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같은 인연
(변해버린 마음)
w. 비감
女
"아아- 오빠, 진짜 안 도와줄 거야? 어?"
징징거리는 내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로 한숨소리가 휴-하고 들리더니, 아니. 윤기 선배 시간표는 네가 왜?라며 의문에 가득 찬 호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흔히 말하는 엄마 친구의 아들인 호석은 인맥고자인 내가 유일하게 친하다 칭할 수 있는 남자 선배였고,
아마 내가 그에게 예전부터 태형에 대한 연애상담을 오질나게 해왔던지라, 그가 더욱더 말을 아끼는 듯싶었다.
너 또 시작이지, 어? 사랑은 그렇게 쉽게 오는 게 아니라니까?
꼴에 심리학과라고 유세 부리는 통에 핸드폰에서 귀를 떼고 질린 표정을 해 보였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핸드폰을 고쳐 들었다.
"오빠, 맞지. 사랑은 쉽게 안 오지."
'그래그래, 그러니까...'
"정말 어렵게 오지. 쉽게 올 거였음 김태형 같은 새끼 오기도 전에 선배가 먼저 왔겠지. 안 그래?
이렇게 시련을 겪고 나니까 짠하고 나타나준 거 아냐."
꽤나 논리 정연하게 말을 풀어내자, 아오, 김탄 너 진짜.라며 짜증 섞인 목소리를 해대던 호석이 화난 마음을 추스르는 건지, 한동안 잠잠해졌다.
아니, 오빠 윤기 선배랑 친하다며. 같은 관데 시간표 알아내는 거 정도야, 껌이잖아. 그 껌 나한테 좀 주라, 어?
오빠, 이건 진짜 사랑이야. 김태형 같은 인간이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윤기 선배는. 내 말 못 믿어?
다다다다 쏘아붙이는 통에 수화기 넘어론 묵직한 한숨소리만이 가득했다. 아니, 그래도... 말 끝을 늘리며 멈춰 선 그의 목소리에
속으로 쾌자를 불렀다. 이럴 때면 호석은 매번 못이긴 척 내게 져주곤 했으니까.
혼자서 이불 밖으로 발버둥을 치며 설렘을 만끽하고 있는데, 조금은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그 선배는 안 돼. 진짜."
"왜?"
"아니, 그냥, 그냥 안된다니까? 그 선배 여자친구 있어."
호석의 말에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싶었다. 여자친구가 있어? 선배한테? 아니, 그럼 나한테 밥은 왜 사줬는데?
어버버 움찔 거리는 입이 충격으로 인해 멈춰 서고, 그에 호석이 한숨을 푹 내쉬며 곤란한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냥 접어. 심리학과 4학년 정호석으로서 말하는데, 너 그 감정 쉽게 사그라들 수 있어. 진심이야.
또 심리학과 부심이 나와서는, 잔뜩 확신에 가득 찬 호석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니, 자기가 뭔데 내 감정을 판단해? 이게 가벼운 사랑인지 네가 어떻게 아는데?
괜히 당황스러운 마음이 그에게 불똥이 튀어 날아갔다. 처음에는 억울했다가 그다음엔 짜증이 났다가 나중에는 그래서 그게 뭐?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여자친구 있는 게 김태형보다는 낫지, 안 그래? 사람도 아닌 컴퓨터 질투하는 것보단 사람 질투하는 게 덜 비참하다고.
어쩌면 매번 나를 찾아왔던 콩깍지가 힘을 발휘한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 또한 진심이었다.
"오빠."
단호한 내 목소리에, 어어? 하는 호석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리고,
그에 흥- 하며 큰 콧바람 소리를 냈다.
"틀렸어. 오빠 심리 분석 오질 나게 못 해."
"뭐?"
"오빠가 나 안 도와주면 내가 다시는 오빠 안 볼 거라는 거.
그건 분석 못했나 봐?"
"야, 김탄...!"
"오빠 때문에 나 불붙었어. 빨리 시간표 내놔."
그래,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 오빠.
男
결국 또 그 아이와 같이 밥을 먹었다. 뭔가 그 애랑 박지민한테 휘말리고 있는 느낌. 나도 모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만 있는 것 같은 느낌.
