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매력 episode 4 - ALL and K
(Party)
(브금필수!)
쇼파 등받이 부분에 다리를 올린채 남준을 바라봤다
내 상체보다 조금 짧은 쇼파덕분에 목부분을 쇼파 끝에 기댄채 머리를 쑥 내리자,
책이란 책은 다 꺼내진 책상 위에서
뭐가 그리 또 바쁜건지 잘 쓰지도 않던 은색 태의 안경을 쓰고 열중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꾸로 뒤집혀진 그의 모습에 피가 쏠려 붉어진 얼굴로 킥킥대며 웃자,
남준의 눈길이 내게 와닿았다.
"머리, 더러워지짆아"
쇼파 밑에서 달랑달랑 흔들리는 내 머리를 바라본 남준의 미간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그에 굴하지 않고 다리를 더욱 세게 위아래로 흔들자,
한숨을 내쉰 남준이 결국 쓰고 있던 안경을 내려놨다.
"애처럼 또 왜 이래?"
또각또각.
그의 구두소리와 함께 뒤집혀진 내 눈에 비친 그가 점점 커졌다.
인상을 찡그린 채 곧 터질듯한 얼굴을 한 내게 다가온 남준이 내 옆에 자리잡고 앉았다.
그의 무게 때문에 쇼파가 한 번 출렁이며 흔들렸다.
그 큰 손으로 내 머리를 받혀 살짝 들어올린 그 덕분에 붉어졌던 얼굴이 점점 제 색을 찾아갔다.
"전정국은, 만났어?"
"짜증나니까 걔 얘기 하지마"
"왜?"
"집에 꿀 발라놨대? 나와야 뭘 하든 말든하지.
왜 집에서 나오질 않아?"
"..."
"지가 뭐가 그리 비싸다고, 진짜"
"..."
"내가 어제부터 걔 집 주변을 몇 바퀴나 돌았는지 알아?"
남준의 손 위에 올려진 머리로 조잘조잘대자 그의 손이 내 입과 맞춰 흔들흔들거렸다.
그 느낌이 이상해 투덜투덜 대다가 그의 눈을 바라보자,
어느새 올라간 그의 입꼬리가 나를 마주했다.
"왜?"
내 눈을 바라보던 그가 손에 힘을 주자,
아무런 반항 없이 쑥 일으켜진 몸이 그를 마주했다.
갑작스레 세워진 몸에 어지러워 인상을 찡그리자
내 이마를 콩 내려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간적으로"
"..."
"나까지 꼬시는건 아니지 않아?"
진지하게 내뱉어진 말에 멍하니 입을 크게 벌렸다.
뭐라고? 내가 언제? 내가 너를 꼬셨다고? 너를?
몸을 돌려 다급히 남준을 바라보자,
큼큼거리며 헛기침을 한 남준이 앞에있던 신문을 주어들었다.
"아님 말고"
자연스레 풀려버린 분위기에 푸하하 하고 오랜만에 크게 웃어버렸다.
오랜만에 보는 남준의 귀여운 모습이었다.
요즘 날카로운 일들이 많아서 잔뜩 굳어있는 모습만 보다가,
이렇듯 갑작스레 튀어나온 남준의 모습에 광대가 하늘로 올라갈 것만 같았다.
내가 눈물이라도 흘릴듯이 웃어보이자,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은건지 미간을 찌푸린 남준이 어떻게 할 방법은 없는지
한숨을 내쉬며 신문으로 눈길을 돌렸다.
"...전정국 만나게 해줘?"
그러다 조용히 뱉어진 남준의 말에 멈춰 선 내가 몸을 일으켜 남준을 향해 다가갔다.
언제 웃었냐는 듯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낸 내가 남준의 팔뚝을 잡아챘다.
"어떻게?"
내 말에 남준이 피식 웃어보였다.
"파티 하나 개최하는 거"
"..."
"나한테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
자랑하듯 어깨를 으쓱한 남준이
신문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이참에 네명 다 만나보는 것도"
"..."
"나쁘진 않겠네"
그의 말에 멍청히 탄식을 터뜨린 내가 그의 눈동자에 비췄다.
역시 김남준은 무지하게 똑똑했다.
*
불편한 구두를 바닥에 툭툭치며 짧은 치마를 끌어내렸다.
전정국은 커녕 김태형, 박지민, 민윤기의 코빼기조차 보지 못한 내 입술이 비죽 내밀어졌다.
계단은 뭐가 이리 많은건지,
점점 아려오는 발에 이젠 짜증이 날 것 같았다.
