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기 전 일이야
"바다 가고 싶다"
나는 작업실이 따로 없어서 녹음이나 촬영이 필요할 때는 찬열이네 작업실을 빌려서 썼어
내가 보컬이다 보니까 민석오빠랑 작업하는 일이 많다보니까 다 같이 친하게 지내게 됐어
사실 내가 별 생각 없이 페이스북에서 보고 내 유튜브 주소 보내주면서 콜라보나 아니면 반주 해주실 수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더니 다음날 바로 연락이 오더라구 그래서 같이 음악 얘기하고 하면서 친해졌지
그날도 그냥 녹음 하러 갔다가 갑자기 바다가 너무 보고 싶은 거야 약간 과거를 회상하는 느낌의 곡이였는데
사람이 센치해지면서 감성적으로 되더라구 그래서 바다 가고 싶다 하고 혼잣말처럼 말했더니
찬열이가 내 녹음 다듬어주다가 그럼 갈래? 하고 묻더라구
"너 작업할 거 없어?"
"응 네가 도와주려고 나온건데?"
"헐 뭐야 작업실이라길래 일하는 줄 알고 김에 해달라고 온 건데?"
"난 일 없어도 작업실에 있어"
그러면서 겉옷을 챙기더라 4월 초라서 날씨는 조금 시원한 편이였어
나는 원피스에 가디건 입고 있었고 열이는 디스트로이드진에 흰반팔티에 짙은색 자켓을 입고 있었어
원래 둘 다 작업실에 있을 때는 트레이닝 복이나 완전 편하게 입고 있는데
그날은 어쩐 일인지 둘 다 꽤 차려입고 만났었어
어짜피 당일치기로 다녀올거고 지금 시기면 사람도 없겠다싶어서
너 안 바쁘면 가자라고 했더니 찬열이가 나와 이러면서 밖에 기다리고 있더라구
그래서 작업실 문 닫고 같이 기차 타러 갔어
찬열이가 이때는 차가 있었는데 물론 지금은 없지만 이것도 나중에 얘기해줄게
어쨌든 내가 바다 보러가는 건 기차 타야된다고 얘기해서
찬열이도 오케이해서 기차 타러 갔어 내가 잠깐 음료수 사러 간 사이에 벌써 찬열이가 표를 샀더라구
그래서 오는 길은 내가 살게 이랬더니 올때 표도 이미 샀더라
그래서 밥은 내가 살게 하고 기차를 탔어
앉아서 얘기도 하고 장난도 치다가 음악도 같이 듣고 이러다 내가 또 졸았나봐
열이가 깨우더라구 그래서 깨서 보니까 곧 부산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어
"헐 나 얼마나 잔 거야?"
"야 깨우지 혼자 심심했겠다"
찬열이는 대답 안 하고 그냥 웃기만 하더라구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찬열이는 무뚝뚝한 편에 속했어
항상 살갑게 날 반기는 다른 애들관 다르게 손만 흔든다거나 내 인사에 웃기만 하고 그랬었거든
어쨌든 그렇게 내려서 바로 택시타고 해운대로 갔어 아는 곳이 있어야 말이지......
어쨌든 해운대로 갔더니 역시나 사람이 없더라 아 완전 좋아 이러면서 뛰어다니기도 하고
바다 가까이 갔다가 파도 오면 도망가기도 하고 사진도 엄청 찍고 그랬지
#부산#안녕
둘이 조개구이도 먹고, 회도 먹고 길거리 음식도 먹고 시장투어도 하고
걷기도 걷고 꽤 즐겁게 놀다가 기차 시간 가까워질 때 다시 택시타고 부산역으로 갔어
음료수랑 과자 조금 사서 기차 타서 오늘 수고했어 이러니까 너도 먹느라 수고했어 이러길래
죽을래? 이랬더니 또 웃더라 또 나만 계속 엄청 떠들었지
얘기 하다가 보니까 열이가 나를 너무 빤히 보더라구 그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하고 물었더니 그냥 이러고 계속 보길래 그냥 고개 돌렸어
민망하기도 하고 신경쓰이구 그래서 그러다가 이번엔 열이가 피곤했는지 기대서 자더라구
그래서 나도 그 위에 기대서 잤어 잠에서 깨니까 이제 정차역 방송하고 있더라
그래서 이번엔 내가 열이 깨우고 데리고 내렸어 내려서 너무 피곤해서 하품하면서 열이 쳐다보니까
입 다물라면서 얼굴 한 번 쓸어내리더라 그래서 내가 화장 망가진다고 찡찡 거렸더니
그냥 웃기만 해서 팔 잡고 끌어서 택시 타는 곳까지 나왔어 방향상 열이가 먼저 내려서
열이동네 말하고 그쪽으로 해서 우리동네 가달라고 했더니 기사님이 알았다고 하시더라구
그래서 한참가는데 우리동네로 가는 큰길이 나왔어 여기서 이제 좌회전해서 한바퀴 돌면 열이동네 둘러서 우리동네 가는데
