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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yakov Ilya x Blair Williams

반짝반짝


일리야는 조용히 창을 닫았다. 뒤에서 들려오는 구둣발 소리에 그는 재빨리 아까 작성하던 보고서 창을 모니터 화면에 띄운 채 그것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는 의미없는 짓이었다. 한숨 푹. 아까까지만 해도 반짝반짝하다 못해 자체발광하는 내 아이돌이 화면을 꽉 채우고 있었건만… 까만 바탕체 글씨를 보고 있자니 화가 날 지경이다. 하지만 부장님 지나가시는데 그 사진을 띄워놓았다가는 바로 찍히기 일쑤요 동료에게 들켰다가는 단박에 놀림감 신세가 되기 십상인지라 그는 미련을 버렸다. 역시 대한민국은 남자가 아이돌 팬질하기 참 불편한 나라다. 뭐 이런 나라가 다 있어. 그는 툴툴댔다. 심지어 요전에는 CD를 사러 갔다가 그냥 돌아온 적도 있었다. 도무지 들어갈 용기가 안 나서였다.

아이돌 좋아하는 게 뭐가 대수라고 이렇게 꽁꽁 숨기고 다니냐고 묻는다면 일리야는 정말로 할 말이 없었다. 차라리 예쁘고 파릇한 아이유라던가 군대에서는 종교로 추앙받는 다른 대세 걸그룹이라던가, 쨌든 그러한 경우였다면 차라리 대책없는 삼촌팬으로 찍히면 끝나는 일 인데,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우웅, 짧게 울리는 핸드폰을 손에 집어들자 카톡이 도착했단다. 발신자를 확인한 일리야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고- 참으로 철저한 정찰이다- 핸드폰 홀드를 풀었다. 메세지는 팬카페 스태프로부터 온 것 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며칠전에 진행하던 게 있었지. 그는 책상을 손톱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스크롤을 내렸다. 귀찮지만, 늘 빼먹을 수 없는 행사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도착한 카톡을 확인했다.

- 댜댜님, 저희 이번에 애들 컴백 조공 날짜 언제로 잡을까요?

그 위에 있던 이야기들이야 어제인가, 메신저에서 귀에 박힐 지경으로논의했던 이야기라 다 같은 이야기였고 이제는 주제가 날짜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글쎄요… 라고 애매모호하기 그지 없는 답장을 보내놓고 그는 핸드폰 배경화면을 켰다. 웃는 모습 한 번 반짝반짝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도 빛이 난다, 빛이. 대체 어릴 때 뭘 먹고 이렇게 바람직하게 컸는지… 참. 일리야는 흐뭇하게 바탕화면을 쳐다보다가 눈치가 보여 핸드폰을 치웠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 근데 이번에도 직접 안 가시려구요?

- 네... 일이 바빠서요

- 저희는 괜찮으니까 매니저님 편하신 시간에 잡으세요 ㅠㅠㅠ 블리 진짜 좋아하시고 아껴주시는데....
- 전 괜찮아요. 매니저님한테 연락 드릴게요 시간 잡아주세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아오. 소녀팬들한테 둘러싸여서 지내는 내 아이돌님한테 다가갈 용기도 없고 자신도 없어서 그런다, 왜!! 정말남팬 서러워서 살겠나… 그는 매우 서러워졌다. 대한민국의 아이돌, 블레어의열성팬인 모 기업의 인사팀 일대리는,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코중이었다. 엉엉 블레어…가끔 그는 생각한다. 만약 내가 여자였으면 앨범도 사러갈 수 있고, 팬질하기 한결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고.



외근은 즐겁다. 왜냐면 눈치 안 보고 핸드폰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사실 그냥 택시를 타도 되건만, 이 혹한의 날씨에 걸어다니는 이유는 별 게 아니었다. 인터넷 서핑 겸 음악감상. 물론 덕질에 물든 직장인의 인터넷 서핑이란 내 아이돌 스케줄과 사진 검색이요, 음악 감상이란 이번에새로 낸 캐롤 음원이다. 파트가 그리 길진 않아서 아쉽긴 하지만,이번 겨울에만 부를 일회용노래 치고는 괜찮은 것 같아 그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블레어, 노래 연습 좀 열심히 하자. 파트가 좀짧아진 것 같다ㅠㅠㅠ.... 어제 팬페이지에 올렸던 푸념글을도로 떠올리며 일리야는 발걸음을재촉했다. 여유를 너무 부렸는지 시간이아슬아슬하다. 들어가야 하는데.

