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W.지나가던 탄소
"슈가."
"뭐요?"
"슈가라고, 내 이름."
뭐 저런 싸가지가 다 있나 싶었다. 처음에는 들리지 않은게 아니라 믿기지 않았다. 난 아가씨인 상황이고, 자신은 그런 나를 지키는 경호원일 뿐인데. 반말을 찍찍 뱉어가며 나를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에 기가차서 다시 한 번 더 물어본것 뿐. 다른 이유는 일체 관섭도 없었다. 해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진이라고 말하던 석진오빠가 떠올랐다. 거지같은 새끼들, 석진오빠를 잘라버리곤 저런 싸가지를 채용했다는 사실에 골이 아팠다.
"존댓말 좀 쓰지?"
"아, 예."
"아, 진짜 뭘하라는건지 당최 모르겠네."
나를 여전히 쳐다보고있는 슈가라는 사람이 거슬렸다. 뭘 그렇게 빤히 바라보고있는지. 처음 석진이 오빠를 본 순간과 겹쳐보여서 자꾸 거슬렸다. 슈가 저 사람, 처음부터 나에겐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않았다. 슈가를 지나쳐 방문을 열어 내방으로 걸어갔다. 뒤로 따라오는 슈가를 애써 무시한 채 방으로 들어가 작은 가방을 챙겨 한쪽 어깨에 걸고는 계단을 내려왔다.
"어디가세요, 아가씨?"
"잠시 밖에."
"아, 슈가는 데려가시는거죠?"
"내가 왜."
"경호원이잖아요."
기분 더러워 진짜. 경호원이라는 이유로 나와 24시간을 붙어있어야 하는 저 슈가라는 작자는 주머니에 손을 꽂고는 나와 아줌마를 나란히 바라보고있었다. 일부러 구두소리를 더 적나라하게 내며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현관에 도착하자 보이는 엄마의 사진을 엎어버렸다. 누가 다시 세운거야. 문을 열고는 슈가를 배려하지 않은 채 문을 닫고 그대로 거리로 나와버렸다.
"더럽게 틱틱대네."
시끄러워 기집애야. 친구와 만나기 위해 카페로 걸어가며 전화를 하자 왜 경호원이 바뀐걸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느냐며 화를 내는 친구에게 말했다. 그만 틱틱대라는 의도의 나의 말은 보기좋게 씹혀버렸고, 친구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서, 잘생겼냐? 흘끔 뒤를 돌아보자 나와 발을 맞추며 조금 뒤에서 따라오고있는 슈가가 눈에 보였다. 뭐, 그런 편이지. 나의 말에 친구는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말했다. 꼭, 슈가를 데리고 카페로 나오라며.
"야, 저분임?"
"어."
"아, 분위기봐 장난없다 진짜."
"서희야, 넌 진짜 저사람이 좋냐?"
"넌 아직도 석진오빠 타령이냐?"
"니가 나였으면 그런 소리 못한다."
"니가 나였으면 니가 답답할거야 멍청아."
흘끔흘끔 슈가를 바라보다 슈가와 눈이 마주쳐버리자 눈을 피해버렸다. 뭐, 어때. 아직도 내가 석진오빠를 생각하던 말던. 멍때리며 커피잔에 손을대자 커피잔이 넘어지며 안에 있던 뜨거운 커피가 새 하얗던 나의 원피스를 적셨다. 아, 뜨겁다. 다리에 잔뜩 부어진 커피가 종아리를 타고 흘러서 구두로 내려갔다. 놀라서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는 서희는 눈을 크게뜨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있었고, 나는 고통스러움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 아가씨라면서 무슨 애가 있어."
"...슈가?"
"야, 이거 허리에 묶고 업혀."
"뭐요?"
"한번말하면 못알아듣는게 아가씨 특징인가."
"..."
"잘 알아뒀으니까 일단 업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