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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별모양곰돌이

 

 

 

 

 

3.

 

 

 

 

 

어찌 되었든 라디오는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호원의 기도 한 풀 꺾였다. 호원의 팬들이 여전히 동우를 욕하고 마녀사냥을 하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의외로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동우였다. 오히려 호원이 동우의 눈치를 보는 꼴이랄까. 덕분에 동우는 편하게 방송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외로 호원은 순수하고 애 같은 면이 있어서 칭찬을 해 주면 잘 하고 혼을 내면 대들면서도 조금 시무룩해지는 면도 있었다.

 

동우야, 우리 회식 한 번 해야지?”

회식이요?”

그래, 아직 둘이 어색하잖아. 나도 그렇고... 하루 녹음방송하고 회식 가자.”

전 상관없어요. 이호원씨가 문제지.”

요즘에 말 잘 듣잖아.”

 

선배가 동우의 어깨를 툭 쳤다. 심야방송이라 다른 사람들 보다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서 그런지 사무실에 유독 사람이 적었다. 혼자 기지개를 쭉- 킨 동우가 핸드폰을 들어 호원의 번호를 찾았다. ‘꼴통이라고 저장된 호원의 연락처를 찾다 잠시 망설인다. 번호는 교환했긴 하지만 연락은 정작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우현에게 연락을 했으면 했지. 하긴 호원과 같은 톱스타는 직접적인 연락이 아닌 회사 혹은 매니저를 통해서 하는 게 그들만의 룰이었다. 동우는 호원에게 전화를 하려던 걸 멈추고 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니저님. 다름이 아니라... 이번주 주말은 녹음방송하고 회식 하려고 하는데... 어떠세요?”

-... 그럼 녹음은 언제 해야 하죠?

그건 호원씨 일정에 맞춰야죠.”

-그럼 내일 녹음하죠, .

호원씨한테... 안 물어봐도 돼요?”

-괜찮아요. 요즘 기가 팍!! 죽어가지고. 덕분에 전 편하게 지냅니다.

 

뒤이어 우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따라서 웃은 동우가 전화를 끊고 한 숨을 푹- 쉬었다. 다이어리를 펴고 일정을 정리하던 동우의 다이어리 뒷면엔 호원의 영화 티켓이 수두룩하게 꽂혀 있었다. 턱을 괴고 또 한숨. 녹음 일정을 정리하고 잠깐 비는 시간에 인터넷 서핑을 했다. 인기 검색어에 호원이 이름이 뜨자 바로 클릭, 비슷한 제목들의 기사들이 주르륵 떴다. 호원의 드라마 캐스팅 기사였다. 차기작으로 고른 것이 공중파도 아닌 케이블 드라마라니. 호원의 본 모습을 알기 전까지는 - 대단하다. 역시 이호원. 작품성을 보는구나.’라고 했겠지만 호원의 본 모습을 알고 나니 - 약점 하나 잡혔구나.’싶다.

 

응답하라... 1997? 뭐야, 제목 왜 이래.”

 

대충 라인업을 보니 아이돌도 껴있고 배우들도 있었다. 호원의 명성에 비하면 좀 약한 라인업이 아닌가 싶지만.

 

그럼 녹음방송이 많아지려나...”

 

한 숨을 쉰 동우가 갑자기 잡힌 녹음방송의 대본을 짜기 시작했다. 호원 덕분에 청취율은 라디오 청취율 치곤 엄청 높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들도 인터넷으로 듣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대본을 짜던 동우는 자신의 벨소리에 핸드폰을 들었다. ‘꼴통’. 호원이었다. 동우는 호원의 전화에 멍 하게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두 눈만 깜박, 깜박. 그러다 전화가 끊겼다.

 

?”

