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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별모양곰돌이

 

 

2.

 

 

인터넷을 보던 호원은 한 숨을 푹- 쉬었다.

“하이터치에서 너 오지게 따라다니나 보다. 그 커피숍 사진까지 뜨고.”
“하... "
“성규형이 그거 포장 잘 했잖아.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커피숍에 들러 커피를 사는 털털한 톱스타 이호원.”
“그게 아니라... 헤어가 별로잖아.”

호원은 우현에게 사진을 확대해 보여줬다. 집에서 대충 드라이만 한 머리였다.

“그래서 성규형이 털털한 톱스타라고 한 거잖아.”
“아~ 헤어가 좀 아쉽네.”

우현의 말은 귓등으로 들은 듯 호원은 여전히 헤어가 아쉽다며 턱을 쓸었다. 우현은 고개를 흔들며 호원에게 들어온 시나리오를 살피고 있었다. 반면에 호원은 핸드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우현에게 하는 말은 잊지 않고.

“형, 말 없고 임팩트 있는 걸로 골라 줘~ 물론, 주연 급으로.”
“그러려면 연기력이 뒷받침 돼야 하거든?”

뒤이어 들리는 목소리는 우현이 아니라 성규였다.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성규의 등장에 호원은 살짝 얼음이 되었다. 호원이 유일하게 긴장을 하는 존재였다. 성규가 사무실로 들어오자 우현은 성규에게 시나리오 두 개를 넘겼다. 우현과 성규의 옆으로 온 호원이 슬쩍 시나리오를 본다. 하나는 드라마. 하나는 영화다. 거기다 드라마는... 케이블?

“에이- 안 돼. 케이블이라니. 시청률도 얼마 안 나오잖아.”
“닥쳐라, 이호원.”
“넵.”

성규의 말에 호원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의자에 앉아 시나리오를 보던 드라마 시나리오를 보던 성규가 이번에는 영화 시나리오를 잡았다.

“드라마는 작품성이 좋고 역할도 괜찮은데 호원이 연기력이 좀...”
“내가 뭐! 연기력은 편집으로 커버 되는 거야, 형.”
“넌 닥치라고 했다.”

우현의 옆에 붙어 있던 호원이 다시 입을 다물고 얌전해졌다. 성규가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듯 지퍼를 잠그는 시늉을 하니 호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앙- 하고 다물었다. 그리고 앉으라는 손짓을 하니 또 얌전하게 앉는다. 그런 호원을 보며 시크하게 웃은 우현이 성규와 함께 영화 시나리오를 본다.

“영화는 호원이가 주연인 전형적인 액션 영화지만 이것도 연기력이 좀...”

우현의 연기력 지적에 호원이 우쒸- 하고 팔을 공중에 휘두르지만 이내 성규의 눈초리에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저번에 성규가 말 하는 데 핸드폰 만졌다고 혼난 적이 있어서 함부로 핸드폰도 못 만지겠다. 시나리오를 찬찬히 살피던 성규가 영화 시나리오는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드라마로 가자. 괜찮네.”

성규는 호원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다. ‘응답하라, 1997’. 유치찬란한 제목에 호원은 콧방귀를 꼈다. 시나리오를 넘기니 자신은 주인공도 아니었다. 거기다 게이?

“형, 이건 아니지... 국민 오빠가 게이라니?”
“사투리 자연스럽게 쓰는 애도 몇 없고 거기다 이호원이라면 그쪽에서도 넙죽 받을 거고. 대사도 얼마 없잖아.”
“그래도 싫어! 거기다 드라마는 스케줄이 빡시다며.”
“너 이제부터 내가 특별관리 들어간다. 계약 한 만큼 나는 나대로 할 건 해야겠어. 너 한 번만 아웃되면 쓰리아웃이야.”

성규가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그러자 호원인 인상을 푹 쓰고 시나리오를 책상에 던졌다.

“나도 생각 좀 하고. 라디오도 오늘부터 한단 말이야.”
“생각할 시간 2주다. 그 동안 연기연습도 해. 그거 놓치면 명수한테 역할 준다.”
“명수? 걘 사투리 안 돼!”
“명수 역할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면 돼. 내가 그 정도 힘이 없는 건 아니니까.”

명수를 편애하는 성규의 말에 호원이 또 투정을 부린다. 어울리지도 않게 똥고집 부리는 모습이라니.

