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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엑소 온앤오프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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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구나.
그러게, 배가 뒤집히지 않는 게 기적이다.
…그러냐. 하지만 어찌하냐.
응?
갑판이 위태롭기 짝이 없다. 우리 군함이 마지막으로 무너지게 될 듯 하구나.
아아, 그렇구나. 아무렴, 저들의 모든 것을 부수었으니 괜찮다.
정말 괜찮으냐? 이대로 죽어도?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네 곁에서 너와 함께 맞는 끝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으렸다.
나와 함께 맞는 끝이라 하였느냐.
응. 무언가 잘못됐는가?
……
진기야, 왜 우느냐. 너는 나와 죽는 것이 두렵느냐?
아니, 아니다. 너와 함께 죽을 수 있더라면 얼마나 행복하겠느냐.
그렇다면 왜 눈물을 흘리는가.
…미안하다.
아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미안할 일이 아니다.
…미안, 미안하다, 현아.


너와 죽을 수 없어 미안하다. 깜깜한 죽음의 길에 너만을 몰아넣어 미안하다. 차마 뱉어내지 못한 말이 진기의 가슴을 콱 눌러왔다. 흔들리던 배가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악마의 형상을 한 파도가 커다란 배를 집어 삼키고, 적국과 용맹히 싸우던 전사들은 차례로 물 속으로 가라앉아갔다. 


진기야. 다음생에서 꼭 다시 만나자.
으응.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할 것이다. 부서진 배의 파편에 얻어맞은 종현의 얼굴에서 피가 흘렀다. 까마득한 물 속으로 사라져가는 현을, 진기는 바라만 보았다. 제게 생긴 자잘한 생채기들은 금방 사라졌고 분명 물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과 같이 숨을 쉴 수 있었다. 진기는 처음으로 끝나지 않는 삶에 눈물을 흘렸다. 너의 끝조차 함께 해주지 못하는 내가 어찌 너를 사랑한다 말할 수 있겠느냐. 진기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서서히 떠오르는 자신의 몸을 추스렸다. 현아, 나는 너의 다음 생을 따를것이다. 평생을 네 곁에서 속죄하며 살아가겠다. 

잊지 말라.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며, 그 끝은 반드시 다를 것이다.











심판의 날 
                          
                        W.앵




끝이 다가옴으로써 나는 기어코 네 손을 잡았노라.




01.




처음에는 소나기인 줄로만 알았다. 끝없이 내리는 비에 깜깜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제발 빨리 그치기를 바랐다.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은것을 후회했고, 저녁 약속에 나갈때 불편할까 걱정했다. 그러다 거의 한시간이 지나도록 그치지 않는 비에 가까운 편의점에서 비닐 우산을 하나 사들고 헐레벌떡 집으로 향했다. 찰랑이는 물 웅덩이를 밟으며, 너와의 데이트 코스를 떠올렸다. 우르르, 위협적으로 울리는 천둥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떨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산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잔뜩 젖은 바짓단에 찝찝한 기분을 애써 떨쳐냈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대충 닦은 발에 새 양말을 신으면서 점점 거세지는 비에 약속을 취소해야하나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세시간이 흘러,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가기 위해 아파트 현관으로 나가 문 사이사이로 흘러들어온 빗물에 당황했다. 이미 발목까지 잠길 정도로 차오른 비가, 도통 멈추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비가 몇시간 내렸다고 이렇게까지 금방 차오르나? 그리고, 평범한 비라고 하기에는 너무 도가 지나치게 쏟아지고 있지 않나? 마치 누군가 위에서 일부로 물을 끼얹는 듯이… 