남준의 능력답게 파티는 거대했다.
저 높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화려하게 빛났고,
각양각색의 드레스와 정장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옆을 지나가는 웨이터에게서 샴페인 하나를 뺏듯이 낚아 챈 내가,
노란 샴페인을 한꺼번에 들이킨 다음 남은 빈 잔을 쾅 소리나게 테이블 위에 던지듯 내려놨다.
거칠게 닦은 입 사이에서 이젠 거친 욕까지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저 멀리서 이미 손님을 받은 남준은 외국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유창한 영어를 내뱉고있었다.
반달로 접혀진 눈엔 이미 내가 사라지고 없는 듯 했다.
한숨을 폭 내쉬며 한 명이라도 찾으려 아픈 발을 옮기던 내가 멈춰선건 그때였다.
내 뒤를 감싸안은 온기에서 두 팔이 뻗어져 나와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나 찾아?"
장난스러움이 잔뜩 묻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해맑게 웃고있는 태형이 눈에 들어왔다.
신경쓴듯 안쓴듯 헝클어진 머리와 멋들어지게 찬 나비넥타이가
그의 잘생긴 얼굴을 더 빛내주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돌아보기위해 허리에 잡힌 그의 팔을 자연스레 풀어내려는데,
꽉 붙들려진 그의 팔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이거 좀 놔 줘, 얼굴보고 말하자 태형아"
아이를 타이르 듯 조곤조곤 말하자,
내 머리에 붙여진 그의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올랐다.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드는지 인상을 찌푸린 그가
무슨 방법을 모색하듯 그 큰 눈을 이리저리 굴려댔다.
"안 놓으면 안돼?"
"안돼"
"이렇게 얘기하면 힘들어?"
"응"
"그럼 앞으로 안으면?"
"...뭐?"
"앞으로 안으면 화낼거야?"
아무런 사심없이 순수하게 뱉어진 말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쟬 꼬시고 있는건지, 쟤가 날 꼬시고 있는건지.
정작 그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뱉었을 말은, 순간 내 목표를 착각할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순수한게 더 무섭다더니, 왠지 그 말이 이해가 갔다.
멍하니 입을 뻐끔거리면서 할 말을 찾는 내가 화난 줄 알았는지,
시무룩하게 내게서 떨어진 그가 내 손을 꼭 붙잡아왔다.
이 것마저 못하게 하면 울거라는 듯 축 쳐진 눈에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왜 또 그렇게 심술이 났어"
언제 생각해도, 태형과 나의 관계는 남준과 나의 관계와 비슷했다.
남녀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아이같이 툭 튀어나온 입술을 바라보며
그를 올려다보자, 퉁퉁 부풀어오른 입술이 그제야 열렸다.
"오랜만에 만난건데"
"..."
"이건 너무 멀잖아"
"..."
"거리감 느껴져, 싫어"
솔직하게 내 뱉어진 말에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린 내가
그의 손을 더 꽉 붙잡으며 한발작 더 가까이 다가섰다.
스킨쉽을 좋아하는 모습 또한 마냥 아이같았다.
닿을 듯 말 듯 가까이 다가선 내 모습에 태형이 베시시 웃어보였다.
다는 아니지만 그나마 자신의 바람이 충족된 모양이었다.
"넌 사람들이랑 인사 안해?"
내 말에 그가 이리저리 고개를 둘러보았다.
잘나가는 집안 후계자 냄새라도 맡은 건지,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눈길이 태형을 향해있었다.
안 그런 듯 하면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태형이 울쌍을 지었다.
원래같으면 사람들 보는 게 싫어서 파티에 올 생각도 않는데,
나때문에 온 거라며 태형이 생색을 냈다.
그 모습이 마치 칭찬을 바라는 아이같아
까치발을 들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기다릴게, 갔다와"
내 말에도 그리 불안한지, 꼭 여기 있으라며 몇 번이나 반복한 그가
사람들 사이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에도 신경쓰이는지 돌아보는 모습에
안심하라는 듯 웃어보였다.
태형이 완전히 사라진 후,
나는 또 아픈 발을 이끌며 발걸음을 옮겼다.
태형에겐 미안하지만 찾아야 할 사람이 많았다.
그게 윤기든, 지민이든, 정국이든.
윤기는 그렇다 쳐도 지민과 정국은 둘다 아직 제대로 인사조차 못해본지라,
점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을 따라 붉은 구두를 신은 발걸음이 급해졌다.
