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징어요? 보셨으면 아실텐데? "
김종인,24 (안전요원)
"예쁘잖아요"
"좀 많이"
전 부산 살아요 매력있게 생겼죠? 마음에 드세요? 전 저 좋다는 사람 안 만나요 징어는 제외하고?
징어랑 어떻게 만났냐고요
뭐 징어도 학교 때문에 서울에서 지내지만
원래는 대구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부산으로 오랜만에 대구 친구들이랑 놀러왔을 때 처음 만났죠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는 안 놀고 없는 시간대랑 조금은 위험한 시간대에 자꾸 놀러 나와서 주위를 계속 지키고 있었죠
근데 뭐 물에 들어가진 않더라고요 들어가도 허리까지만 들어가고 물을 좀 겁내는 거 같았어요
뭐 그냥 눈길이 계속 가던데요? 예쁘잖아요
뭐 친구는 옆에 다른 분이 예쁘다고 뭐 얘기는 했는데 전 징어만 보였어요
친구는 그냥 귀엽게 생겼다 그러는데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아 방금 말은 취소 저희 엄마가 제일 아름다우시고 징어는 바로 다음?
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그러다가 이제 징어가 물에 빠졌어요 위험한 상황은 아니였고 겁을 먹어서 나오지를 못하더라고요
친구들은 논다고 못 본 거 같고 허우적 거리지도 않고 있길래 급하게 가서 안아올렸죠 당황해서 쳐다보길래
재밌게 놀고 있는데 방해했나요? 라고 물으니 아니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앉혀놓고 안전요원이라고 설명하고
위급한 상황이면 부르세요라고 하고 자연스럽게 옆에 앉았어요 그러다가 이제 친구들이 저를 보고 누구냐고 눈치를 주더라고요
징어는 고개랑 손 같이 저으면서 모른다고 하는데 친구들 눈은 아닌게 아닌데? 이런 눈이였죠 뭐
그리고 한시간 쯤 지나서 이제 물에 못 들어가서 다 막고 서있는데 뭘 두고 왔는지 징어가 두리번 거리면서 뭘 찾으러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뭐 찾으시는 거 있냐고 물었더니 아니요 하고 바닥을 막 두리번 거리길래 당연한 목소리로 저 찾으러 왔어요? 했더니
네? 이러고 당황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제 번호 찾으러 오셨구나 이러면서 손에 들고 있는 폰 들고 가서 번호 저장했죠
그리고 타올 잃어버렸다고 그제서야 얘기하길래 주위에 물으니 사무실에 있다고 해서 갖다주고 연락하면 주겠다고 했더니
밤에 연락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밤에 주무세요? 이렇게 문자가 오더라고요
뭐 그렇게 연락 주고 받고 제 직업 특성상 징어를 자주 만나러 가는 건 조금 힘들었죠 그래서 주말에 징어가 보러 내려오거나
제가 휴가 내고 서울 올라가서 자취방에서 지내거나 그랬죠 사랑스러웠어요 그냥 말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
만났던 여자는 별로 없지만 스쳐간 여자 그냥 세상 모든 여자 중에서 사랑스러운 걸로 따지면 제일 사랑스러워요
헤어질 때도 너무 예쁘게 헤어져서 아직도 생각나요
사랑하게 해줘서 고맙고 사랑받게 해줘서 고맙고
내가 네 여자였어서 고맙고 당당하게 네 여자친구라고 자랑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고
하루 내내 너만 생각나게 해줘서 고맙고
하루종일 행복하게 해줘서 고맙고 안 심심하게 해줘서 고맙고
내 남자친구 해줘서 고마워 사랑했어 엄청 많이 고마울거야 앞으로도
이렇게 말하고 꽉 안아주더라고요 아무래도 장거리 연애 때문에 힘들어서 헤어졌거든요 근데 저 얼마전에 근무지 옮겼어요
조금 어려웠고 복잡하긴 했는데 뭐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서울에 있는 워터파크로 옮겨왔어요
징어한테 연락해야죠 이제 그때처럼 다가가지 말고 천천히 다가가려고요 그럼 다시 받아주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