쾅, 굉음에 가까운 천둥소리가 울렸다. 지금보다 더 세질 수 있을까 싶었던 빗줄기가 그를 놀리듯 더욱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현관 문이 물에 밀려 저절로 열릴 때 즈음, 그는 핸드폰을 꺼내 연인의 번호를 눌렀다. 그러다 문득 통화권 이탈이라는 안내창이 보여 행동을 멈췄다. 3G가 터지지 않는다. 전화도 문자도 보내지지 않는다. 쾅, 천둥소리와 함께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종현은 터지지않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대충 쑤셔넣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급하게 리모콘을 찾아 텔레비전을 틀고, 온 채널을 뒤덮은 긴급 속보를 시청했다. 갑작스런 기상 이변으로 비가 멈추지 않고 있으며, 원인을 알 수가 없고, 정도가 지나치게 거센 빗물에 건물이 무너져내리고 창문이 깨지고 사람이 죽는 등의 피해가 빗발치고 있다는 식의 보도였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던 방송도 픽 꺼져버렸다. 다시 전원버튼을 눌러도 까만 화면은 달라질 줄을 몰랐다. 자신이 밖에 있는동안 깨진건지, 거실 창문이 산산조각이 나 빗물이 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며 종현은 대처방법을 찾기위해 열심히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와장창 하며 주방 쪽 유리가 깨져 사방으로 유리조각이 날아갔다. 멋드러지게 차려입은 수트의 왼쪽 어깨 부근이 날카로운 조각에 뜯겨져 나갔다. 종현은 천천히 흔들리는 집을 느끼며 제발 이것이 착각이기를 빌었다. 제발, 이 안이라면 안전하기를. 그러나 밖에서 들려오는 굉음과 비명소리에 종현은 집을 뛰쳐 나가야만 했다. 

옆동이 무너지고 있었다.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사람들이 제 가족의 이름을 부른다. 쿵, 쿵, 쿵, 연속적으로 울리는 소리, 그리고 이어 풀썩 주저앉은 아파트.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빨간… 빨간… 손이 덜덜 떨려왔다. 옆에있던 한 나이 든 여자가 바닥으로 무너져 내린다. 


"내 아들이 저 안에 있어요! 내 아들이 저 안에서 아직 나오지 못했어…!"


종현의 바짓단을 잡고 오열하는 여자에 종현은 이를 악물었다. 우리 아들이 저 안에 있… 거품을 물며 쓰러진 여자의 어깨를 쥐고 흔든다. 이봐요, 정신 차려보세요. 떨리는 목소리에 여자는 답이 없다. 종현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여자를 들어올려 무너진 아파트 현관 위에 눕혔다. 이대로 두면 이 여자도 죽는다. 종현은 침수되어 긴급통화조차 불가능한 핸드폰을 내려보다 울분을 토했다. 곡소리가 울려퍼진다. 이제 발목을 집어 삼키고도 모자라 종아리 언저리까지 차오른 빗물이, 매섭게 사람들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종현은 턱까지 차오르는 숨에 괴로워 하면서도 다리를 멈추지 않았다. 물 속에서 발을 움직이기란 평소보다 몇배는 더 힘들었지만 그 모든것을 감내해야 할 이유가 있었기에, 종현은 더욱 속도를 냈다.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했던 종현의 연인, 진기는 절대로 약속을 어기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이토록 비가 매섭게 내리고 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조용히 집 안에 있을리가 없었다. 오히려 제 안전을 걱정하며 약속 장소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종현은 제발 진기가 안전하기를 바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천천히 걸음을 멈춘다. 헉헉대며 숨을 몰아쉬던 종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히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하다. 아무리 열심히 고개를 돌려봐도 진기는 커녕 사람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전기가 끊겨 깜깜진 거리, 그리고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간판들. 그리고 그 아래에 깔려 이미 생을 마감한 듯 보이는, 분명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살았을 목줄달린 개. 물 속에서 팅팅 불어 끔찍한 짐승의 시체. 종현은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면서도 천천히 바닥을 둘러보았다. 혹시 형도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린건 아니겠지. 덜덜 떨며 온 거리를 헤집으며 진기를 부른다. 없다. 살아 움직이는 진기도 없었지만 이미 죽은 진기도 없었다. 종현은 온 몸에 힘이 빠져 벽에 털썩 기댔다. 무릎 언저리에서 찰랑대는 빗물에 다리가 저려옴을 느낀다. 종현은 직감적으로 더 높은 곳에 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능하면, 배나, 아니면 그 비슷한 것을 띄워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종현은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아파트 단지로 걸음을 옮겼다. 일단은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야해. 혼자 있다가는 개죽음 뿐이야. 그리고, 어쩌면 진기 형이 나를 찾으러 왔을지도 몰라. 