 

- . 망했다. 전화를 받지 못 하고 망설인 자신을 자책하며 머리를 쥐어박은 동우는 다시 울리는 전화에 화들짝 놀랐다. 이번에는 우현이었다. 분명 호원이 자신의 번호로 전화를 받지 않자 우현의 번호로 전화 했을 게 뻔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은 호원에게 미운털이 박히게 될 것이고 더 어색한 사이가 될 수도 있었다. 동우는 과감히 핸드폰을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바빠서 못 받았다고 해야겠다. 핸드폰의 벨소리가 끊기자 동우는 한 숨을 쉬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무실 내선전화가 울렸다. 혼자 깜짝 놀란 동우가 또 눈을 깜박였다. 침을 꼴깍 삼킨 동우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 ?”

-왜 전화 안 받아요? 내 전화 피해요?

 

기가 죽긴 뭐가 죽어, 아주 팍팍 살았네.

 

왜요.”

-회식 어디 잡지 말고 우리집에서 하자고요.

왜요?”

-왜긴 왜야. 밖에서 회식 하면 사진 찍히잖아요.

싫은데요. 내가 회식할 데 잡을 거예요. 호원씨는 좀 털털해 질 필요가 있어요.”

-나 털 되게 많은데.

 

이 드립... 어쩌라는 거지.

 

-아무튼 회식은 우리집에서 하는 거예요, 알았죠?

... 그게...”

-그럼, 안녕!

 

호원의 페이스에 말린 건가. 전화기를 들고 그대로 멍하게 있었다. 어쩜 이렇게 사람이 한 순간에 변할 수 있지? 어제 방송까지만 해도 기가 죽어서 눈도 못 맞추던 사람이... 그리고 동우의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는 알림이 들렸다. 다시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니 호원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우리집. 우리집. 우리집. 우리집. 우리집. 우리집.]

 

호원의 문자를 보자마자 동우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밖에 나가는 게 싫은가. 동우도 호원에게 답장을 보냈다.

 

[집에 가면 맛있는 거 있어요?]

 

전송을 하자마자 동우는 오글거림에 팔을 마구 문질렀다. 떨렸다. 호원과 문자를 주고받는 사실이. 호원의 답장을 기다리면서 문자를 보니 문자 내용이 너무 오글거렸다. 조금 더 질문을 생각해서 보낼걸. 너무 급하게 보낸 것 같았다. 꼭 호원의 문자를 기다렸던 사람 마냥... 5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 호원의 문자에 동우는 발을 꼬았다. 아직 사이가 어색한데 이렇게 친한 척 문자를 보낸 자신이 잘못 한 것 같았다. 동우가 아직도 오글거림에서 벗어나지 못 해 몸을 꼬고 있을 때 다시 문자가 왔다.

 

[시키면 되지 않아요?]

[그래도 호원씨네 초대 했으면 요리 해 줘요.]

 

급한 마음에 문자를 보내고 나니 아차 싶다. 끝에 이모티콘이라도 붙여서 보낼걸... 너무 딱딱해 보이는 문자에 동우는 서둘러 이모티콘 하나만 달랑 보냈다.

 

[~.~]

 

근데 막상 또 보내고 나니 이상한 거다. 문자를 보내고 1분 뒤에 이모티콘만 달랑 보내니 뭔가 재촉하는 것 같고. 동우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시 호원의 문자를 기다렸다. 이러는 꼴이 뭔가... 간질간질 한 것이... ...

 

[나 요리 못 하는데ㅠㅠ]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 했다. 문자 뒤에 붙은 ㅠㅠ가 너무 귀여워서. 동우는 입이 다물어지지 못했다. 문자에 뭐라 답장을 해야 하는 건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동우는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같이 음식을 준비하자는 문자를 보낼까 말까... 고민하다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호원에게 먼저 문자가 왔다.

 

[도와줄래요?]

 

동우는 하마터면 손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 했다. 너무 놀라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침을 꼴깍 삼키며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호원에게 답장이 왔다.

 

[그럼 연락 할 테니까 미리 만나요.]

