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백] 늑대 소년들
01.
날 죽이면 어떻게하지? 찬열이는 어디야? 이 늑대는 왜 여기있어?
여러가지 수많은 근심과 걱정들이 둥둥둥, 그런 저를 꿰뚫어보기라도 하는 양 지긋이 들어오는 눈빛에 두 눈을 커다랗게 떳다. 잔뜩 젖어버린 머리칼 끝에 매달린 물방울이 뚝, 여전히 허리께에서 찰랑이는 물결에도 뻣뻣하게 굳은 몸을 일으키지 못한 백현이 천천히 제게 다가오는 늑대를 올려다봤다.
체구가 크지는 않은데, 어떻게 그런 커다란 위압감을 내는거지?
분명 커다란 짐승일거라 생각한 제 생각이 틀렸다는것을 증명해주듯, 제게 맞춰 허리를 숙인 늑대는 분명 저보다 조금 큰 모습이였다.
온다.
...?
마주한 눈은 여전히 차분하고 까만색을 띄우고 있어, 그에 비해 잔뜩 흔들리는 눈을 한 백현이 살짝 올라가는 상대의 입꼬리를 눈에 담았다.
동시에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사라진 남자, 그리고 급하게 달려온 찬열이.
그가 무어라 이야기 하기도 전에 찬열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이던 백현이 결국 아이처럼 소리내 울었다. 죽는줄 알았어, 찬열이가 없어서, 나 죽는 줄 알았어..
눈물에 묻힌 말에도 고개를 끄덕여준 찬열이 흥건히도 젖은 작은 몸을 힘주어 끌어안아, 아직까지도 허공에 흩어져 나는 낯선 냄새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백현을 다독였다. 은은하고 사랑스럽게도 풍기는 백현의 체취 주위에 가득한 냄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백현이 저와 함께한게 언제부터 였던건지, 애초에 기억이 나는 순간부터 제 옆에 있던 존재였다.
언제나 제가 지켜주는 존재, 감싸줘야 할 존재.
다른 늑대들보다 약한 백현이였다, 물론 그와 같은 늑대들도 있지, 간혹가다 보이는 작고 약한 존재들을 찬열 저도 본적이 있으니. 허나 이곳은 야생이였다, 약한 짐승은 강한 짐승에게 잡아 먹히는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야생.
잡아 먹히기 전에 무슨 일을 당해도, 차피 그들은 먹힐 존재 이니. 찬열은 그런 야생에서 백현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했다, 그 누구도 아닌 제 사랑스러운 친구를.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외사랑을.
좀 괜찮아졌어 현아?
...응, 괜찮아.
물어봐도 되나, 백현의 머리를 보송하게 말려주며 동그란 머리통을 내려다본 찬열이 걱정스러운듯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보다 멀어진 동굴과의 거리에서도 선명하게 들린 백현의 비명소리였는데, 먼저 이야기 할 생각이 없는건지 아니면 정말 별 일 아니였던건지.
근데 백현이 안죽였어.
응?
그 늑대, 백현이 잡아먹는줄 알았는데, 안먹었어..
역시 마주하거지, 잔뜩 찡그러진 찬열의 미간을 올려다본 백현이 입술을 비죽, 이내 손을 뻗어 미간 사이를 부드럽게 쓸었다. 열이 인상 쓰지마, 무서워.
그래도, 다행이야!
..뭐가?
이렇게 여전히 열이랑 있을 수 있잖아!
해사한 웃음에 결국 따라 웃음을 터트린 찬열이 아프지 않게 작은 머리통을 콩 쥐어 박았다. 물론 아무일 없었던게 다행이긴 하지만 백현의 존재가 들어났다. 차라리 저와 함께 있을때 나타났더라면 다시는 얼씬도 못하게 만들었겠는데..
그저 앞으로는 절대 백현과 떨어지면 안되겠다고, 단순하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을 택한 찬열이 몸이 노곤해졌다며 커다란 나뭇잎 위에 몸을 웅크리는 작은 몸을 눈에 담았다. 정말이지 백현은, 귀엽다.
*
끝도 보이지 않는 넓은 들판에 덩그러니 앉은 백현이 주위에 드문드문 피어있는 꽃을 보며 히죽, 그런 모습을 보는 찬열도 꽤 좋은 날씨에 웃음을 흘렸다.
바람을 느끼는 둘 사이에 문득 나타난 하얀색 나비가 백현의 주위를 살랑살랑, 손까지 뻗어가며 용을 쓰던 백현이 통 잡히지 않는 작은 모습에 몸을 일으켰다. 그걸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양 방향을 바꾼 작은 나비도 팔랑, 다른 늑대보다야 늦는 속도였지만서도 빠르게 쫒은 백현이 오직 흰색만 보며 달렸다.