- 언제 오나

동료의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아 진짜 간다고. 성질을 내려다 다시 한 번 꾹 참는다. 참을 인 세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장에서잘릴 순 없잖아! 다음달에 나오는 콘서트DVD엉엉....사람이 워낙 많은 곳이라발 밟히는 건 예사요, 부딪치는 건예사라지만걸음을 재촉하다 키에 비해 유난히 마른 남자와 부딪쳐버렸다.남자는 경보를 걷던 일리야에 의해밀려넘어진 모양인지, 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바닥에 앉아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모자를 푹 눌러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모자 챙 아래로 들어난 얼굴 선이 익숙했다. 어디서 많이 본… 괜찮다며 자신의 손을 잡고 일어나서, 옷을 툭툭 터는 얼굴 옆 모습을 모던 일리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아. 이 시간이면 모 방송사의 예능프로 녹화장에 있을 시간이었다. 한마디로 여기 있으면 안 될 사람이라 이거였다.

그 눈에 익다 못해 무지하게 익숙한 얼굴은, 제 아이돌이 아니던가. 브라운관이나 액정에서 방긋방긋 예쁘게 웃던 얼굴. 일리야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입을 떼었다. 사실 별로 믿기지 않는 상황이라 본인도 얼떨떨하던 참이다.

" ... 혹시요. "

" ... 네? "

" 블레어씨 아니세요? "

상대는 바짝 얼어 일리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그는 포기한 듯 한숨을 폭, 내쉬더니 그를 거리 구석진 곳으로 끌고갔다. 사람이 많지만, 그래도 그 중에 인적이 드문 어느 빌딩 앞 벤치였다. 주변을 슥슥 둘러본 남자- 마르고 어린 인상이 웬지 소년같다- 가 깊게 눌러쓴 야구 모자를 벗었다. 앞머리를 손으로 대강 정리하고 손을 얼굴에서 치워내자 모자에 가려져 있던 얼굴이 드러났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구나. 일리야는 오늘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손에 가려져 있던, 모자로 덮어두었던 그 얼굴의 주인공은 바로 방금전까지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의 후렴구를 부르던 목소리의 주인이었다. 블레어. 블레어 윌리엄스.

You're the only one. Merry Christmas.

아직도 그 노래의 마지막 가사가 귀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얼떨떨하고 멍청한 얼굴로 블레어를 바라보던 일리야는 블레어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행여나 들킬까, 싶은지 그의 목소리는기어들어갔다. 눈에지금 먹은 마음이 고스란히 나타났다.아, 여기 두면 안될텐데. 매니저님한테 전화라도 드려야하나… 핸드폰을 뒤적거리며 일리야는 말했다. 블레어씨, 여기 계시면 안되잖아요.

" 물론 안되죠... "

그걸 아는 사람이 왜 여기에 있어, 물론 요새 엄청나게 불어난 스케줄에 시달리고 있을 블레어를 생각하면 미안한 말이었지만, 스케줄도 약속 아닌가. 그 약속을 어김과 함께 블레어에게 쏟아질 별로 좋지 않은 말들이 일리야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쨌든 돌려보내야 할 것 같아 핸드폰에 있을 매니저 번호를 뒤적거렸다. 조공때문에 받아둔 번호를 이런데 쓰게 될 줄 몰랐다. 핸드폰 스크롤을 한참 내리던 그는 한 번호에서 멈추었다. 참.... 자신이 팬페이지를 운영하는 운영자고, 남자라는 것을 아는 단 한 사람이었다. 왜냐면 일리야는 일코쟁이였으니까.

