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권순영은 끝내 손을 거두었다
눈길의 끝은 또렸했고 잠시나마
가늘었다
잠깐동안 우리 둘사이에는 정적이 흘렀고
권순영은 언제그랬냐는듯
몸을 돌려 이석민에게 갔다
평소처럼 밝은 표정이된 권순영은 어떤 망설임도 없어보였다
눈앞에서 둘이 사라지고난후에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온몸에 힘이 다빠지는 기분이었다
떨리던 손도 이제야 겨우 진정됬고
방황하던 두 눈도 어느새 멍하니 한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겨우 주위를 둘러봤을때는 이미
복도에 수많은 학생들이 돌아다니며
한명한명 나를 쳐다봤다가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어딘가 피하고 싶어 저 끝 복도로 이어진 바닥만 쳐다봤다
바닥만 보다가 아 길이 났구나 싶을때면
시야의 끝에서 계속해서 발자국들이 쏟아져 왔다
섣불리 발을 내딛을 수 없었다
앞으로 가려고하면 발이 굳어버렸다
몇분동안 진땀을 빼다가
겨우 스스로를 달래곤 발을 움직일 수 있었다
권순영을 볼 자신이 없어 어찌할까 고민을 하다가 딱 정신을 차리니 이미 교무실앞이었다
아....그래....어..
잘못이 아니라는듯 합리화를 하듯
나도 이곳까지 오게된 나를 합리화시키듯 혼잣말을 되내였다
교무실에 들어가자 은근히 많은 선생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별생각 없이 두리번거리며 담임선생님들 찾는 도중에 윤정한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숨이 턱막히는 답답한 느낌에 바로 뒤에있던 문을 열고 나와버렸다
아 어쩌지 나가는거까지 본거같은데... 아진ㅉ...아으...어떻게다시들어가 아 왜나와서진짜...아니근데...아니..아..
갑자기 문이 열렸다
나오는사람은
윤정한선생님
그대로 굳어버린 나는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바로앞에 있는 윤정한선생님의 교과서 끝만 바라보고있었다
그냥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수아야, 좀 비켜줄래?선생님이 든게 좀 많아 그치?"
고개를 슬쩍 돌리자 옆에 빈공간이 있었다
굳이 왜 옆을 놔두고 이러는지 충분히 알만했지만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기위해 옆으로 가는데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혹시라도 발이 삐끗해 넘어질까봐, 혹여나 누군가와 부딛힐까봐,
혹시 윤정한 선생님과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그때 뒤에서 어떤 선생님이 달려 나오시더니 윤정한선생님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순간 몸이 앞으로 쏠린 윤정한선생님의 어깨가 내어깨에 닿아버렸다
온몸에 소름이 확 돋으면서 나도모르게 윤정한선생님얼굴로 고개를 확돌렸다
눈이 마주치다 흠칫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눈이 마주친 순간 윤정한 선생님 옆에 있던 선생님과도 눈이 마주쳤었다
"윤쌤 얘 내가 친거에요? 아니면 윤쌤이 친거에요? "
"아 그냥 살짝 부딪힌거에요~ 괜찮아^^ 괜찮지 그치? "
윤정한선생님은 그대로 나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책임을 나에게 넘기는거같아 그냥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아 어쩌지 아픈가봐... 아2학년이네? 쌤 얘 보건실이나 좀 어떻ㄱ"
"아 그냥놔둬도돼 걔 그러는거 별로 안좋아해~"
"아...? 아는애에요? 같은반이었나? 음....어? 아 같이가요! 아 윤쌤!!"
.....걔 그러는거 별로 안좋아해.....걔 그러는거 ....별로 안좋아해...걔....그러는거 ..
나에대해 뭐라도 아는게 많다는 식으로 말을 끝내고는 유유히 제갈길을 가버렸다
아 진짜...
눈물이 차올랐다가 참았다
무슨감정인지 알턱이 없었다 아니.. 알수야 있었지만 알려고 들지 않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목이 조이는 기분이 들었으니...
"쌤 근데 아까 걔는 누구에요? "
"우리 학교 학생이지~"
"에이 저도 학생인데..그런거 말고 ...걍 특별한건 없는거에요?"
"그치~ 그냥 학교학생인데 공부도 잘하고 하니까 얼굴이 외워지는거지~너도 공부좀해야지 이제"
"하하 아 뭘또 공부를... 안해도 쌤이 이렇게 알아주는데 핳"
"아 진짜 최승철~ 고3되서 공부도 안하고.."
"괜찮아여~ 쌤이 있는데 무슨...ㅎ"
"아유... 우리 승철이 어떡하지 응? 흐흫"
일단 울더라도 나중에 울고 생각도 나중에하자라는 생각으로 다시 교무실 문앞에 섰다
교무실 문을 열자 아까와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나는 다시 담임선생님을 찾아 헤맸고 두리번거리던 나를 누군가 자기쪽으로 돌려세웠다
"수아 뭐해? 선생님 찾아?"
"네..? 아 네..!그.. 쌤 저...몸이 좀 안좋아서 그러는데..."
"응 그러는데.."
"조퇴....좀..."
"조퇴....음....."
선생님은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시더니
"그래그래 좀 필요해 보인다너 많이 아팠으면 아까 말을하지...참은거야? 왜울었어.."
