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여름안에서 05 |
방으로 올라온 우현은 소파에 안고있던 성규를 살며시 내려놓았다. 의무실에서는 당분간 발에 무리하게 힘을 주면 안된다고 했으니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때까지 성규의 수발은 우현이 다 들어야 할 터였다. 우현은 남은 시간동안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성규를 안고 오느라 어느 새 땀으로 흠뻑 젖은 셔츠 단추를 하나 둘씩 푸르며 성규를 향해 말했다. 저 좀 씻고 나올테니까 가만히 앉아있어요. 움직이지 말고. 자신에게 등지고 앉아있는 성규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욕실로 들어갔다. 우현은 씻으면서 남은 6일, 오늘이 거의 다 지났으니 5일이라고 치고 남은 5일을 어떻게 보낼 지 곰곰히 생각했다. 성규의 발이 저렇게 된 이상 호텔에 있는 수영장, 스파 모두 안될거고 걷는 것도 조심해야할 판이다. 어쩔 수 없이 방에서 지내면서 간간히 호텔 바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우현은 호텔에 비치된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미리 꺼내놓은 속옷과 아디다스 트레이닝복 바지에 검은 반팔을 입었다. 아직 물기가 덜 마른 머리를 털며 나가니 성규가 보이지않는다. 잠깐 한눈팔때 사라지는게 특기인가.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니 몸이 찝찝했는 지 씻으려고 옷을 벗고 있는 성규가 보였다. 윗옷은 안아프니 잘 벗었는데 아래가 문제인것처럼 보인다. 우현은 일단 성규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윗옷을 벗은 성규의 상체가 너무 하얗고 부드러워보여서 감히 함부로 다가가 도와주겠다고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슨 남자 피부가 저렇게 하얘. 라고 생각하며 가만히 성규를 지켜보았다. 성규는 바지를 벗으려고 노력하고있엇는 데 아무래도 오른쪽 발에 붕대가 감겨있다보니 그 붕대 있는 쪽에 걸려 바지가 잘 벗겨지지 않는 듯했다. 하긴 바지가 통이 넓은 것도 아니고 거의 스키니진이니 힘들만 하다. 우현은 이제 그만 구경하고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성규에게로 다가가 성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도와줄까요? 우현의 말에 성규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우현을 돌아보았다. 이에 섭섭한건 우현. 내가 괴물도 아니고 왜 이렇게 놀라는거지. 하며 내심 서운하게 느껴지는 우현이었다. "아, 아니에요. 저 혼자 할게요" 흡사 어린아이가 나도 할수있다며 엄마에게 떼쓰는 것같아 우현은 성규가 귀여워보였다. 그렇게 다쳤으면서 어떻게 혼자하려구요. 하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하니 성규가 뒷머리를 긁적인다.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인 우현이 성규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근데 옷 벗겨도 아무렇지 않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우현이 고개를 들어 성규를 보았지만 성규의 얼굴은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오히려 찝찝하니까 빨리 벗겨요. 라는 느낌이었다. 붕대를 최대한 조심히 하며 바지를 잡아당기자 성규가 벗기기 쉽게 엉덩이를 살짝 들어올렸다. 성규의 행동에 우현은 더 쉽게 성규의 바지를 벗길 수 있었다. 속옷은 차마 벗겨주지 못하고 속옷만 입고있는 성규를 안아들었다. 무슨 남자애 몸이 이렇게 하얀지 모르겠다. 그것도 어딘지 야해보이게 하얀건 처음이다. 우현은 열이 오르려는 자신을 진정시키며 성규를 변기 커버를 내려 그 위에 앉혔다. 지금부터는 혼자할 수 있죠? 하고 물으니 당연하죠! 하면서 살짝 발끈한다. 그 모습에 우현이 달래듯이 그래요. 하고 대답하고는 아직 짐을 꺼내지 않은 성규의 캐리어에서 속옷과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꺼내 건넸다. 성규가 고맙다고 하고는 욕실 문을 닫았다. 우현은 그 모습을 보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잇는 아이라고 생각하며 몸을 돌렸다. 냉장고 문을 열고 맥주 한캔을 꺼내 목을 축이려는 순간 성규가 들어간 욕실에서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현은 깜짝 놀라 욕실로 달려갔다. 급하게 다가가 욕실 문을 거칠게 열었다. 