미간을 징그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고개를 숙여 시무룩해진 동우를 보았다.
숙여진 정수리에 미안하고 써붙여진 것 같았다.

이미 젓가락질로 인한 놀림은 익숙해졌고, 괜찮은데.... 츱.. 야가 유리가슴에 쿠크다스 심장이라서 카나..

호원이 한숨을 쉬고는 손을 들어 동우의 머리를 헝클었다. 동우의 머리에 쓰여진 미안이란 글자를 지워버렸다.

동우가 고개를 들어 호원을 보았고, 호원은 동우를 쳐다보지못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 됐다 .마. 니는 무슨 사과를 그래마이하노. 한번만 하믄 됐지. 사나이가 되가지고.."

 

" 사나이고 뭐고 잘못한건 사과해야지.."

 

" 됐다. 내 화 안났다. "

 

" 진짜가? "

 

" 니 사투리 썼나? "

 

호원이 고개를 돌려 키득하고 웃자 동우도 그제서야 환하게 웃었다.

 

" 응? 그랬어??"

 

" 억양이 슬쩍 그랬다. "

 

" 히.. 그래두 이거 먹어. 니가 좋아하는 초코맛이야. "

 

호원이 이미 동우의 머리에 쓰여져있던 미안이란 글자가 사라졌음에도 계속 쓰다듬었다. 동우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헤헤 웃었다.

 

 

영수가 빵을 질겅질겅 씹었다. 경호도 영수의 빵을 뜯어서 입안에 넣고는 찔겅찔겅 씹었다.

 

" 이상하다 카이.. 이호원 점마 저거 봐라.. "

" 뭐꼬... 똥깡아지도 저래 쓰다듬은적이 없는데.. "

" 야.. 내 눈이 지금 이상하나? 저기 핑크빛이 도는데? "

" 에라이 씨발.. 내 눈만 이상한줄 알았는데. "

" 우리 둘 다 눈병신이였다고 믿고 싶다."

" 카아.. 이호원..카아.. 저 눈빛뭔데 소름돋는다!!! "

" 씨발 나도!! 악 가려워!!! "

죽마고우인 영수와 경호가 서로를 벅벅 긁어주었다.

 

 


그 뒤로 영수와 경호는 서로를 벅벅 긁어주는 일이 많이 생겼다. 한 예로.. 


호원이 미간을 잔뜩 징그리며 식판위의 반찬을 보았다.

이기뭐꼬. 내보고 먹으라는기가 말라는 기가.

레이저 빔으로 콩을 박살내겠다는 의지로 호원이 식판위의 시커맣게 콩알콩알 놓여진 콩자반을 보았다.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영수와 경호가 콩자반과 눈싸움을 하는 호원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호원이 시선을 들어 둘을 노려보았고, 둘은 시침을 뚝 떼고는 밥을 먹었다.
둘은 호원 보란듯이 우아한 젓가락질로 콩자반을 하나하나 입안에 넣었다.

호원이 젓가락을 들었고, 콩알콩알 거리고 있는 콩자반을 향해 싸움을 걸었다.
하지만 호원의 젓가락을 비웃듯 콩자반은 콩알콩알 호원의 젓가락을 피해 여기저기 도망다녔다.
식판위에도, 식탁위에도 호원의 젓가락을 피해 도망간 콩자반이 흝어졌다.

콩자반과_싸우는_흔한_이호원의_오기.avi를 보던 영수가 혀를 츳츳 찼다.

저 쓰잘데기 없는 오기보소... 쯧쯧..

콩자반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던 호원에게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평화사절단이 도착했다.
동우가 젓가락으로 콩알콩알거리는 콩자반을 콕 찝어서 호원의 하얀쌀밥위에 콕 박아주었다.

 

호원이 갑자기 패배를 시인하며 자신의 밥에 콕하고 박힌 콩자반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고, 평화사절단이자 승리의 여신(?)인 동우를 보았다.

동우가 환하게 웃었다.

