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글맞은 김종인 02
그렇게 어색한 시간 속에 밥을 다 먹고 이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가게 밖으로 나섰다. 이거 계속 말 하는거지만 정말로 덥다. 이러다 머리카락을 시작으로 온 몸이 녹아 내릴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덥지 날씨가. 종인오빠도 더운지 손 부채를 이용해 바람을 일으켰다. 나도 뒤따라 그렇게 해 봤지만 종인오빠가 왜 금방 손 부채를 그만한 이유를 깨달았다. 분명 바람이 부는데 더 덥다. 이게 그 더운 바람인가 젠장.
"더운데 카페 갈래?"
"아, 밥은 오빠가 샀으니까 커피는 내가 살게. "
"괜찮아, 내가 계산할게. "
"아니 정말로 내가 살게, 내가 살거야. "
"그래그래, 저기 갈래? 바로 앞이네. "
내가 기어코 계산을 하겠다는 말에 종인오빠는 또 한 번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정말 바로 앞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나는 그린티 프라페, 종인오빠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종인오빠는 뭔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게 생긴 상이다 싶었는데 정말 그랬다. 커피가 나오기까지 영양가 없는 여러 이야기들을 나눴다. 비록 영양가는 없었지만 꽤나 좋은 시간이었다. 아… 사람을 만나는게 이렇게 좋은 시간이구나라는 걸 알게됐다.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 벨이 울려 주문한 커피를 가지러 종인오빠가 자리를 떴다. 그 사이 휴대폰을 보니 유경이에게 무려 5통의 문자가 와 있었다.
[어때, 만났어 만났어?]
[선배 되게 인기도 많으신데 내가 너 소개시켜준거야. ]
[뭐, 좋은 인연은 아니더라도 아는 오빠 동생사이로 지내도 될거같지않냐]
[성격 좋고 괜찮은 선배 한 명쯤 있는 건 괜찮잖아!!]
[오, 성이름 답 안하는 거 보니까 괜찮나보다?]
유경이의 문자를 상큼하게 씹은 뒤 종인오빠가 가져온 그린티 프라페를 한 모금 삼켰다. 아… 이 달달하고 씁쓸한 그린티의 매력. 정말 끝내주게 좋다. 얼마만의 달달함인지 정말 할 수만 있다면 매일 마시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다면 살은 엄청 찌겠지만. 종인오빠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하곤 나를 쳐다봤다. 뭐지 어른이 아이를 보는듯한 흐뭇해 하는 저 표정. 나는 뭔가 싶어 종인오빠를 한 번 쳐다보곤 이내 고개를 숙여 죄 없는 빨대을 가지고 놀았다.
"학교 방학일텐데 뭐하고 지냈어. "
"음… 그냥 그동안 못 갔던 해외 좀 다녀오고, 자격증 준비하고 있어. "
"자격증?"
"응, 지금은 내가 실내 디자인쪽이지만 한 때는 제과제빵쪽이 꿈이여서 이 참에 자격증 하나 딸려고 준비하고 있어. "
"와, 벌써 자격증도 준비하고 빠르네 시험 언제야. "
"필기만 치면 되는데, 다음 주 토요일. "
"열심히 해, 넌 할 수 있을 거 같다. "
"오빠는 뭐 하고 지냈어. "
"나는 지금 전공이 회계 쪽이다 보니까 아예 그 쪽 중심으로 공부중이야. "
"와… 진짜 힘들겠다. "
"요즘 안 힘든건 없으니까 열심히 하려고. "
그렇게 학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하다 조금 이르지만 여기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내가 말 한대로 커피는 내가 계산을 한 뒤 카페를 나섰다. 나는 괜찮다고 몇번이나 사양을 했지만 끝까지 나를 데려다 주겠다는 오빠의 말에 하는 수 없이 오빠의 차를 탔다.
"그런데 오빠 벌써 차를 샀어?"
"아, 이거 아버지꺼야. 그런데 아버지가 이 차를 잘 안타시고 어머니 차를 타셔서 내가 가끔 타고 그래. "
"아아, 그렇구나. 우리 집 정말 얼마 안 되는데. "
"그건 그렇고 여기 네 번호 좀 쳐 줘. "
갑자기 번호를 쳐 달라며 훅 치고 들어오는 오빠에 뭐라 답 할 세도 없이 휴대폰을 받아들어 내 번호를 꾹꾹 입력했다. 번호 추가를 눌러 이름을 저장하는데 뭐라고 저장해야할지 몰라 그냥 ' 이름 ' 이라고 저장을 눌러 오빠의 손에 다시 쥐어줬다. 그러자 오빠는 다시 내게 휴대폰을 주더니 내 폰으로 전화를 하랜다. 난 또 반항없이 오빠의 휴대폰으로 내게 전화를 하곤 끊었다. 그랬더니 ' 내 번호 저장 해 둬. ' 랜다. 오, 되게 자연스럽게 번호를 따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쯤 우리집 근처로 다 왔다.
"저기, 저 아파트 앞이 우리 집이야. "
"가깝네. "
차를 아파트 정문앞에 세워놓고 안전벨트를 풀어 차에서 내렸다. 종인오빠도 따라 차에서 내려 내게 왔다. 차 문을 키로 잠구더니 집 앞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억지를 부려서 결국 같이 우리 집 앞까지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 걸어갔다. 금방 다 온 집앞에 서서 오빠를 배웅해주기 위해 뒤로 돌았다.
"뭐, 좋은 그런 관계는 아니더라고 오빠 동생사이로도 괜찮을 거 같은데. "
"어… 나도 뭐, 좋은 거 같아. 카톡할게 조심해서 가 오빠. "
그래, 를 끝으로 오빠는 손 인사를 해 주곤 자신의 차로 갔다. 나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속옷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갔다. 와, 진짜 시원하다 하며 샤워를 하고 나와 선풍기로 머리를 말리며 휴대폰을 켜 종인오빠에게 문자를 남겼다.
[오빠 집은 조심히 들어갔어?]
문자를 보내고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이 느낌. 처음 느끼는 그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문자를 보내고 머리를 말리면서 답장이 왔나 안 왔나 몇번이나 휴대폰을 들락거렸지만 답은 오지않았고, 머리를 마저 말리곤 에어컨을 틀고 곧바로 티비를 켜 간만에 개그프로그램을 봤다. 간만에 봐서 그런가, 이유는 모르겠다만 엄청 웃어댔다. 내가 이상해 보일 정도로 웃었다. 그렇게 재밌었는지는 그닥…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밌었던거 같기도 했다. 한참 티비를 보다 휴대폰을 켰다. 문자 두 통이 와 있었다.
[어, 오빠 잘 들어갔지 지금 막 씻고 나왔네. ]
[오늘 덕분에 좋은 하루였어 카톡할게 이름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