 

이게 꿈이냐 생시냐... 동우는 호원과 나눈 짧은 문자를 보고 또 보며 오글거림에 팔을 문질렀다. 하지만 계속 웃는 입꼬리는 감출 수 없었다. 다른 방송을 하는 선배가 동우를 보며 무슨 좋은 일 있어?’라고 묻자 동우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자꾸만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호원은 비상이 걸렸다. 요리라곤 해 본 적이 없는데... 거기다 부엌에 있는 음식이라곤 부모님이 보내 주신 밑반찬뿐이었다.

 

, 요리 뭐 할 줄 알아?”

?”

회식... 우리집에서 하면 음식을 만들어야 하잖아.”

그냥 시켜~”

장작가가... 요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장작가가?”

. 그래서 미리 만나서 같이 하려고 하는데, 뭘 해야 하지?”

 

꽤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자 우현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둘이 언제부터 친했다고 같이 요리를 만들겠다는 건지.

 

둘이 그렇게 친했어?”

?”

같이 요리 할 만큼 친했냐고...”

그럼 어떡해! 지은 죄가 있는데... 장작가가 하고 싶다는 데로 해야지 뭐.”

 

마치 귀가 축 쳐진 강아지마냥 어깨가 쳐진 호원을 보자니 우현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피식 거리면서 웃는 우현을 밉지 않게 본 호원이 다시 고민에 잠겼다.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 보지만 모든 요리가 고급 요리마냥 어렵게만 보였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파 위로 쓰러지듯 앉은 호원이 그 위에서 몸부림을 쳤다. 호원이 그러든지 말든지 우현은 드라마 대본을 호원에게 쥐어주었다.

 

연습 해. 리딩때 망신당하기 싫으면.”

몰라, 대충 할 거야.”

 

호원에게 파이팅-을 한 우현이 호원의 집을 나갔다. 우현이 나간 뒤 혼자 대본을 보던 호원이 한 숨을 푹- 쉬었다.

 

짝사랑? 내가 사랑을 해 봐야 연기를 하지... 해 본 적도 없구만.”

 

짝사랑의 감정도 사랑의 감정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감정이 메말랐기보다는 아직까지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사귄 사람은 여럿 있었지만 사랑은 아니었다. 혼자 소파에 앉아 멍하게 있던 호원은 핸드폰을 들었다. 아까 전에는 몰랐는데 동우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부모님께서 쭈꾸미 가게를 하세요, 거기서 재료 가지고 가서 요리하면 될 것 같은데...^^]

 

, 다행이다. 호원은 핸드폰을 들고 소파에 누웠다.

 

[같이 가요, 그럼.]

 

동우의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으로 인터넷 서핑을 했다. 쭈꾸미 요리에 대한 블로그를 보던 중 빠르게 동우에게 답장이 왔다.

 

[어디서 보죠? 구리까지 가야 하는데...]

[가죠, ... 장작가님 혼자 가긴 좀 그렇잖아요.]

[그러면 제가 호원씨 집 앞에 갈 테니까 같이 갈까요?]

[좋아요, 그럼.]

 

빠르게 약속을 잡았다. 아직도 동우에게 죄책감이 들어 제대로 눈도 못 맞추겠다. 동우의 얼굴만 보면 자꾸 울던 모습이 겹쳐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대로 어색한 관계가 지속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본인 스스로도 답답한 참이었다. 이번 회식을 계기로 꼭 사과하고 사이가 좀 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호원이다.

