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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언덕

남우현 김성규

 

W치프

 

 

 

 

BGM : Maximilian Hecker - I'll be a Virgin, I'll be a Mountain

 

 

 

 

 옅은 물때가 끼인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탁하다. 일기 예보에서 비가 온다는 말도 없었는데 잿빛 구름은 잔뜩 음울해 보였다. 해는 천천히 넘어가며 노을을 만들었지만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너울거리는 붉은 기운 밑으로 새가 날갯짓을 하며 지나갔다. 퍼덕거리는 날개 뒤로는 아무것도 없다. 외로운 몸짓이다. 성규는 노트북의 화면이 어두워지는 것도 모르고 계속 창밖을 보다가 고개를 바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검게 꺼진 모니터에 저의 얼굴이 비췄다. 아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던 밝은 색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했다. 입술은 거칠게 껍질이 일어나고, 말라서 볼이 들어간 얼굴을 샤프하다기보다는 초췌했다.

 

 외롭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성규는 모니터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마우스를 흔들었다. 아내와 삼 년 동안 연애를 하다가, 어쩌면 조금씩 저를 압박해오던 묘한 부담감을 떨치기 위한 돌파구로 결혼을 선택할 것일 수도 있다. 연애의 설렘도 없고, 결혼의 정도 없었다. 우리는 행복해 보였지만, 그건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애정이 없다면 마찰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내나 저나 잦은 잠자리를 꺼려했다. 아마 아이의 존재를 두려워했던 것 같았다. 아이가 태어나면, 무책임한 방황도 더 이상 할 수 없을테니까. 사랑의 빈자리를 책임이 메우게 되는 것이 싫었다. 아마, 그래서, 아내가 해외로 유학을 가겠다고 말했을 때 아쉬운 마음 깊숙이 작은 흥분이 몸부림 쳤을지도 몰랐다. 아내가 떠난 집에서 혼자 소파에 앉아 집안을 둘러보니 야릇한 평화와 이상한 외로움이 저를 엄습했다. 성규는 당연히도 아내의 부재가 저를 고독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에도 낙엽이 발밑을 구르는 듯한 쓸쓸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잔뜩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어두운 골목의 가로등 밑을 걸을 때, 성규는 그제야 알았다. 저는 언제나 외로운 사람이었다. 가로등 불빛에 뛰어들어 마른 날개를 푸덕거리는 날벌레처럼, 저는 외로웠다.

 

 성규는 노트북을 정리하고 의자에 걸쳐두었던 검은 자켓을 입었다. 일이 늦어지는 바람에 퇴근 시간이 꽤 넘었다. 책상 위에 커피가 말라붙은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고서 회사 사람들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성규의 하얀 손이 팔랑팔랑 흔들렸다. 사무실을 나서고 밖으로 걸어가는 걸음에 힘이 없었다. 테이프를 감아 다시 재생 하는 것 같은 일상은 지독한 무기력함을 느끼게 했다. 막 사회인이 되던 때의 설렘과 기분 좋은 두려움이 기억나지 않았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던 청춘은 봄꽃처럼 너무 빨리 져버렸다. 서른둘의 회사원에게 청춘은 너무 멀기만 한 말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아니, 처음부터 잘못된 게 아닌지도 모른다. 사실 삶이란 것은 원래 이렇게도 지루한 것일지도 몰랐다.

 

 늦가을이라 해가 짧아 벌써 하늘 구석으로 쪽빛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성규는 사람들이 만든 검은 무리에 섞여 걷기 시작했다. 길바닥은 뭉게진 은행 열매로 얼룩덜룩하다. 성규는 그 위를 천천히 걸었다. 짓밟힌 은행과 낙엽이 발밑에 붙어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어깨가 묵직하고 허리가 뻐근했다. 한숨을 쉬었다. 답답함이 가슴 한켠을 꽉 움켜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성규는 계속 걸었다. 그것 밖에는 할 수 없는 사람처럼.

 

 일부러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해서 얼마 걷지 않아 금세 익숙한 동네가 눈에 들어왔다. 매일 아침 보던 꽃집, 퇴근 시간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댄스 학원, 항상 노오란 조명을 은은하게 켜고 있는 작고 따뜻한 커피숍. 성규는 멈춰 서서 커피숍을 바라봤다. 커피를 퍽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집 앞의 아담한 커피숍은 발길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냥 집에 돌아갈까 생각하다가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히터의 따뜻한 공기가 끼쳤다. 성규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카운터로 걸어갔다. 흰 셔츠의 소매를 팔꿈치 언저리까지 걷어올리고 검은 앞치마를 단정히 입은 우현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똑같은 거 드릴까요?"

