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아이도루 마크리가 아니라 대학생 이민형이었다면 - 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래 학교 근처의 역에서 지하철을 타지만 그 날은 유독 연착이 심했고 또 날씨가 좋았던 거야. 그래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이 많이 모여있는 인근 대학교의 역까지 가게 되었어. 지하철을 타려다 내리던 어떤 남자와 부딪히게 됐어. 죄송하다고 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려는데 옷이 당겨지는 기분이 들어 보니까 잔뜩 당황한 표정의 그 남자가 자기 가슴께를 내려다 보고 있어. “오우, 가디건이 지퍼에 엉켰나봐요.”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인지 입고 있던 가디건의 실오라기 조금이 남자의 후드집업 지퍼에 엉켜버렸어. 일단 남자와 함께 역 의자에 앉게되었어.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오우- 하는 감탄사와 함께 지퍼에 끼인 가디건의 실을 풀어보려고도 하고, 자신의 후드집업 지퍼를 내려보려고도 하지만 생각만큼 잘 풀리지가 않아. 하필 여름 가디건인 탓에 실이 얇아서 더 그런 것 같아. 생각보다 지체되는 시간에 알바때문에 조급해진 나는 그냥 엉킨 부분을 잘라버리자고 얘기해. 물론 산 지 얼마 안 된 가디건이라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알바 늦어서 꾸중을 들을 바엔 나을 것 같아. “그러면 옷 망가질텐데...” “어쩔 수 없죠. 그냥 손으로 뜯을게요.” “아, 잠시만요!” 엉킨 실을 거칠게 잡아채려는데 남자가 다급하게 외치더니 자기 지퍼를 한 번 더 내려보려고 해. 하지만 실에 엉킨 탓에 여전히 지퍼도 열리지 않아. 남자는 자기가 메고 있던 백팩에서 체크 셔츠를 꺼내더니 나에게 건네. “어, 일단 이거 입고 가시면 나중에 옷 돌려드릴게요.” 이를 어쩌나 고민하던 내가 머뭇거리자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아. 그래도 옷이 망가지면 속상하지 않겠냐는 둥, 자기가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며. 일단 늦은 나는 알았다며 체크 셔츠를 건네 받고 그는 자기가 꼭 고쳐 놓겠다며 씩씩하게 말해. 다음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는 걸 확인하며 나는 그에게 내 핸드폰을 내밀었어.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여. “옷 다시 돌려주시려면 번호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아~” 내 설명에 그는 입까지 벌리며 아-하고 반응하더니 공손하게 폰을 건네받아서 자기 번호를 찍은 뒤에 내게 받을 때처럼 공손하게 폰을 돌려줘. 지하철의 에어컨 바람에 오슬오슬 닭살이 돋은 나는 하는 수 없이 남자에게 건네 받았던 체크 셔츠를 꺼냈어. 향기로운 섬유유연제 향이라던가 쿨워터의 향수는 아니었지만, 안경을 쓰고 후드집업을 입고 있던 제법 털털했던 그 남자에게서 날 법한 향이 나. 공대생인가. 혼자 생각하며 그의 셔츠에 팔을 꿰어 넣어. - 그 날 알바가 끝나고 핸드폰에 밀렸있던 연락들을 확인하는데 처음 보는 프로필에게서 카톡이 와 있어. [안녕하세요!] [아까 지하철에서.. 그 사람인데요] [옷 해결 했습니다!!] 연락이 꽤 방금 전의 온 터라 엉킨 거 푸느라 고생 좀 했나보다 싶은 생각이 들어. 그래도 도와주셨고 셔츠도 빌려주셨으니 커피라도 사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답장을 보내. [안녕하세요~] [잘 됐네요! 너무 감사합니다] [만나서 돌려주시는 거 괜찮으세요? 커피라도 대접할게요~] 핸드폰을 보고 있던 건지 금새 사라지는 1에 조금 놀랐어. 남자는 좋다며 대신 커피는 자기가 사게 해달래. 일단 내일 시간 괜찮냐는 내 말에 남자도 괜찮대. [혹시 A대 다니세요?? 그럼 A대 정문이나 후문에서 만날까요??] 남자의 말에 근처 학교에 다닌다고 대답하니 남자는 너무 미안해하며 자기가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해. 고민하던 나는 그 주변 많이 가봐서 익숙하다고, 내가 남자의 학교로 가겠다고 말했어. 그러자 남자는 좋다고 했어. [그럼 내일 만나요:)] 만약에 대학교 국제학부에 재학중인 이민형과 평범한 대학생 내가 만나게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