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 전정국에 내 얼굴은 붉어졌다. 추하게 잤나.. 마른 세수를 하고 다시 책을 바라보니 착 앞에는 이온음료 캔이 있었다. 캔을 들어올리니 밑에 자리하고 있던 포스트잇이 눈에 들어왔다.
'먹고 잠 깨 ♡'
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포스트잇을 바라보다 옆을 쳐다보니 귀가 붉어져 있지만 애써 모른 척을 하는 전정국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에전 전정국의 추억까지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내가 잠에서 깰까 조심하며 공부를 했고 혹여나 내가 추울까봐 준비했던 전정국의 담요까지. 다정했던 전정국이 다시금 생각났다. 나도 전정국이 줬던 포스트잇에 문구를 적고 전정국에게 전달했다.
'고마워 ;-;'
안녕, 2012
공부에 슬슬 지루해할 찰나에 시계를 바라보니 시침과 분침은 저녁 6시를 향해 가르키고 있었다. 저녁시간이네. 약간의 허기짐을 느끼고 전정국을 바라보니 전정국도 집중을 살살 떨어지는 지 연습장에 낙서만 그리고 있었다.
"전정국"
"...?"
"우리 밥 먹으러 가자."
내 말에 전정국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고 나도 전정국을 따라나섰다. 우리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자습실 옆에 자리하고 있는 휴게실이었다. 몇 권의 책을 챙긴 나와 전정국은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서 책을 펴고 저녁 때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밖에서 먹을까?"
"귀찮아. 그냥 내가 편의점에서 사올게.'
"같이 가"
"괜찮아, 그냥 공부나 하고 있어"
전정국은 간단하게 결론을 내리며 혼자 편의점을 다녀온다는 말과 함께 가 버렸다. 혼자 남은 휴게실이 쓸쓸했지만 애써 공부에 집중하려고 애꿎은 수학문제만 노려봤다.
"아 새끼들아 ㅋㅋㅋㅋ 시끄러워"
"닥쳐 니가 너 시끄러움"
"아 조용히 해라"
전정국이 편의점을 간 뒤 몇 분 지나지 않아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휴게실로 들어오는 남자무리들이 보였다. 그 중 한 사람과 눈이 마주치니 그 남자는 씨익 웃으며 내게 걸어왔다.
"와 되게 열심히 하네?"
"거기 자리있는데요"
그 아이는 전정국의 자리에 앉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순간적으로 훅 끼치는 담배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니 그 아이는 비꼬는 감탄사를 내 뱉었다.
"오, 뭐야 나 지금 까인거?"
"나가주실래요. 지금 되게 불편하거든요."
"내가 왜?"
그 아이는 내 머리를 만지며 물었다. 순간적으로 오소소 돋는 소름에 손을 탁 쳐내니 인상을 찌푸리며 날 바라보는 남자아이었다. 고삐리가 공부나 안 하고 여자 꼬시러 왔냐? 라는 말을 애써 삼키며 시선을 문제집으로 돌렸다. 불쾌해. 매캐한 남새가 내 코를 더럽히는 거 같았고, 능글맞은 목소리가 듣기 싫었다.
"왜, 남자랑 안 왔으면 그냥 나 과외 시켜주면 안돼?"
이럴 때는 왜 전정국이 안 오는 지. 그냥 고집 피우고 전정국 따라갈 걸. 눈물이 왈칵 나오려하자 입술을 꾹 깨물며 눈물을 삼켰다.
"남자랑 왔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왔는데 이렇게 방해하시면 안되죠. 되게 불편한데 가주셨으면 하는데"
내가 말을 하자 남자아이는 씩씩대며 내게 소리치려 했고 그 순간 전정국이 휴게실로 들어왔다.
"...."
"이건 또 무슨 장면이래."
