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데이트 했어, 녹음을 끝내고 회의도 다 끝나고 이제 음반만 나오면 되는 거라서
열이가 먼저 데이트 신청 했어. 다들 다 같이 놀자고 했는데 열이가 앞으로 2주는 공연도 연습도
녹음도 없이 쉴 건데 오늘만 봐주면 안 되냐고 해서 결국 우리 둘이 나왔지 평범하게 데이트 하고 싶었는데
열이가 옛날에 갔던 거처럼 즉흥적으로 부산에 가자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이러고? 하면서 입은 옷 가리켰어.
그래도 오랜만에 데이튼데 조금 예쁘게 꾸미고 가고 싶었는데 둘 다 그냥 티에 바지 입고 있었단 말이야
열이야 뭐 어떻게 입든 잘생겼지만 막 이래 어쨌든 열이의 제안으로 우리는 다시 부산으로 가는 기차표를 손에 들었어
여행은 자주 가는 편이 아니야, 오래 만나긴 했지만. 둘 다 일도 있고, 바쁘기도 바쁘고, 비슷한 곳에서
음악을 하다가 보니까 바쁠 땐 같이 바쁘고 한 명 바쁘면 한 명 한가하고 한 명 한가하면 한 면 바쁘고
결론은 다 바쁜 날 뿐이니까 시간 쪼개서 데이트는 자주해도 여행은 가기가 어려웠지. 사귀고 나서 처음 가는 거였어.
여행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게 또 당일로 다녀왔거든. 둘 다 즉흥적인걸 좋아해서 참 다행이지.
부산에 도착하자 마자 다시 우리는 그때처럼 해운대로 갔어. 바다 보고 걷다가 우리가 조금 늦게 출발해서
조금 일정이 빠듯하기는 했어 바다에서는
"열아 완전 좋아 진짜 기분이 너무 좋아 오늘"
"술도 안 마셨는데 왜 이러실까"
열이가 내 뒤에서 백허그하고 우리는 뒤뚱뒤뚱 해변가를 걷고 있었어.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였어.
날도 참 잘 고르지. 항상 우리가 어디 이동하면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였어. 그러다 근처에 커플이 돗자리 펴고 앉아있는데
강아지도 있는거야. 그래서 내가 너무 귀엽다 이러고 있었는데 내 목소리가 꽤 컸는지 쳐다보시더라구.
그래서 내가 당황해서. 아 들으셨나? 기분 나빠하시면 어떡하지? 이랬더니 열이가 설마 이러면서 내 머리 위로 턱을 괴더라구.
그런데 그때 그 분들이 엄청 우리를 뚫어져라 보시더니 EXO? 이러시는 거야. 그래서 우리 둘 다 놀라서 예?! 이랬더니
맞죠? 이러면서 여자분이 가까이 오시더라구. 그러시더니 나 보고도 헐 징어님?! 이러시는거야
우리 둘 다 어떻게 아세요?! 이랬더니 페북도 팔로우 해서 보고 계시고 유튜브도 구독했다구
우리 노래를 좋아해주시는 서울 분이셨어! 그래서 내가 아 그래서 아셨구나! 하면서 인사했더니
공연도 한 번 못 가고 홍대에서 길거리에서도 못 만났는데 여기서 만나니까 반갑다고 해주셨어.
그래서 얼떨결에 같이 놀고 같이 밥도 먹고 그랬어, 되게 유쾌한 커플이였어.
열이 덕에 우리 커플이 좀 달달한 편이라면 정말 두 분은 코미디 보는 거 같았어.