열이가 갑자기 우회전해서 우리동네 먼저 가달라고 하더라구 그래서 기사님이
지금 말해줘서 고맙다고 여기가 더 편하다고 하시더라구 그래서 내가 웃었더니
아 아가씨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남자친구가 먼저 집에 보내려나보다 시간이 늦어서 이러시길래
그냥 머리 긁적이면서 또 웃었어 부정하기도 이상한 분위기였고 긍정적으로 대답하면
좀 오바하는 느낌이였거든 그랬더니 열이가 잘 어울려요? 하고 묻더라구
내가 놀라서 쳐다보니까 열이가 웃으면서 어깨 토닥이더라
"잘 들어가 아니다 집 앞까지 데려다줄게"
"기사님 저 여기요 데려다주고 다른 택시 잡을게요"
"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데려다주고 와요 학생 여기 있을게 어짜피 이 동네에 손님도 없고"
그냥 어색하게 조금 걷다가 내가 손 흔들었어 자취방 보이길래 그랬더니
계단까지 데려다준다고 해서 고개 끄덕이고 집 앞까지 걸어갔어 문 열고 들어가면서
손을 흔들었더니 잘 자 이러고 뒤돌아서 가더라 열이 가는 거 보고 나도 집에 들어왔지
들어왔는데 민석이 오빠한테 카톡이 와있더라구 그래서 확인하니까
부산은 재밌어? 라고 해서 내가 아 오빠 진짜 좋았는데 피곤해요
왜? 찬열이가 너무 너 끌고 다녀? 이러더라구 그래서 아뇨 뭐 제가 더 신나서 뛰어다녔는데요 뭘 이랬더니
역시 센스가 있네 찬열이가 이러는 거야 그래서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찬열이가 가기 전에 부산 엄청 찾아봤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무슨 소리냐고 오늘 즉흥적으로 갔다왔다니까
내가 자는 사이에 민석이오빠랑 통화했다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뭔가 귀엽기도하고
설레기도 하고? 뭐 그러길래 혼자 수줍게 웃다가 잠들었어
진짜 기승전 잠...... 피곤하면 바로바로 잠드는 스타일이라 더 그랬어 그날은
[푹 자고 일어나 내일 녹음 들으러 오고]
[잘 자]
그래서 찬열이 카톡은 아침에 확인하고 답장 없이 그냥 씻고 옷 갈아입고 화장 대충하고 나갔어
녹음 듣고 장 보러 갈 생각이였거든 그래서 작업실 문 열려있길래 들어가니까
찬열이가 내 노래 틀어놓고 모자로 얼굴 가리고 누워있더라구 그래서 살금살금 들어가서
워!! 하니까 그냥 눈만 커지더니 왔어? 이래서 아 뭐야 재미없게 이랬더니 그냥 또 웃었어
녹음 처음부터 틀어주길래 듣다가 너무 마음에 드는거야 근데 초반 엠알이랑 뭐가 다르길래
물었더니 부탁해서 키보드 다시 녹음했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언제? 이랬더니
부산 갔다와서 다시 녹음 했대 그래서 자고 있었구나 싶기도 하고 피곤하겠다 싶어서
찬열이가 탄산수 좋아해서 내가 탄산수 사올까? 하고 물으니까 왜? 피곤해보여? 이러길래
그렇진 않은데 그럴 거 같아서라고 대답했더니 괜찮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냥 녹음본 나한테 보내고 있어라고 한 다음에
장보러 가는 길에 탄산수도 좀 사고 해서 다시 작업실로 들어왔어
"누나 왔다 찬열아"
"누가 누나야"
"시간이 이런데 왜 아직 너밖에 없어?"
"저녁에 온대"
그렇구나 하면서 탄산수 꺼내서 주니까 살짝 웃더라 좋지? 지금 기분 좋지? 이러니까 고개 끄덕이면서 하품 하길래
피곤해보여서 간다고 하구 나왔어 이제 집에 와서 반찬 조금 만들고 밥 해놓고 누웠더니 전화가 오는 거야 그래서 받았더니
찬열이더라구 여보세요하고 받았더니 찬열이가 부산에서 찍은 사진 좀 보내달라구 해서 알겠다고 하고 끊었어
그리고 사진 보내고 나서 톡으로 하지 왜 전화로 했어 하니까 그냥 빨리 받으려고 라길래 그런 줄만 알았지
내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한 건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