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탄소야. 그 이름 뭐더라......? 전국? 정국? 그 오빠 학교 왔대"
"나 오빠랑 결혼할래!"
"오빠 왜 이사가? 엄마 우리도 이사가 오빠 따라가 싫어 오빠 맨날맨날 못 보잖아"
어릴 적 탄소가 엉엉 울면서 엄마에게 떼를 쓰고 있다.
정국이 8살, 탄소가 7살 때였다. 정국을 유독 좋아하고 따르던 탄소는
결혼을 할 거다, 정국이 오빠가 제일 좋다는 귀여운 고백으로 주위를 미소로 물들였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탄소 아빠의 사업 때문에 이사를 오게 되었고
우연인지 운명인지 다시 정국이네 옆집으로 오게 되었다.
"아 나 오늘 못생겼는데 왜 하필 오늘 와 맨날 안 오다가!"
"그럼 그 오빠가 너 이쁜 날 골라서 와야되냐? 이제 경기 없어서 학교 계속 나올거래"
"그건 어떻게 알아?"
"반에 남자애들이 얘기하는 거 들었어"
다친 데는 없겠지? 멀쩡하겠지? 태권도 선수인 정국은 어릴 적 탄소의 기억엔
아빠보다 슈퍼맨보다 스파이더맨보다 멋있는 존재였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국이 학교에 왔는지 멀리서 전정국!하고 소리지르는 목소리를 듣고
탄소는 복도로 뛰쳐나갔다. 정국이 여러 선물봉지를 양팔에 끼고 웃으며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탄소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려 한참 쳐다보다가 평소 목소리보다 살짝 낮은 톤으로 혹시 탄소야?
"응! 오빠 완전 오랜만!"
"뭐야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나 전학왔어 이사도 왔어 오빠네 옆집으로 이모가 얘기 안 해?"
"전혀 몰랐는데, 이게 얼마만이야. 중학교 때 보고 3년만인가?"
"그러니까 오빠가 너무 안 오길래 내가 왔지"
"하여간 말은 잘 해요 이따가 연락할게 번호 알려줘"
정국이 휴대폰을 내밀었고, 탄소는 휴대폰을 받아 번호를 입력했다.
'제일 예쁜 동생♡'
정국은 저장명을 보며 웃었고, 그래 제일 예쁜 동생. 오빠 간다. 하며 손을 흔들고 지나갔고,
그 순간 탄소네 반 애들이 모두 탄소에게 달려들었다.
"뭐야 뭐야? 아는 사이야?"
"뭔데 뭐야 왜? 친해? 중학교 때? 뭐야?"
"야 전학생 너 형이랑 친해?!"
교실은 시끄러워졌고,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수정이 나와 탄소를 잡아 의자에 앉혔다.
그리곤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 부모님끼리도 아는 사이, 저 오빠가 태권도 한다고 이사 가서
못 만나다가 지금 만난 상황. 정리 끝이지? 좀 조용히 해, 이제. 라고 말하자 애들은 수긍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몇몇 아이들은 궁금한 게 많은지 계속해서 뒤로 몸을 돌렸지만
수정이의 눈빛에 다시 칠판을 볼 수밖에 없었다.
"정수정 핵짱......"
"멋있지?"
"반하겠어"
다들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찾아오고 미친듯이 뛰어내려가는 애들 사이에
수정이와 탄소만 천천히 걸어가던 중이였다. 누군가 탄소의 어깨를 두드려
뒤를 돌아보자, 정국이 친구와 뒤에서 걷고 있었다. 어, 오빠! 하고 반갑게 아는 척을 하자
정국이 웃으면서 그래 탄소야 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밥 같이 먹을래?"
"응? 수정아 괜찮아?"
"친구 불편할까봐 내 친구도 데려왔는데"
"충분히 불편하지만 같이 먹을게요"
수정이의 대답을 끝으로 넷은 줄을 섰고, 정국이 학교에서 유명한 편이라
나오는 사람 마다 시선을 받아야했다. 탄소는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여자애들이 관심을 갖는 거 같아 화가 나기도 했다.
짜증나!!!! 내 건데!!!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에 내진 않았다.
정국은 한 번도 자신의 고백에 답을 준 적이 없기 때문이였다.
중학교 때 잠깐 만났을 때, 오빠를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지만
정국은 그저 웃으며 아까처럼 머리를 쓰다듬을뿐이였다.
"많이 먹어 탄소야"
"응 오빠도 많이 먹어"
"친구도 많이 먹어"
"네 많이 드세요"
옆에 친구 이름이 뭐랬더라? 지민? 지민이 오빠는 수정이가 마음에 드는지
계속 쳐다보기도 하고, 괜히 말을 걸기도 했다.
성별이 바뀌었지만 저와 정국을 보는 거 같아 괜히 웃음이 나는 탄소였다.
수정이 왜 웃냐고 옆구리를 쿡쿡 찌르자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젓는 탄소다.
"근데 오빠 경기는 잘 했어?"
"와 오빠 경기하는 거 못 봤어?"
"학교 적응하느라 바빴어 아직 지리도 잘 모르구......"
"장난인데 왜 이렇게 또 시무룩해져 잘 했지 오빠 메달도 땄는데?"
"와 역시 우리 오빠야"
하이파이브를 치자, 주위 학생들이 다 쳐다봤고 탄소는 장난스런 말투로
아 오빠 너무 인기 많아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 엣날엔 인기 없어서 내 거였는데, 막 이래. 하며 웃었고
정국은 네가 몰라서 그렇지 인기는 꾸준히 많았어 하며 탄소를 쳐다봤다.
"다음 달에 경기 있어 그건 보러와"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당연히 오빠 응원하러 가야지"
"아 너 오면 오빠 힘들어서 경기 지는 거 아니야?"
"이러기야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