 

 

 앞머리에 숱이 많은 검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우현이 으레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도톰한 입술이 부드럽게 올라가고, 오똑하고 곧은 코 끝에 형광등의 빛이 살짝 맺히고, 속쌍커풀이 있는 눈이 다정하게 웃었다. 성규는 우현의 미소에 살짝 웃으며 예, 하고 대답했다. 청춘에 머물러있는 청년의 얼굴은 달콤한 커피향이 났다. 저와는 다른 느낌이다. 성규는 아마 저에게는 퀴퀴한 홀아비 냄새가 날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모든 청량감을 박탈당한 기분이다. 성규는 씁쓸한 기분으로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들었다. 지갑이 접힌 모양이 그대로 남은 구석이 꼬깃, 구겨진 지폐. 우현은 지폐를 받아들고 성규에게 거스름돈을 건네주었다. 하얗고 가느다란 성규의 손은 보드랍기까지 해서 꼭 여자 같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성규는 우현이 저의 손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눈치 채고는 슬쩍 손을 거두었다. 계집애 같아서 부끄러운 손. 아내는 저의 손이 남자답지 못하다며 농담 같은 핀잔을 주고는 했다. 우현은 저의 시선이 들킨 것 같아 무안한 기분이 들어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서는 성규가 항상 주문하던 달콤한 카라멜소스가 들어간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얀 얼굴과 갈색 머리카락에 퍽 어울리는 단 맛이다. 그 묘하게 쓸쓸한 얼굴 까지도, 씁쓸한 끝 맛과 어울렸다. 거의 매일이라도 해도 좋을 만큼 가게를 찾아오는 성규는, 아주 묘한 사람이었다. 나긋나긋 한 목소리와 항상 나른한 표정을 하고 있는 얼굴은 온화하지만 어딘가 날카로운 것이 있었다. 한 가지 단어로 틀에 가둘 수 없는 가슴을 간질이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것은 봄바람 같다가도, 늦가을의 쓸쓸함 같기도 했다. 똑, 똑, 커피는 가을 같은 색을 담으며 컵 안에서 작게 울렸다. 우유를 섞은 커피에 하얀 생크림을 얹고 카라멜 소스를 뿌려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작은 스트로우 하나와 맛있게 드세요, 하는 한 마디. 성규는 커피를 받아들며 웃었다. 감사합니다. 달큰한 향기가 훅 끼쳤다. 우현은 그것이 커피 때문인지 성규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성규는 작게 구둣발 소리를 내며 가게를 나갔다. 꽃샘추의 바람은 조금 벌려진 셔츠의 앞섶을 파고들었지만 손에 쥔 커피는 따뜻했다.

 

 커피숍에서 좀 더 걸어가자 오피스텔 단지에 이렀다. 커다란 창문이 몇 개 있는 회색 오피스텔로 들어서 계단을 올랐다. 터엉, 터엉, 하고 발소리가 울렸다. 성규 말고는 아무도 없어서 되돌아오는 소리는 벽에 부딪혀 반사되어오는 똑같은 터엉, 터엉, 하는 발소리뿐이다. 마땅히 버릴 곳이 없어 계속 들고 온 빈 커피잔을 괜히 흔들었다. 성규는 저가 사는 이층에 도착해서 번호키를 눌렀다. 기계음이 몇 번 나더니 문이 열렸다. 복도의 불빛이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몇 개 없는 신발이 놓인 현관의 신발장을 비추는 주홍색 불빛은 꼭, 억지로 엎질러 진 것 같이 꾸역꾸역 빈자리가 큰 신발장을 비췄다. 성규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불을 켰다. 조금 뒤늦게 켜진 형광등 밑의 테이블에는 아직 치우지 않은 커피잔들이 꽤 많았다. 성규는 손에 들린 잔을 테이블 위에 놓고서, 옷을 벗었다. 자켓은 소파에 던지고, 안방으로 걸어들어가 넥타이는 침대 위에 던졌다. 벗은 바지는 벨트가 둘러진 채로 넥타이 옆에 던져졌다. 셔츠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고리에 걸린 옷걸이를 집어 대충 걸어놓았다. 침대 위에는 아침에 벗어놓은 그대로 옷이 널브러져 있었다. 회색 트레이닝 바지, 하얀 반팔. 성규는 옷을 입으며 항상 옷을 똑바로 정리하라며 잔소리를 하곤 했던 아내를 생각했다. 사랑이라기보다는 옛 추억을 생각하는 향수 같은 것이었다.