" 매니저님한테 전ㅎ... "

" 아, 잠깐만요! "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놓고, 블레어는 다급한 얼굴로 일리야의 전화기부터 빼앗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용케 전원을 끄고- 사실 요새 핸드폰은 다 비슷하게 생겨 무리는 아니지만- 배터리를 분리해낸 블레어는 미안한 얼굴로 웃고있었다. 제가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 요새 너무 바쁜데, 매니저형이 진짜 막 굴려대잖아요. 그래서 도망쳐나왔어요. "

" 그래ㄷ… "

" 오늘만 모른척 해줘요. "

코를 살짝 찡긋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여튼 사람 살살 녹이는 것 같은 눈웃음은 화면이나 실물이나 똑같구나.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일리야는 아까 블레어가 내쉰 것과 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좋냐 진짜. 이대로 계속 돌아다니면 알아보는 사람, 많아질텐데요. 그 말에 블레어는베시시 웃으며 물었다. 그러게요. 어쩌죠?

어릴 때 부터 가수생활을 해서 그런가. 참 현실감각 없네. 그는 잠시 혀를 차주려다가 말았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뛰쳐나올 생각을 했을까 싶기도 해서였다. 블레어를잠시 내려다보던 일리야가물었다. 여태까지 뭐하고 있었는데요?

" 그냥 좀 돌아다녔어요. 커피도 좀 마시고. "

" 그냥 집에 들어가요. "

" 매니저형이 집 부터 뒤졌을걸요. 찜질방은 사람이 많으니 무리일 것 같고… "

있을데가 없다는 얘기네. 길게 이어질 것 같던 이야기를 간단하게 요약한 일리야의 말에 블레어는고개를 끄덕였다. 계획을 좀 더 세우고 나올 걸 그랬나봐요. 일리야는 일단 주변을 둘러보고 블레어의 손에 들린 모자를 도로 씌워주었다. 들키고 싶어요? 안 그래도 주변에서 젊은 여자 두엇이 블레어를 보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머리 노란 외국인 하나, 어딘가 연예인 같은 외국인 하나가 이야기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벗어나야해.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메세지. 일리야는 블레어에게 물었다. 여기 계속 있을거에요? 아니요.

진짜 죄송한데요, 잠깐 댁 집에 신세질 수 있을까요? 안 그럼 저 진짜 빨리 잡힐 것 같은데. 베시시 웃으며 물어오는 블레어의 부탁에 일리야는 현기증이 들었다. 뭘 믿고 초면인 사람한테 집에 들여보내달라는 거야, 이 사람은. 제 눈앞에 있는 블레어는 생각보다 더 잘 웃었고 생각보다 더 넉살이 좋았지만 생각보다 더 엉뚱해 보였고생각이 좀 많이,없어보였다. 부탁할게요. 한 번 더 웃는 그 모습에, 벨랴코프 일리야는 결국 택시를 타고 가라며 제 집 주소와 열쇠를 쥐어주고 말았다. 이제 나는 몰라… 라는 책임 회피용 주문을 외우면서. 진짜 자신은 죄가 없었다. 그냥 이 강도형 아이돌이 자신의 집 주소와 열쇠를 싱긋싱긋 거리면서 강탈해갔을뿐.



그리고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을 했다.

다른점이라면 집에 좀 많이 특별한 손님이 있다는 것 뿐.

이게 꿈이 아닐까. 진짜 푹 빠지다못해 과대망상증에 걸리다 못해 정신이 나간 거라면 차라리 낫겠다. 일리야는 가만히 자고 있는 블레어를 내려다보았다. 아주 자기집이다. 텔레비전 앞에 놓인 작은 쇼파에서, 리모콘을 손에 쥐고 앉은 채로 졸고 있는 블레어를 보며 그는 고개를 저었다. 헤, 벌어진 입. 피곤했나 보다 싶어 일리야는 블레어를 편하게 소파에 눕혀주었다. 물론 입을 닫아주는 것도 잊지않은채. 제 방에서 얇은 담요도 꺼내다 덮어주었다. 우리 블레어 감기 걸리면 안되지. 펜페이지에서 쓰던 말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와 일리야는 급하게 입을 막았다.