찝찝한 기분에 머리를 긁적이다 가방을 싸서 강의실에서 벗어나는데, 저 멀리서부터 소란스러운 게 뭔가 불안한 기운이 스멀스멀 등 뒤를 타고 흐른다.
어, 뭐지. 누구 싸우나 봐, 융기야. 호기심에 가득 찬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소리의 근원지로 다가가려는 지민의 옷을 꽉 붙들고
그가 가지 못하게 막자, 동그란 눈을 더욱 크게 뜬 지민이 나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왜, 융기야?
그냥 남자의 직감이었다. 뭔가 저 길로 가면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아주 귀찮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길한 직감.
야, 됐고. 빨리 집에 가자. 나 배고파.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 지민의 손목을 꽉 붙든 채 자리를 옮기려 했고,
당황한 낯빛으로 졸졸 내 뒤를 따르는 지민과 함께 그 자리를 벗어나기도 전에 불길한 일이 참 재빨리도 터져버렸다.
"윤기 선배!!!!!"
몇 번 봤다고 벌써 익숙해진 목소리였다. 등 뒤로 들리는 목소리에 지민의 손목을 잡고 재빨리 옮기던 발걸음을 우뚝 멈춰 세우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아, 시발. 타이밍도 참. 벌써 신이 나선 뒤로 통통 달려가는 지민의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고는
등을 돌리자, 웬 남자아이를 뒤에 단 채 나를 향해 졸졸 뛰어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뭐야, 저 남자애는?
툭 치면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이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뭔진 몰라도 느낌이 별로다. 내 스타일은 아니야. 혹여나 눈알이 떨어질까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자식이었다.
순식간에 내 앞에 와 닿은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다, 방방 뛰는 지민의 모습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데,
뭔 일인지 중간에 우뚝 선 채 굳어버린 지민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거기서 뭐 하냐고 묻고 싶은데 앞에 서 있는 아이의 모습 때문에
묻지도 못하고 답답한 마음을 겨우 억눌러야 했다.
"선배, 어디 가세요?"
잔뜩 신이 난 얼굴에 기대를 가득 담고는 물어보는 통에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을 꺼내놓으려 하는데,
언제 다가온 건지 소리 소문도 없이 다가온 남자아이가 볼멘소리를 툭 하고 뱉어놓았다. 야, 네가 그걸 알아서 뭐 하려고.
나를 경계하 듯 잔뜩 노려보는 시선에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뭐야, 저 자식은.
딱 봐도 나보다는 어려 보이는데 말을 끊은 걸로도 모자라 기분 나쁜 시선으로 나를 훑어보기까지 한다.
질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나 또한 잔뜩 가라앉은 눈으로 그 자식을 노려보는데, 쭈뼛쭈뼛 옆으로 다가와 내 소매를 붙든 지민이
쟤가 김태형이야... 하고 힘없는 목소리를 뱉어놓는다. 아, 그럼 쟤가 박지민을 그렇게나 힘들게 했다던.
지민의 목소리에 다시 한 번 그 아이를 훑어보다 또다시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 별로야.
박지민은 어떻게 쟤한테 질 수가 있어? 김탄 쟤는 눈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딜 봐도 박지민이 훨씬 낫잖아.
어이없는 상황에 허- 하고 헛웃음을 터뜨리자 김태형을 밀쳐내고 내 시선 속으로 들어온 아이가 울상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선배? 선배? 제 말 들리세요??"
어쩌다 보니 매번 이 아이의 말을 씹게 되는 것 같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며 아이를 내려다보는데, 또다시 끼어든 김태형이
아이와 나 사이를 막고는 엄청 커다란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아, 꿈에 나올 것 같다. 어째 등골이 으스스 해지는 기분에 온몸을 부르르 떨다
나도 모르게 옆으로 힐끗 시선을 돌리자, 언제부터 그렇게 울상이었던 건지 툭- 건들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한 지민이
불안한 시선으로 김태형과 아이를 번갈아본다. 잔뜩 겁먹은 얼굴이 신경에 거슬린다. 아니, 쟤는 김태형 얘가 뭐가 잘났다고 그런 표정이야.
눈만 오질 나게 크고 코만 오질 나게 높은 이 자식이 뭐가 무섭다고.
"야,"
"좋은 말로 할 때 눈 깔아."