 

 거실로 나가 집안을 둘러보니 이것저것 구별 없이 어질러져있는 것이 정신이 없었다. 허리에 손을 얹고 숨을 깊게 쉬었다. 테이블로 걸어가 커피잔들부터 치우려고 하는데 자켓 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이 울었다. 발신자를 확인했다. 아내의 이름이 커다란 액정 가운데서 빛나고 있다. 가만히 이름을 내려다봤다. 그러다가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있어. 성규는 그런 생각을 했다. 전화를 받아야 아내를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전화를 받았다. 작게 일렁이는 거북함과 꺼려짐은 뒤로 미루었다. 저는 아내를 사랑해야했다. 저는 남편이고, 그녀는 아내이니까. 아직은, 사랑의 빈자리를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핸드폰 스피커에서 오랜만에 듣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지내? 성규는 꿀떡 침을 삼켰다. 목이 타는 것 같았다. 응, 잘 지내지. 오랜만이야. 아내가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했다.

 

 

 "전화 자주 못 해서 미안해. 요즘 일이 많이 바뻐."

 "괜찮아, 나도 겨우 시간 내서 전화했어. 일이 많아?"

 "으응. 이것저것, 좀, 많네."

 

 

 아내와의 통화는 이상한 괴로움이 느껴졌다. 입이 마른다. 꼭, 저들의 사랑처럼. 성규는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다시 입술을 꾹 다물었다. 핸드폰 너머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핸드폰을 조금 떨어뜨린 건지 옅게 들리는 쉿, 하는 아내의 소리. 조용히 해. 남편이야. 그리고 선명하게 들리는 입맞추는 소리. 성규는 비참함을 느꼈다. 얼마 전부터 낌새를 알아챘다. 사람이란 것은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기 마련이었다. 아내가 저를 정말로 사랑했다 해도, 떨어져 있는 거리와 시간은 사랑을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내의 불륜이 저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아내의 외도에도 배신감이 들지 않는 저들의 관계가 성규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이미 저 스스로 다정한 신혼부부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친한 친구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차라리 화가 나서 욕이라도 하고 싶었다. 네가 뭔데 나를 버리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성규를 채우는 것은 옛 애인이 새로운 연인을 사귄 것을 알게 된 아주 미미한 씁쓸한 같은 거였다. 애초에 분노를 느낄 자격을 상실했는지도 모른다. 사랑을 비워냄과 동시에, 아내에 대한 모든 권리를 잃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법으로 묶인 관계였지만, 정의 공허함 앞에서 법은 무색했다. 갑자기 지독한 고독이 몰려들었다. 성규는 말이 없다. 아내는 급한 채하며 목소리를 크게 했다. 미안해, 나 끊어야겠다. 아내가 앞에 있는 것이라도 된 듯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긴 앞머리가 얼굴을 가렸다. 아내가 전화를 끊는 소리가 들렸다. 성규는 대답했다. 응.

 

 성규는 핸드폰을 테이블에 던졌다. 툭, 떨어진 핸드폰이 커피잔이 부딪혔다. 소파에 주저 앉아 고개를 젖혔다. 베이지색 벽지가 불은 천장이 보였다. 눈을 감고 팔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이혼을 생각했다. 곧 고개를 저었다. 결혼이 주는 가장이라는 것은 좀 더 무거운 짐을 지어주는 동시에 사회인으로써 안정감을 주었다. 적어도 사회구성원들에게 정해진 길을 제 때에, 평균의 무리에 속해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마 결혼하기 전부터 자신은 이런 안심을 원한 것일지도 모른다. 적당한 때에 연애를 하고, 적당한 때에 결혼을 해서, 그래, 이 정도면 할 때가 됐지, 하는 말을 듣는 것. 이 정도의 평범함과 안식을 바랐을 거다. 낭만과 함께 떠나보낸 사랑이 이제야 저에게 복수를 하나보다. 성규는 눈을 가리던 팔을 뚝 떨어뜨리고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밤이 유독 까맣다.

