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종인을 불러와라."
"밤이 늦었사온데.."
"..긴히 물을 것이 있다 전하여라."
예- 길지 않은 대답을 남기며 환관은 사라졌다. 경수는 동그란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달이 반쯤 들어차 있었다. 밤이, 좋다. 생각했다.
오늘.
지금.
경수는 제 머릿속에 떠오른 수만가지, 그러나 오직 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수만가지 생각들을 내몰으려 애썼다. 바람처럼 사라져라. 안개처럼 희미해져라. 두 눈을 꾹 감고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썼다. 그러다 형체가 없는 바람이, 무채색의 안개가 몰려가고 몰려가다, 뒤막힌 골목에서 빚어내는 형체는 결국 그것이었다.
김종인.
제 나이 아홉 살, 세자로 책봉되었지만 선왕이셨던 할바마마나 아바마마와 같은 호탕한 기질 없이, 조용히 세자궁에 틀어박혀 있기를 좋아하는 저를 위해 아바마마가 내린 특단의 조치는 배동(陪童 : 모실 배, 아이 동)을 들이는 것이었다. 세자의 성품이 유약하여 걱정이시던 두 분의 마음 그대로 어린 나이에 무예에 소질이 있다하던 외무재관 김정운의 양아들 김종인이 배동으로 채택되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아직도 기억할 수 있었다. 평생, 기억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나던 순간을.
궁에서 자라 붉고 푸른 비단옷만을 걸치고, 바깥 구경을 오래 해보지 못해 하얗다 못해 투명한 제 피부와는 달리, 궁을 지나다가 본 장수들의 거친 훈련복을 입고, 까맣게 탄 피부의 소년이 왔다.
제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절을 올린 후, 자신을 바라보던 그, 까만 눈동자.
경수는 그 순간 무엇을 느꼈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도 몰랐다. 아픔인지, 행복인지. 지나친 찰나일 뿐이어서 그저 무엇이 스쳐 지나갔구나, 하는 느낌만 기억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찰나는, 오랜 시간을 굳어와 심장 한 켠에 붉은 상처로 자리잡았다.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경수는 왼쪽 가슴에 손을 대어 지긋이 눌렀다.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우익위 김종인 나으리께서 오셨습니다."
"..들라 하라."
애써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경수는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시선을 앉은뱅이 책상에 둔 녹차를 담은 잔 속으로 빠뜨렸다. 드르륵, 나뭇결이 부딪히는 소리.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했다.
저벅저벅.
몇 걸음을 걸어, 제 앞에 선 그의 종아리가 보였다.
허리를 숙이는 소리, 뒤이어 무릎을 꿇어앉은 모습.
"...저하."
아, 나를 부르는 목소리.
"....."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
"..왜 말씀을 아니 하십니까."
"...물을 것이, 있어서."
"....."
"그래서, 불렀느니라."
"...무엇인지요."
"......."
"하문하시옵소서."
"...너는 내게 그랬었다."
"...예?"
"무엇이든, 가르쳐 주겠노라고."
"....."
"이 궁에 갖혀 사는 내게,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 궁궐 밖의 공기, 이곳과는 다른 소리들, 내가 알지 못하는 무예들, 그리고 또."
"....."
"내가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주겠다고 했었다."
"....."
"그래서, 묻고자 하느니라."
"......."
"...나에게, 남색(男色)을 알려다오."
허허...이게 왠일입니까
구모 며칠 남았다고....
오랜만에 집에 ㅇ혼자 있게 되서 삼십분만에 싸질렀어욯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캬
갑자기 소재가 생각나서 수능 끝나고 써야 하나 그런 생각 하고 있었는데 마침 시간이 나서!!!1
가볍게 올리는 글이니 가볍게 즐겨주세요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