“그럼 나도 해 줘! 그 힘 좀 써서 해 달라고!”
“명수는 연기 잘 해! 그리고 걔가 얼마나 노력하는 데.”
“아 몰라! 나 집에 갈래.”
“가라, 가! 저 싸가지. 누가 이렇게 키워놨는데?”
“뿡이다!”

귀엽지도 않은 호원이 유치하게 굴며 사무실 밖에 나갔다. 그 뒤를 따라 나간 우현이 호원의 어깨에 팔을 턱- 하고 올렸다.

“너가 모르는 게 있는데... 성규형이 너 많이 봐 주는 거야. 그것도 엄~청.”
“알게 뭐야.”
“아무튼 지금 바로 방송국 가는 거다.”
“지금? 지금 가면 11시 도착이잖아.”

예의상 톱스타는 한 시각 지각을 해야 한다는 이상한 사상을 가진 호원이 도리어 우현을 나무랐다. 1시간 지각쯤은 해 줘야 예의라는 이상한 말을 하면서. 한두 번도 아닌 호원의 고집에 우현은 한 숨을 쉬었다. 당사자만 모르고 있지 호원은 정말 이 회사에서 내쳐질 위기에 있었다. 우현은 호원의 볼을 기분 나쁘지 않게 꼬집었다.

“시간 맞춰 가자. 장동우 작가한테 한 대 더 맞아야 정신 차릴래?”
“아... 장동우가 있었지, 참.”

동우의 이름을 듣자 조금 전 투정부리던 건 어디를 갔는지 또 알 수 없는 음흉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웬일로 바로 방송국을 가자는 호원.

“정말? 너가 웬 일?”
“톱스타라면 말이지. 스텝들을 고생시키면 안 된다고.”

우현은 의아해 하면서도 일단 지각을 피하기 위해 호원을 데리고 바로 방송국으로 향했다. 이 녀석이 또 언제 마음이 변할 줄 모르니까. 방송국에 도착하자마자 호원은 신나는 발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8층에 도착한 호원이 회의실로 들어가니 먼저 있던 스텝들의 표정이 더 당혹스럽다. 이호원이 시간을 맞춰서 오다니?

“오늘 첫 방송이라...”

호원은 여유 있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동우가 주는 대본을 받은 호원이 대본을 쭉 훑었다.

“호원씨 한 번 읽어보세요.”

동우의 말에 호원이 순순히 대본을 읽었다.

“이호원의 따뜻한 밤, 따뜻한 라디오. 안녕하세요, 이호원입니다.”

평소와는 달리 막상 대본을 읽으니 꽤 잘 읽는다. 말투도 상냥하고 발음도 꽤 정확한 것이 의외다. 동우는 난관을 예상하던 것과 달리 잘 풀리는 것에 기뻐하며 호원의 옆에 찰싹 붙어 이것저것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부분에서는 음악이 나갈 것이며, 이 부분에는 알아서 사연을 읽어야 한다는 것. 호원은 펜까지 들고 밑줄을 치며 동우의 말을 경청했다. 호원이 자신의 눈을 일일이 맞추고 다정히 웃으며 열심히 하는 것을 보자 동우는 말 그대로 완전 감동. 도리어 동우는 호원에게 감사하다는 말까지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우현은 갸우뚱 했지만.

“그리고 끝마무리는 따뜻한 밤 되세요. 이걸로 할지 아니면 좋은 꿈꾸세요. 이렇게 할지...”
“작가님은 뭐가 더 좋을 것 같은데요?”

호원이 고개를 동우 쪽으로 돌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마치 영화에서 나왔던 다정하고 듬직한 오빠의 모습을 한 그대로였다. 잠시 멍하게 호원을 보던 동우가 눈 만 깜박, 깜박.

“작가님?”
“아... 네. 그, 그러니까... 저는 좋은 꿈꾸세요... 가 좋을 것 같긴... 호원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디제이는 호원씨니까...”
“전 작가님 의견에 동의해요.”
“아, 네...”

바보같이 멍하게 호원을 보던 동우가 방송 10분전이라는 말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은 빨개져서는. 호원은 순순히 라디오 부스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열심히 필기했던 대본을 책상위에 두고 앞에 있는 모니터를 보았다.

[호원씨만 믿어요^^ 파이팅!!]