그러나 종현의 그러한 생각은 산산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무너져내린 건물들과 피에 물들어 붉게 변한 빗물. 그리고 건물의 잔해 사이에 파묻힌 한 여자의 얼굴.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던. 


"…거짓말."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뱉고나니 천천히 실감이라는 것이 머릿속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죽었다. 내가 오늘 아침에 스쳐지나갔던 사람들, 그리고 바로 전에 내 손으로 들어올려 눕혀주었던 사람도. 다 저 아래에 깔려 형체없이 사라져버렸다. 종현은 어느새 제 바지까지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 물을 피해 내달렸다. 비가 너무 강하게 내려 온 몸을 얻어맞은 듯 아팠고, 실제로 잔뜩 멍이 들어있어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생각 할 새도 없이 모든것이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설상가상으로 추위에 떨리기 시작한 몸을 잠재우며 종현은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어디든,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태민은 조용히 허공에 앉아 물에 잠기기 시작한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아버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요. 속으로 중얼거려 보지만 당연하게도 들려오는 답은 없다. 이제 인간의 반 정도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인간들이 제 욕심으로 세운 높은 건물들이 그들의 명을 더욱 단축시켰다. 제 발로 밟고 돌아다니던 건물에 짓눌려 온 몸이 조각조각 부서져 죽어가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있던 태민이 문득 들려오는 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자신을 정확하게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태민은 놀라 주변을 돌아보다 나? 내가 보여? 하고 되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물 속에서 무릎을 꿇은 그는 자신의 이름을 이진기라 밝혔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태민은 조그만 머리를 굴려보다 아, 하고 손뼉을 쳤다. 아주아주 예전에 불로영생을 나누어 주며 입을 맞췄던 사람.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시기, 질투, 미움, 욕심 등의 악한 감정이 전혀 없던 하염없이 흰색에 가까웠던 사람. 그래서 제 가슴을 뒤흔들어 놓았던 사람.


"긴 세월 끝에 당신을 만나게 되었군요."
"태민이 했던 말을 기억합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세상을 심판하던 날, 노아라는 인간에게 방주를 띄우게 하셨노라고. 그리하여 그들 일족은 죽음을 면했노라고. 진기의 말에 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기는 떨려오는 몸을 진정시키며 파랗게 질린 입술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이후에 심판의 날이 있거들, 노아의 역할을 제게 내린다 하셨습니다."


태민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태민은 심각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그랬던가. 아마도 그때에는 진기의 찬란한 흰색에 홀려 그렇게 말을 했던 것 같다. 태민은 곤란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진기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간다. 내게는 권한이 없습니다. 이어진 태민의 말에 진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빗물에 가려 눈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일그러진 표정과 자꾸만 엇나가는 목소리에 그가 울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태민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가 나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있다. 이것은 내가 기다리던 색이 맞는가. 태민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세월이 당신조차 바꾸어 버렸나 봅니다."


어찌 삶에 욕심을 부리십니까. 태민이 차가운 목소리에 진기가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나는 나의 목숨에는 미련이 없습니다. 다만 저의 분신에게 부디 삶을 허락해주시옵소서. 태민은 진기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토록 처절한 표정을 내가 이전에 본 적이 있었던가. 태민은 잠시 과거의 시간을 만져보았다. 다시 꺼내기에 의미가 없어 묻어두었던 시간들이 또렷히 그의 눈 앞에 그려진다. 흰 의복이 참으로 잘 어울렸던, 단정하게 엮은 머리카락이 그토록 아름다웠던. 세상을 들썩일 만큼 아름다웠던 그야말로 경국지색의 소녀. 혹여 나라를 망칠까 그녀의 할아버지가 남자의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그토록 아름다운 얼굴을 꽃피우지도 못하고 시골에 틀어박혀 농사를 짓던 소녀는 태민의 손에 꽃 한송이를 쥐어 줬더란다. 이 꽃이 도령을 닮아 소녀 부끄럼을 무릅쓰고 가져왔나이다. 그렇게 말하던 진기에게 태민은 넋을 잃고야 말았다. 