낮게 깔린 전정국의 목소리에 안심이 되어 깊은 숨을 내셨다. 그리고 그 아이와 같이 있던 남자아이들이 나에게 미안하다며 그 남자아이를 끌고 휴게실 밖으로 나갔다. 전정국은 편의점 봉지를 테이블 위에 두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내 손이 덜덜 떨리는 걸 본 전정국은 한 숨을 푹 쉬더니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미안해."
"...."
"그냥 니 말 듣고 같이 편의점 갈 걸 그랬다."
전정국의 말에 괜찮다며 말했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전정국은 쉽게 표정이 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전정국의 손길이 스친 내 손이 불게 물들고 있었다. 앞으로는 같이 가자. 전정국은 내게 도시락을 건네며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심장은 쿵쿵대며 발빠르게 뛰었고, 나는 내 심장이 왜 빠르게 뛰고 있는 지 몰랐다. 그 남자아이의 추파때문인지 아니면 전정국과의 손잡음때문이었는지
안녕, 2012
저녁을 먹은 뒤 우리는 다시 도서관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지만 쉽사리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내가 그 남자아이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순간 전정국이 들어왔다. 분명 내가 말한 걸 들었겠지.. 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전정국을 바라보니 전정국도 문제집을 풀지 않고 멍하니 벽만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계속 전정국을 바라보자 내 시선을 느낀 건지 고개를 돌린 전정국은 아내 나와 눈이 마주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피한 눈에 나는 속으로 어쩔 줄 몰라했다.
- 스윽
"...."
그렇게 고개를 숙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을까, 내 앞으로 날아온 포스트잇을 바라보니
''...집에 가자'
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그 문구를 보고 전정국을 쳐다보니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이내 우리는 도서관을 나왔다. 도서관을 나오자마자 우리를 감싸는 어색한 기운에 없던 식은 땀이 흐를 것만 같았다.
"너네 집 어딘데?"
"..어 우리 집 그 베스킨라빈스 쪽"
"데려다줄게, 여자 혼자 걸어가면 위험해,"
"너 우리 집이랑 반대방향아니야..?"
"...."
"...."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 미친. 속으로 나오는 욕지기를 삼키고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전정국을 쳐다봤다. 전정국은 예전에 항상 아자가 끝나면 나를 바래다 주었고 여름방학 쯤 나는 전정국의 집이 우리 집과 전혀 반대방향인 걸 알았다. 전정국은 나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봤고 나는 어색한 웃음을 뱉으며 분위기를 무마했다. 다행히 전정국은 그 뒤 아무 말 없이 걸어갔고 나도 전정국의 옆에서 나란히 걸었다. 4월 중순이었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찬 기운에 코가 시려왔지만 그래도 좋았다. 지독한 감기일지라도 내게는 흔한 상사병이니. 묵묵히 걷는 전정국의 입은 그렇게 쉽게 열리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좋은 나는 연신 웃음을 머금었다.
"..어 데려다줘서 고마워."
"아니다, 빨리 들어가."
'"조심히 가!"
"응 너도"
어느새 나와 전정국은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아쉬운 마음에 인사를 한 다음 뒤를 돌아보자 전정국의 넓은 등판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영문모를 홍조가 띠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전정국은 훨씬 남자다웠고 성숙했다. 달라진 전정국의 모습도 나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진지한 모습이 내 마음을 더 흔들었는 지도 모른다. 엘리베이터를 올라가는 순간에도 전정국이 생각났다. 우리 아파트와 정 반대 방향인 저의 아파트까지 걸어가는 데 많이 힘들텐데. 아 저녁값도 줘야하는데. 몇 가지 생각을 하니 벌써 내 발걸음은 우리 집 문 앞이었다. 전정국은 잘 갔으려나. 침대에 누워 창문을 통해 밤하늘을 바라보니 깜깜한 하늘에는 유독 반짝이는 별 하나가 보였다. 반짝거리는 별이 마치 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 전정국처럼 보여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었다.
♡ 사담 ♥ |
하루에 한 번 글 쓰려고 했는데 이 별거 아닌 거 가지고 6시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했어요.. 이제 개학인데 어쩌죠 핳... 일단 달려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