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연애
스물네번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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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회사일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매일 회사, 집, 회사, 집 하며 회사 말고 모든 인간관계에 서툴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잠금화면을 밀어 간단한 답장 한 번 해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바쁘단 핑계로 태형이에게 소홀해지고 있었다. 태형이는 나에게 부담이되고 싶지 않다며 가끔 연락을 먼저 해주며 내 연락을 그저 기다려주고 있었다. 그런 태형이의 연락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괘씸하다 생각이 들 정도 였다. 오늘도 야근이구나..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마우스 휠을 몇번이고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순간에도 태형이에게 답장 하나 해주기가 그리 힘들까 싶은 생각을 하며 여전히 답장하지 않는 나로인해 한숨이 절로 나왔다.
" 아미씨, 오늘도 야근? "
" 아..네.. "
" 힘내! 신입때 야근은 곧 경험이라잖아~ "
" ... "
" 나 먼저 퇴근해. 수고하고 "
" 네! 수고하셨습니다. "
내 생각이 너무 짧았다. S디자인은 내가 있기엔 너무나 크고 높은 곳이였다. 집안사정으로 인해 급한마음 안고 무작정 출근한 회사에는 우리 학교에서 이름 좀 날렸던 선배들부터 실력이 쟁쟁한 선임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따라잡기위해서 난 줄 곧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있다. 아니, 해야했다. 사람들이 대놓고 나의 실력을 무시하거나 하지 않았지만 남모르게 눈치를 주고 있었다. 자신들의 실력을 뽐내며 여기에 니 자리는 없다는 듯, 이런 상황들이 날 더 주눅들게 만든다.
" 아, 차거! "
" 오늘도 야근해요? "
" 정국아.. "
그래도 나름 날 버틸 수 있게 해준건 야근때마다 나타나 시원한 커피와 함께 나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정국이 때문이였다. 처음 입사를 하고 몇일 후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정국이는 말끔한 정장차림을 하고 있었다. 조금 낯설었다. 입사하기 전 학교에서 요 몇일 마주치지 못했던 정국이였는데,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이야기도 나누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되었다. 그 날 저녁 회사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정국이에게선 딱히 놀랍지도 않은 당연한 이야기를 들었다. 할아버지 회사를 도와주기로 했다는 것.. 그 날 이후로 우린 함께 있을 시간이 부쩍 많아졌고, 전보다 어른스러워진 정국이의 모습에 오히려 내가 기댈일이 더 많아졌다.
" 오늘은 또 무슨일로? "
" 뭐.. 맨날 똑같지 "
" 우리 아미누나 누가 이렇게 힘들게 해요. 맨날.
다 데리고 와 혼내줄테니까 "
" 치.. 너는 어때? "
" 저도 맨날 똑같죠 뭐, "
하루종일 이렇게 축쳐져있다가도 정국이와 이야기를 할때면 조금 기분이 풀리곤 한다. 정국이도 많이 힘들텐데 날 위해 웃어주고 내 기분을 맞춰주는 정국이가 너무 고맙다. 정국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일을 끝마치고 헤어졌다. 정국이는 할아버지의 회사 일을 도우는 순간부터 다시 본가로 들어가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염치없지만 정국이의 차를 얻어타고 작별인사를 하는 순간 내일 또 반복될 피곤한 일들로 인해 머리가 아파왔다.
" 아미야.. "
" 태형아! "
차에서 내려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우리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태형이가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며 조금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오랫만에 보는 얼굴이라 그런지 빠른걸음으로 태형이에게 다가갔다. 가까워진 거리 사이엔 알콜향이 가득했다. 좀 더 가까워진 거리를 두고 둘 중 하나 누군가 말을 꺼낼 틈도 없이 김태형은 날 숨이 막힐정도로 꽉 끌어 안았다.
" 태형아.. "
" 미안해. 아미야, 이렇게 찾아와서.. "
" 무슨소리.. "
" 회사때문에 바쁜거 알아, 너한테 부담되기 싫어서
보고싶어도 꾹 참았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고.. "
" ... "
" 그래서 무작정 왔어. "
" ... "
" 나 잘했다고 해주라.. 아미야.. "
" ㅈ..잘했어.. "
" .. 보고싶었다고도 해주라.. "
" 나도 보고싶었어. 태형아 "
" 좋아..아니, 사랑한다고 말해줘..아미야 "
" ... "
" ..빨리 "
" ..사..랑해..태형아.. "
태형이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였다. 어린 아이처럼 재촉하듯 나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 한참이나 나를 안고 놓아주질 않았다. 회사일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하지 못했던, 아니 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너무 미웠고, 태형이에게 미안했다. 김태형은 바보처럼 날 배려한답시고 연락할까말까 고민을 수백번이고 더 했을거다. 참고 참다 너무 보고싶어서 왔다는 태형이의 말을 되새기며 팔에 힘을주어 김태형을 감싸 안았다.
우리가 사랑하는 방법을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분명 틀리다고 말할 것 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는.. 이런 이유로 표현을 잘 하지 못하고 답답해도 한번씩 이렇게 주체 할 수 없는 감정이 폭팔할때 우리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린 남들과 틀린게 아닌 다른 것 뿐이다.