틀어놓은 텔레비전에서는 옛날 영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장르는 액션. 그는 전원을 끄고 생각했다. 내가 미쳐서 이게 다 꿈이면 좋겠다… 집에 들여보내달라고 길 한 복판에서- 정말 걸리기 딱 좋게- 부탁하는 바람에 들여보내주기는 했다만 이 다음이 문제였다. 일단 매니저가 정말로 블레어를 찾으면 왜 여기있냐, 부터 시작해야할 변명들 역시 문제였고 더하자면 골치였다. 일단 돌려보내기는 해야겠는데 들어앉은 이상 순순히 나갈 의지는 없어보였다. 스케줄 하기 싫어서 뛰쳐나왔다는데 무슨수로 돌려보내겠는가.

김치볶음밥 좋아한댔나. 어디선가 읽었던 100문 100답 따위를 기억해내며 일리야는 김치를 썰고 있었다. 그런 귀찮은 일도 빼먹지 않고 해야한다니 대한민국 아이돌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힘들어도 방긋방긋 웃어줘야 하는 것도 그렇고, 꺄악 거리는 여자애들 버텨내는 것도 그렇고, 빡세기 그지 없는 격무에 시달리는 것도 그렇고. 잠 제대로 못자는 건 당연지사. 아, 그래서 쟤가 저렇게 빼짝 마른건가. 본인도 건장한 체격은 아니면서 일리야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다 움찔했다. 블레어는 아마 그 말을 싫어했다. 살을 찌고 싶어한다고 했다. 먹어도 안 찐다고... 시무룩해하던 액정 속 얼굴이 생각나 그는 덩달아 시무룩해졌다.

뭐, 물론 굳이 찾자면 매니저를 소환해 블레어를 강제로 돌려보내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러기는 싫었다. 사실 이렇게 굴러들어온 호박을 걷어차고 싶지는 않았다. 집을 점거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블레어가 제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돌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 조금만 더 지켜본다고 누가 수갑채우진 않을 거 아냐. 그렇게 결론을 내려도,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참. 이렇게 골 아픈 문제는 오랜만이라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저녁은 먹여야할텐데. 여전히 쿨쿨 잘만 자는 블레어를 쳐다보며, 일리야는 생각했다. 잘-잔다.

" 저기요, 일어나봐요. "

" ......? "

" 밥 안 먹어요? "

밥이라는 이야기에 부스스 일어난 블레어가 주변을 둘러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까 제가 집에 들어왔었죠. 잠기운이 덕지덕지 묻은 눈가를 손으로 비비며, 블레어가 웃었다. 저녁 먹게요? 얘 진짜 뭐지. 빛나는 아이돌이고 뭐고 일리야는 순간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방송에서 실실 잘도 웃는 게 어느 정도는 대본이고 소속사에서 시켜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건만 천성인 모양이다. 기지개를 한 번 펴더니 부엌으로 가서 익숙한 듯 숟가락을 놓는다.

" ... 반찬 뭐 꺼내요? "

정리를 하지 않아서 엉망인 냉장고를 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블레어의 모습에 일리야는 웃음을 꾹꾹 누르며 대꾸했다. 거기에 있는 거 필요없어요. 요리 했으니까. 자신을 지나쳐 프라이팬 앞에서는 그를 바라보던 블레어가 또 샐쭉 웃었다. 이거 익숙한 냄샌데. 김치볶음밥이에요? 저 이거 진짜 좋아하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그거야 당연히니가 쓴 걸 봤으니까. 100문 100답. 절대로 뱉을 수 없는 진실을 꾹 삼키며 일리야는 묵묵히 김치 볶음밥을 그릇에 담아냈다. 며칠 전에 혼자 해먹었을 때는 깜빡하고 김치를 좀 덜 넣어서 밥이 허옇더니 오늘은 성공이다.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일리야가 제 뒤에서 볶음밥을 구경하던 블레어에게 접시 하나를 들려주었다. 아까전에 마친 계란 후라이도 뒤집개로 얹어주니 고맙다며 또, 또 웃는다. 이게 그렇게 좋은 음식도 아닌데 고마워하는 모습에 좀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엉엉 블레야 김치볶음밥은 누나가 평생 해 줄 수 있어요. 이 누나를 셔틀로 부려만 준다면 누나가 매일 볶을게요. 팔이 빠져라 볶아줄게요. 그냥 우리 블레어는 웃어만 주면 되요. 어제 본 누님팬의 덧글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공감간다. 젠장. 이래서 덕후란거지, 어우. 자신의 모습에 그는 혀를 끌끌 찼다.

