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였다. 햇살이 모든 세상을 이글이글 녹여버릴것만 같은, 그런 여름. 사방팔방으로 매미들은 누구 목소리가 큰지 겨뤄대기라도 하는듯 울어재끼는 통에 영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필이면 이런날씨에, 찮은 농구 하자고 별 시덥잖은 지랄을 다 떠는건지. 땡볕아래에서 한창 땀을 빼고나서야 너나할것없이 수돗가로 달려가 흐르는 물에 끈덕지게 흐르는 땀을 씻어내었다. 화아- 살겠다. 머리통이 축축하게 젖어갈때 쯤, 역동적으로 고개를 젖혔다. 무심코 푸른빛 나무그늘 아래로 향하는 시선. 그러자, 작고, 하얗게 빛나는 무언가가 시야에 담겼다. "야, 가자. 점심시간 끝나겠다." "아..너 먼저 가. 화장실좀 들렸다 가게." "쾌변해라." 들어가자 재촉하는 찮을 뒤로한채, 나무그늘 아래에 꽂혀있는 내 시선은 흔들릴줄을 몰랐다. 강력한 아우라가 나를 자꾸만 잡아끄는 느낌이였다. 무언가에 홀린듯이 물흐르듯 발걸음이 이끌리고 있었다. 다가갈수록 더운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였다. "...." 그것은 새하얀 피부를 가진, 탐스러운 우리또래 아이였다. 그의 황갈색 머리카락이 나무그늘사이로 간간히 내리쬐는 햇살을 밭아 밝은 오렌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눈은 지긋이 감은 채, 샛빨갛게 색기가 흐르는 입술은 살짝 벌려져 있고 일정하게 솟았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가슴이 소년이 자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삼켜졌다. 옅게 가슴이 뛰었다. 그는, 뭐라고 해야할까. 이 세상 생명체가 아닌듯 신비로웠다, 마치 어린왕자 처럼. 천천히 다가가, 소년의 옆에 나란히 나무둥치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옆에서 보자 선명히 드러나는 그의 곱게 뻗은 콧대. 그의 콧잔등위에는 하늘 위 별처럼 적갈색 주근깨가 흩뿌려져 있었다. 자고 있는 소년의 손을 살짝 잡아보았다. 사람이 아닌것처럼 몰캉하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피부. 옅게 뛰던 가슴이 조금 더 빨리,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두 뺨에 열기가 화끈 올라왔다. 어쩐지, 그에게서는 시원한 바다냄새도 나는 것만 같았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눈을 찌르는 소년의 머리칼이 달큰한 낮잠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슬쩍 옆으로 넘겨주었다. 수줍게 드러난 그의 눈썹마저 적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흐뭇하게 소년을 바라보고 있는데 별안간, 시원하게 우릴 휩쓰는 바람. 소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우음...음.." 어..엇...입새로 새어나오는 작은 잠꼬대에 당황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미 소년의 눈은 멀뚱히 떠진 채였다. 소년의 말간 눈망울에 당황스러워하는 내 모습이 비추었다. "....." 얼굴에 가까이 다가와있는 나를 보면서도 놀란 기색하나 없이 눈을 두어번 꿈쩍이더니, 소년은 그저 웃었다. 그의 얄쌍한 눈이 곱게 접히었다. - 왜 갑자기 여기서 끝나냐고 묻지마요... 뒷얘기는 나도 모른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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