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없다
온몸에 힘이들어가지 않는다
걷는것 외엔 아무것도 할수없다
정말 기계처럼 걷기만하고있다
터덜터덜
누가본다면 정말 혀를 찰정도로
보기만하는것만으로도 힘이 쭉 빠지게끔 그렇게 걷고 걸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이시간대에 가장좋은것은
사람이 없다는것
있다해도 아침만큼 북적대지는 않으니 만족스럽다
나름 살랑거리는 바람도 맞아가며 혼자있는 여유를 즐기고있다
머리속 그 어떤 생각도 바람이 다 쓸어가버리는것같은 시원함이었다
그리고 남은건 공허함이었다
아무생각이 들지않았다
아무거나 생각하려고 해봐도 생각이 나지않았다
이상태를 유지시키고싶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고
버스를 타러오는 사람들이 몇몇 늘어났다
사람들이 늘어난다해도 앉을자리가 충분히 있을만큼 널널했고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시장에서 장을봐오는 가정주부, 수업이 끝난 대학생, 귀가하시는 어르신 몇분정도가 다였다
다들 삶에 찌든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버스가 오는지, 안오는지만 지켜보고있었다
170번
집으로 가는 버스가 왔다
버스가 멈추고 먼저 대학생언니가 버스에 올라타고, 그뒤로 내가 올라탔다
`삐- 청소년입니다`
버스에 탑승하는 허락이라도 받는듯
카드기의 확인 메세지가 울릴때까지 그 앞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다가
메세지가 다 울리고나서야 자리를 둘러볼수 있었다
역시 버스안은
시간대가 그런 시간대라 그런지
한산하고 고요했다
누구하나 크게 소리내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어떤 한사람도 남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않았다
버스가 출발하고 몸이 잠시 기울었다가
가까스로 저만치 앞에있던 봉을 잡고 중심을 잡았다
그리곤 바로 뒤에 있던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고 이어폰을 꽂았다
아무 노래나 틀어놓고 소리를 중간정도로 크게 틀었다
소리가 새나가도 안심이된다
이 곳 버스는
모든사람이 남이고
아무도 남한테 관심가져주지 않는다
작게나마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지는곳이다
그렇게 한 20분정도 흘렀을까
점차 우리집으로 가는길이 가까워졌다
하차벨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다 버스가 멈추고 나도 내렸다
아무도 없다
한산하다
가만히 하늘을 보니 맑고 어릴적 스케치북에 많이들 그렸던 그런 구름들이 맣이 쌓여있다
하지만 역시 푸른색은 독보적으로 튀었다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노래를 고르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엘리베이터에 다다랐다
이어폰을 빼고 가방에 넣은다음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11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까지 기다리다 그 옆에 거울을 봤다
오늘 하루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상황을 다보여주는듯한 그런 몰골이었다
억지로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나오던 눈물도 착각하고 다시 들어갈만큼
계속해서 웃었다
미소를짓고 얼굴근육에 경련이 일어날정도로 그정도로 계속 웃기만했다
`1층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역시나 아무도 없는 작은 엘리베이터안에 올라타 6층을 누르고 바로 닫힘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히자마자 옆에 손잡이봉을 잡고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것도 보고싶지 않았고
상황을 외면하고 싶어 눈을 감았다
빨리....빨리..제발 빨리...아...아으...제발..
내가 지금 몇층에 와있는지 가늠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눈을 뜰 수도 없었다
나아지는 상황은 아무것도 없었다
등에서는 점점 땀이나고
봉을 잡고있던 손은 땀으로 범벅되 계속해서 미끄러졌다
미끄러져 놓칠때마다 봉을 잡고있던 손은 허공을 휘저으며 봉을 찾아 돌아다녔다
겨우 잡으면 한숨 돌릴 텀이 생겼다
평소대도라면 아무리 시간이 오래걸리고 다리가 아파도 계단을 이용했겠지만
오늘은 그럴수있는 체력이 안된다
어쩔수없는 선택아닌선택이었다
6층
7층
8층
`8층입니다`
문이 열렸다
재빠르게 몸을 던지듯 문밖으로 날 밀어냈다
넘어질뻔한걸 겨우 일으켜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키려 벽을 짚었다
진정되지 않는 숨소리가 점점 커질까 무서워 입을 틀어막았다
나오려던 숨을 다시 먹고 숨을 점점 줄였다
혹시나 집에서, 혹은 옆집에서 누군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 스스로를 재촉했다
겨우 안정된 심장박동과 숨소리를 확인하고 번호키를 눌렀다
`띠리링`
문을 열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았다
"엄마...? 저왔어요! 오늘 몸이 좀 안좋아서 일찍왔는데..."
괜히 쓸데없이 한마디 해본다
지금 이시간에는 당연히 있지도 않을 엄마께
다른 집에서는 흔하게 할 말들을 괜히 아무도 없을때 해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 목소리조차 되돌아오지않는다
순간 머리속이 반짝였다
무언가 기분좋은것이 스쳐갔다
나는 당장 내방으로 뛰쳐들어가 문을 잠그고 불을 끄고선
책상에 앉는다
기회다
아니 기회일수도있다
아니야 이건 기회다
잠시 숨을 고르고 책상위 스탠드를 켰다
점점 노을빛에 물들어가는 거실과 부엌은 적막함만이 감돈다
반면에 내방은
겨우 작은 스탠드빛에 의지한채 모든 시야를 가두고있다
긴장감만이 감도는사이
익숙하면서도 언제나 그렇든 적응되지않는 그 차가움을 꺼낸다
준비는 끝났다
저 빛에 실려갈 준비가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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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늘 밤새요 띵가띵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