당신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이진기라고 하옵니다.
어찌 이토록 아름다운 처자가 사내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름이야 어떠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할아버님의 뜻과 달리 제 뺴어남을 이름 석자가 가릴 수 없음이 애석할 따름입니다. 
하하,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요.


대화를 나누며 살펴 본 진기의 기억은 한없이 희고 고왔다.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자신의 일에 열심이며 풍족치 않은 생활에도 감사하고 단 한번도 누군가를 미워한 적이 없는 진기에게 태민은 깊히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당신의 두번째 일생은 끝이 없을 것 입니다.
무슨 의미인지요.
늙지 아니하고 죽지 아니하는 삶에서 당신은 영원한 베필까지 만나게 될 것이니, 지금의 죽음을 두려워 마십시오.


 빛이 번쩍했다. 태민의 손 끝에서 시작된 빛이 진기의 온 몸을 감쌌고, 부드럽고 따스한 요람과도 같은 빛 속에서 진기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며칠 뒤 진기가 살던 마을 어귀에서는 곡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그 외양이 비극을 이끌어 왔다며, 필시 진기의 고운 얼굴에 홀린 누군가에게 끌려가 해를 당한것이 분명하다고 그들은 믿었다. 태민은 그 소리를 들으며 어쩌면 그것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해를 입히지는 않았으나, 홀린 것은 매한가지라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품 속의 갓난 사내 아이는 잠에빠져 깨어날 줄을 몰랐다.

나는 하늘을 섬기는 사람입니다. 하늘이 세상을 심판하던 날, 노아라는 인간에게 방주를 띄우게 하셨고 그리하여 그들 일족은 죽음을 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심판의 날이 있거들, 노아의 역할을 당신께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이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축복이 될 것입니다. 태민의 말을 알아 들었는지 아닌지, 진기는 여전히 잠든 상태로 자세가 불편한지 꼼지락 꼼지락 뒤척이기만 했다. 하늘이 그대에게 있으라. 태민이 진기에게 입을 맞췄다. 스스로 자라는 아이야, 너는 있을 곳에 있으라. 천천히 바닥에 진기를 내려놓은 태민은 허공으로 부유하며 눈을 감았다. 파스락, 그의 형상이 공중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밤의 장막이 진기의 나라를 덮기 시작했다. 쏟아질 듯 빛나는 미리내가 진기의 머리 위에서 반짝했다.


"당신의 분신이라 함은 누구를 말하는지요."
"알 수 있지 않으십니까."


진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태민이 진기의 머릿속을 천천히 만지기 시작했다. 흘러들어오는 한 남자의 얼굴이 유독 뚜렷해 태민은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 당신은 영겁의 세월 끝에도 감정을 잃지 아니하였나 봅니다. 문득, 태민은 제 선물을 받았던 다른 인간이 어떤 말로를 맞이했는지 떠올려보았다. 사랑하는 모든 이가 나보다 먼저 죽어간다며 땅을 치고 울던 소녀, 변하지 않는 외모에 괴물이라 손가락질 당하여 결국 죽음을 내려달라 제게 빌었던 소년. 그리고 눈 앞의 진기.


"하늘을 품은 자는 결국 그 하늘을 다스리지 못해 파멸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당신의 그릇을 믿겠습니다. 태민이 손바닥을 허공에 대고 천천히 무언가의 형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빗물에 한참을 담겨있어 감각을 잃을 부은 양 다리가 따스해짐을 느끼며 진기는 숨을 들이켰다. 아주 느리게, 진기의 눈 앞에 작은 배의 형상을 한 것이 생겨난다. 진기는 침을 꼴깍 삼키고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찬란한 빛이 어둠을 좀먹으며 넓게 퍼진다. 허리까지 차오른 빗물이 넘실대며 진기에게서 달아나듯 멀어진다. 진기는 제 몸을 피해 차오르는 물을 바라보며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다 태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 은혜, 잊지 않겠나이다."
"네 분신이 살아있다면 구할 수 있을 것이고, 죽어있다면, 그래도 구할 수 있을것이다."