"아...그냥좀...어..네.. "
"그래 집가서 푹쉬고 내일보자 조퇴증가져가고 반장한테 말해놔 알았지?잘가라~"
"네 안녕히계세요"
고개를 꾸벅숙이고 교무실을 나왔다
교무실을 나오고 한층위에 있는 교실로 향했다
계단을 오를때까지도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교실뒷문에 점점 다다를수록
긴장감에 휩싸였다
생각을 해보자 그래.. 어 나는 아까 권순영과 이석민이 있을때 나가서 점심시간될동안 안들어왔고...
중간에 권순영이랑 이석민을 봤는데 권순영이랑....아...어..그랬..고
머리속이 복잡해져갔다 어떡하지...
어떻게 들어가지...
살짝 이석민자리를 보니 비어있었다
찾다가 권순영자리를 보니 그 앞자리에 이석민이 권순영과 얘기중이었다
어쩔수 없이 두눈을 질끈 감고 뒷문으로 들어갔다
소란스럽던 교실이 조용해졌다
내 숨소리마저, 커지는 심장소리마저 새어나갈까 숨을 참았다
미련한짓인줄 알지만 이러지 않으면 죽을거같았다
죽는다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죽지않으리라 다짐했었는데...
"..야...뭐야...ㅋ 왜갑자기 조용해져 뭐임ㅋㅋㅋ"
"아...어 그니까.. 야 니네 왜 다들 말멈춰ㅋㅋㅋ아 웃기다진짜..."
의외로 먼저 말을 꺼낸쪽은 이석민이었다
아 의외가 아닌가 반장으로써 분위기를 다시 띄운것 뿐일수도 있겠다..
나는 책상만 바라보며 가방을 챙겼다
혹시나 시선이 삐끗하고 다른 곳을 볼까봐 예를들면 권순영,이석민 이 둘한테 갈까봐 묵묵히 책상만 바라봤다
벌써부터 욕이 몇개 보인다 그래도 최대한 욕이 써있지 않은 부분만 묵묵히 바라봤다
"저기..."
"어? 나?"
"어 나 쌤들 오시면 조퇴라고 얘기좀.. 교무실가서 조퇴증은 받아왔어"
"...가게? 왜가?"
".....몸 좀 안좋아서..가려고.."
"아.... 그래 알았어 가"
계속해서 눈치를보다가 드디어 대화가 끝났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끝낸 이석민은 출석부에 이름을 적기위해 교탁앞으로 갔다
그틈에 살짝 권순영을 내려다봤다
핸드폰을 하며 다른것에는 관심도 없다는듯 무표정으로 화면만 응시했다
무서웠다
역시 변하면 이렇게..
"너 왜가"
"..어? 어?"
당황스러웠다
권순영은 화면만 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혹시 내가 자기를 본걸 눈치챘나
...기분이나빴나
무언가 크게 들킨 아이마냥 말을 더듬었다
얼마나 비웃고 있을지 ...무서웠다
"나 조퇴.."
"아니...아 그니까 ...아 아니다 가"
"...어..응.."
권순영은 천천히 나를 바라보며 비웃음인지 코웃음인지
어이가 없다는 듯 살짝 웃으며 말을 이어가다 그새 답답하다는듯 뒷머리를 쓸며 다시 화면만 쳐다봤다
그러고 가라고 그러는 권순영의 모습을 본 다른애들도
이런모습은 처음본다는 식으로 잠시 벙쪄있었다
왜 이런 분위기가 됬나 싶어 날 계속 원망하며
다시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나와버렸다
터덜터덜 걸어나가다 보니 아까와 같이 어느새
복도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런거라면 이런이유라면....
이런곳이라면 괜찮을까
아까 교무실에서 나올때 챙겨주신 작은 사탕을
슬며시 손에서 놓았다
누가 왜그랬냐고하면 손에 힘이 풀려 놓쳐버렸다고 할 준비가 다 되있었다
근데도 아무도 오지않았다
이런거라면 괜찮지 않을까
4층에서 1층
계단
아무도 없는.....
한참을 내려가 사탕을 확인해보았다
사탕은 산산조각 나있어 조금만 건드려도 바스라져버렸다
심지어 이렇게 된상황에 아무도 보는사람도 없었다
이 상황을 보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나도..이렇게..
소리는 감출 수 있었지만 그 소리없는 웃음은 아무리 막아도 감춰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사탕과 내가 겹쳐졌다
어떤상황속에서도 혼자인...
계속해서 피말려죽을거같은...
그 어떤상황에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없는...
그 모든게 나같았다
사탕이 불쌍한건지 이 사탕에 겹쳐지는 내가 불쌍한건지 몰라 그냥 자리를 박차고 교문을 나왔다
아 그러고보니
죽은 사탕을 보고 말없이 웃기만하던 나...
미쳐가던 나를 보고 말없이 웃기만하던 윤정한선생님..
겹쳐보이려할때쯤
손에 땀이 흐르는게 느껴졌다
땀을 닦았다
미친듯이 정말, 정말로 미친듯이 치마에 손을 닦았다
지우면 지울수록 더 세게 닦아냈다
이미 지워 없어진 손바닥을 계속해서 문질렀다
문지르면 문지를수록 계속해서 떠올랐다
계속해서 닦아냈다 정말 미칠지경이었다
잊기위한 처절한 몸부림 끝에 진이 다빠져버렸다
정말 아픈애가 되버렸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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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즘 너무 안쓴거같아서 급하게 써봄..
써보니 이게 분량조절이 안됨...
하하
하하하
잘자요(성시경)
암호닉: 일공공사/지유/윤천사/여네/닭키우는순영/악마우/존/계란초밥
아니 뭐 내가 많이 아낀다구요(하트 한움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