"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

" .... 저요? "

" 네, 형이요. "

일리야요. 벨랴코프 일리야. 와, 형 이름 특이하다. 러시아에서는 흔한 이름이라고 지적해주기도 뭐해서- 아마 러시아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넘기고 다음 질문에 귀를 기울였다. 나이는요? 블레어씨보다 2살 많아요. 뱉어놓고 그는 움찔, 했다. 아까부터 팬이라고 아주 광고를 한다… 보자마자 블레어라고 눈치를 까질 않나, 나이를 알고 있지 않나,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갖다주질 않나, 냉큼 집 열쇠를 맡기질 않나! 이게 팬이라고 외치는 게 아니고 뭐야! 일리야는 당장이라도 이불속에서 하이킥을 날리고 싶었다. 이게 뭐야. 이게. 그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김치볶음밥을 입으로 우겨넣었다.

" 하루만 신세지고 갈게요.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또 싱긋, 웃는다. 아무래도 웃는 건 습관인 모양이다. 그것을 빤히 쳐다보면서 일리야는 한 숟갈을 입에 또 우겨넣었다. 맛있게 잘 먹는 모습에 은근히 뿌듯해졌다.


" 형은 그럼 그냥 회사 다니는 거에요? "

밥을 먹고 나란히 텔레비전 앞에 앉아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블레어의 일방적인 질문공세였지만. 아니 그냥 혼자 사는 남자집에서 궁금한 건 뭐 그리 많으며 어찌 그리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지. 제 아이돌은 생각보다 말이 많았다. 그리고 베시시, 웃는 양을 보니 잘 웃기도 했고. 화면 속에서나 밖에서나 예쁘기 그지없던 그 얼굴은 천성이자 타고난 것이었구나. 폭 파인 보조개와 초승달 모양으로 예쁘게 휘어있는 눈가를 잠시 바라보던 일리야는 고개를 돌렸다. 너무 오래 쳐다보다가 걸리면 정말 할 말 없으니까. 심장이 기분좋은 템포로, 조금 빠르게 뛰고 있었다.

" 회사 다니죠. "

" 근데, 형. 언제까지 존댓말 하실거에요? "

" .... 네? "

형이 친한 척 좀 해주셔야 저도 친한 척 하구 그러죠. 다시금 밝게 웃어보이는 모습에 일리야는 멍하니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예쁘게 잘도 웃는 얼굴. 그리고 생각보다 더 친근하게 구는 곰살맞은 성격. 예능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대본은 아니었나 보구나. 자신을 쳐다보는 얼굴을 보며 일리야는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 와중에 서러웠다는 것은 안 비밀. 생각해보니 제 을 옆에 두고 을 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 역시 서러운 일이요, 싸인 한 장 받지 못하고 사진 한 장 같이 찍지 못하는 것은 천하에 애통한 일이렷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대한민국은 참 살기 힘든 나라다. 엉엉 블레어...

말을 놓아달라는 부탁에 고개를 주억거리자 블레어는 또 웃었다. 기분이 좋아보였다. 잠도 푹 자고, 자기 좋아하는 음식도 실컷 먹고 쉬고있으니 당연하려나. 괜히 다른 곳을 보는 척 하다 눈이 마주쳤다. 무안한지, 살풋 웃어보이며 고개를 다른쪽으로 돌린 블레어가 물었다. 아. 집 구경 좀 해도 돼요? 여태 집에 혼자 있었으면서 집 구경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름의 프라이버시 보호인가… 그러라고 하려던 참에, 일리야의 머릿속에 자신의 방 풍경이 떠올랐다. 책상위에 대놓고 올라가있는 탁상용 캘린더가 제일 먼저였다. 은행 달력이나 보험사 달력이 아니라 블레어의 사진이 가득한 캘린더라는 게 문제요, 그 옆의 텀블러 역시 제 옆의 아이돌 얼굴이 떡하니 박힌 물건이라는 게 문제였다. 옆의 진열장에는 블레어가 속한 그룹의 데뷔앨범이 주욱 진열되어있었고, 그 옆에는 아마 소속사에서 데뷔 3년 기념으로 발간한 화보집이… 안돼!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일리야는 갑작스레 찾아온 위기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저 멀리 날려보냈던 정신줄을 되찾아온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안돼. 방이 정리가 좀 안되서. 급하게 내민 핑계 아닌 핑계에 블레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믿기로 한 모양이다. 이런 부실한 핑계를 믿고 있는 건가 싶어서 그를 빤히 바라보니 열지 말라고 집어준 제 방을 피해 다른 방 문을 열고있다. 그래봤자 옷방이고 창고다. 저기가 어째서 궁금한건지, 그런 이유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남자 혼자 사는 집이 뭐 그리 궁금하고 알고싶은지. 별 걸 다 궁금해한다.

