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경수랑은 연락을 못 한지.. 아니 내가 안 한지 2주일은 넘은 것 같다. 한 3주..? 아니 더 오래된건가?
그 날 멤버들과 밥을 먹었던, 그 날. 경수와 기분좋은 연락을 마치고 잠이 들었던 그 날.
그리고 그 다음날 나는 모자이크 사람이 되어버렸다.
-Rrrrrrrrrrrrrrrr
뚝
-Rrrrrrrrrrrrrrrrrr
아 진짜, 아침부터 누가 전화질이야.. 역시 정수정이네
"여.."
"야!!!!!!!!!!!!!!!!!!!!!!!!!!!!!!!!!!!!!!!!!!!!!!!!!!!!!!!!!!!!"
"뭐야, 아침부터 무슨 전화야.... 그리고 왜 넌 이시간에 일어나있는 건데.."
"여주야....휴....정신차려!!!! 너 빨리 인터넷 들어가봐"
"응? 왜?"
"아무튼!!! 들어가봐, 그리고 나 지금 너네 집으로 갈거야 알겠지?"
뭐, 수정이가 우리집에 오는 건 한두번이 아니긴 하지만.... 아 그러고보니 핸드폰 충전도 안하고자서 꺼져있었나보네.. 어쩐지 집 전화가 울린다싶더라..
왠지 개운치않은 몸을 일으켜 세수를 한 번하고 거울을 봤는데, 기분나쁜 뾰루지가 있었다. 주기가 다가올 때는 아닌것 같은데.. 갑자기 왠 뾰루지인가 싶어서 평소보다
두세번은 더 물세수를 한 후에 머리를 하나로 묶은 뒤 노트북이 켜지는 동안 핸드폰을 충전시키고 전원을 눌렀다.
-띵
-띵
-띵
.
.
.
.
뭐야, 순간적으로 내 핸드폰이 불이 난 줄 알았다. 켜자마자 부재중전화에 문자에 카톡 진동이 마구 울려댔고, 내 개인 SNS에서도 몇개의 알림이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일인가 싶었지만, 일단은 수정이가 인터넷에 들어가보라고 했으니.
초록창을 열었지만, 그냥 엑소 . 엑소 세훈
뭐 워낙 엑소는 슈퍼스타라서 검색어에 오르는 거야 하루이틀이 아니었으니까, 그 검색어를 무시하고 평소 잘 들어가는 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수정이는 이 사이트의 폐인 수준이어서 걔가 인터넷에 들어가보라고 할 때는 99%가 이 곳에 관련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엑소 세훈 스캔들
-세훈 묘령의 여인과 스캔들?
뭐야, 이게..? 우리 훈이가.................나의 최애가 스캔들이 나다니.... 마음이 앞...아프지만, 내가 아플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용한 축하..?의 박수를..
음, 그런데 전혀 세훈의 스캔들에 대해서는 경수에게서도 그 누구에게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좀 의아하긴 했었다.
"아니, 정수정은 지금 이것때문에 나를 그렇게 깨운거야...........?"
그렇지만 곧, 왜 수정이가 나를 그렇게 깨웠는지 궁금증은 해결되었다.
헐 세훈이 어제 목격담봤음? 진짜 저 여자가 여친이야??????
어제 팬미팅 끝나고 퇴근길 기다리려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도 않구..
그래서 좀만 더 기다리자 하고 계속 있었거든?????? 팬들도 그냥 퇴근길 포기하고 대부분 사라지고, 나는 계속 버텼음.
진짜 사람들 눈 피해서 주차장 안 쪽에 막 들어가려고 여러번 시도해서 겨우 입구 쪽으로 들어갔는데,
어떤 여자가 막 두리번 거리더니 가는거야, 팬인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아무튼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세훈이가 나타나더니 00누나!! 라고 불렀음 그 여자를
그러고는 데리고 갔음 얼마안있어서 엑소 차 나가더라..
이거뭐임???
빼박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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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어 1 헐 뭐야, 코디아냐?
징어 2 헐 그 누나 누구야??? 세훈아 나도 불러줘
징어 3 쿠크...
징어 4 허마러ㅏㅣ머리ㅏㅓ말어마ㅓ라ㅓ망러ㅏ넝러ㅏ어라ㅓㅏ어라ㅓㅏ러
징어 5 나야 .........라고 하고싶지만!!!!!!!!!!!!!!!!!!!!!!!!!!!!!!!뭐야 누구야!!!!!!!
징어 6 누나라니...누나라니............................................
응....? 지금 이거....내 얘기.......................야?
나 어제.. 어제 내가 그러니까 밥을 같이 먹자고 해서 ..그래..그랬지............ 나 분명 조심히 갔는데....진짜.......................
빼박임 어제 멤버들 고깃집 목격담
ㅍㅍㅍㅍㅍㅍㅍ
인증은 이제 펑할게
나 사장님 몰래 찍은거라서
어제 애들 내가 알바하는 가게왔다. 우리 가게 한우집임
아무튼, 그런데 어떤 여자도 같이 왔음
솔직히 코디라기에는 너무 안친하고, 코디라고도 할 수 없는게 그럼 왜 매니저오빠는? 다른 코디분들은?
분명 개인적인 친분이 틀림없음
서빙하러 갔는데도 멤버들이 막 다 그 여자 챙겨주고 그랬음
솔직히 여자친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무튼 그랬음
헐 경수 카페 사진 목격담 둥임?
