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매력 episode 8 - K
(결국엔 사랑일 것을)
(브금필수!)
"그래서?"
"그래서는 뭔 그래서야.
그냥 좀 이상하다는거지."
펌을 한건지 살짝 부풀어오른 자신의 머리가 어색한건지 자꾸 만지작 거리던 정국이
내 말에 인상을 찡그리며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올려 머리를 기댔다.
집에만 붙어있는다는 그의 정보가 정말 맞는지,
집에서 나가길 싫어하는 그 덕분에
두번째 만남도 그의 집에서 이루어졌다.
생각하는 듯 깊게 잠긴 눈이 허공을 응시했고,
나는 그의 눈을 타고 올라가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봤다.
날카롭지 않게 높은 코와 둥글면서도 날카로운 눈선.
순하게 생긴듯 하면서도 어쩔땐 한없이 차갑게 내려앉는 얼굴.
감겨있던 눈이 제 자리를 되찾았고,
짙은 고동색을 띄는 그의 눈끝이 나를 향했다.
"김남준이랑 관련된건 아니고?"
"뭐?"
"걔네 친하잖아."
갑작스레 뱉어진 말에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정작 말을 뱉은 정국 자신은 태연하게 머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김남준이 박지민이랑 친하다고?
생각치도 못한말에 대답조차 하지 못한채 입만 뻐끔거렸다.
그런 말은 남준에게서 들은 적이 없었다.
그저 남준은 지민의 형과 아는 사이었다고...,
"설마."
순간 스친 생각에 멍하니 탄식을 자아냈다.
지민의 형과 알던사이인데, 남준이 지민을 모를리가 있었을까.
지민의 형이 개망나니인걸 아는 그가, 그의 동생을 모를리가 있었을까.
한번 떠오른 생각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그를 잡아 뜯었고,
주마등처럼 스치는 생각들에 입술을 꾹 깨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지민을 봤던 그 때 그 찝찝함이 무엇때문인지 드디어 알아차렸다.
순수해보이는 붉어진 얼굴로 남준처럼 행동을 하던 그.
그게 이상했던 거다.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는 그가.
어쩌면 남준의 지시대로 움직였을 그가.
"표정 보니 몰랐나보네."
"..."
"그럼, 박지민이 김남준 스파이인건가?"
"..."
"상대는 너고?"
웃음기 가득한 정국의 목소리에 붉어진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바보처럼, 배신이라도 당한 듯한 표정을 내보였다.
남준과 나는 그런 사이가 아닌데.
그저 이해관계 속에 얽혀진 더러운 관계일 뿐인데.
내가 이렇게 슬프고 또 비참할 일은 정말 없는건데.
코가 시큰거렸고 눈이 따가웠다.
남준이 나를 속였을지 모른다는 그 사실이 미치도록 아팠다.
"...아닐 수도 있는거잖아."
"뭐?"
"맨날 옆에 있는데 감시할게 뭐가 있다고"
"..."
"박지민까지 끌어들여가면서
김남준이 나를 속였을리가...-"
"야, 김탄."
흔들리는 눈동자로 아닐지도 모른다며 중얼거리는 나를 보던 정국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말려 올라간 입꼬리가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고,
웃고있던 그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네가 믿어야 할건 그쪽이 아니라, 나야."
"...뭐?"
"김남준 말고, 나 믿으라고."
"..."
"네 편들어주는건 너 속이는 김남준이 아니라
네 앞에 있는 나야."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가 내 심장을 찌르는 듯 했다.
숨을 쉬는 게 힘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버림받기 싫어했다.
그렇기때문에,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미친듯이 공부를 하는 이들도 있었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자신까지 버려가며 아부떠는 이들도 있었고,
지금 나처럼, 버림받고 난 후의 그 현실이 두려워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는 이들도 있었고.
전정국 너처럼, 날카롭게 세워진 가시로 자신의 여린 속마음을 꽁꽁 감추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돌아가는 세상이 점점 나를 짖누르고 있었다.
하루하루 발버둥치며 살아가야하는 세상에 점점 지치고 있었다.
"시간, 더 이상 안줘."
"..."
"다음 만날 때까지.
그 때까지 내 편이 될건지, 내 적이 될건지 정해."
"..."
"만약 네가 내 편이 된다면
나는 내 모든걸 바쳐서라도 널 살릴거고"
"..."
"만약 네가 내 적이 된다면"
"..."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죽일거야."
하얀 벽지가 검게 물든 듯 했다.