 

 

 괜히 생각이 많아져서 늦은 시간에 잠에 들었더니 머리가 멍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마친 성규가 물에 젖어 색이 진해진 머리카락을 말렸다. 결이 상한 머리칼을 말리고 대충 매만진 후에 화사한 베이지색 가디건을 걸쳤다. 현관문을 여니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늦가을의 날씨 치고는 꽤 따뜻한 날이었다. 단지를 빠져나가 큰길로 들어서니 출근하는 사람들이 바쁘게 걷고 있다. 원래 걸음이 느린 성규가 천천히 걷다가 자연스러운 발길로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포근한 온기와 커피 냄새. 아침이라 사람이 얼마 없었다. 성규가 카운터를 둘러보는데 매일 보이던 우현의 얼굴 대신 처음 보는 직원이 있다. 우현과는 느낌이 많이 다른 화려한 얼굴이다. 짙은 쌍커풀에 커다란 눈이 꼭 만화책에서나 나올 것 같은 미남이었다. 검은 앞치마에 삐뚤게 달린 명찰에는 김명수라는 이름 석 자가 써있다. 명수가 입을 열려는 찰나에 어디선가 달려온 우현이 명수를 살짝 밀쳤다. 야, 바닥 좀 닦아주라. 마침 주문을 하려던 성규는 멍청한 얼굴을 했다.

 

 

 "내가 왜 그걸 해. 형이 해."

 "한 번만 해주라. 다음에 내가 할게."

 

 

 우현이 손을 꼭 쥐고 검지손가락 하나를 세우며 발을 굴렀다. 명수는 못마땅한 얼굴을 하더니 마지못해 대걸레 자루를 손에 쥐었다. 당당히 카운터에 서서 성규를 마주한 우현이 꽤나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고 있다. 그리고서는 또, 같은 거 드려요, 했다. 성규는 예, 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하는 성규를 보던 우현이 허리를 숙여 고개를 조금 가까이했다.

 

 

 "얼굴이 별로 안 좋으시네.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

 

 

 성규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눈을 내리깔았다. 진한 커피 향기가 난다. 아직도 치우지 않은 집안의 커피잔들이 생각났다. 테이블 위의 커피잔들, 어젯밤, 울리던 핸드폰, 아내.

 

 

 "아니요, 아무 일 없어요."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내가 바람을 피워도 괜찮아. 이미 꽤 오래전부터 사랑이 없었다는 것을 알아도 괜찮다. 저의 안부를 물어주는 것이 단골 커피숍의 직원이어도 괜찮았다. 괜찮지 않은 건 너무 무감각해진 자신뿐이다. 아내의 외도를 알았지만 저는 평범하게 아침을 맞고, 매일과 같이 마시던 커피를 마시고, 또 출근을 하고. 사랑과 이별 했을 때와는 또 다른 비극이었다. 이 우울함이 싫어하는 날씨를 맞은 정도의 슬픔이라는 것이 싫었다.

 

 

 "입술 많이 텄어요."

 

 

 성규를 바라보던 우현이 자신의 입술을 손으로 톡톡 건드리며 말하더니 아차, 소리를 내며 저의 바지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더니 손에 쥔 작은 것을 내밀었다. 성규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저와는 다르게 두터운 우현의 손에는 작은 튜브형 입술보호제가 올려져있다. 성규는 갑작스러운 우현의 호의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랐다. 우현이 재촉했다. 받아요. 얼른. 작은 눈을 동그랗게 뜬 성규가 우현을 쳐다보니 방긋 웃었다.

 

 

 "아직 한 번도 안 쓴 거예요. "

 

 