앞으로만 날아가던 나비가 문득 조금 더 위로, 따라 몸을 작게 웅크렸다 폴짝 하늘로 뛴 백현이 급작스레 빠른 속도로 추락하는듯한 느낌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떳다. 옆에 꼭 붙어 따라오던 찬열의 인기척도 거짓말 처럼 사라져, 아주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느낌에 두 눈을 질끈. 덕분에 온통 깜깜해진 시야에 입술을 앙 다물었다.
제가 아는 상식대로라면 이 깊은곳의 끝은 온 몸이 부숴질만큼 아플거같은데...
추락하는 느낌이 사라지면서 눈썹을 꿈틀거린 백현이 여전히 두려운 느낌에 몸을 움츠리며 느리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아까와 별 다름 없는 들판, 나비는?
물음표가 띄워져 얼마 지나지않아 다시 나타난 하얀색 나비, 그런 작은 모양을 아까와 다르게 심술이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본 백현이 입술을 불퉁 내밀었다. 너 때문에 완전 무서웠잖아, 찬열이는 어디있어?
백현의 말에 대답을 하는건지, 장난을 치는건지 팔랑이는 날개는 이곳저곳을 아무렇게나 날다 곧 멈춰세웠다.
...어?
급작스레 방향을 바꿔 제 뒤로 날아드는 나비를 따라 고개를 돌린 백현이 깜깜한 시야에 멈칫, 가까이 자리해 상대방의 어깨에 이마를 부딫혀 고개를 들었다.
그, 늑대다.
찬열이는 어디있어?
너는 이름이 뭔데?
그 하얀 나비는 뭐야? 너랑 같이 다니는 친구야?
근데 여기는 어디야? 나 돌아가야해.
그가 위험하다는 경계심을 모두 없앤 백현이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여 질문했다. 답을 바라고 물음이 분명하지만 꾹 다문 상대의 입에 제가 대신 재잘재잘, 그런 백현의 마지막 말에 그저 걷기만 하던 발걸음을 멈춰 세운 그가 비슷하면서도 조금 작은 백현과 눈을 맞추었다.
네가, 먼저 들어왔어.
..응? 뭐를?
도경수야.
도경수?
내 이름.
아.
첫 만남, 두번째 만남, 그리고 함께 걸으면서 지금까지 올곶이 똑같은 눈을 한 경수를 바라본 백현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신기한 말만 내뱉는거같아, 지금껏 이야기한것도 없었지만 제가 알아들은건 오직 이름뿐이라, 그저 다시 걷기 시작하는 그를 따라 급하게 움직인 백현이 불안한 마음에 옷깃을 작게 당겨 잡았다. 작은 느낌에 한번더 백현을 바라본 경수도 잔뜩 움츠러든 모습에 다시 앞으로, 그런 저를 무언의 대답으로 허락한거같아 양 쪽 입꼬리를 올려 웃은 백현이 무표정한 그를 훔쳐봤다.
무섭지만, 분명 위험하지는 않다.
근데, 경수야, 찬열이 어디있는지 알아?
...
아, 찬열이라고 나랑 같이 지내는 친구인데, 눈 감았다 뜨니까 갑자기 사라졌어!
그래?
응, 다 그 나비때문이야, 어? 근데 그 나비도 없어졌네, 경수야, 찬열이가 걱정할거야. 근데 나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라. 어떻게해?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하던 경수가 역시 대답없이 앞으로, 끝이라곤 없을것같던 들판위 보이는 작은 집을 향했다. 난생 처음보는 곳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뜬 백현도 입을 꾹, 경수보다 조금 더 빠르게 달려 앞에 섰다.
와아... 이게 뭐야? 응? 경수꺼야?
집이야. 내 집.
집?
네가 지내던 동굴같은 곳.
아닌데? 여긴 완전 멋져 !
성큼 들어서려 다가가는 백현의 팔목을 붙잡은 경수가 의아함을 가득 담은 눈빛에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너, 여기 들어가면 돌아가는게 힘들어져.
응? 어디를? 동굴?
어디든.
왜? 그냥 좀 보고 돌아갈게! 나 태어나서 이런곳 처음봐.
세모나게 벌려진 입은 닫혀질 생각이 없는듯, 그런 백현을 조금 걱정스레 바라본 경수가 제 손에서 쉽게도 빠져나가 현관 문을 여는 백현을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작은 소음을 내며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선 백현이 귀까지 팔랑이며 한번더 감탄사를, 따라 경수도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쿵 닫힌 문이 꽤 단단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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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타면 더 더 늦을뻔.. ;ㅅ;!
힁 생각한 소재들은 많은데 일단 하나라도 좀 해결하고
나중ㅇㅔ 들고 올게요 ㅠㅂ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