밖을 보니 동우가 두 손을 동그랗게 주먹을 쥐고 힘내라는 시늉을 한다. 그 뒤에 있는 우현도 마찬가지. 방송 30초전. 동우는 두근두근 떨리는 가슴으로 자리에 앉았다. 침을 꼴깍 삼키고 호원을 보니 호원이 싱긋 웃었다. 그 웃음에 동우는 다시 두근- 두근. 방송 10초전. 동우는 두 손을 깍지 끼고 작게 기도를 했다. 이미 호원이 방송을 한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라 벌써부터 청취율이 6%를 찍고 있었다. 아무리 인기 많은 라디오라도 3%가 넘기 어려운데. 거기다 이 심야 라디오에. 동우는 침을 꼴깍 삼키며 호원과 모니터를 번갈아 보았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게시 글들과 인터넷 기사에 동우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다리를 떨었다.

“3, 2, 1. 큐!”

‘on air'가 켜지고 라디오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흘렀다. 사인과 함께 음악소리는 작아지고 호원이 첫 멘트를 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호원은 대본만 보고 있을 뿐 아무런 멘트를 하고 있지 않았다. 당황한 선배작가가 마이크로 호원을 불렀지만 호원은 고개를 숙이고 대본만 보고 있을 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벌써 라디오 시작은 1분이 지났고 이 정도면 대형 방송사고가 아닐 수 없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에는 방송사고냐는 글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급기야 우현이 부스 안으로 들어가 호원의 어깨를 치자 그제야 고개를 드는 호원. 유리창 밖으로 당황한 모습이 역력한 동우를 보더니 씨익 웃었다. 조금 전 달콤했던 미소와 달리 소름이 끼친다. 이제야 동우는 호원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일전의 일에 대한 복수. 선배 작가가 첫 음악을 멘트 없이 틀고 그제야 마이크를 잡고 소리를 지르기에 이르렀다.

“이호원씨!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우현도 호원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너 이거 쓰리아웃이야.”
“긴장했나 봐요.”

호원이 조소를 띄우며 동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화가 난 동우와 선배 작가가 부스 안으로 들어왔다. 한 소리 하려던 선배작가를 막은 동우가 호원의 앞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는 호원은 동우를 삐딱하게 올려다보았다.

“지금 뭐 하는 거죠? 이호원씨?”
“네?”

그 말에 어이가 없어진 동우가 할 말을 잃었다. 침묵의 감정 속에서 음악이 끝나가고 선배작가는 어쩔 수 없이 부스 밖으로 나가 광고를 틀었다. 호원의 멘트 없이 노래에 광고까지 연이어 나오자 게시글은 폭발하기에 이르렀고 이때다 싶어 인터넷 뉴스에는 실시간으로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유치하게 이러깁니까?”
“이게 유치한건 가요?”

상황이 심각해지자 우현이 호원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이호원!!”
“아니요.”

우현의 팔을 잡은 것은 동우였다. 동우는 숨을 고르며 진정시켰다. 그리고 우현에게 밖으로 나가 줄 것을 부탁했다. 우현은 자신이 나서는 것 보다는 현명한 동우가 잘 해결하리라 믿고 천천히 부스 밖으로 나갔다. 우현과 선배 작가가 부스 밖에서 초조하게 둘을 보고 있었고 호원은 여전히 여유롭게 앉아 빙글 거리며 의자 위에서 장난만 치고 있었다.

“이호원씨, 정말 쓰레기네요.”
“제가요? 이게 쓰레기라는 말까지 들을 상황입니까?”
“멘트. 왜 안하셨어요? 지금 저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이러시는 거예요?”
“실수에요. 실수. 긴장해서 한 실수.”

호원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친 동우가 호원의 책상 위에 있던 대본을 거칠게 호원의 앞에 던졌다.

“지금 이호원씨 때문에,”
“동우야!”

자신을 부르는 선배작가의 목소리에 동우가 고개를 돌려 부스 밖을 보았다. 물론 호원의 시선도 밖으로 향했다. 당혹스러움이 얼굴에 묻어 나오는 선배작가와 우현의 얼굴을 보며 동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호원의 마이크 불은 붉은 색으로 불이 들어 와 있었다. 즉, 호원과 동우의 대화 내용이 모두 전파를 타고 흘러갔다는 말. 곧이어 선배 작가가 마이크를 끄고 노래를 틀었지만 이미 인터넷에서는 이 대화를 빌미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호원의 라디오 홈페이지는 이미 다운이 되었고 벌써부터 선배작가에게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동우야. 큰일 났다.”