아무 것도 없는 허공 속에서 그저 슬픈 눈을 가진 늑대 한마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를 향해 발톱을 세운 늑대가 내 바로 앞에서 멈춰섰다.
나를 공격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나를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전정국이 나를 찌르지 못하리란건 알았다.
나를 살린다는 말도, 나를 끌어내리리란 말도 모두 다 날 위한 말이란 것 또한 알았다.
하지만 두려웠다.
전정국이 아닌,
그의 말 하나하나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내가.
나는 내가 무서웠다.
"괜한 협박하는 거 같지."
"..."
"상처주지도 못할거면서,
괜히 겁준다 싶지."
"..."
"너, 내가 너 좋아한다는거
이미 눈치 깠잖아."
훅 들어온 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예상치 못했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래도 설마, 혹시나 했던 사실이었는데. 정국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치부를 드러냈다.
이 복잡한 먹이사슬 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건,
분명 치명적인 약점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피식 웃어보이기까지 했다.
"무지 혼란스럽지."
"..."
"쟤가 갑자기 또 왜저러나"
"..."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건가,
걱정돼서 돌아버리겠지?"
"..."
"...맞아, 나 개수작 부리는거."
옅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나를 내려다봤다.
분명 말을 뱉고있는건 그임에도 불구하고, 상처입은듯한 눈동자가 내게 닿았다.
자신의 말로인해 끊임없이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그 자신이
어느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사라져있었다.
"네가 정에 약한 거 알거든."
"..."
"너 좋아한다고 말하면"
"..."
"미안해서라도 내 편 들어줄 너라는 거 아니까."
"..."
"그래서 지금 개수작 부리는거야."
정국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스쳤다.
아주 여리고 연약했던 내 모습이.
언젠가, 세상의 끝에 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중간에서 내가 무엇이 되든.
제발 그 끝엔 내가 없기를,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었다.
마지막을 알리는 사람은 어찌됐든 무조건 혼자인 순간을 겪어야하니까,
그 중간에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행복을 겪든,
그 끝엔 혼자 남아 그 시간들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을 겪어야 하니까.
나는 외로운게 미치도록 무서우니까.
제발 그 끝엔 내가 없기를 기도했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그리고 그것은 정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 끝을 두려워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끝에 자신이 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쩌면 그랬기에 그는 더욱 나를 갈망했다.
제발 그 끝에 나와 함께해달라고.
나를 혼자 버려두지 말라고.
"네가 나를 봐줬으면 좋겠으니까."
그는 그 외로움의 끝을 나와 함께하고 싶어했다.
*
'지금 장난해?!'
내 손에 뿌리쳐진 여직원 한 명이 볼품없이 바닥에 내던져졌다.
순식간에 음식을 뒤집어쓴 그녀의 치마가 나의 눈에 비췄고,
나의 아버지의 마음에 걸렸다.
묵묵히 그 여직원을 바라보시던 아버지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어렸던 나의 시선에 맞춰 허리를 굽히시고는 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또 왜그래, 우리 공주.'
'지금 내 치마 물에 젖은거 안보여?
이게 얼마짜린줄 알고 저 따위가 물을 들이부어!!'
날카로운 내 고함소리에 여전히 바닥에 쓰러져 있던 여직원이 부들부들 몸을 떨고,
짜증스레 올라간 내 눈꼬리가 그녀를 향했다.
'야, 너 진짜 인생 쫑내고싶어?'
'...죄..죄송합니다. 정말 실수 였-'
'실수. 하, 그래. 실수면 뭐.
실수면 다 용서 되는줄 알아?'
'...죄송..합니다.'
'돈 몇푼 벌려다가 훅 가는 수가있어, 응?'
'...'
그녀의 앞에 쪼그려 앉아 그녀의 정갈하게 묶인 머리를 툭툭 치는 나를 바라보시던 아버지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셨고, 내 손목을 잡아채셨다.
조금은 붉어진 듯한 아버지의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봤다.
'아가, 그만하자.'
'뭘 그만해?아직 시작도 안-!!'
'창피해. 아빠가 창피해서 그래.'
'..뭐?'
'그러니까 그만하자.'
씩씩거리며 열을 올리던 나를 바라보시던 아버지께서 대신 여직원에게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였고,
나는 그런 아버지를 말리다 결국 제 본인도 이겨내지 못한 화에 눈물을 뚝뚝 떨궈냈다.
어리디 어렸던 그 눈물 방울들이
모두 아버지에게 날아가 박혔고, 못됐던 나는 바보같게도 그 사실을 몰랐다.