 

그리고 회식 당일 날. 동우는 점심을 먹자마자 바로 호원의 집으로 향했다. 구리와 정반대인 인천 쪽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나름 신경 쓰느라 몇 번 입지도 않았던 외투를 입었다. 귀여운 모자도 쓰고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는 반지도 꼈다. 너무 신경 쓴 게 티가 날 것 같아서 목걸이나 팔찌는 하고 나오다 가방에 집어넣었다. 신경 쓴 듯 안 쓴 듯 자연스럽게... 인천에 다다르자 동우는 호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호원은 지방에서 촬영을 마치고 바로 인천으로 오는 중이라고 했다. 시간상 10분 정도는 늦을 것 같다고... 동우는 시간을 계산하고 근처 커피 전문점에서 모카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 했다. 안에 있기에는 애매해서 차라리 밖에서 조금 기다리자는 심정이었다. 호원이 알려준 주소대로 가니 호원의 팬들이 오피스텔 정문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오피스텔로 가려던 동우가 흠칫 멈췄다. 자신을 보고 있는 호원의 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

 

장동우 아니야?”

? 맞나?”

쟤가 여길 왜 와?”

뭐야, 뭐야- 호원오빠한테 욕 했던 애 아니야?”

... 대박.”

 

차라리 속닥거리든지. 사람 들으라는 듯 일부러 크게 말하는 그들을 보며 동우는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담요를 둘둘 싼 호원의 팬들은 자기들끼리 더욱 모이며 동우보고 들으라는 듯 뒷담을 하기 시작했다. 다 들리는데...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했더라?”

몰라. 개념 없어.”

작가 주제에...”

 

점점 도가 넘치는 그들의 뒷담에 동우는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모여 있다고 지들이 갑인 줄 아나... 모카커피를 음미하며 마시고 싶었지만 열이 받으니 그것도 그냥 꿀꺽 꿀꺽 삼켰다. 뜨거운 커피에 목이 따끔거렸으나 티내기 싫어 꾹 참았다. 불과 몇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그들이었다. 한참은 어려 보이는 학생들도 자신의 이름을 막 부르며 이제는 대놓고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 근데 되게 못생겼다.”

그러게. 호원오빠 불쌍하다. 매일 쟤 봐야 하잖아.”

키도 작아. 완전 땅꼬마.”

 

- 동우는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동우를 보고 있던 무리들이 흠칫 놀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 쪽으로 고개를 휙 돌린 동우가 그들을 아래위로 훑었다.

 

, 내가 너네보다는 크거든?”

 

, 멍청이!! 동우는 속으로 자신을 수백 번은 때렸다. 좀 더 생각하고 말 할 걸. 고작 한다는 말이 이리도 유치한 말이라니. 그들도 동우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지들끼리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뭐 어쩔? ! 너 우리 오빠한테 재수 없게 굴지 마~ 우리 오빠 너한테 그런 소리 들을 사람 아니거든?”

 

교복을 입은 학생 하나가 당돌하게 외쳤다. 열이 받은 동우는 입으로 앞머리를 푸- 하고 불었다. 안 그래도 눈꼬리가 올라가 인상 좋다는 말은 안 듣는데 말이지.

 

이호원은 너네 동생으로 생각도 안 할걸? 무슨 우리오빠야.”

! !! 너가 뭔데 이호원이야!! 작가가 존칭 그런 것도 모르냐?”

잘 아는데?”

 

당당한 동우의 태도에 팬들이 당황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자기들 끼리 쑥덕거리더니 다시 동우에게 인신공격을 했다.

 

, 남자 키가 그게 뭐냐? 땅에 붙어 다니냐?”

사람은 다 땅에 붙어 다닌단다. 아가야.”

 

다시 동우의 말에 밀린 팬들이 또 자기들 끼리 쑥덕거렸다. 승기를 잡은 동우가 씨익 웃으며 도도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정면을 보니 바로 일차선 도로인 길 건너에 호원의 벤이 있었다. 호원이 창문을 열고 턱을 괸 채 자신들을 보고 있었던 것. 놀란 토끼 눈이 된 동우가 어색하게 웃으며 호원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갑자기 인사를 하는 동우를 본 팬들이 따라서 고개를 돌리니 호원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 호원 오빠!”

오빠, 오빠!!”