" 형, 근데 진짜 고마워요. "

" ... 뭐가. "

" 솔직히, 난생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렇게 까지 해주기 어렵잖아요. 아무리 내가 공인이라 그래두. 형은 나 알리도 없고. "

사실 형 너 진짜 잘 알아. 니 생일? 왜 모르겠니. 블레어 윌리엄스, 1992년 1월 10일 출생. 키 178에 몸무게는 최근에 빠져서 잘 모르겠고, 소속사 J.... 블레어의 프로필을 하나하나 읊던 일리야는 그에 이어지는 다음 말에 정신을 차렸다. 한시라도 멍을 때릴 수가 없다. 계속 질문하고, 물어보니까. 아아. 원래 이 시간이면 씻는 거고 뭐고 다 때려치고 잠이나 퍼 잘 시간이었지만 오늘따라 잠이 오질 않는다. 내일 업무시간에 졸아서 부장님에게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 때문에 미운털이 박혀서 회식때 소맥을 강제로 드링킹하는 고난이 있더라도 오늘 밤은 도저히 잠들고 싶지가 않다. 백마디라도 좋아. 더 해도 돼. 일리야는 속으로 그런말을 했더랬다. 그 와중에 남자던 여자던 덕후는 다 똑같다고 외치던 어느 커뮤니티의 덧글을 떠올린 그는 작게 키득키득 웃었다.

" 다음에는 제가 꼭 이거 갚을게요. "

" 아니, 괜찮아. "

뭘 갚기는 갚아 ㅠㅠㅠ 사실 너한테 해주는 건 아무것도 아깝지 않아!! ㅠㅠㅠㅠ

어제 자정, 팬 페이지 사람들 모여 달리던 게시글의 덧글을 떠올리며 혼자 상상의 나래를 멀리멀리 펴고 있던 일리야는 블레어가 내민 핸드폰에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이래서 덕후는 위험하다. 자꾸 정신줄을 놓는 바람에 가끔 이런 위기가 닥친단 말이다. 내밀어진 핸드폰 화면에는 다이얼이 떠올라있었다. 둥실둥실. 뭐냐는 의아함을 잔뜩 담아 블레어를 쳐다보니, 블레어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 번호요. 우리 자주자주 연락해요.

" 혹시 저, 다음에도 또 여기로 피신오면 모른척 하기 없기에요? "

일단 블레어의 번호를 알게 된 건 좋은 일이긴 한데- 정정. 사실 잘 모르겠다.- 잠깐. 모른 척 하기 없기라고? 설마 너 또 올 생각인거야? 오늘 들어가면 죽어라 깨질텐데? 사실 블레어를 한 번 더 보게 되어서 자신에게 나쁠것은 없다만, 그렇다고 매니저에게 된통 깨지기만 할 블레어를 생각하면 자기 좋자고 도망을 부추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 일리야의 대꾸에 블레어는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알아요. 진짜 힘들면 한 번만 놀러올게요. 그리고 또, 으레 그 미워할 수 없는 눈웃음. 아마 저 눈웃음이 몇년전에 일리야를 살살 녹여버렸더랬지. 그래도 스케줄은 해야지. 일리야는 그렇게 말하고는 덧붙였다. 안그래도 내일 들어갈 거에요. 내일 저희 녹음 있어요. 이번에 저희 앨범 새로 나오거든요.

