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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보니,9시 55분이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쿠사나기씨가 날 보며 미소를 지으며 좋은 아침이네요-라며 인사를 했고 나도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와 함께,2층 면회실에 가려면 1층 복도를 지나야 중앙에 계단이 나오는데 늘 변함없이 복도는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다. 내일이면 3월인데, 역시 겨울이 꽤나 긴것같았다. 하지만 햇살은 들어와있었다. 눈부신 겨울 햇살.

 

내가 지독하게 싫어했던...하지만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았다. 한 가지 걸리는것은 다음주엔 못올것같다는 말을 그에게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타쿠야가 다음주만큼은 이해해줄거라고 생각한다.

 

쿠사나기씨가 내게 오늘 기분이 좋은가봐요?라고 물었고 난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냥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내 말에 쿠사나기씨는 미소를 지었고 나도 웃어버렸다.

 

"많이...사랑하는구나."

"그런가봐요. 짧지만 그래도 이녀석을 못본다면...너무 힘들것같아요."

"다음주에 연수로 맨하탄에 가신다고 못오신다고 들었는데...그땐 괜찮겠어요?"

"핸드폰 사진들 있어요...보고싶겠지만...금요일엔 편지도 줄거고. 쿠사나기씨한테 떠나기전에

전화할테니까...전해주세요,제 말들...타쿠야한테."

"...물론이에요."

 

면회실에 도착하니 아직 아무도 없었다. 유리창에 언뜻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며 난 빨개진 코를 보며 혼자 우스워 웃어버렸고 그때 카즈야와 교도관 간수가 들어왔다. 그는 저번처럼 뒤에 앉았고 타쿠야는 날 바라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의 행동에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고 우린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저기,타쿠야..금요일에 말해도 되지만...지금 말-"

 

그가 내가 말하는 도중에 조금 크고 정확하게 얘기했다.

하지만 떨고있다는걸 나는 알았다.

 

"아니,내가 먼저할게요."

 

갑자기 서두르는 그의 말에 난 그를 보았고 그도 나를 바라보았다.

 

"바보같다고 하지마...그러지마요."

"무슨...말이야? 다음주에 맨하탄으로 연수 가. 그래서 다음주엔 올수가없어.미안해..."

"도쿄에 오고나서도...오지마,당신."

"저기...타쿠야.무슨소리야? 그런 말이어딨어? 화난거야?"

"...가고싶으면 가...나라도 이해해. 그래,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교도소에 있고 남의 돈도 훔치려했어.

뭐가 좋겠어,이런 내모습이? 바쁜데, 자기가 한 말 책임지려고 매번 오겠다고 한 말.

못들은걸로 할게요. 그럴테니까- 내 걱정은 말고... 잘 살아요. 1시간이고 뭐고...필요없어.

나 갈게. 남들 일하는데, 나는 편하게 이러고 있네..."

"..........제발 그러지마."

"내가 먼저 말하길 원했던거 아니었어요?"

"...그런적없고,말하려고도 안했어."

"됐어요,됐어...갈게."

 

그가 일어서버렸고 뒤에 있던 간수 또한 그를 따라 일어났다.

그가 문을 열고 가려고 할때 내가 그를 불렀다.

 

"타쿠야!"

"내버려둬...가게해줘요. 미치겠으니까. 힘들어서...내가 너무 힘들단말야. 당신 보는거."

"나,금요일에도 올거야. 다음다음주에도 올거야. 아니, 맨하탄에 안가도 좋으니까.

나 짤려도 좋으니까...너 보려고 올거야. 네가 오지말라고 해도 올거야."

 

타쿠야가 뒤를 돌아 유리창에 손을 대었고 화가 난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러기만해. 그러지마. 안돼! 맨하탄에는 다녀와. 건강하게..."

 

나는 일어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손을 맞춰보았고 눈물이 흘렀지만, 신경쓰지않고

입술을 대었다. 그의 얼굴있는 부분에.

 

잠시 보여졌던건, 그 또한 울고있었다.

그리고 날 따라 그도 입술을 내 입술 있는 곳에 닿게했고...

 

우리는 입을 맞추었다.

 

입을 떼었을땐, 그도 나도 울고있었단 것이었다.

 

"금요일에 봐..."

 

타쿠야는 대답없이 그냥 나가버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마음편히 울어보았다.

 

'어째서,너는 내 마음을 모르니.

이렇게 사랑하는데,어떻게 가라고 해.

내가 좋다는데. 너도 나 사랑하는거 아니었니?

 

나 혼자만의...생각,인거니?'