태민의 입에서 다른 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진기는 직감적으로 그 존재를 눈치채고 깊게 허리를 숙였다. 하늘이 베풀어준 기회에 눈물이 날 듯 했다.


"그러나 잊지 말아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애쓰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으리라. 울리는 목소리에 벅차오르는 가슴을 쥐고 진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를 주심에 감사합니다. 진기의 말에 태민의 입을 빌린 존재가 웃는다. 인간은 어찌 미련하면서도 아름답느냐. 이래서 내가 진정한 끝을 볼 수 없음이라. 그 말을 남기고 태민은 허공에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팔락이던 옷자락이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진기는 그곳을 응시했다. 이제 모든 것은 내게 달렸어. 진기는 배에 올라타 종현을 떠올렸다. 가자, 그가 있는 곳으로. 진기의 말에 뱃머리가 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친듯이 내리는 비는 더이상 진기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부디 이 비를 멎게 해달라고 빌고 싶었으나 욕심을 부리면 태민이 노할 것임을 알았기에 그러지 못했다. 물론 태민은 저가 하고 싶었던 말을 눈치 챘을것이다. 모두 들여다 보고 아무 말 없이 그 청을 거부한 것이리라. 진기는 입술을 깨물며 주변을 살폈다. 배가 저절로 움직이기는 했지만 그 방향이 진정 종현을 향한 것인지 확신을 할 수는 없었기에 불안했다. 이미 빗물은 왠만한 건물의 1층 높이까지 차올라있었다. 개미한마리 보이지 않고, 간간히 붉게 물든 곳이 보이는 걸 보아하니, 필시 그 아래에는 건물이나 간판에 깔려 죽은 인간의 시체가 있음이 분명했다. 손이 떨려왔다.


"종현아, 제발 살아주어라."


또 다시 물 속에서 너를 잃을수는 없다. 반드시 너를 떠나 보내야 한다 해도 물 아래로는 아니다. 숨을 쉬지 못하여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어가던 너를 기억한다. 퉁퉁 불어 물귀신이 따로 없는 몰골로 건져져 아무렇게나 버려진 네 몸도 기억한다. 너와 나를 가르는 것은 그때의 바닷물로 충분했다. 하늘의 뜻으로 끼얹는 빗물에는 안된다. 현아, 나는 하늘의 은혜를 입어 하늘에게 맞설 것이다. 우르르, 마치 뭔가를 아는 양 천둥 소리가 크게 울렸다. 저 멀리, 차가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사람의 형상이 진기의 눈에 들어왔다.









종현은 자신의 의지로 멈출 수 없는 떨림에 좌절했다. 딱딱 소리를 내며 제멋대로 움직이는 턱이 얼얼하다. 아니, 이제는 얼얼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온 몸이 얼어붙었다. 흉하게 불어터진 손가락으로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낸다. 무너진 건물의 위로 올라 서 계속 차오르는 빗물은 간신히 피하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내리는 빗줄기에 얻어맞은 온 몸은 푸르딩딩하게 멍이 든 것에 모자라 추위에 덜덜 떨리고 있었다. 사실, 아직까지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게 용했다. 종현은 진기가 살아있기를 바라던 마음이 어느새 작아져 있음에 자신을 탓했다. 그렇게나 사랑한다고 해놓고, 내 몸이 괴로우니 네 생각조차 쉽게 날아가는구나. 종현은 흐느끼며 무릎을 끌어안고 앉았다.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냥 이곳에 이렇게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 밖에는. 얼마나 한심하고 비통한 일이란 말인가. 여태까지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남들 놀던 시간에 죽어라 공부했는데.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기를쓰고 성적에 매달렸는데. 그 모든 시간이 너무나도 허무했다. 무엇보다도, 단 한번도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던 가족과 전해주지 못한 선물의 주인인 진기의 얼굴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

오늘, 저녁 약속 때, 형에게 예쁜 반지를 끼워주려고 했는데. 수트 안 주머니에 만져지는 반지케이스에 왈칵 눈물이 터졌다. 형은, 지금 쯤 아마… 끔찍한 생각에 종현이 고개를 휘휘 저어버렸다. 내가 살아있으니 형도 살아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했다가 종현은 다시 연달아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아니야. 이토록 고통스러워 하며 살아있을 바에는 차라리 죽어 하늘에 있어라. 그게 나을 것 같다. 

