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거 톡으로 했었었는데
걍 소설로 써보고 싶어서.. :)
끔찍한 술냄새. 분명히 저 테이블에 얼굴을 박고서 울부짖고 있는 저 짐승은 들어오자마자 이 곳에서 일하는 종인을 힐끔 힐끔 쳐다보던 도경수가 분명했다. 나는 도경수가 저렇게 우는 이유를 알것만 같아 괜히 마음 속 한켠이 찝찝해져 오는 것을 느끼며, 칵테일을 작게 흔들어대고선 목을 축였다. 워낙 큰소리로 울면서 중얼대는 경수에게 이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꽂혔고 민원이라도 들어올 것 같은 분위기에 종인이 약간 험악한 표정을 하고서 경수에게 다가간다. 나는 그들이 뭐라고 하는 지 듣고 싶어, 선글라스를 고쳐 쓰고서 턱을 괴어 귀를 더 그 쪽으로 가져다 댔다.
손에 청첩장을 쥔채로 세상을 다 잃은 듯이 울고있던 경수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들어 종인을 본다.
취기가 잔뜩 오른 정신때문에 맑은 판단력이 없으리라 예상되는 그는 반쯤 풀린 눈으로 껌뻑껌뻑, 몇번 눈을 감빡이더니 이내 더 서러운 듯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태민아........"
눈은 퀭하니 풀려있으면서도 발음은 끝내주게 정확해서, 종인은 그런 경수의 술버릇에 약간 섬찟함을 느낀 모양인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일단은 진정시키기 위해 경수의 어깨를 두어번 토닥였다. 안쓰러우면서도 웃긴 도경수의 술버릇 때문에 웃을 상황이 아닌데도 나 혼자 작게 킥킥대며 프레첼을 집어먹었다. 그 커다란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채 저를 올려다보는 경수에게 종인은 마음이 약해진 모양인지 우물쭈물 거리다가, 결심을 굳힌 듯 다시 미간을 좁히며 경수의 어깨를 세게 붙잡는다. 어깨를 붙잡는 손길에 경수는 제 어깨를 잡은 손을 멍하니 보다가 울먹거리며, 겨우 말을 꺼내었다.
"태민아.....결혼하지 말라니까......손나은이랑 결혼하지마..."
"...아니, 저기요. 지금 엄청 취하신 것 같은데.."
"결혼하지마..나는 너 4년간 좋아했는데,어? 난, 병신같이, 뒤에서 보고만 있었는데 고작 4달 만난 그 기집애가 뭐가 그렇게 좋아서.."
경수가 다시 울음을 터트려버렸다. 진짜 미치겠네. 종인은 거칠게 앞머리를 쓸어올리고서 후- 하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스크류 드라이버를 먹고 있어서 그런가 입 안 가득 씁쓸한 맛이 퍼져나와 잠시 입가를 물로 축였다.
내가 물을 마신다고 한 눈 판사이, 이내 도경수는 일을 벌려버렸다.
"태민아..너 얼굴이 왜 이렇게 새까매졌어? 응? 간이..간이 안좋아? 어? 어디 아픈거 아냐?"
태생이 원래 새까만것 같긴 한데, 아무튼 김종인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쥐며 엄청나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도경수 때문에, 하마터면 입에 있던 물을 뿜어버릴 뻔 했다. 혼자 큭큭대자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이 나에게로 꽂혀버려 이내 삐죽대는 입가를 진정시키려 애꿎은 핸드폰을 꺼내어 아무렇게나 눌러댔다. 태민이가 새까매졌다며 울고불고 생 난리를 피워대는 도경수와 점점 짜증이 끓어오르는 지 나가라며 윽박지르는 김종인. 저 모습을 보고서 어떻게 안 웃을수가 있는거야. 핸드폰으로 촬영해서 도경수와 김종인에게 보여줄까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잔인한 일 같아 그저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김종인은 내 고등학교때 친구고, 도경수는 내 대학교때 친구다. 최근 도경수의 상태가 이상해 몰래 뒤를 밟았는데 이렇게 둘이서 만나 이런 난리를 피우고 있다니.
그러고보면 세상은 참 좁디 좁다.
"아, 나 이태민 아니라니까! 나가요, 나가라고! 돈 필요 없으니까 제발 좀 꺼지라고!"
"너무해..이태민..나 한테 소리치지마. 안 울께. 안 울면 되잖아. 나는 그냥 니가 너무 까매서, 걱정되서..."
결국 폭팔해버리는 김종인과, 그런 김종인의 기세에 기가 눌려 물에 젖은 강아지처럼 낑낑대며 울먹이는 도경수.