 

호원이 귀가 쌔발게져서는 고개를 돌리곤 숟가락으로 콩자반이 콕하고 박힌 밥을 퍼먹었다.
딱히 콩자반이 먹고 싶었던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동우는 호원이 콩자반을 간절히 원하다고 생각하고는 열심히 호원의 밥위에 콩을 콕콕 박아주었다.
물론 콩자반뿐만이 아니라 다른반찬도 밥에 올려주었다. 호원은 숟가락질만 하면 되었다.

 

 

+)

" 즈기 뭐꼬..... 콩자반 숟가락으로 퍼묵으면 안되나?"

" 이호원..머리 돌이다 아이가.."

" 근데.. 왜 동우 손발이 고생하고 있노.."

" 모르겠다. 근디.. 존나 웃긴다. "

" 어.. "

" 그니까 냅두자. "

" 어 찬성."

"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

 

 

중간고사 시즌이 되자 으례 그렇듯이 체육시간은 자습시간으로 변모하였다.
체육을 좋아하는 호원으로서는 자습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정말 시험이 코 앞이라서 체육시간마저도 공부시간으로 필요했다.
중간치기에 드는 호원일지라도 중간에 들어가려면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다.

열공하던 호원의 샤프를 잡은 손 가까이에 동우의 손이 보였다. 꽉 쥔 손도 아니고 힘을 빼고는 스륵 반쯤 풀려있는 손에 호원이 고개를 돌려 동우를 보았다.

동우는 호원쪽으로 고개를 돌려 잠을 자고있었다. 곱게 뻗은 코끝으로 평안한 숨이 살랑살랑 거렸다.
호원이 동그랗게 뜬 검은 눈을 깜박였다. 찰칵찰칵 눈꺼풀을 사진기라도 된듯 동우의 자는 얼굴을 담았다.

호원이 손에서 샤프를 떨구었다.
떼구르르르 샤프가 문제집쪽으로 굴러갔다.

구름 사이에 숨어있던 태양이 나오자 창문으로 햇빛이 쏟아졌다.
창문으로 스며든 햇빛이 동우의 얼굴을 간지럽히자 동우가 감은 눈을 징그렸다.

호원이 손을 벋어 동우의 얼굴을 간지럽히는 햇빛의 조각을 가렸다. 동우의 얼굴을 간지럽히던 햇빛은 호원의 손등을 간지럽혔다.
동우의 얼굴에는 호원의 손모양의 햇빛가리개가 생겼다.

감은 눈은 언제 찡그렸냐는 듯이 호원의 손아래에서 다시 평온해졌다.
무슨 좋은 꿈을 꾸고 있길레 동우의 얼굴엔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호원이  그 모습을 보고는 동우를 따라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호원인 턱에 손을 괴고는 웃으면서 자고있는 동우의 얼굴을 보았다.
호원의 손은 여전히 동우의 얼굴위에서 햇빛조각들을 막아주었다.


해가 다시 쑥! 하고 구름사이로 숨으면 호원은 손을 내려서 저려오는 팔을 쉬게 해주었다. 하지만 동우를 보고 있는 눈은 쉬게 해줄 생각이 없는 듯 계속 바라보았다.
해가 다시 쏙! 하고 구름사이로 나타나면 호원은 언제 팔이 아팠냐는 듯이 다시 손을 들어 햇빛을 가려주었다.


결국 동우의 얼굴을 보던 호원도 스르륵 팔을 베고 누웠다. 가물가물 감기는눈에 동우가 보였다 사라졌다했다.
이내 닫힌 호원의 눈꺼풀에 동우의 잔상이 나타났다. 호원이 피식 웃으며 나른한 잠의 세계에 빠졌다.

 

+)


서로의 노트를 빼기고 있던 영수와 경호가 무심코 옆분단으로 고개를 돌렸다.

" 점마 뭐하노.."

" 신종놀이가? 왜 손을 올렸다 내렸다 카노."