" 이번에 저 곡도 썼어요. 파트배분 제 맘대로 하라 그러셨으니까 제 파트 왕창 늘리려구요. "

" ... 파트? "

" 네. 요새 우리 리더가 예능에서 좀 떠서 파트가 확 늘어서… 뺏긴 거 찾아와야죠. "

말은 저렇게 하지만 둘이 친한 사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관심없는 척 시크한 척을 하기는 했지만, 파트가 늘어난다는 소리에는 저도 모르게 귀가 솔깃솔깃. 이번 윈터앨범에서 파트가 팍 줄어 안그래도 상심이 크던 차였다. 물론 웃는게 예뻐서, 라는 이유로 블레어를 좋아하게 된 것은 맞지만 어쨌든 블레어의 본업은 가수고 노래하는 블레어의 목소리도 일리야는 제법 좋아했으니까.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에게 블레어가 물었다. 형, 저희 앨범 나오면 사줄 의향 있어요? 한 장이라도 더 팔아야지.

사실 니가 말 안해도 나 예약까지 할 준비 다 되어있어 블레어.... 버전이 몇개로 나오든 그거 내가 다 사줄테니 걱정마... 그리고 이번에 니 자작곡이 들어간다는 데 어떻게 내가 안 사겠니? 안 사면 내가 죄인요 자격이 없는거지. 안그ㄹ..... 블레어에게는 절대 들리지 않을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일리야는 대꾸했다. 응. 꼭 살게.

" 나중에 또 놀러오면 그 땐 싸인CD 들고 올게요. 아, 형은 관심 없으려나? "

" 아니야. 주면 고맙지. "

관심이 없긴 뭐가 없어 네 싸인이 있는데!! 이미지 관리고 뭐고 일리야는 순간 소리를 지를 뻔했다. 싸인CD! ㅠㅜㅠㅜㅠㅜ 일리야야 남팬이라는 특수한 신분덕에 팬싸인회는 커녕 공개방송도 못 가고 사는 게 현실인지라, 애써 점잖은 척 블레어의 말을 받아들였다. 신난다. 블레어 너 또 언제 올래. 형이 냉장고에 너 좋아하는 음식 꽉꽉 채워놓을게. 블레 뭐 먹고 싶니? 일리야는 그런 생각을 하다 뚝 멈추었다. 잠깐. 너 스케줄 없는 날에 온다고는 안했잖아. 설마, 설마 너…

에이, 아닐거야. 일리야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늘 설마는 사람을 잡는다.

" 주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

집 앞에 웬 덩치 큰 밴이 서 있다 싶어 고개를 갸웃했더니, 역시나였다. 밴을 몰고온 사람은 블레어였다. 일리야가 집 앞에 서자마자 문은 열렸고, 모자를 눌러쓴 블레어가 튀어나와 일리야를 반겼다. 형, 오랜만이에요. 빙긋빙긋 웃는 얼굴은 여전히 해맑아서 다행이었다. 지난번 일로 엄청나게 혼나지는 않았을까 싶어 걱정했는데. 혼나긴 혼났는지, 매니저의 얼굴이 썩 좋지 않았다. 블레어, 빨리가자. 그를 재촉하는 목소리에 블레어는 네네, 대충 대꾸하며 일리야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 ... 뭔데? "

" 저희 앨범이에요. 제가 그랬잖아요. 저 작곡한 앨범 새로 나온다고! "

Sense & Sensibility. 일리야는 앨범에 적혀있는 단어를 혼자 중얼거렸다. 참고로 저 오글거리는 앨범 제목은 자기가 붙인 게 아니라며 변명하는 블레어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몇 번 트랙이야? 뭐가요? 니가 작곡한 거. 애써 무심한 척 질문을 던져보았다. 블레어는 웃으며 말했다. 3번 트랙이요. 사실 몇 번 트랙에 들어있는지, 곡 제목이 뭐였는지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괜시리 하는 질문이다. 블레어야 알 리가 없지만. 눈꽃나무. 가만히 제목을 쳐다보자 부끄러움을 느낀 건 블레어 쪽인 모양이었다.