선배작가의 말에 모든 상황이 짐작이 된 동우가 허탈한 듯 웃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을 깨달은 호원도 잠시 당혹스러움에 입을 다물고 괜히 침을 한 번 삼켰다. 자신의 앞에 망연자실 한 표정으로 서 있는 동우를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그냥 터프하게 동우를 밀치고 그냥 나가기에 호원은 그런 배짱은 없었다. 호원이 괜히 헛기침을 하며 상황을 어떻게 빠져 나갈까 궁리를 하던 와중에 동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호원씨가 이렇게 한 순간에 물거품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가벼운 거 아니에요.”
“...”
“서울대 나와서 라디오 작가나 한다는 말 들어도 저는 행복했다고요... 이게 꿈이었으니까.”

잠시 동우가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동우의 눈치를 보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던 호원. 동우가 손등으로 눈가를 닦는 것을 보며 더 당황했다.

“근데 이호원씨가 망쳤어. 내 꿈... 정말 이거 하나 해 보고 싶어서 낙하산이라고 욕 먹어가면서도 열심히 한 건데...”

훌쩍이는 동우를 본 선배가 부스 안으로 들어 와 동우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이미 라디오는 물 건너 간 것 같았다. 지금에 와서 무엇을 한 들 소용이 있겠는가. 이미 호원과 동우의 8초짜리 짧은 음성은 인터넷에 일파만파 퍼진 것을. 소파에 앉아 계속 울고 있는 동우를 보던 우현이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가자.”
“어?”
“가자고. 기자들 오기 전에.”
“응...”

호원은 우현의 말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울고 있는 동우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혼란스러워서 아무런 생각이 안 들었다. 멍하게, 그저 멍하게. 정신을 놓은 사람마냥 우현을 따라 걷기만 했다. 기자들이 모이기 시작한 건지 몇몇의 기자가 자신을 찍는 것 같았지만 호원은 그저 고개만 푹 숙이고 벤에 올라탔다.

“상황 돌아가는 거 보고 어떻게든 해 보자.”
“응.”
“이번에는 어떻게 널 보호 해 줄 수가 없다.”

우현의 말에 호원은 그저 입을 다물고 밖을 보았다. 벤 옆으로 따라 붙은 파파라치의 사진에 호원이 깜짝 놀라 벤의 창문을 얼른 막았다. 밖을 편하게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니. 아직도 패닉이다. 호원은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바랄 뿐이었다.

그 다음 날 기사는 온통 호원과 동우에 관한 기사들뿐이었다. 하지만 호원과 우현의 예상과는 달리 기사는 호원을 옹호하는 분위기였고 거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동우 작가, 라디오국 퇴출.’이라는 기사까지 나오고 있었다. 성규의 사무실에서 초조하게 있던 호원은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규의 판단만 기다리고 있을 뿐. 어딘가로 전화를 해 사실을 확인하던 성규가 전화를 끊었고 바로 호원의 이름을 불렀다. 대답은 하지 못 하고 입만 꾹 다물고 있는 호원을 보며 한 숨을 쉰 성규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난 제작자이자 기획사 사장이야. 그래서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어. 그러니까 잘 들어, 이호원.”
“...”
“장동우는 퇴출당한 거 맞아. 마음 같아서는 나도 너를 매장시키고 싶지만 생각보다 여론이 너한테 아주 유리해. 화살이 너가 아닌 장동우한테 갔다고. 그러니까 우리는 라디오 계속 하고 기사 낼 거야. 그러니까 너는 라디오나 열심히 해. 사고치지 말고.”
“... 그럼. 장동우는?”
“안타깝지만 마녀사냥의 피해자일 뿐이야. 그 보상은 나중에 어떻게든 하면 돼.”
“뭘 어떻게 할 건데.”
“넌 알 바 아니야. 집에 가 있어. 급기야 이호원 동정론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어디 쏘다니지 말라고.”

호원이 뭐라 말을 하려고 하지만 지은 죄가 있어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까 이 감정은 미안함인 건지 아니면 죄책감인 건지. 모든 게 다 복합적인 감정이다. 자꾸 동우가 훌쩍거리며 울었던 게 눈에 아른거렸다. 집으로 가는 벤에 올라 탄 호원이 그때서야 인터넷에 뜬 기사들을 보았다. 기사내용은 별 게 없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퍼져 나가는 소문들이 문제였다. 급기야 동우가 호원을 때렸다는 글도 있었으며 필요 이상으로 동우의 신상을 유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댓글은 인격적으로 모욕적인 말도 서슴없이 동우에게 하고 있었다.

“우현 형.”
“왜.”
“장동우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어?”
“몰라. 집에 있거나 하겠지.”
“...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장동우... 나 때문에...”
“호원아.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일이야. 조금 더 이 세계에 있다 보면 알게 될 거야.”
“...”