" 쉿. "

영수가 검지손가락을 들어 경호의 입을 막았다. 경호가 상체를 뒤로 빼서 영수의 손가락에서 떨어졌다.

" 와? "

" 저거 지금.. 동우 얼굴에 햇빛지는 거 가려주는거아이가? "

" 에구머니나! "

" 새꺄 쉿이라고! "

" 알따 새끼야. 근데.. 저카지 말고 커튼치면 안되나.. 저거 또라이가? "

" 이호원 머리가 돌이라 캤잖아. "

"그래가 저래 손발이 고생하나.. "

" 재미있으니까 냅두자. "

" 어. 찬성.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

 

 

" 카하.. 이거 걸작이다. "

" 눙물나네! "

 

경호가 폰에 받아놓은 소리없는 카메라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동우와 호원을 찍었다. 책상의자까지 끌고와 위에서 찍는 프로페셜한 경호의 모습에 영수가 박수를 쳤다.
그리고 의자에서 내려온 경호에게 다가가 사진을 보며 존재하지도 않는 닭똥같은 눈물을 닦았다.

 

" 야. 설정샷 들어갈까?설정샷?!"

 

사진을 보던 경호의 말에 영수의 눈빛이 빛이 났다. 그리고는 살금살금 호원과 동우가 있는 앞자리로 갔다.

 

" 둘이 손 잡아주까? "

 

영수의 말에 경호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새웠고, 영수는 빵하고 소리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경호는 어느새 바닥에 주저앉아 손으로 바닥을 때리며 소리없이 웃고있었다.
같은 반 아이들은 저것들이 또 미쳤다 하며 혀를 츳츳 찼을 뿐이였다.

제일먼저 웃음을 멈춘 영수가 진지한 얼굴을 했다. 경호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났고 의자위로 경건하게 올라갔다.
영수는 세상에서 제일 진지하게 호원의 손을 살짝 들어올렸고, 그 옆에 있는 동우의 손위에 올려놓았다.
각도와 조명을 완벽하게 잡은 경호가 엄지손가락을 들자 책상아래로 쏙 숨은 영수는 소리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경호의 스마트폰에는 호원과 동우가 손을 잡고 다정히 자는 모습이 찰칵찰칵 찍혔다.

그리고 의자에서 내려온 경호도 소리없이 웃음을 터트리며 교실 바닥을 뒹굴었다.
웃다가 힘이 빠진 영수가 기어서 경호에게 다가왔고, 경호의 손에 들린 폰을 뺏어 사진앨범을 보았다.

 

" 하.. 씨발.. 존나.. 윤경호.. 니가 짱이다. "

" 이 모든 영광을 아름다운 피사체에게 받칩니다."

 

둘이 작당모의를 하던 말던 손을 잡은채 다정다정하게 자고있는 호원과 동우에게 햇살이 비추어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영수와 경호가 푸히히히 웃고는 커튼을 쳐주었다. 그리고는 둘을 배경을 삼아 셀카를 찍었다.

 

" 대박."

" 대에에에박! "

 

 

 


동우가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흐릿한 눈을 깜박이자 눈앞에 호원이 보였다. 동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주 보고 자고 있었다는게 조금 낯뜨거워져서 붉어진 볼을 식히려 손을 들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왼쪽 손 가득 무거움과 뜨거움이 느껴졌다. 동우가 천천히 시선을 내려 자신의 외손을 보았다.

분명 자신의 왼손을 보았는데 보이는 건 호원의 오른손이였다.

펑펑!하고 가슴쪽에서 오색빛깔의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호원의 손이 닿은 손이 도화점이 되어 동우의 얼굴이 곧 터질듯이 붉어졌다.
동우가 혹여 호원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슬금슬금 손을 빼내었다.

호원의 손에서 벗어난 손은 동우의 콩닥콩닥콩닥 뛰는 심장을 다독였다.

 

" 어? 짱똥 깼어? "

 

" 어?어! "

 

매점에 갔다온 모양인지 어깨동무를 하며 룰루랄라 나타난 영수와 경호가 동우의 곁에 다가왔다.