" 제목 유치하대요. 뭐가 어때서. "

" .... 음원 받을게. "

진짜죠? 밝게 웃는 모습을 보다보니 저도 같이 기분이 좋아져서, 일리야는 따라 웃다가 이쪽을 쳐다보는 매니저와 눈이 마주쳤다. 사실 남팬이다 보니 누구에게도 자신이 블레어의 팬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는데, 블레어의 매니저야 선물전달이니 뭐니 해서 두어번 정도 만난 기억이 있었다. 특이하시네요, 남자분이 블레어도 좋아하시고. 그 말에 뭐라고 대답했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매니저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바뀌면서, 입이 벌어졌다. 블레어가 잠시 핸드폰을 확인하는 잠깐의 사이, 일리야는 검지손가락을 입가에 댔다. 쉿. 매니저님, 제발 쉿. 그런 일리야의 앞에 서 있던 블레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뭘 조용히해요? 아니야. 갑자기 진동 온 것 같아서. 근데 아니네. 얘기 계속해. 정말 말도 안되는 핑계를 갖다대자 블레어는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나 어디까지 했더라? 아 맞다. 그래서 이번에 제 파트 실컷 늘렸어요. 이러면 안되는데 자꾸 파트 욕심 생겨서 큰일이에요. 재잘재잘하는 목소리에 맞장구를 쳐주던 일리야가 물었다. 근데, 안 가?

" 오늘은 스케줄 없어? "

그 말에 얼굴이 다시 시무룩해진다. 있어요. 안 그래도 매니저형이 안에서 지금 가자가자 하는 중이에요. 이제 그만 가야돼. 은근슬쩍 반말을 섞는 행동에 일리야는 푸스스 웃었다. 이제 아예 요자는 빼먹는거야? 형도 반말하니까 나도 친한 척 좀 하게..... 요. 이럴때 보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이돌이 아니라 그냥 옆집 동생같은 느낌이다. 니 맘대로 하라는 말에 그럼 알아서 하겠다며 웃는 것을 보니 절로 삼... 아니. 일리야는 아직 그 정도로 나이가 먹지 않았으니 삼촌은 좀 아닌 것 같다. 쨌든 절로 형님 마인드가 발동하는 거였다. 너 뭐 먹고 싶니. 형이 뭐 해줄까. ㅠㅜㅠㅜ.... 순간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서, 움찔거리는 손을 억지로 잡아내린 그가 따라웃었다. 다음에 또 김치볶음밥 해줄게. 스케줄 없을 때 놀러와.

그 말 진담이냐면서 웃어보이는 얼굴은, 반짝반짝하기만 해서 일리야는 빙그레 웃었다. 티내지 않으려고 웃는것도 꾹꾹 눌러왔는데 이미 그 무장은 소용이 없어진 것 같다. 정신 차리자 일리야. 일코를 하고 말겠다는 다짐아닌 다짐을 다지며, 일리야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중에 또 봐. 사실 보내기는 커녕 집에 가둬놓기라도 하고 싶다. 엉엉. 뭉글뭉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던 그는 매니저의 외침에 차쪽을 가리켰다.

" 나 갈게- "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뒷모습에 같이 손을 흔들어주고, 앨범을 매만지던 일리야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블레어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아까 부탁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우연으로 생긴 인연이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지만 내가 덕후인 건 어떻게든 들키지 말아야겠어. 그는 제법 필사적이었다. 그냥 블레어에게 편한 형이 되어주고 싶었다. 사심 다 뻬고. 진짜.

.... 사실, 사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


코멘트는 사랑 감상은 행복이죠. 어서오세여 일레어 정들.

아 근데 리얼 이런 아이돌과 홈마님이 어딘가 있을 것만 같아서 눈물...

너무 스압이라 제가 보다가 눈아파서 잘라놓았어요 ㅠㅠㅠㅠㅠ

반짝반짝+ 도 있어요. 아마 +다음에는 +∂ 가 있겠죠 허허... 

하지만 작업을 1도 안 했다는게 사실입니까? 네 사실입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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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46.136
재미있게 보고 가요!!!! 어허헣 일져씨 너무 귀엽쟈나여ㅜㅜㅜㅜㅋㅋㅋㅋㅌ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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