***
( 정 국 시 점 )
오늘도 지루하기 짝이없다. 사장실 의자끝쪽에 앉아 펜과 메모지를 들고 어르신들이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며 물어오는 질문에 간단하게 답을해주거나 비위를 맞춰주거나 회사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는 걸 표현하면 되는 그런 자리이다. 이런일이 몇 달째 지속되고 있다.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이렇게 몇분만 더 참으면 아미누나를 볼 수 있다. 그걸 낙으로 내가 회사에 출근 도장을 찍는 이유다. 딱히 아미누나를 만나면 하는 일은 없다. 주변 시선때문에 그저 스쳐지나갈때 눈인사를 하는게 다지만, 만족한다. 하루 한 번 아미누나를 눈으로 직접 보고, 내 눈으로 무얼하는지 확인 할 수 있으니까.. 학교에서 마주치는 것 보다 훨씬 안심된다. 나 없는 학교에선 김태형과 무슨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회사 주주인 어르신들이 나가고 할아버지와 회사에 대한 개인적은 이야기를 나눌때 아미누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누나의 집안 사정이 많이 어려워졌다는 것, 아미누나네 아버님이 보증을 잘못서서 벌어진 일이라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해주셨다. 전에 누나와 이야기를 몇 번했을때 누나가 빨리 돈벌어서 성공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 이유가 이것 때문이였나, 이런 간단한 문제를 나에게 부탁하지 않은 아미누나에게 조금 섭섭했다. 할아버지의 나의 말 한마디에 누나네 집 빚을 어느정도 정리해주신다고 하셨다. 아미누나가 S디자인에서 일하는 담보로.. 이렇게 쉽게 풀릴 일로 그동안 맘고생했을 누나를 오래도록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싶었다.
" 아미누나, 오늘 또 야근?
근데 표정이 좋아보이네요? "
" 어? 정국아. "
" 무슨 좋은 일 있어요? "
" 그냥.. 집안 일.. 걱정한게 있었는데 잘 풀려서.. "
" 그렇구나, 다행이네 "
" 그러게.. "
" 누나 힘들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다 도와줄게! "
" 니가 무슨 힘으로! 너 하는 일이나 열심히 해. "
" 힘은 없어도 내가 기도빨 하난 끝내주잖아요. "
" 그렇긴 하지.. 암튼 걱정거리 하나 떨쳐져서 홀가분하다~ "
" 그런 기념으로 오늘 치맥 콜? "
" 치맥?음.. 그래! 누나가 쏠게 "
" 그럼 저야 땡큐죠. "
누나는 몰라도 한참을 모른다. 내 기도빨이 곧 내 힘인것을..
***
( 태 형 시 점 )
학교 강의시간이 이리도 길었을까, 평소 아미와 함께 듣던 강의였는데.. 그땐 시간이 아쉽게도 너무 빨리 지나갔는데, 핸드폰엔 공모전때 몰래 찍은 아미의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설정되어 있다. 한참을 엄지손가락으로 쓰다 듬다 대답없는 우리의 대화방으로 들어갔다. 점심은 먹었냐는 나의 연락에 여전히 1이 사라지지 않은채 공허함이 가득한 대화방을 보다 씁쓸한 마음에 뒤로가기 버튼을 눌렀다. 몇 번이고 전화를 걸고 싶고, 보고싶어 욱한 마음에 집앞에 찾아가려 마음먹었던 적만 몇 십번.. 하지만 부담스럽고 미안해 할 아미를 떠올리니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가뜩이나 회사일로 힘들어하는 아미인데, 나까지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 어이구, 열녀 아니 열남 납셧네요~ "
" 닥쳐라 "
" 너 그 얘기 들었냐, 전정국 ㅇ.. "
" 걔 뭐 "
" 아직 말 안끝났거든! 걔 잘하면 S디자인 들어간다나봐,
신입으로 들어가진 않겠지? 빽이 있는데.. "
" ... "
옆에서 나의 답답한 행동을 보던 박지민은 날 놀리더니 평소에 내가 신경쓰고 있던 전정국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전정국은 이사장의 손자였고, S디자인도 이사장 손에 있으니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였다. 내가 말문이 막힌건 다름아닌 S디자인엔 아미가 있다는 것 이다. 그저 내가 한심스러워지는 순간이였다. 전정국이 신입으로 들어가던 팀장이되건 사장이되건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였다. 문제는 내 실력으로 S디자인에 들어 갈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들뜬 소문일지도 모르는 말 한마디에 불안해지는 내가 참 초라했다.
***
그 날 밤 역시 박지민과 술을 마셨다. 내가 요즘 가장 즐겨하고 있는 일이다. 또 한 번 한심스러워졌다. 말없이 연거푸 술을 들이키는 내 모습에 박지민은 포기했다는 듯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 녀석 눈치없는 척 나를 놀려대도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잘 알고 있을거다. 술을 마시다 늦은시간이되고 핸드폰을 몇번이고 확인했다. 여전히 연락없는 아미였다.