우현의 말에 호원은 입을 다물었다. 정말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을까. 생각보다 상황이 너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형. 나 다시 사무실로 가줘.”
“뭐?”
“사무실. 가줘.”
“뭐 하게. 안 그래도 성규형. 지금 폭발 직전이야.”
“상관없어. 차 안 돌리면 여기서 뛰어 내려서라도 갈 거야. 빨리 차 돌려!”


**


회사에서 나오자마자 동우는 그대로 부모님이 장사를 하고 계시는 구리로 향했다. 가족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지금 이 힘든 심정을 이해 해 줄 사람은 가족밖에 없었다. 동우는 울음을 겨우겨우 참으며 지하철에 올라탔다. 모든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혹시나 자신에 관련된 기사일 것 같아 괜히 초조해져 사람들을 힐끔 거리며 보았다. 그 중 지하철에 타고 있는 여학생 둘 셋이 자신을 보며 수군거리는 것 같아 동우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고개를 푹 숙였다. 두근거리는 가슴에 금방이라도 다리가 풀릴 것 같았다. 지하철에 내리고 타느라 사람들이 자신의 곁을 지날 때 마다 동우는 괜히 숨을 죽였다. 어서 빨리 가족을 보고 싶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그저 가족들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쭈꾸미 가게 앞에 온 동우는 가게 앞에 ‘오늘은 휴일입니다.’ 라는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의아함에 고개를 갸우뚱 한 동우가 갑자기 울리는 경적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바로 옆에 아버지의 차가 있었다. 아버지의 차 안에는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두 누나가 함께 타고 있었다. 자신이 걱정이 되어 가게 문도 닫고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가족들을 보니 괜히 더 미안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죄송해요...”

가족들에게 처음 뱉은 말은 그것이었다. 차에 올라타 집까지 온 동우는 어떻게 자신이 울었으며 무슨 말을 뱉어냈고 무슨 말을 들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실컷 울고 또 울었던 것 밖에. 그리고 가족들에게 따뜻함을 받았다는 기억뿐이었다.

“그래... 이제 다른 직업 찾으면서 천천히 생각 해 보자, 응?”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머니의 말에 동우가 코를 흥- 하고 풀며 여전히 목 메인 목소리로 물었다.

“너... 회사 퇴출당한 거 아니야?”
“네?”

오히려 의아해 하는 동우를 보며 누나가 핸드폰으로 기사를 찾아 동우에게 보여주었다. 금시초문이라는 동우의 표정에 가족들도 갸우뚱. 그리고 그 때 타이밍 좋게 동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전화번호에 의아해 하던 동우가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규 엔터테인먼트 사장 김성규입니다.
“아... 네.”
-지금... 댁이신가요?
“잠시... 본가에...”
-거두절미하고, 기사. 제가 일부러 냈어요. 퇴출 기사.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죄송합니다. 장작가님 힘드실 텐데 제가 이용해서. 이번 일로 호원이 아예 연예계 퇴출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죄송합니다, 장작가님.
“연예계 퇴출요?”

연예계 퇴출이라는 말에 도리어 동우가 놀라 성규에게 물었다. 성규는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기사는 왜곡보도를 시작했고 화살은 동우에게 갔다. 이 상황에 라디오국은 긴급회의가 열렸고 그 자리에 성규가 찾아갔다고 한다. 모든 상황은 자신이 정리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동우에게는 일주일의 휴가기간이 주어졌고 호원의 라디오는 폐지가 되기로 결정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성규가 폐지결정을 보류해 주기를 부탁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이대로 퇴출을 시키면 저도 만만치 않은 손해라서 마지막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어떤...”
-그건 제가 어떻게든 할 겁니다. 그러니 걱정 마십시오.
“아, 저 혹시... 라디오는... 폐지되나요?”
-이호원이 하기에 달렸죠. 어쨌든 장작가님께서는 이제 다른 프로를...
“아뇨. 저 이호원씨랑 할거예요. 원래하기로 했던 거니까요. 폐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복귀를 해서 라디오 할게요. 오늘 당장. 저녁에라도.”

동우의 말에 성규가 오히려 의아했다. 자신을 마녀사냥으로 몰고 간 장본인인데 같이 프로를 다시 하겠다니? 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어 성규는 동우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동우는 막무가내. 꼭 이호원과 하기로 한 이 프로그램을 가지고 다시 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국장님을 찾아가 말씀을 하겠다는 말 까지 한다.