절망의 도가니 속에서 종현은 이제 자신이 있는 곳 까지 침범한 까마득한 물의 장막을 바라보았다. 네가 죽음을 데려왔구나. 천천히 다리를 뻗어 물 속에 담근다. 이미 완전히 젖어 감각을 잃은 발은 찬 물이 닿는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문득, 종현은 이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물 속에서 형의 얼굴을 봤던 적이 있던 것 같은데…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종현이, 끝내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숨이 막혀온다. 꼭 이전에 그랬던 것 처럼.

쏴아아, 쏟아지는 빗줄기가, 온 세상을 먹어치우고도 멈출 줄을 모른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종현이라고 합니다.
종현. 좋은 이름이구나. 네 걸음이 이쪽으로 너를 이끌었다면, 네가 있을 곳은 이곳이니라.
제가 갈 곳이 없음은 어찌 아셨습니까.
네 행색이 그러하지 않느냐.


종현은 찢겨진 옷을 여미며 얼굴을 붉혔다. 누가 보더라도 추레한 거지의 모습을 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나니 한없이 부끄럽기만 했다. 진기는 그런 종현을 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귀엽구나, 너. 진기의 말에 종현이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진기는 종현의 자그마한 등을 토닥였다. 


앞으로 너를 현이라고 부르겠다. 그리고, 말을 편히 해라.
예?
앞으로 계속 볼텐데 불편하지 않겠느냐.


아니면, 떠날테냐? 진기의 말에 종현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떠날테면 떠나도 좋다. 사실, 나는 네가 버텨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구나. 종현은 자존심이 상해 버틸 수 있다, 하고 소리쳤다. 진기는 꺄르르 웃으며 종현의 손을 이끌었다. 그렇다면 나와 가자꾸나. 너를 기다렸다. 놀림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잡힌 손이 따스해 기분이 좋아진다. 종현은 진기를 따라 걸음을 떼며 함께 웃었다. 구걸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는데, 곁에 이런 친구가 있어준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렸다.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 힘들지 않느냐?


어느새 꽤 자라 남자의 몸을 가진 종현은 진기보다 키는 조금 작았지만 그 덩치는 훨씬 컸다. 직접적으로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진기는 항상 종현의 강도높은 훈련이 끝나고 나면 걱정스런 얼굴로 달려오곤 했다. 종현은 괜찮다, 하고 시선을 돌렸다. 사춘기에 접어들고부터 진기가 저를 챙기는 것이 조금씩 이상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절대 싫은 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설레여서, 그래. 자꾸 설레여서 이상했다.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그들은 친구에게 그런 느낌을 받지 아니한다 하였다. 종현은 자신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이상해진건 아닐까 걱정했다. 그래서 진기가 자꾸만 제 눈 앞에 들어오면 그를 피하게 되곤 했다.


혹시 내가 잘못한게 있는거냐.
아니다.
그러하면 왜 내 기척만 들려도 달아나느냐.
달아나는게 아니다. 네 착각이다.


아니, 내 생각이 맞다. 화가 난게 아니라면 어찌 네 얼굴이 이토록 붉단 말이냐. 진기의 말에 화들짝 놀란 종현이 양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쥐었다. 뜨거운 감촉에 부끄러워 한숨이 절로났다. 


진기야. 내가 이상한 것 같다.
응, 너 이상하다.


무어라고 말을 하려던 종현의 입이 도로 다물어졌다. 뭐라고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너를 볼때 내 가슴이 자꾸만 간질거리고, 너의 등을 보면 갑자기 확 끌어안고 싶어 진다고, 그렇게 말하면 네가 뭐라고 대답할까. 필시 미쳤다고 말할것이 분명했다. 사내가 사내의 몸을 탐하려 하느냐고 손가락질 할 것이다. 종현은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제 손을 잡은 진기를 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황한 진기가 현아,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터질 것 같이 벌개진 얼굴을 가리는게 급선무였기에. 현아, 현아, 어딜 가느냐, 진기의 애타는 목소리에 가슴이 확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내가 열병을 앓나보다. 종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심호흡을 했다. 