저 멀리 능숙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는 남준도 한 번 보고,
어색한 듯 굳은 표정으로 사람들 앞에 서 있는 태형도 한 번 보고.
나도 이제 내 일을 하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찰나, 내 손목이 누군가에 의해 이끌렸고
순식간에 내 몸에 옆에 있던 비상계단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너 누구..!!-"
소리를 지르려던 입이 순식간에 멈춰섰다.
비상 조명 아래에 선 그가 나를 보며 말끔하게 웃었다.
이상하리만치 검은 머리와 검은 정장.
사진 속과 똑같은 모습을 한 그는 정국이었다.
이틀 간 가장 보고싶어했던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타깃이 나를 먼저 찾아온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한 몸이 빳빳이 굳어섰다.
"안녕"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단어가 어색했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연스레 인사를 건넸다.
조금 길다 싶은 검은 머리 사이로 비친 웃고있는 눈이 날카로웠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언제 찾아올까,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뭐?"
"근데 생각보다 너무 늦더라고"
"..."
"무작정 기다리는건 내 타입이 아니기도 하고"
"..."
내가 먼저 찾아왔는데, 괜찮지?
뱉어진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어떻게 나를 알고 있는거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분명 그에대한 정보를 아는 건 나 뿐일 거고,
전정국은 나를 알지도 못할텐데, 어째서?
아무 말도 못한 채 찡그려진 내 얼굴에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많이 궁금한 모양이네"
"..."
"내가 어떻게 너를 알고 있는지"
"..."
"..김탄"
불려진 내 이름에 온 몸이 움찔했다.
칠흙같이 검은 눈동자에 내가 담겼다.
"내가 그렇게 눈치가 느린 편은 아니라서."
"..."
"다 알고 있거든.
너도, 김남준도. 너네 계획도"
날카롭게 내려앉은 눈에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고 있는 게 없었다.
남준을 보고 싶었다.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거냐고, 남준에게 묻고만 싶었다.
금방이라도 나를 때릴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표정에
붙잡힌 팔목이 부르르 떨렸다.
"그래서"
"..."
"제안을 하나 할까 하는데"
그의 말에 애써 담담한 척 고개를 치켜들었다.
순간 일정 시간이 지난건지, 켜져있던 비상등이 꺼지고,
조용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눈이 보이지 않자 더욱 자세히 느껴지는 그의 숨소리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나랑 딜하는 건 어때?"
"뭐?"
내 반문에 낮은 웃음소리가 비상계단을 울렸고,
잔뜩 놀란 내 어깨가 바르작 떨렸다.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전정국을 만난 것 자체가 당황스러운데,
이런 나한테 딜을 걸고있는 전정국이라니.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돈이라면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챙겨줄게"
"..."
"김남준 엿먹이기, 어때?"
"...야"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아?"
무엇에 취한 사람처럼 낄낄 거리는 웃음소리에
소름이 끼친 팔을 문질렀다.
역시 김남준의 예상대로, 보통은 아니었다.
어둠이 가득한 공간 속에서,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남녀가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욕심에 가득찬 눈동자들이 서로 맞부딫혔다.
끝을 알 수없는 이야기가 또 이렇게 막을 올렸다.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오늘은 좀 늦었죠ㅠㅠㅠ
저 자야되는데...미치겠네요...하...
저번편에서 지민이 결벽증에대해 궁금해 해주신 독자님이 있었는데,
그 일은 나중에 밝혀질 예정이구, 오늘은 이렇게 정국이라도....ㅎㅎ
잠에 취해서 그런지 글이 뚝뚝 끊기는게 보이네요ㅠㅠㅠ
죄송합니다ㅠㅠ다음엔 더욱 나은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독자님들의 댓글에 답변을 해드리지 못했는데ㅠㅠㅠ
내일 시간나는대로 꼭 빨리 해드리겠습니다ㅠㅠㅠ진짜 죄송한 오늘이네여ㅠㅠㅠㅠ
죄송하구ㅠㅠㅠㅠ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목단 / 곱창 / 뇌몬 / 웬디 / 김데일리 / 요를레히 / 슙디 / 알라 / 포도 / 똥맛카레 / 선블록 / 비비빅 / 뷔타민 / 두둠칫 / 웹 / 브랜디 / 소녀 / 민트 / 민군주님 / 숲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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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 정글곰 / 망개 / 아카시아 / 꽃잎놀이 / 쀼쀼 / 박찜니 / 버블방탄
암호닉 신청 감사합니다 정말!!ㅎㅎㅎ
빠뜨린 분이 있다면 바로 말씀해주세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