 

발을 동동 구르다 길을 건너 벤 쪽으로 간 팬들이 벤에서 내리고 있는 호원의 주변을 둘러섰다. 호원은 그들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해 주며 동우 쪽으로 걸어 왔다. 호원을 애타가 부르는 팬들을 뒤로 하고 호원은 동우의 어깨를 감쌌다. 거의 안을 것처럼 동우의 어깨를 꽉 끌어 잡은 호원이 적당히 팬들의 인사를 받아주며 동우를 데리고 다시 길을 건넜다.

 

오빠, 오빠!!”

오빠 완전 잘 생겼어요~”

 

시끄러운 여고생들의 소리를 뒤로 하고 호원은 동우를 먼저 벤에 태웠다. 벤에 따라 올라가며 팬들에게 인사를 한 호원이 벤의 문을 닫자마자 차가 출발했다.

 

~ 역시 장작가님 말빨 죽이던데요?”

 

우현이 호들갑을 떨며 동우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동우가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부끄럽네요... 어린 애들하고 유치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동우를 보던 호원이 -’ 하고 헛기침을 했다. 호원의 헛기침에 동우도 괜히 머쓱해져 얌전히 의자에 등을 대고 앉았다. 역시 비싼 차라 그런지 승차감이 남다르다. 동우는 자신의 어깨를 감쌌던 호원의 손을 보며 괜스레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더운 차 안으로 들어와서 그런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조금 전 호원이 자신의 어깨를 감쌌던 그 감촉을 잊을 수가 없다.

 

호원씨 팬한테 제가 실례를 했네요...”

괜찮아요, 걔들은 팬이 아니라 사생범이니까.”

? 그래도 팬들한테...”

저기 밖에 택시 보이죠? 아까 걔들이 따라오는 거예요.”

?”

 

깜짝 놀란 동우가 창밖을 보니 택시 두 세대가 따라오고 있었다. 벤 옆에 바짝 붙어 플랜카드를 들고 흔들고 있는 모습이 여간 위험해 보이는 게 아니었다. 다시 의자에 바로 앉아 호원을 보니 꽤 피곤한 듯 관자놀이를 꾹- 누르고 있었다. 호원의 손에는 드라마 대본이 들려 있었다.

 

드라마... 많이 힘들어요?”

? ... 이거요? 이거... 장작가님 때문에 하는 거예요.”

그게 무슨...”

 

상황을 알지 못 하는 동우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하지만 호원은 자신이 무슨 히어로라도 된 마냥 장작가님은 모르는 게 좋아요.’라는 식의 표정을 지으며 대본을 펼쳤다. 가죽 재킷에 단정하게 내린 머리, 그리고 그린 것 같은 옆선. 호원을 멍하게 보던 동우가 갑자기 자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호원에 깜짝 놀랐다. 너무 깜짝 놀라 눈만 토끼처럼 뜨고 호원을 보고 있었다. 호원은 동우에게 대본 하나를 건넸다.

 

연습... 같이 해 주세요.”

 

호원의 말에 얼떨결에 대본을 받아 든 동우가 대본을 펼쳤다. 형광펜으로 칠해 진 부분이 호원이 할 부분인 듯. 하지만 아무런 필기가 없었다. 동우도 대학시절 내내 학내 방송을 맡고 이끌었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호원은... 열심히 하고 있지 않았다. 우상이라고 생각했던 호원의 실망스러운 부분을 또 본 것 같아 동우는 괜히 심란해졌다. 정말 연예인은 이미지로 먹고 사는 구나... 싶기도 하고. 또 작가들은 얼마나 열심히 고심하며 대본을 썼을 까... 라는 생각도 들고.

 

호원씨 말에 맞춰주면 되죠?”

.”

 

호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사를 읽었다.

 

윤제가 좋아하는 거.”

잠깐, 잠깐.”

 

호원이 대사를 읽자마자 동우가 잠깐을 외쳤다. 호원의 미간이 살짝 구겨지며 동우를 보니 동우가 가방을 뒤적여 펜을 꺼내들었다. 하나는 호원의 손에 쥐어주고 하나는 자신이 들었다.