현아!


갑작스레 돌려진 몸에 놀라기도 잠시, 진기의 얼굴이 확 다가왔다. 으아, 이상한 소리를 내며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종현에 진기가 쪼그리고 눈높이를 맞춘다. 왜 이러느냐, 종현이 당황해 소리치자 진기가 웃는다. 


현아, 나는 네가 좋다.
…뭐?


종현은 온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우스꽝스럽게 널부러진 제 위로 올라탄 진기때문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진기는 나 지금 혼란스러워요, 하고 얼굴에 써 놓은 듯한 종현을 보며 깔깔 웃었다. 그리고 동그란 종현의 코 끝에 짧게 입을 맞췄다. 종현이 헉, 하고 또 이상한 소리를 냈다. 진기는 바로 입술까지 건드려볼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랬다가는 종현이 정말 졸도해버릴 것 같아서. 정말이지 매일매일 저를 좋아한다고 온 몸으로 표현하는 주제에 말로는 끝까지 하지 못하는 꼴이 우스워 죽는 줄 알았다. 물론, 그 우스움이란 비웃음이 아닌 사랑스러움에 더 가까웠다.


나는 네가 참으로 좋은데 너는 아닌갑다.
어어?
봐라, 끝까지 답이 없으니. 아아, 사내 체면이 말이 아니로구나!
아아니, 아니, 아니다!


헤 벌어진 종현의 입술이 바짝 말랐다. 종현은 터질 것 같이 뛰는 가슴에 발발 떨며 진기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냅다 입술을 가져다 박았다. 쿵, 진기의 등이 바닥에 부딪히며 큰 소리가 났다. 아프다, 현아, 아파, 막힌 입으로 말하는 진기에게 종현은 보이지도 않을 끄덕임으로 답을 대신하며 다시 제대로 입을 맞췄다. 깊은 입맞춤은 아니었으나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진기야, 나는 너를 좋아한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좋아한다.
정말이냐.
응. 그래서 오래걸렸다. 이 마음을 표현 할 단어가 없어서.


나는, 나는 네가 나를 보고 웃어주는게 참으로 좋다. 그리고 그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줄 떄에도, 찢겨진 내 옷을 기워 줄 때에도, 아, 네 손이 닿았던 물건까지 좋다. 그래서 내가 이 옷을 벗지 못하나 보다. 너한테서 나는 향이 여기서도 난다. 그리고, 네, 네 입술이 예뻐 매일같이 떠올렸다. 종현이 끝없이 늘어놓은 말은 진기가 결국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알았으니까 그만 두어라! 하고 외칠때까지 계속되었다.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 다른 생물들을 위협하고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인간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들조차 서슴없이 훼손한다. 높게 자란 나무들은 그들의 손에 베어나갔고 그 위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던 새들은 갈 곳을 잃었다. 거기다가 그런 그들의 행동에 자연스레 숲도 사라지게 되었고 결국 짐승들도 있을 곳을 잃어야 했다. 신이 인간을 아껴 그와 같은 생김새로 창조했다고 한들, 다른 모든것을 부수도록 허락하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하늘은 끝없는 비를 쏟음으로써 그들을 심판하노라고, 전하십니다."


태민의 말에 그는 눈을 감았다. 끊이지 않는 비에 이미 예상을 한 바였으나 직접 말로 들으니 그 무게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자신은 끝없는 삶에서 애타게 죽음을 바랐으니 어쩌면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가야 할 다른 선량한 인간들이 불쌍했다.


"하늘의 뜻이 그러하다면 저도 곧 죽을 목숨. 어찌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하십니까."
"…시작은 그러했으나, 이 모든것의 끝은 몇몇의 살아남은 인간들이 맺으리라."