'탄아.'
'...'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닌데,
아빠가 그 사실을 우리 딸한테 잘 못 알려준 것 같아서 너무 슬퍼.'
'...'
'우리 딸 나중에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막 이것저것 알려준건데,
차라리 그러지말고 사랑하는 법 좀 알려줄걸.
그냥 다 괜찮으니까 사랑받는 아이로 자라게 할걸.
진짜 다 아빠 잘못인데, 아빠는 왜 이렇게 우리 딸한테 서운하지?'
자글자글 세월을 담아낸 눈가가 슬프게 접히고,
웃음으로 덮어낸 그의 얼굴이 슬프게 울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렸던 나는 그 눈빛을 무시했다.
무서웠다.
나와 다른 그 눈빛이, 나를 끌어내리는 듯한 그 눈빛이.
'밝게 빛나던 게, 언제 이렇게 슬프게 져버렸을까.'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시던 아버지가
허탈한 웃음과 함께 눈물을 뱉어내셨고,
항상 당당하던 그의 어깨가 푹 쳐진 채 쓸쓸히 내려앉았다.
또 못된 말을 내 뱉으려던 입이 굳게 닫혔다.
그의 숙여진 머리를 보다 두 주먹을 꽉 쥐고 모질게 뒤돌아섰다.
한발작.
한발작.
걸음에 맞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괜한 자존심에 꽉 깨문 입술 사이에서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그렇게 또
한발작.
한발작.
그리고 그 후에는...
'쾅-'
"..흐으"
내 울음소리에 추억들이 흩어졌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큰 광음에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덜덜 떨었다.
이리저리 흩어져버린 추억들을 담을 생각도 하지못한 채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조금만 더 잘할걸.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잘하지.
아무도 듣는 이 없는 슬픈 목소리가 어두운 방 안을 울렸다.
온 몸을 웅크리고 무릎을 끌어안아도 허전한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았다.
가슴 한 켠이 미친듯이 아렸고, 또 텅 빈 것처럼 쓸쓸했다.
"아빠, 아빠."
5년전 어렸던 아이로 다시 돌아가 울며 자신의 아비를 불렀다.
구슬피 울리는 소리의 끝이 그에게 가 닿았고,
하지만 이 곳에 더 이상 그는 없었다.
방구석에 틀여박혀 울고있는 나는
그렇게 내가 놓쳐버린 사람을 그리고 있었고,
그 그리움이 닿을 곳은 없었다.
울음소리보단 절규에 가까운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고,
그 울음은 내가 죽을 때까지, 절대 멈출 수 없었다.
아버지.
난 당신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
안녕하세요!!저 빨리왔죠?ㅎㅎㅎㅎㅎ
엄청 노력했답니다...ㅎㅎㅎ오늘은 여주의 과거가 잠깐ㅎㅎ
이렇게 조금조금씩 여주의 이야기도 들고 오겠습니다!ㅎ
오늘은 처음으로 브금을 한국노래로 해봤는데...ㅎㅎ두근두근.
아, 그리고 암호닉 신청ㅠㅠㅠ늦게 해주신 분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늦게 해주시긴 했지만 제 글 좋아해주시는 분들인데 도저히 안받을 수가 없어서ㅠㅠ
공지글에 올려주신 암호닉들만 다 받겠습니다!
앞으로도 암호닉 신청 해주실 분들은 공지글에 해주세요ㅠㅠㅠ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 같아 걱정되긴 하지만ㅠㅠㅠ
그래도 거절할 수는 없었어여 죄송해요ㅠㅠㅠ
그럼 다음 글에서 또 만나 뵙겠습니다!!
다음 글은 조금 늦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여ㅠㅠㅠ
최대한 일찍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이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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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가 빠뜨린 분들이 있다면 꼭 말해주세요ㅠㅠㅠㅠ
이번에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불안합니다ㅠㅠㅎㅎㅎ
암호닉 신청 정말 감사합니다!!ㅎㅎ
저 눈 이상한 거 아니죠? 헐...초록글이라니?이런 상상하지도 못한...헐 독자님들 사랑해요...헐... 저 진짜 깜짝 놀라가지고ㅠㅠㅠㅠㅠ헐...이럴 수가...ㅠㅠㅠㅠㅠㅠ진짜 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더 열심히 쓸게요ㅠㅠㅠ감사합니다 진짜ㅠㅠㅠㅠ 헐..뭐야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