 

 

 

 

 

 

 

 

간다 간다 하기에 가라 하고는 가나 아니 가나

문틈으로 내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아라.

 

-피천득의 인연 중 눈물 부분에서...

 

 

 

 

  

 

 

 

 

 

눈이 떠지지가 않았다. 어쩌면 뜨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된건지, 꽤 오랫동안 긴 잠에 빠져있었던 것같았다.몸은 만신창이가 된듯했고 기운이 없었다. 그저 누워있을때 문소리가 들렸고 누구인지 그의 목소리는 심각하게 들렸다.

알베르토의 목소리였다. 난 그의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단지 자는척을 했다.

누워있는데도 배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이제서야 언뜻 기억이났다. 그를...타쿠야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차가운 비가 왔었다.차 안에서도 느껴졌다. 집에 와서 내리려는데 배가 미칠듯 아팠고 우산도 없이 집에 가려고 걸어가다가 그대로 쓰러졌던 것 같다.

 

그게 끝이었다. 그 다음 일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쓰러지고 몇분후인지 그때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난 아마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온듯하다.

 

그때 알베르토의 한숨소리가 들렸고 난 작게 실눈을 떴다. 알베르토와 유타가 있었다.

 

"...그 녀석때문이야. 위안이가 그렇게 그녀석 만나러 멀리 가서야."

"그런 말도 안되는 말이 어디있어요..."

"걘 이걸알까? 누구때문에 아픈지말야!"

"원래 요즘 선생님 몸 상태 안좋았어."

"맹장수술이라니...천하의 장위안이?"

"...그만좀해요. 이게 병문안이라고 온거예요? 그래요? 위안형이 타쿠야형을 많이 사랑하고 있어요. 나도 몇번 봤는데 매력있는 사람이고 착한 사람이에요..."

"퍽이나-"

 

알베르토가 비웃으며 말하며 창가쪽으로 몸을 돌렸다.

 

"뭔 놈의 비가 이렇게 오래와?  위안이 이 녀석 얼만큼 비맞고 있었던건데?"

"20분정도...윗집에 사는 아주머니가 발견했다더라구요."

"...왜 아프고 난리야.지가 아프면...아픈 사람이 몇이나 더 되는데."

 

그때 유타와 내가 눈이 마주쳤고 그가 내쪽으로 다가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가지 질병.아니,네가지 질병이 있어요. 지금 선생님한테.... 제일 큰건...맹장수술했어요...그리고 고열에 영양실조 증세도 있대요.

그리구...마음이 아프잖아요...쌤."

"......"

"뭐라고 말좀해봐요."

 

유타가 자신의 손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게 몇개에요? 무슨쪽이야?"

 

나는 피식웃으며 왼쪽..다섯-이라고 답했고 그가 웃다가 이젠 울음을 참으려고 입술을 꾹 물었다..

 

"미안해,유타...안괜찮아서...네 말대로 괜찮았으면...좋았는데 말야. 에이 그만해..울려고 하지마. 입술 깨물지도 말고. 응?"

 

내 목소리는 많이 갈라져있었다. 유타는 끄덕이곤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여전히,믿어요. 괜찮을거야... 그러니까 일어나서 얼른 가야죠.  타쿠야형도 후회할거예요.

자기도 선생님을 그렇게 사랑하는데...쌤도 타쿠야 형을 사랑하는데...두 사람 이렇게 끝내면 너무 싱겁잖아요..."

"...아파."

 

내가 배를 손으로 살짝 만졌고 유타가 내 손등을 자신의 손으로 덮었다.

 

"쉬어요..눈감고."

"유타..나,다음주에 못가. 맨하탄에 못가."

"제가 학교측에 전달이라도 해볼게요."

"고마워."

 

그때 알베르토가 내 곁으로 왔고 나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알베는 나를 그저 말없이 바라보다가 쓰게 웃었다.

 

"아프긴 왜 아프냐. 진짜 안어울린다, 환자복...

넌 뭐든 입으면 어울리는데,그건 아냐."

 

그의 말에 내가 웃자 그가 내 손을 잡았다.

 

"몸조리잘해...수술한거 처음이잖아."

"응,고마워."

 

눈이 감기려했다. 잠이 쏟아졌다...그 무렵 그들은 나갔고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있었다.

잠드는 순간 그를 생각했다.

처음은 그가 먼저 시작했고...난 절대 그를 놓아줄 생각이없었다.

나를 보며 웃는 그의 얼굴, 마지막으로 지었던...슬픈 얼굴,우는 얼굴 다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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