티격태격한데 기분 안 나쁜 티격태격?이였어 그래서 내가 보면서 계속 웃었더니
재밌냐고 물으셔서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하고 사과 했더니 아니라고 재밌으시면
저희야 좋죠 하면서 성격도 너무 좋으시더라. 그리고 이 분들은 2박 3일로 오신 거라 일정을 다 짜서 오셨더라구
밥 다 드시곤 우리한테 같이 공원 가실래요? 하시길래 차 얻어서 타고 공원으로 같이 갔어
같이 가서 강아지랑 놀고 음악 얘기도 하다가 통성명도 하고 나이도 알고 보니까 우리보다 2살 많으시더라구
그래서 편하게 언니 동생 형 동생처럼 얘기하다가 아이스크림도 사서 먹고
너무 즐거웠어 내가 사람 만나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 그래서 더 좋았던 거 같아
연애 되게 오래하시는 거 같다면서 잘 어울린다고 듀엣곡 보고 반했다면서 막 찬양급에 가까운 얘기를 해주시는데
부끄러웠지만 기분 좋았어. 그리고 사진 찍어달라고 하셔서 연예인도 아닌데 하면서 웃었더니 한 번만 찍어달라고 해서
사진 찍고, 막 우리 사진도 찍어주신다면서 얘기하셔서 우리 사진도 한 장 찍었어
박찬열님이 김징어님과 함께 있습니다. 30분 전
오세훈 뭐예여? 어디 간 거예여? 좋아요 700
김민석 부산이야? 예쁘다 좋아요 445
변백현 강아지 강아지!!!! 강아지!!!!!!!!! 좋아요 609
김xx 이xp헐 부산이래 나갈 각 아님? 좋아요 20
박oo 허루ㅜㅜㅜㅜ너무 예뻐요ㅜㅜㅜㅜㅜ 좋아요 300
최zz 저 공연 갔었어요! 진짜 최고였어요ㅜㅜ 두분 다 음색이 완전 꿀루ㅜㅜㅜㅜ 좋아요 238
오늘은 너무 늦게 출발하기도 했고 계획도 아무것도 안 세우고 가서 거의 그냥 바다만 보고 왔어
세훈이는 뭐 바다를 보러 부산까지 가냐며 전화로 불만이라고 투덜거리고 백현이는 찬열이네 오피스텔에서
강아지 키우는 거 어떠냐고 뜬금없는 소리하고 민석이 오빠는 조심히 오라고 하더라. 이제 서울 올라간다고
민석이 오빠한테 전화 걸었는데 다 같이 있었나봐. 그래서 통화를 마치고 그 커플분들이랑 인사하고 부산역까지
데려다주신다길래 사양했는데 그래도 태워다주시겠다고 해서 계속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부산역까지 또 차 얻어탔어 재밌었다고 얘기 하구 나중에 공연 꼭 보러오시라구 얘기하고 우리는 기차 타러 왔어.
내가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해서 역 근처 베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 케이크 샀어.
그래서 내가 왜 케이크를 샀냐고 하니까 특별한 날엔 케이크 먹는 거라면서 얼른 가자고
손 잡고 걷더라구 그래서 쫄래쫄래 가면서 나랑 와서 특별하지? 그렇지? 이러면서 찬열이 올려다보니까
다 맞다고 다 맞아~ 이러더니 자기 코랑 내 코랑 부딪히고 웃더라 언제 봐도 열이 미소는 너무 예뻐
기차 타고 가면서 케이크 뜯어서 먹었어 다 못 먹을 줄 알았는데
먹다가 보니까 어느새 다 먹었더라 그래서 내가 헐 다 먹었다 이랬더니 열이가 왜 아쉬워? 하면서 묻길래
내가 조금? 이랬더니 열이가 아쉬울 때 끝내는 거야 이러면서 상자 다시 포장해서 옆에 내려놓더라
그래서 내가 열이 째려봤더니 웃으면서 뭐 왜 돼지야 왜 이러길래 아무것도 아닌데? 이랬더니
나중에 많이 많이 사줄게 오빠 앨범도 나오니까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웃으면서 누가 오빠야~이랬더니
내가 오빠지~이러면서 내 어깨에 기대길래 나도 옆으로 열이한테 기댔어
그런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구 음악적인 것도 그렇고 경제적인 것도 그렇고
나는 열이랑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어서 열이랑 이런 얘기는 안 해봤지만
둘 다 이렇게 음악하면 아무래도 늙으면 한계가 있을텐데 싶기도 하고
이런 생각 하다 보니까 진짜 내가 열이 옆에 있는 게 너무 좋구나 싶은 거야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아서
열이 팔 끌어안았더니 열이가 웃으면서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애교를 부리실까 이러길래
열이가 너무 좋아서~ 이랬더니 열이가 볼에 뽀뽀해주더니
내가 더 좋아 네가 너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