 성규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우현의 작은 선물을 받아들었다. 커피를 만들기 위해 뒤를 돌은 우현의 등을 바라보던 성규가 저의 손에 들린 것을 내려다봤다. 앙증맞은 복숭아가 그려져 있다. 우현의 커피향과 함께 복숭아의 수줍은 향기가 났다. 손바닥에 올려져 있는 것은 너무 따듯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온갖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피곤하면 입술이 잘 트는 편이라 자신조차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이름만 겨우 아는 남자가 저를 챙겨준다는 것이 한 없이 묘했다. 그 사이 우현은 항상 우유 거품을 잔뜩 얹은 커피를 성규의 앞에 올려놓았다. 성규는 커피를 손으로 감싸쥐었다. 고마워요. 잘 쓸게요. 성규의 말에 우현이 웃었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회사에서 점심을 먹은 후에 사무실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화면이 검어진 노트북의 화면을 보다가 바지 주머니를 뒤져 입술보호제를 꺼내들었다. 가만히 내려보다가 책상 밑의 첫 번째 처랍을 열고서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성규가 가게를 들를 때 마다 다정하게 웃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아내에게 비싼 시계를 선물 받아도, 고급 넥타이를 선물 받아도 의무적인 웃음을 지었을 뿐인데, 한참이나 어린 남자애가 주는 작은 선물에 마음이 동할 줄은 몰랐다. 검은 앞치마를 깔끔하게 입으며 웃던 그 얼굴. 눈썹을 가리며 길게 내려온 앞머리와 사랑스럽게 접히는 눈웃음. 어설프게 달려있는 명찰의 남우현 이름 석 자. 그 이름에서는 덜 익은 풋내가 난다.

 

 회사에서의 생활은 지루하다고 생각 할 것도 없이 천편일률적이다. 차트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쓰고, 가끔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간 신입사원들이 발발 거리는 걸음으로 타다주는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고. 일탈을 바라지는 않았다. 저에게 이미 일탈은 감동과 희열이 아니라 불안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쳇바퀴를 굴리는 작은 쥐새끼 같은 삶에 안주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성규는 지루한 얼굴로 턱을 괴었다. 저도 한 때는 장래희망란에 가수를 써넣을 만큼 세상 물정 모르는 때가 있었다.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낭만이고 사랑인줄만 알았던 어리석고, 황홀했던 때가. 고등학교 때 열심히 하던 공부를 놓아버리고 부모님 속을 썩이며 노래를 불렀지만, 결국 다시 손에는 마이크 대신 연필을 쥘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좌절이 노트북이나 두드리며 청춘이니 낭만이니 하는 것을 옛 학창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만들었을까. 한 때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고, 시를 읽으며 감동을 받곤 했던 저는 이미 죽어서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기타의 연주법도 생각나지 않는 옛날이었다.

 

 성규는 입술보호제를 넣어놨던 서랍을 열었다. 갖가지 잡동사니와 함께 덜컹, 흔들렸다. 뚜껑을 돌돌 돌리고 손가락에 힘을 주니 조그만 구멍 사이로 분홍색 젤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여자애도 아니고 분홍색이 뭐야. 문득 입술을 끌어올리며 웃던 우현의 미소가 떠올랐다. 어쩌면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손에 들린 분홍색 물건은 꼭 맞지 않은 신발처럼 어색해 보였다. 손가락이 괜히 간질거렸다. 나이 먹어서 주책이라는 게 이런 말인가. 성규는 손끝에 조금 짜내어 입술에 문질렀다. 옅은 복숭아 향이 난다. 입술을 앙 다물고 오물거렸다. 묘한 기분과 함께 민망함이 찾아들었다. 성규는 급하게 뚜껑을 닫고 서랍 속 깊숙이 그것을 넣어놓았다. 꼭 처음 받은 연애편지같이. 명치와 손끝이 간지러워 한참을 꼬물거렸다. 풋내. 입술에서 촉촉한 풋내가 난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서 하던 일을 정리하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떠있는 뉴스를 보는데 옆을 지나가던 호원이 말을 걸었다. 형, 퇴근하고 시간 있어? 성규는 작은 손에 마우스를 꼭 쥔 채 동그란 눈으로 호원을 올려다봤다. 퇴근 후에. 대뜸 커피숍 생각이 났다. 진한 녹색 칠판에 하얀 분필로 써 있는 메뉴판, 커피 향기. 성규는 잠시 동안 입술을 오물거리며 눈동자를 도록도록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간 있어. 왜."

 "오랜만에 술 한 잔 하자."

 "좋지."

 "근데, 형 입술에 뭐 발랐어?"

 

 

 아차. 성규는 뜨끔한 기분으로 입술을 맞물려 숨겨버렸다. 그리고서 얼굴을 돌려 모니터를 봤다. 어, 으응. 선물 받은 거. 말투가 괜히 쭈뼛했다. 호원은 아, 그래, 하고 자리로 돌아가버렸다. 성규는 주먹을 그러쥐고 손목 안쪽을 관자놀이에 가져가댔다. 창피하다. 나이라는 것은 왜 자꾸 죄처럼 저를 부끄럽게 만드는 걸까. 이제는 동네 꼬마아이들이 굴러온 공을 차달라며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라서 그런 걸까. 복숭아 향이 나는 분홍색 입술보호제는 남사스럽다.