결국 불편해진 심기가 입 밖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눈앞에 잔뜩 다가와있는 커다란 눈이 보기 싫었던 건 맞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얘기할 생각은 없었는데.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오른손을 들어 주먹만 한 얼굴을 밀어내자, 눈앞에서 밀려난 김태형이 신경질적으로 내 손을 밀쳐냈다.
아, 그쪽 누군데요? 김탄이랑 아는 사이에요? 헝클어진 자신의 머리를 정돈하며 뱉어낸 말에 그저 짜증이 난 표정을 한 나와 달리
오히려 겁을 먹은 표정을 한 건 그 옆의 지민도, 그 누구도 아닌 아이였다.
아이는 태형의 말에 순간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하더니, 발을 몇 번 동동 구르고는 태형을 밀쳐내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서, 선배. 쟤 말 무시해요. 쟤가 더위를 잘 먹어서 요즘 같은 날씨면 정신이 좀 헤까닥 하거든요."
"선배, 이제 일정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집에 가는 길이세요?"
도대체 쟨 진짜 내 일정은 어떻게 아는 거야. 아이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다, 일단은 집에 가는 길이라며 대답을 하자.
아, 그렇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인 아이가 손끝을 만지작거리고, 김태형은 뒤에서 그런 아이를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봤다.
근데 쟤네 둘이 헤어졌다 하지 않았나? 왜 또 붙어있는 거지? 티격태격 일부러 아이의 반응을 유도하는 김태형의 모습을 보면,
김태형이 달라붙고 있는 것 같은데. 근데 차인 쪽은 김탄 쪽이 아니었나?
복잡해져 오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바닥에 발이 붙기라도 한 듯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서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김탄을 바라보는 박지민의 모습이 신경에 거슬린다.
이대로 집에 가기라도 하면 괜한 부정적인 생각들로 나를 더 괴롭힐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왠지, 저 싸가지도 뭣도 없는 김태형 때문에 박지민이 안절부절하는 것 또한 보기 싫다.
"아, 너 집에 가라니까? 어?"
"나 아직 밥 안 먹었다니까?"
"그래, 그럼 너 혼자 먹으라고. 난 선배 따라갈 테니까."
"네가 저 선배를 왜 따라가는데?"
쫑알쫑알 앞에서 떠드는 꼴에 더욱더 골이 아파졌다. 그보다 내가 왜 저 대화에 등장하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괜히 복잡한 관계에 나 스스로 끼어든 느낌. 아이처럼 투닥거리는 둘을 한 번, 의기소침해져있는 지민을 한 번 바라보다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개를 숙였다.
아니, 그래서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 열심히도 싸우는 둘 몰래 지민에게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툭 치자, 흠칫 놀란 그가 나를 바라본다.
유, 융기야. 무슨 구원자라도 바라보듯 물기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옷자락을 꽉 움켜쥐는데,
나도 모르게 또 한 번 깊은 한숨이 후- 하고 튀어나왔다. 이 나이에 아들 하나 키우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뭘 어쩌라고 울상이야."
'...그, 그러니까아-'
"둘이 같이 있는 게 싫다고?"
말꼬리를 늘리며 발 밑을 툭툭- 차는 게, 여간해선 입을 열지 않을 것 같아 먼저 말을 선수치자,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우물쭈물하던 박지민이 붉어진 얼굴로 약하게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처음엔 잔뜩 소심하기만 한 그의 모습이 보기 싫기만 했었는데, 이젠 익숙해진 건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웃기기만 해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리자 투닥거리던 둘이 나를 돌아본다.
"아니, 그래서 둘이 뭔 사인데?"
"그쪽이 얘 새로운 남자친구라도 돼요?"
잔뜩 날이 선 김태형의 말에 그를 말리려던 아이가 입술을 꾹 깨물며 자리에 멈춰 서고,
그런 아이의 모습을 한 번, 겁먹은 지민의 모습을 한 번 보다 또다시 옅게 웃음을 터뜨렸다.
"남자친구는 아닌데,"
머리를 긁적이며 뱉은 말에 왠지 아이의 얼굴이 시무룩 해지고,
"그거 비슷해."
다시금 따라붙은 말에 놀란 얼굴이 번뜩 뜨였다.
"그러니까 대들지 말고,"
"좀 꺼져라. 어?"
시발, 이건 진짜 다.