뭐야, 왜 갑자기 일이 이렇게 한번에 터짐???????????????????????????
세훈이랑 스캔들 난 여자가 경수랑 단둘이 카페에 있었다고 방금 ㅌㅇㅌ에서 펑했음
사진 올렸다가 내렸음
자세히는 못봤는데 머리길이는 비슷해보였고, 그런데 경수랑 분위기가 좀 더 뭐랄까 좀 더 알콩? 했다고
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쿠크
울애기드류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안되는데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
이거 완전 막장전개아님??????????????????????????????????????????????????????????????????????
아, 이거였구나.. 수정이가 인터넷에 들어가보라고 한 이유가.
그러니까 어제 세훈이가 나를 데리고 간 것 때문에 둘이 스캔들이 터졌었는데, 이게 터지니까 전에 경수랑 카페에서 둘이 만났을때.......
그래.....세상에 비밀이 어딨어... 도경수... ........ 알아보면 어떡하냐고 내가 그랬잖아..경수야............................................................
차마 댓글창으로는 내릴 수도 없고, 그럴 용기도 생기지 않았다. 그저 노트북 화면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온통 뒤죽박죽.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타이밍임을
알았지만, 도저히 무언가를 해 볼 생각도 행동도. 나에겐 아무런 힘이 생기질 않았다.
그러다가 충전 중인 핸드폰을 가져와서 보니,
부재중이 수정이 경수 수정이 경수 경수 경수 경수 .....
- 여주야.......
- 여주야 자고있어?
- 차라리 자고있어서 다행이다
- 아침에 일어나도 오늘 하루는 인터넷하지말고
- 아 보고싶다 여주야
- 미안해, 내가
이게 뭐야... 도경수.......하여튼.............................이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문자들만 보낸건데........................................
괜히 영화 촬영한다고 고생하는 애한테 나라는 짐을 하나 더 얹혀놓은 건 아닌지, 정말 이게 내가 좋다고해서 가능했던 일이었을까?
아무래도 워낙 수사력이 좋은 몇몇 네티즌들이 벌써 내 SNS를 알아낸 것 같았다. 점점 더 많은 팔로워가 들어왔고 그냥 나의 소소한 일상을 즐기기 위한 공간은
온갖 욕설과 비난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너무 많은 알림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그런지 더 이상 내 폰도 소리를 내지 못했다.
너도 지쳤니
가장 나를 힘들게 그리고 아프게 했던 말은 그 어떤 독설도 아니었고 비난도 아니었다. 나에 대한 충고랄까. 아니 그들이 엑소가 되기 위한 시간에 관한 이야기였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욕설들 사이로 내 눈에 보인 글은, 엑소가 엑소가 되기까지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한 순간에 내가 짓밟은 거라는 결론.
생각을 안 해봤던 건 아니었는데. 경수를 만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이기적인 건가, 자기만족인가. 지금 내가 경수를 만나도 되는건지.. 라는 생각을 한 번씩은 해봤었다.
이 아이가 이 꿈을 그리기 위해서 달려온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경수에게 있어서 그 시간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될 수 있는지.
굳이 내가 그 보상이 될 필요가 있을지, .. 혹은 경수에게 더욱 더 큰 미래가 있는데 잠시 내가 장애물이 되는 건 아닐지.
멍하니 앉아있는 나를, 어느새 도착한 수정이가 등짝을 한 대 때렸다.
" 이년아, 정신차려. 너 전화온다 "
알고있었어,,수정아. 그냥 진동이 느껴지는데 경수같았거든. 경수의 떨림같았고, 내 떨림같았어. 경수의 시간과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은 무거운 진동이었어.
그래서 나는 못 받을 것 같아. 일단 지금은. 내가 잘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경수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냥 우리 끝까지 가보자고 붙잡을 것 같아.
아무래도 여기서 멈추는게 맞는것 같아서. 나는 원래 미련하고 소심하니까.
무슨 이런 바보가 다있어 라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어느새 지가 울어버리는 수정이었다. 넌 잘못한거 없어, 여주야 으어어엉 이러면서.
그러게, 나도 내가 뭘 잘못한건지는 모르겠는데, 잘못한 것 같다.
그 누구의 피드백도 없어서인지 점점 그 사이트에서는 온갖 얘기가 올라왔고, 사람들이 추측으로 쓴 글들이 쌓이고 쌓여서 진짜처럼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그저 나는 수많은 글들의 나쁜 여주인공이 되어있었다.
그날 이후로 경수는 매일 연락을 해왔다. 물론 내가 일방적으로 받지도 보내지도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며칠전부터는그저 안부문자 형태로만 보내고 있었다.
너는 잘 지내고 있는지.
그 스캔들 터지고 다다음날인가, SM에서는 그 사실에 반박하면서 그런 일은 없다는 기사를 냈다. 이런 반박기사에 금방 사라질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잠잠해진 추세였다. 난 이제 곧 졸업과 동시에 회사에 다녀야하기 때문에 그저 내 생활에 충실하기로..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겠다.
매일매일 한심+동정+연민의 눈길로 바라보는 수정이와 밥은 먹었니, 아픈 곳은 없니 라며 문자를 보내는 도경수.
경수야, 너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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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죠 ㅠㅜㅠㅜㅠㅜㅠㅜㅠ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ㅠㅜ 갑자기 급 전개인점 죄송합니다.ㅠ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제가 갑자기 복학을........또르륽............... 앞으로 글 쓸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전개가..좀......................................으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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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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