-장작가님. 굳이 이렇게 하시는 이유가 뭐죠?
“이렇게 해야만 하니까요.”
-믿어도 되나요?
“네, 믿어 주세요. 이호원씨만 변한다면 할 수 있으니까요. 충분히.”

통화를 끝낸 성규는 왠지 모를 웃음이 나왔다. 장동우, 보통 내기가 아니었다.


**


사무실로 다시 들어간 호원이 다짜고짜 성규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라디오 정말 열심히 잘 하고 이제부터는 지각 같은 건 없을 거예요. 드라마도 할게요. 연기 수업도 받고 정말 미친 듯이 뭐든 일이든 잘 할게요.”
“그래서.”
“그러니까 장동우 복직시켜 주세요. 형은 그럴 힘 있잖아요. 기사들도 막아주고 해 주면. 정말 잘 할게요. 미친 듯이 할 게요. 제발 부탁드려요, 형!”

반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호원이 갑자기 존댓말을 쓰며 성규의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던 성규가 호원의 앞에 종이를 던졌다.

“너가 지금까지 엿 먹인 사람들이야. 광고 감독, 제작자, 투자자. 하다 못 해 코디들도 있어. 이 사람들 너가 일일이 찾아가. 이틀 안에 이 사람들 다 만나서 사과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해. 그 다음에 장동우 복직 되게 힘 써볼 테니까.”
“정말?”
“그 잘나신 이호원 자존심 다 버리고 진심을 다해 움직이라고. 알아들었어?”

명단을 받은 호원이 주먹을 꽉 쥐며 일어섰다.

“이틀이면 장동우 복직 늦어지잖아. 하루 만에 할 거야.”

호원은 그대로 성규의 사무실을 나갔다. 우현이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그 뒤를 따라나섰고 성규는 한 숨을 푹- 쉬었다. 하여간 이호원 다루기는 어렵지만 어떻게 보면 참 쉽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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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가 있다면 애교...

짧은것도 애교...

요즘 너무 바쁜 것도 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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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늘처음읽었는데진짜재밌어욬ㅋㅋㅋ호원이가어떻게변할지도기대되요다음편기다릴게요!!!
10년 전
독자2
아 대박ㅠㅠ이호원진짜 욕나오게 유치똥빵꾸...ㅠㅠ동우가 얼마나 서러웠을까여ㅠㅠㅠ그래도 이호원이 막판에 정신차리고 동우도 포기하지않아서 다행이네요ㅠㅠㅠ호원아 얼렁 장자남이되주렴ㅠㅠ
10년 전
독자3
이호우ㅏㄴ. ㅜㅠㅠㅠㅠㅠㅠㅠ 철이없구나 짱똥을 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4
우어 감성 이에요 호원아 너 쪼꼼 욕했었다 미안하다그래도...넌참 좋은 아이야 하하항동우야 다 잘될거야!!!!!!힘내
10년 전
별모양곰돌이
동우를 응원해주세감성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5
꺄ㅠㅠ정지 때문에 회원전용이라 못 읽었는데 이제야 읽네요! 진짜 자까님은 항상 분량도 길고 내용도 알찬 것 같아요 like a 드라마 근데 읽다가 호원이가 방송사고 냈을 때 정말 현실욕 튀어나올 뻔 했어요 동우뿐 아니라 여러사람들이 준비한 결과물을ㅠㅠ.. 그런데 호원이는 참 소잃고외양간고치는걸 좋아하네요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신차리길..^^ 이번편도 잘 보고 갑니당
10년 전
독자6
그래도 호원이가 정신 차렸네요..잘못한거는 알아서 그런지..휴 둘이 예쁘게 라디오 잘 했으면 좋겠는데 시작부터 삐걱거리네요.. 하긴 고난과 시련이 지나야 봄이오니까요.. ㅎㅎ전 다음편 읽으러 갈게요~
10년 전
독자8
호원아ㅠㅠ정신차렸구나ㅠㅠ동우한테잘해ㅠㅠ
10년 전
독자9
호원이에 행동에 저도 같이 화났었네요ㅋㅋ아니..어떻게 라디오에서 그런 방송사고를 내서 일을 이 지경으로ㅠㅠㅠㅠ성규의 생각이랑 같네요..괜히 서울대 나와 학교내 라디오 30퍼 올린 작가 아니랄까봐ㅠㅠㅠ호원이가 동우의 말에 정신 차려주니 다행이네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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