그리고 우현에 눈에 보이는 것은 미끄러져 넘어졌는 지 바닥에 쓰러져서 못 일어나고 있는 성규였다. 우현의 마음속에 후회라는 파도가 급속도로 밀려왔다. 발 다친 애를 놔두고 나오는 게 아니었는데. 정말 바보같다며 자책하고는 어디에 멍이 들었을 지 몰라 성규를 조심히 안아들었다. 우현이 아픈곳을 건드렸는 지 움찔거리는 성규에 괜시리 우현이 아파왔다. 왜 그런지는 알지 못한채. 성규를 침대에 눕힌 우현은 일단 어디가 다쳤는 지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성규의 몸 이곳저곳을 훑어보았다. 다행히 크게 다친곳은 없어보였다. 몇 군데 새빨갛게 변한 곳 말고는. 그마저도 성규의 피부가 유난히 하얘서 더 도드라져보였다. 우현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성규의 몸에 묻어있는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내고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미리 꺼내두었던 반바지와 헐렁한 티를 입힌 우현은 씻고 나온것이 무색하게 땀에 젖었다. 다시 씻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성규가 쉴 수 있도록 방에서 나오려는 찰나 성규가 우현의 손목을 잡았다. 우현이 고개를 돌려 성규를 보니 성규가 우현을 빤히 쳐다보고있었다. 왜 그래요? 하고 물었더니 성규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정말. 우현은 그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정말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성규의 표정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않았다. 우현은 그게 싫었다. 처음 성규를 만났을 때 성규는 정말 당당하고 밝아보여서 나름대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 데 지금은 너무나 조용하고 얌전하다. 우현은 성규가 처음 그때처럼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봐주길 바랬다. 당당하게 셔츠 값을 변상해준다고 했을 때처럼. 그래서 우현은 혹시나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게 아닌가 싶었다. 자신의 실수로 성규가 기분 나빠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말이 없어진건가하고 생각했다. "성규씨 혹시 나 싫어해요?" 우현의 뜬금없는 말에 성규가 잡고있던 우현의 손목을 놓았다. 놀란건지 눈도 커져있었다. 성규는 대답하지않았다. 역시 나를 싫어하는 건가. 대답없는 성규를 보며 우현은 생각했다. 성규가 무슨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 보였다. 그래서 우현은 성규 대신 자기가 입을 열었다. 처음 본 날과 너무 달라서 그래요. 저는 그때 그 당당한 성규씨가 좋았는데 지금은..그래서 제가 싫은가해서요. 얼추 그게 맞는거 같네요 하며 자신의 생각대로 말을 늘어놓은 우현이 방을 빠져나왔다. 테라스로 나간 우현은 바로 앞에 보이는 밤바다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낮에 밝게 빛나는 바다와 붐비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어둡고 차분한 밤바다도 마음에 든다. 왠지 자신의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며 우현은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우현은 미처 느끼지 못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느새 성규가 자신의 마음속에 꽤나 크게 자리잡고 있었나보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씁쓸하지도 않겠지. 만난지 이틀밖에 안됐는데 정말 오래 만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게 성규가 자신의 마음 속에 빨리 잡았다는 뜻인지도 모르고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이렇게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성규는 어느새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다. 어느새 우현이 헤어진 애인 따위는 생각나지 못하게 할 정도로 크게 자리잡고있었다. |
+
죄송해요ㅠㅠ 이렇게 늦게 올렸는데 길지도 않고ㅜㅜㅜ
다음편은 진짜진짜 길게 올릴게요!
이틀만에 틀어진 관계 참 불편하고 보기 좋네요ㅋㅋ
꼭꼭 다음편은 길게 쓰도록 노력할게요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