마치 시트콤을 보는 느낌이랄까,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이 상황에 마치 팝콘이라도 사들고 와 먹으면서 관람해야 할 것 같았다.
경수가 낑낑대자, 또 그 꼴에 약간 김종인은 얼굴에 한껏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서 아니, 내말은, 아 그러니까 울지 말라니까 그러네, 라며 진땀을 빼고 있다.
그러고 보면 둘은 꽤 잘 어울린다.
지이잉-,
갑자기 울려대는 폰 때문에 결국 나는 그 바에서 나와야 했다. 도경수와 김종인이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뭐.
그저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둘은 이번일을 계기로 꽤 잘 지내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도경수를 다시 본 건, 도경수를 울리게 만들었던 문제의 그 결혼식이었다.
세상이 떠나가도록 그렇게 울어댔으면서, 정작 결혼식장에 와서는 정말 축하한다는 듯이 생글생글 웃는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저 녀석은 정말 바보인건지, 아니면 이 세상에 보기 드문 순애보인지 헷갈리기 까지 했다.
사진 찍겠습니다-, 그 말이 들리고서 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사진기 앞에서 포즈를 취해댔다.
나는 주위를 살펴 도경수를 보려했지만 그는 내 시선 속에 잡히질 않았다.
문득 어디선가 울고있진 않을까 싶어 걱정되는 마음에 그를 찾아 복도로 나와 모퉁이를 돌았을때,
인적이 드문 복도에 주저앉아 혼자 울음을 삼켜내는 도경수를 발견해낼 수 있었다.
나보다 먼저 도경수를 찾아낸 김종인이 그의 앞에 쭈그려앉은 상태로 달래주고 있는 것 또한.
"...웃으면서 결혼식 축하해준다더니 꼴이 이게 뭐야? 어? 도경수씨. 지금 엄청 못생겼거든."
틱틱, 쏘아붙이며 말하는 종인의 말에 경수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본다.
"까만 태민이.. 너도 태민이 결혼식에 왔어?"
"이름 김종인이라니까. 외우기 힘든 이름도 아니잖아. "
"...그래. 김종인씨. 저번에는 정말 미안했어."
"그 사과만 해도 지금 몇번짼데. 됐다니까 그러네. 지금 사진찍어, 사진에는 찍혀야지. 얼른 일어나."
"..조금만. 조금만 더 있다가."
울먹이며 경수가 제 무릎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런 경수를 보며 한숨을 내쉬던 종인이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건지, 경수 마음에 못 박을 만한 말을 내뱉었다.
"이태민 신부 엄청 예쁘더만. 예쁜 신부 맞은 친구 축하해줘야지 이렇게 울면 어떡해. 어?"
"...알아. 안다고. 존나 이쁜거. 안다고. 예뻐서 더 짜증나는 데 어쩌라고."
눈썹을 찌푸리며 저를 노려보는 경수의 눈빛이 귀여웠던 모양일까, 종인이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이극고 그가 손을 뻗어 경수를 끌어안아
마치 엄마가 우는 아이를 달래주듯 몇번 토닥여주었다.
"김종인씨는 나 안귀찮아?...엄청 다정하네."
"알면 좀 그쳐. 사진이나 찍으러 가게."
틱틱대며 말해도, 김종인은 누구보다 속정이 많은 따뜻한 사람이다.
나 보살피는 거 엄청 좋아해서 괜찮아,
김종인이 덧붙여 말했지만 도경수는 듣지 못한 듯 그저 울음만 끅끅 참아내고 있을 뿐이다.
김종인이라면 도경수의 울음을 그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 여기서 뭐해? 사진 찍으려고 지금 다 준비중인데, 너 기다리고 있잖아."
어느 덧 나를 찾으러 온 나은이가 내게 작게 타박을 주며 얘기했다.
혹시나 내가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들킬까봐 나은이에게 조용히 해라며 입에 손가락을 작게 댄 뒤
약간 화가 난 듯한 나은이에게 웃어주며 그녀의 팔을 잡고서 우리를 축하해주는 사람들 품으로 돌아가 사진을 찍었다.
허나 결국,
김종인과 도경수는 사진에 찍히지 못했다.
나는 그 이후로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자세히 모른다.
그저 어렴풋이 짐작 되는 건
아마도 김종인은 도경수의 울음을 그치게 했다는 것.
"어? 이태민, 오랜만이다."
최근, 우연히 길거리에 지나가다가 만난 도경수는
못보던 반지를 낀 손을 잔뜩 흔든채 나에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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