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에릭남 - Love Song
아, 저.. 나는 결국 몇십분간의 고민끝에 고작 이런 모기같은 목소리로 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무심하게 돌아보는 너의 눈동자에는 나에대한 무관심이 서려있는듯했다. 괜히 입술을 삐죽이다가도 내가 무슨 기대를 하는건가. 하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너는 제 어깨에 얹힌 내 손을 쳐다보고있었다.
"아, 그게, 아.. 죄송합니다."
"죄송할것까지는 없는데, 제가 제 일 방해하는건 별로 좋아하지는 않네요.
무슨일이세요."
"...아, 혹시 지금 바쁘세요?
아아, 바쁘시다고했지.."
내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웃는건지, 비웃는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분명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물론 금방 사라지긴 했지만. 노트북화면과 나를 번갈아 보는 너의 모습은 나를 재촉했다. 빨리 용건만 말하고 나가라고. 괜히 또 시무룩해져서는 멍하니 너의 꼼지락대는 손만보고있자 너는 손의 움직임을 멈췄다.
"안 바빠요, 말씀하세요."
"아.. 그럼, 그, 저기..그, 그..."
날 빤히 쳐다보는 너의 모습에 하려던 말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덕분에 눈동자는 갈곳을 잃었고 아랫입술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걸 숨기려 일부러 눈을 내리깔았고 입술을 깨물어 입을 굳게 다물어버렸다. 너는 이내 작업하던 노트북을 닫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작업실 책상에 걸터앉았다. 그덕에 네 눈동자와 나의 눈동자의 높이가 같아졌고 난 이제 고개만 들면 흥미로운듯 날 바라보는 너와 눈을 마주칠수밖에없었다.
"엄청 대단한 말인가봐요. 아직도 말 안하게.
고백이라도 하려나-."
너의 그 놀리는듯한 표정과 말투, 아마도 내가 너가 좋아진 이유 중 하나가 그 능글맞은 표정이었다. 그런거 아니에요.. 말꼬리가 점점 늘어지고있었다. 내리깐 내 눈동자의 높이에 너는 허리를 숙여가며 나와 눈을 맞췄다. 정말 설레서 혼절해버릴것같다. 아니 그냥 흔한말로 발린다, 잼처럼. 낯이 뜨거워졌다.
"아, 그..그게, 저..저녁 드셨어요..?"
"아 뭐야-. 이 말 할려고 계속 떨었어요?
난 또 좋아한다는 말이나 한다고 기대했네?"
안먹었는데. 너의 말 뒤에 다시 나왔다, 너의 그 능글맞은 표정이. 정말 저 표정만 나오면 설레죽을것만같다고 너한테 안기며 얘기하고싶지만 너의 가끔 나오는 그 무심한 눈동자들이 떠올랐다. 아직은 아니야. 나 스스로 정의를 내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러시구나.. 발걸음을 돌렸다. 바보같이. 저녁 같이 먹자는 그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워서.
"잠깐만요, 잠깐만 탄소야."
다시 심장이 쿵 떨어졌다. 너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상상만 해오던 나였는데, 막상 불리니까 설레임을 넘어 미쳐버릴것만같았다. 너의 이어지는 말에서는 더욱 더.
"저녁 같이 먹을래요? 술도 같이 먹으면 더 좋고."
*
나중에야 들은 얘기지만 민윤기는 내가 저녁먹자는 그 한마디를 못했다는걸 알고있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낯이 뜨겁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