그리고 당신이 그 살아남은 인간들 중 하나입니다. 깜빡,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이미 빗물이 인간의 키보다 높게 쌓여 살아남은 자들이 없음에, 그는 하하 웃어버렸다. 이미 끝으로 치닫은 세상에 무슨 끝맺음이 필요할까. 세찬 빗소리가 들린다. 차가운 물길이 온 몸을 감싸고 있어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떠돌게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잘 뻗은 손으로 침침해진 눈을 비볐다. 혹시 이 모든게 꿈은 아닐까? 죽음을 구걸하던 자신에게 또 다른 짐을 지우는 태민이 참으로 얄궂었다.


"민호, 당신이 해야만 합니다."
"이미 모든것이 끝나지 않았습니까."
"아니요. 이것은 시작입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살아 남았으며, 그들은 방주에 올라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본디 탐욕스러운 인간들은 그 안에서 분명 피를 뿌리고 안을 어지럽힐 겁니다. 당신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한 한 명을 지키시면 됩니다. 

한 아이가 태어나기 전 하늘은 명했더랬다. 저 아이의 마음을 깨끗히 하라. 그리하면 인간이 구원을 얻으리라. 그 한마디가, 본디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모든 부정적인 마음을 지워내고 그 자리를 사랑으로 채웠다. 그리고 남을 동정하여 베풀 줄 알려면 슬픔과 고통은 알아야 할 것이라며 그것또한 새겨넣었다. 그리고 그 모든 하얀 것을 추한 껍데기로 감싸 안았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남을 헤치지 못하며 남을 위해 일생을 바칠 줄 알며 세상의 법칙에 얽메이지 않을 존재. 하늘은 그 아이를 진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그 아이가 태어날 집안의 할애비의 꿈에 새겼다. 네 손주를 진이라 부르라. 그리하면 세상은 구원받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이름은 진기라 지어졌다. 사탄의 방해로 추한 껍데기가 벗겨지고 한없이 아름다운 것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 미모가 필시 나라를 기울게 할 것이니 그 이름은 사내의 것으로 하라. 무당의 말에 홀랑 넘어간 집안은, 그 이름을 바꿈으로써 운명까지 바꾸어 버렸음을 알지 못했다. 인간의 속에 잠들어있는 사탄을 뿌리뽑을 아이였다. 하늘이 말했다. 그러나 사탄의 수에 넘어간 자들이 결국 아이의 이름을 바꾸어 그 운명또한 바꾸었으니 어찌하느냐. 이것이 마지막 기회였음을 어리석은 저들이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곧 물로써 심판하리라.


"그에게 영생의 기를 불어 넣은것은 나의 실수였습니다."


그의 아름다움에 취해 그러한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가 죽어야만 또 다른 구원자가 태어날 수 있음을 이제야 알았으니,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태민의 말에 민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죽어야만 한다, 그러나 그를 지켜라. 말의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는 인간의 손으로 죽을 수 없는 몸. 스스로 눈을 감을테니 당신은 지키기만 하소서."


민호는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으런 표정을 한 태민이 손을 내밀어 민호를 삼킨 물을 반으로 갈랐다. 민호는 제 몸에 온기가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세차게 내리는 빗물이, 민호를 피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민호를 보호하고 있는 양 빗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태민은 민호를 향해 웃어보였다. 당신은 그 곳에서 또 다른 것을 찾게 되리라. 예언같은 말이 민호의 머리를 울렸다. 




 








* * *


잡탕이네요.
고전물도 쓰고 싶었고 심판의 날 컨셉도 쓰고 싶었고 판타지도 쓰고 싶었어요.
어쩌다보니 짬뽕이 되었는데 저 이거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겠죵?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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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고전도좋고 판타지도좋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엉 진짜좋아여유ㅠㅠ
10년 전
독자2
헐... 헐... 이 명작은 또 무엇인가요.. 신알신하고 갑니다!
10년 전
독자3
리즌이에요!독방에서본거네요!ㅠㅠㅠ으앙 진기시ㅠㅠㅠㅠㅠㅠㅠ현유는 참 서로가서로를 위하는ㅠㅠ종현이가살아있으면좋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4
우와 느낌있네요!! 모두 죽지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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