 

제가 서울대 방송국을 2년 동안 이끈 사람이거든요... 호원씨 이렇게 대사 하면 안 돼요.”

아니, 작가님이 감독이에요? 대본 체크하게?”

왜요, 감독만 대본 체크 합니까?”

“...”

감독만 대본 체크 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호원씨가 애초에 저한테 대본을 주면 안 되죠.”

 

똑 부러지는 동우의 말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던 호원이 동우가 시키는 대로 대본에 받아 적었다. 얼떨떨하지만 일단 동우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지은 죄가 크니 말이다... 하여튼, 이호원. 눈물에 엄청 약해.

 

... 이 부분은 좀 더 덤덤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여기요?”

 

진지하게 대본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보던 동우가 한 곳을 지적했다. 따라서 보던 호원이 대사 옆에 덤덤하게라고 적었다. 동우의 앞에서 대사를 읽어보고 받아 적던 호원이 문득 자신의 대본을 보았다. ... 뭔가 있어 보여, 있어 보여.

 

호원은 괜히 열심히 한 것 같은 뿌듯함에 더 열심히 동우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고 있었다. 동우도 대본을 훑는 것이 재미있어 더 열심히 코멘트를 했다. 호원이 자신의 말을 잘 듣고 따라준다는 것도 좋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으니까. 벌써 4회 시나리오의 분석을 모두 마쳤다.

 

이제 호원씨가 자연스럽게 연습하는 것 밖에 없어요.”

앞으로 저랑 계속 대본 연습 같이 하면 좋겠는데요?”

“...? 아 저는 그냥... 한 건데...”

 

동우가 멍하게 호원을 보며 말 하자 호원이 씨익 웃어줬다. ... 저 웃음. 영화에서 봤던 웃음이었다. 동우는 콩닥거리는 가슴에 몸을 휙 하고 돌려 정면만 바라보았다. 조금이라도 호원이 다가오면 소리를 질러버릴 것 같이 온 몸이 긴장됐다. 반면에 호원은 자신의 대본을 보며 뿌듯했다. 동우가 코치해 준 대로 받아 적기만 해도 뭔가 명품배우의 대본 느낌이 난달까. 나중에 성규에게 언플 좀 해 달라고 부탁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동상이몽. 둘의 모습이 딱 그랬다.

 

 

**

 

 

동우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가게에 들려 재료를 잔뜩 받았다. 호원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우현과 동우가 재료를 날랐다. 부모님께 볼뽀뽀를 하며 애교스럽게 웃는 동우를 본 호원은 괜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부모님께 살갑게 하지 못 하는 자신과 달리 동우는 여과 없이 애정표현을 잘 하는 것 같았다. 호원은 시선을 돌려 다시 대본을 집어 들었다. 자신의 대사가 있는 곳을 펴고 한 번 읽어 보았다. 으으... 오글거려. 아무도 없는 벤 안에서 혼자 대사를 중얼거리고 있자니 어색함이 배로 몰려들어왔다. 조금 있으니 우현과 동우가 다시 벤에 탔고 호원은 괜히 연습했단 티를 내면서 대사를 읽기 시작했다. 호원의 대사를 가만히 듣던 동우가,

 

호원씨. 거기 좀 어색한데...”

어디가요?”

그 부분 있잖아요. 시원이랑 대화하는 부분... ... 어색해요. 표정이나 시선이...”

그거야 상대 배우가 없으니까 그렇죠.”

 

호원이 날카롭게 대답 하자 동우가 살짝 긴장을 했다. 괜히 호원의 자존심을 건드렸나 싶어서. 동우가 얌전히 자리에 바르게 앉고 호원은 다시 대사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호원을 힐끔 거리며 보던 동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다시 호원의 표정을 지적했다.

 

억양은 참 괜찮은데... 호원씨 표정이 좀...”

뭐가요, .”

