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저 몇개 맞았어요?"
"전정국이..25개.
김태형이는..26개.
박지민이는..23개."
"아싸! 내가 이겼다."
영어선생님만의 전용매인 대나무 회초리로 둘다 맞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야이놈들아, 단어가 전체 50갠데 셋다 겨우 반타작해놓고 좋아해? 이놈들이 진짜!
전정국은 큭큭 웃어대더니 갑자기 진지해진 표정으로 김태형의 어깨를 덥썩 잡았다.
"야, 여기서 중요한건.
박지민이 통과를 못했다는거야."
"헐 미,친."
"아 놀리지 말라고오!"
또 놀리네 얘네, 눈을 흘기며 그 둘을 올려다 보자 전정국이 내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김태형이랑 다시 장난을 쳤다.
"지민이 어딨게-."
"쪼끄매서 안보이나봄."
"정답!"
진짜 맘만같아서는 헤드락걸고싶은데 내 키가 고작 이것밖에 안되서 꿈도 못꾼다 그런건. 그냥 발만 꾹 밟고는 다시 영어 단어장을 펴들었다.
[반타작도 못하는 사람은 집에 갈 자격도 없다.]
라고 써있는 칠판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연습장에 단어들을 다시 쭉 써내려갔다.
"야, 근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건.."
"박지민 존,나 귀여운거?"
"아 솔직히 인정.
아니 근데 그게 아니라 우리 박지민이랑 같이 집 못가."
김태형과 전정국이 서로 눈을 마주치고 짓는 표정은 마치 나라잃은 표정같았다. 바보들같다.
내가 집에 못간다는 사실에 울상을 지으며 다시 영어 단어장에 고개를 쳐박았다. 그러자 저 둘은 이쯤되면 일어나서 집을 갈 만도 한데 의자를 끌고 와서는 내 옆에 앉아서 단어장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펜을 하나씩 꺼내들었다.
"야, 박지민. 잘봐.
이게 knowledge 이거지. 이거 발음해봐."
"ㅋ..크.."
"아, 바보냐-. 근데 그와중에 이것도 귀여움.
k가 묵음이여서 소리가 안나. ㄴ으로 시작해야해."
나보다 잘하면 얼마나 잘한다고 나를 가르치려 드는 모습에 웃음이 다 나왔지만 사뭇 진지한 둘의 모습에 웃음이 다시 쏙 들어갔다.
단어 가르쳐준지 거의 1시간, 선생님이 교탁 앞에서 일어나시더니 교무실로 향하시면서 그 둘한테 말을 던졌다.
"니네는 뭐 얼마나 가길래 지민이랑 같이가려고 하냐-."
"5분이요!"
"..그러면서 지금 니네 1시간째 얘한테 시간 쏟고있냐? 다른날에는 그렇게 째면서?"
생각해보니 5분도 안되는 시간 가면서 1시간째 학원에 박혀있는 김태형과 전정국이 신기했다. 나도 신기해서 둘을 번갈아서 쳐다보자
김태형이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전정국과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거야-."
"내가 먼저 말할거야, 입 다물어."
"싫은데, 이건 집갈 때 박지민 뒤뚱거리는 뒷모습 못본다는 부분이거든요."
"맞아, 그런 부분.."
"아 조용히해! 나 안 뒤뚱거리거든!"
"아 조용히 해애-. 나 안 뒤뚱거리거등!
닮은거 인정?"
"개인정."
또 놀린다고 얘네...
아무리 생각해도 미워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