 

 호원과 곧잘 가곤 하던 술집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목소리로 왁자지껄했다. 고기 굽는 냄새가 맛있게 풍기고, 익숙한 주인 얼굴이 보였다. 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을 보고 웃으며 인사한 후에 가게 구석에 놓인 2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호원이 건너편의 의자를 빼어 앉았다. 단 둘이 갖는 술자리는 오랜만이었다. 최근에는 항상 회사 사람들과 함께였으니까. 사람이 많은 자리를 썩 좋아하지 않는 성규는 회식 자리가 부담스러웠다. 그것도 결국은 눈치 싸움의 연장선이다. 사회라는 것은 언제나 맘이 편치 않았다.

 

 불판이 달궈지고 빨간 고깃덩이를 위에 올리자 기름이 튀었다. 성규는 직원이 건네주는 술잔을 받아들었다. 호원이 술병의 주둥이를 까더니 성규의 잔을 채웠다. 쪼로록 소리를 내며 들어찬 술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호원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호원은 동생답지 않은 듬직함이 있었다. 곧잘 어른 같은 모양을 하던 얼굴에는 든든한 묵직함이 서려있고는 했다. 옛날, 대학에서 처음 호원을 만났던 그 때부터 그 어른스러움을 좋아했다. 다물린 입술과 잘생긴 눈썹은 그 성격처럼 곧았다. 성규는 작게 웃었다. 이제는 조금씩 연륜이 묻어나는 얼굴이다.

 

 

 "우리두 이제는 늙었다. 그렇지?"

 "나는 아직이고, 형은 늙었지. 이제 아저씨 소리 듣는다며."

 

 

 성규가 멋쩍게 웃었다. 저도 오빠거리며 좋다는 여자애들이 줄을 설 때가 있었다며 반박하려다 말았다. 그 오빠 소리, 이제는 너울너울 떠나버린지 오래였다. 성규는 쓰읍, 하며 술을 한 번에 입 안에 털어넣었다.

 

 

 "너두 평생 오빠 소리만 듣고 살 것 같니? 인마, 너두 아저씨 얼마 안 남았어."

 

 

 심술이 찬 말투로 말했다. 호원이 하하,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말 그대로 하하, 하고 웃는 소리가 났다. 호원이 비어있는 성규의 술잔을 채웠다.

 

 

 "형수님은 잘 지내?"

 

 

 아. 성규는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새살이 위태롭게 덮고 있던 상처가 툭 터진 느낌이었다. 그 상처가 아내, 그 자체에 대한 상처일 수도 있고, 저 자신에게 느낀 환멸에 대한 상처일 수도 있었다. 성규는 잠시 동안 대답 없이 술잔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안에서 터진 상처에서 피가 줄줄 새어나올 것 같았다. 피냄새가 지독해서 주머니에 넣어둔 복숭아 향이 기억나질 않았다. 성규는 대뜸 그런 걸 왜 묻니, 하고 소리치고 싶었다. 아내를 사랑하던, 사랑하지 않던 그것은 거북한 일이었다. 자신은 버려졌고, 여러 가지 감정으로 인해 고립되고 있었다. 성규는 손끝으로 작은 술잔을 잡았다. 입술을 두드리는 갖가지 말들을 술과 함께 꿀떡꿀떡 삼켰다. 안에 고이는 쓰디 쓴 술이 선연하게 느껴졌다. 으응, 잘 지내. 외간 남자와 사랑을 나누며 잘 지낸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의 처지가 퍽 불쌍해 질 것 같아 그만 두었다. 호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결혼까지 해 놓고 혼자 살면 외롭지는 않어?"

 "자주 전화하구, 그러는데 외로울 것이 뭐 있어."

 

 

 주머니에 넣어놓은 전화기가 거짓말이라고 울어댈까 겁이 났다. 사실은 전화는 물론 문자도 자주 안한다고 저의 거짓말을 일러바칠까봐. 성규는 스스로도 호원을 속인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겉으로라도 잘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욕심인가. 손에 들린 술잔을 천천히 돌렸다.

 

 

 "가끔 보러 한국에 오시라 그래. 얼굴도 좀 보고 그래라."