 

자꾸 지적을 하는 동우에 짜증이 난 호원이 인상을 구겼다. 언제는 동우에게 미안해서 벌벌 기었으면서 동우가 신경을 건드리자 싹 잊고 짜증부터 낸다.

 

그럼 장작가님이 상대배우 해 주실래요?”

?”

 

동우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호원이 동우의 어깨를 잡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가까워진 얼굴에 동우가 어쩔 줄을 모르고 가만히 있었다. 호원이 대사를 하려는 순간 우현의 핸들이 꺾였고 자연스럽게 동우는 호원 쪽으로 몸이 쏠렸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호원과 동우의 입술이 완벽하게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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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뽀뽀했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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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뇨뇽이야요~♪
.....어머나?! 뻐뻐 헠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별모양곰돌이
뽀뽀했뇨뇽>_<
10년 전
독자2
재밌어재밌어재밌어!!!!!어떡해요ㅜㅜㅜㅜㅠ퓨ㅠㅠ넘 잼씀ㅠㅠㅠㅠㅜㅜㅜㅠㅠㅠㅠ난 왜 이걸 이제서야 보ㅓㅆ울까요.... 일편부터 다시 봐야겠네요ㅠㅠㅠㅜㅜㅜㅜ사랑해여작가님♥♥♥♥♥♥♥
10년 전
독자3
중간에 호야드립ㅋㅋㅋㅋㅋ 털 되게 많다니 보면서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어요 호드립은 픽에서도 역시 bb 그리고 이유야 어찌됐든 라디오 뿐만 아니라 연기에도 열심히인 모습이 보기 좋네요 그리고 사생과의 싸움에서도 동우의 승리가 ~.~이야 혹시나 기 죽으면 어쩌나 했는데 저의 괜한 걱정이었네요 1편부터 쭉쭉 댓글 달면서 왜 암호닉은 생각도 못했죠?ㅠㅠ혹시 지금도 암호닉 신청을 받으시는지..
10년 전
별모양곰돌이
에브리데이 에브리타임 암호닉 받습니다!
10년 전
독자8
포카리로 암호닉신청할게여!
10년 전
독자4
감성 이에요 어머 우현아 나이스다야~어허허허헝 우리동우 당차다 우리동우 기죽지마 사생들 그까이꺼 걍 무찔러버리는거야 화이팅
10년 전
별모양곰돌이
당찬 우리 동우지용ㅋㅋㅋㅋㅋㅋ 사생 노노해!!!
10년 전
독자5
오예!!!!뽀뽀다 뽀뽀ㅠㅠㅠㅠㅠ악 벌써 다음편보고싶어여ㅠㅠㅠ사생들이랑 싸우는 동우 진짜귀여워요ㅋㅋ유치하면서도 다 맞는말ㅋㅋㅋㅋ호원이네집에서무슨일이생길지 기대되염!!!!!!
10년 전
독자6
와뽀뽀했다 ~,~우현아잘했어!ㅋㅋ 둘이 어찌연애해나가려나 막막했는데 벌써부터 사귀는 냄새가나요 냄새가..호원이는 눈치 못채는 거 같지만 ㅋㅋ 아빨리 다음편이 보고싶네여 아 그리고 지금도 암호닉 신청 받으시나요..?혹시 받으시면 전 헛개수로..
10년 전
별모양곰돌이
헛개수님 반갑습니다^^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9
뽀뽀했데요~
10년 전
독자10
헐 ㅋㅋㅋㅋㅋㅋㅋ 호원아 좋겠다 뽀뽀라님ㅁㅁㅁ
10년 전
독자11
문자부터 멜랑꼴리하는데 너넨 뭐 느끼는게 없는거니..?T_T호원아 눈물에 약한게 아닌 것 같은데..흡..너무 재밌어서ㅋㅋㅋ아니 너무 귀엽고 ㅠㅠㅠ뭔 포인트가 요래 많대요 아잌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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