 

" 니 와카노? 열나나? 시빨갛노? "

 

영수가 동우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보며 말했고, 동우가 두 손을 휘저었다.

 

" 더.더워서그래! "

 

" 맞나? 니 덥나? 경호야? "

 

" 안 더운데? "

 

동우가 휘젓던 두 손으로 얼굴을 식히려 부채질을 했고, 영수와 경호가 서로를 바라보며 의뭉스런 미소를 지었다.


호원과 동우가 손을 잡고 마주보고 자는 사진은 영수와 경호의 폰에 저장이 되었고, 호원과 동우는 졸업할때쯤 그 사진을 인화로 받을 수 있었다.

 

 

----

 

글은 투척하였지만 마무리가 미미하여 죄송합니다.ㅋㅋ

오랜만이에요 ㅋㅋ 많이 덥네요 ㅠㅠ ㅋㅋ 혹시 사투리 이해안되시는 분은? ㅋㅋㅋ 문의하세요 ㅋㅋ

뭔가 무뚝뚝한 이호원과 얌전한 장동우를 쓰고싶었는데. 좀 억지글에 망글 탄생 ㅋㅋ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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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초에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영수와 경호는 콩트하는것마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트콤 한편을 본것마냥 피실피실 웃으며 봤네욬ㅋㅋㅋㅋㅋㅋ 작가님 글 너무 잘쓰시는것 같아요!! 완전 제취향!!!! 잘봤습니닷!!
11년 전
독자2
영수와 경호가 우현이와 성규로 떠올리는 건 뭘까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2
밤야입니다ㅎㅎ
아진짜ㅠㅜㅠㅠㅠ넘귀욤돋는ㅠㅠㅠ죠으다ㅎㅎㅎㅎ 콩알콩알ㅋㅋㅋㅋㅋ호원이의젓가락질은 영원히 나아지지않겟군요ㅋㅋㅋㅋㅋㅋㅋ 그대이런글사랑해요ㅎㅎㅎ

11년 전
독자3
헐 야동러인 저에게 이런 기여운 글을 내려주신 그대 제 사랑을 받으세요ㅠㅠ 호원이너무기여워서쥬금ㅠㅠ 영호랑경수랑더해라!!!!!!!!!!!!!! 아진짜읽는내내 엄마미소엿어욬ㅋㅋㅋㅋㅋㅋㅋ야동행쇼♥!!!!!! 너무 재미써요ㅠㅠ 그대 혹시 텍파 만드실생각은...... 너모재미쓰요! 금같은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용....@.@♥
11년 전
독자4
으악 재밋어여 대박 ㅜㅜ 야동너무조으다 재밋게잘읽고가여♥
11년 전
독자5
미트볼이에요!!으악 이거너무귀여워요ㅋㅋㅋㅋㅋㅋ어뜨케ㅋㅋㅋㅋㅋㅋ호원이사투리부터 동우시무룩해지는거도 귀엽고ㅋㅋㅋㅋㅋ완전풋풋하네요ㅋㅋㅋㅋ영수랑 경호왜이렇게웃겨요ㅋㅋㅋ아진짜 콤비네요ㅋㅋㅋ중간에 콩알콩알 콩자반 귀여워요그대ㅋㅋㅋㅋㅋ잘읽고가요!!
11년 전
독자6
대박대바규ㅠㅠㅠㅠㅠㅠ사투리 돋는 호워니도 좋고 순진한 동우도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뒤에 이어질 것 같은 이 여운은 뭐져? 하 저 땀나요
11년 전
독자7
으아 대박!!!!!!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야동행쇼♥ ㅋㅋㅋㅋㅋ 호워나 임마 니가 좀빨리 알아채가꼬 동우를 뙇!!!! 데리고 와야제.ㅋㅋㅋㅋㅋㅋ 아 이커플 조으다 ㅋㅋㅋㅋㅋㅋ 경호 영수 짱이고 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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