 

 

 성규는 괜히 죄짓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서 공부하느라 정신없을 텐데, 무얼 굳이. 괜찮어."

 

 

 작게 콧바람을 뿜으며 멋쩍게 웃었다. 가슴이 찌르르 아려오고 눈덩이에 열이 올랐다. 괜찮다는 말은 참 그렇다.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을 짠하게 울린다. 성규는 홀짝 술을 마셨다. 넘어가는 술이 여기저기를 찔러서 안이 쓰라렸다. 딴에 형이라고 약한 소리를 하기 부끄러운 건가. 원래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성격이기는 하지만 혼자 가슴을 둥둥 울려대는 것이 멍청해서 속이 쓰렸다. 호원은 손에 술잔을 든 채로 멈춰서 성규를 봤다. 그러다가 눈을 내리깔았다. 발끝을 보는 건지 술잔을 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툭, 테이블에 다시 내려진 술잔이 울었다. 호원은 형, 하고 성규를 불렀다.

 

 

 "나는 형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잔을 들려고 했는데 들리지 않아서 손을 내려놓았다. 술잔이 너무 무거웠다. 심장이 쿵쿵 울리는 것 같았다. 성규는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들켰나보다. 호원은 옛날부터 눈썰미가 좋았다. 너무 어설프게 숨겨서 들켰나부다……. 아주 꼭꼭 숨겼어야했는데 들켜버렸다. 성규는 소리를 내지 않고 입만 조금 벌려서 웃었다. 목이 메는 초라함이 무섭게도 몰려왔다. 문득 올려다보면 조명에는 작은 나방이 퍼덕거렸다. 검은 나방은 아주 작고 더러웠다. 성규는 겨우내 술잔을 들어올렸다. 응, 고맙다. 유리가 가볍게 맞부딪치는 소리가 쨍, 하고 울렸다.

 

 호원은 술에 취해 얼굴이 붉어진 성규에게 택시를 타고 가라고 했지만 성규는 고개를 저으며 어둑해진 밤을 걷기 시작했다. 길가 옆의 큰 도로를 지나는 차들의 소리가 매서웠다. 뒤에서 호원이 형 조심해,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성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개를 꾸벅꾸벅 흔들었다. 술을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이 술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손 안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노트북 가방을 더욱 세게 그러쥐었다.

 

 날은 차가웠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썩 괜찮은 날씨였다. 어두운 하늘에는 구름이 얼마 없었고, 노란 달은 둥글게 차올라서 거의 보름달처럼 보였다. 시간이 늦어 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닫아 길가를 비추는 것은 옅은 달빛밖에는 없었다. 성규는 아주 천천히 걸으며 숨을 크게 쉬었다. 몸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매연과 섞여 탁했다. 성규는 예민한 목을 가르랑거리고 걸음을 재촉했다.

 

 

 


치프

 

옛날에 욕정글 하나 올린 후에 오랜만입니다

 

사실 시간에 쫓겨서 검토도 못하는 허술한 팬픽이지만 ㅎ..

 

제 사랑을 담았어여 잘부탁드립니다

 


전부터 구상해오던 서른 둘 성규와 스물 둘 우현이의 사랑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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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쩔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헐 ㅠㅠㅠㅠㅠ 금손여시ㅐㄴ님';;;;; 왜 여기서 문학쓰세여;;;; 헐;;ㅜ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신알신하고갑니다ㅠㅠ
11년 전
독자2
헐... 치프님 왜 이리 글을 잘 쓰세여???????!!!!!!!!!!ㅜㅜㅜㅜ 어응어엉어 보는데 제가 다 먹먹해지네요ㅜㅜㅜㅜ 좋다좋네여좋아영!!!!! 신알신하고 갈게요^0^
11년 전
독자4
우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문학이네요ㅠㅠㅠㅠㅠ진짜 좋다 32 성규랑 22 우현이라니 진짜 케미터져ㅠㅠㅠㅠㅠㅠㅠㅠ으흑ㅠㅠㅠㅠㅠㅠ진짜 아련하고 뭔가 분위기 있어요 여기서 문학쓰시네여 진짜;;;; 흡....신알신 하고 가겠습니다..
11년 전
독자5
아..여기서 이러시면안돼여 여기서 문학쓰시면안된단말이예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신알신하고갈께요 너무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6
모찌라고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금손금손금손이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가여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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