김태형, 네가 너무 재수 없어서,
너 때문에 그래 이 자식아.
*
불 꺼. 내 말에 웃는 얼굴로 쫄래쫄래 달려간 지민이 금세 불을 끄고는 내 옆에 누웠다.
결국 그 아이와 김태형을 떨어뜨려놓긴 했는데, 이게 잘 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과거의 인연을 위해 현생의 인연을 끊어놓는다라.
이들 사이를 연관도 없는 내가 괜히 복잡하게 만드는 것만 같은 느낌.
그보다도 박지민은 왜 그렇게 불안해했던 걸까.
그 아이가 웃기만 하면 된다고,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던 그가 왜 김태형 앞에서 그리 불안한 표정을 지었던 거지.
그 아이가 누군가와 잘 되는 게 싫었던 거라면, 도대체 왜 내가 그 아이와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때엔 아무 말도 없었냔 말이다.
진정 그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거라면, 아까 전 오히려 김태형과 그 아이를 잘 되라고 부추겨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근데, 박지민."
"...어, 응?"
고요한 밤을 뚫고 나온 내 목소리에 놀란 듯 흠칫 몸을 떨던 지민이 내게로 돌아눕는 듯 이불이 푸석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그의 떨리는 목소리가 공기 중을 뚫고 나왔다. 김태형을 그 자리에 홀로 두고, 내가 그 아이를 데리고 나왔을 때야 비로소 웃던 박지민의 얼굴.
그냥 넘기면 될 일 일 수도 있지만, 뭔가 이상하다. 뭔가 나와 그 아이를 지민이 일부러 붙여놓으려 하는 느낌.
복잡한 머리에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쓸어넘기다 나 또한 박지민 쪽으로 몸을 돌려눕자,
처음으로 그를 바라보는 내 눈빛에 당황한 듯한 그가 뒤로 움찔 물러선다.
"네가 저번에 그랬지, 걔만 안 울면 된다고."
"...응."
"그럼 이제 김태형이 김탄 좋아하는 거면,
그냥 두면 되는 거 아냐?"
"..."
"김탄 걔만 안 울면 된다며.
걔도 김태형 좋아하고, 김태형도 걔 좋아하면 문제 될 일 없는데,
왜 아까 그렇게 불안해했던 건데?"
다다다다 쏘아붙이는 말이 박지민에게로 날아갔다.
답답한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한 번에 모든 걸 쏟아낸 뒤 후- 하고 옅은 숨을 내쉬자,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지민이
고개를 푹 숙이며 이불 속으로 쏙- 하고 들어가더니, 억눌린 목소리를 뱉어놓는다.
"...옛날에도 김태형은 탄이 좋아했어."
"뭐?"
"그 때도 김태형은 탄이 좋아했다고."
그의 알 수 없는 말에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말은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했었잖아.
김태형이 김탄을 좋아한 거면 걔는 왜 김탄을 찬 건데? 그리고 김탄이 강물에 뛰어들었다는 건 또 뭐야.
더욱더 머리가 복잡하게 엉켜왔다.
"근데 김탄 쟤가 왜 죽었는데?"
"...김태형이 탄이 좋아한다는 걸로, 더 이상 탄이가 행복하지 않았으니까."
"...뭔 말이야, 그게?"
"...몰라. 나 잘 거야."
꼬치꼬치 캐묻는 나를 바라보던 지민이 홱 하니 등을 돌려버리고, 쌕쌕 들리는 그의 숨소리에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말을 피하고 있다, 박지민이. 그동안 말하지 말라고 해도 별 이야기 다 털어놓던 박지민이, 말을 돌리고 있다고.
진짜 뭔가 이상하다. 내 눈치를 보는 박지민도, 나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박지민도.
아까 지민이 그랬던 것처럼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그의 작은 등을 바라봤고,
"잘 자, 융기야."
귓가를 파고드는 박지민의 목소리에 나 또한 등을 돌려버렸다.
참 이상한 밤이다.
그들의 과거도, 현재의 박지민도, 그리고 그들의 사이에 낀 나도.
♥ |
윤기윤기 / 돌고돌아서 / 돌하르방 / 꾹이 / 박력꾹 / 1158 / 꼬이 / 빠밤 / 비비빅 핑퐁 / ●달걀말이● |
암호닉 신청 감사드립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