" 야 핸드폰 뚫어지겠네. 걍 전화해 봐 "
" 일하고 있으면 어떡해 "
" 일은 무슨. 시간이 몇신데 지금. "
" 야근 자주 한단 말이야.. "
" 아님 찾아가세요. 너의 님 있는 곳으로 "
" 내가 그 생각을 안했겠냐? "
박지민은 날 위하는 척 내 속을 더 긁고 앉아 있다. 여전히 답 없는 핸드폰을 테이블에 올려 놓고 술을 들이 부었다. 차라리 취해서 쓰러져 아무 생각없이 잠이나 잤음 좋겠는데, 먹을수록 정신이 또렸해지며 아미의 얼굴이 더 생각났다. 보고싶다. 김아미.
" 조심히 가라. "
" 어. 너도. "
술병들을 보며 늘어나는 건 왜 주량뿐인지.. 내 실력은 왜 이런지 한참을 생각하다 머릿속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전정국과 아미가 떠올랐다. 것도 회사에서 꼴사납게 붙어있는 모습이.. 집으로 향하려는 발걸음을 무의식중에 돌려 목적지를 변경하였다. 아무래도 불안해서 안되겠다. 난 아미를 못믿는게 아니다. 못믿는건 전정국이다.
빠른 걸음으로 뛰다시피 도착한 아미의 집. 감히 연락도 못하겠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그저 집 앞에 털썩 앉아 무작정 기다리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도 참 답답하고 병신같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을까, 멀리서 길게 뻗은 고급 세단 한 대가 세워졌다. 나 비싸요를 뽐내길래 생각없이 뚫어져라 쳐다봤다. 근데 왠걸, 차에선 내가 그토록 보고싶던 아미가 내렸다. 거기서 끝이면 됐는데, 신은 참 뭐같게도 아미옆에 앉아 살갑게 작별인사를 하는 전정국에게 가로등 불빛이 비추고 있었다. 참 엿같다. 차는 떠났고, 기회는 나에게 왔다. 무거운 마음과 함께 엉덩이를 탁탁 털고 일어나 아미에게 다가갔다. 그런 날 발견한 아미는 나에게 성큼 다가왔다. 이렇게 설레고 떨리는 감정은 참 오랫만이였다.
더 가까워진 거리에 아미의 얼굴을 오랫만에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아름답다. 나의 너는. 순간 우리 사이로 퍼지는 알콜향에 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내 자신을 더 초라하게 만드는 표정이였다.
" 미안해. 아미야, 이렇게 찾아와서.. "
" 무슨소리.. "
" 회사때문에 바쁜거 알아, 너한테 부담되기 싫어서
보고싶어도 꾹 참았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고.. "
말 한마디 한마디 뱉으면서도 초라함이 묻어났다. 그저 어린아이의 투정같았다. 내가 생각해도.. 진심을 전하고 있는 순간에도 자꾸 전정국이 생각나 불안해졌다. 그 녀석은 아미에게 꽃길을 선사해주겠지만, 난 꽃길은 보장 못한다. 현실이 그러했다.
" 그래서 무작정 왔어. "
전정국처럼 멋진 차를 태워줄 수 없어 나는. 그저 발길이 닿는대로 걷다보니 이렇게 너에게 왔어 아미야.
" 나 잘했다고 해주라.. 아미야.. "
" ㅈ..잘했어.. "
" .. 보고싶었다고도 해주라.. "
" 나도 보고싶었어. 태형아 "
너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보다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 전정국일지라도 너의 마음속에선 나 하나로 가득차 넘쳐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그런 말 따위는 믿고 싶지 않았다. 분명히 멀쩡했던 나였는데, 갑자기 술기운이 오르는건지 자꾸만 불안해져오는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나보고 잘했다고, 보고싶었다고.. 자의가 아닌 타의라도, 그렇게 말해주고 있잖아.. 그치 아미야?
" 좋아..아니, 사랑한다고 말해줘..아미야 "
" ... "
" ..빨리 "
조금은 투정같아도 너가 이해해주었으면 했다. 내 불안한 마음을 알아채주었으면 했다.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나한텐 너 뿐이라고 말해주었으면 했다.
" ..사..랑해..태형아.. "
너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모든 걸 다 해결해주고 있었다.
보통의 말
허허허.. 저 또 왔어요!!!!
늦었음에도 찾아와 댓글 남겨주시는 우리 독자님들
두 남자 사이에서 행복하시라구..
여러 시점으로 남겨놓고 갑니당..총총총
둘의 사랑이 너무 틀리죵?
아! 틀린게 아니라..다른겁니다..
글 안올리는 순간에도 댓글 몇번이고 계속 읽어보며
힘을 얻고 있어요<3
다들 진짜 너무너무너무 고마워요!
함께 완결까지 쭈-욱 달려요.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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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신청은 최신글에 해주세요!
( 암호닉 빠졌으면 꼭!! 말씀해주세요<3 )
[ 사랑합니다/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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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목단/고구마/계피/초딩입맛/예워아이니/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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