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느낌.
그 찝찝한 느낌이 내 사타구니 사이에서 느껴지고 있다.
발걸음을 하나하나 뗄 때마다 그 느낌이 확실해져 짜증이 밀려온다.
몸을 씻고 싶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나를 덮쳐오던 녀석은 그말을 뱉고는 하던 걸 마저하라며 냉큼 일어나 나갔다.
도대체 알 수가 없는 녀석.
결국 원하던 건 내 처녀가 아니었나?
생각은 내 사타구니의 찝찝함에 가려져 접어들어간다.
야자까지 할 여력이 없어서, 선생님께 몸이 안 좋다며 둘러댔다.
확 다른 데가 안 좋은 거라고 말해버리려다, 그녀석 핸드폰에 저장된 것이 떠올라 어금니를 꽉 물었다.
선생님의 동의를 얻고 난 후,
석식시간이라 그자식이 없는 틈을 타서, 재빨리 가방을 챙겨 교실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들어오니 엄마가 왜 이렇게 일찍 왔냐고 물어보신다.
나는 선생님께 말씀드렸듯, 몸이 안 좋다며 말하곤 황급히 가방을 내려놓고 씻으러 들어간다.
샤워기를 틀고 조심스럽게 사타구니를 더듬어보니
땀으로 젖은 것이 아닌, 다른 이물감이 느껴진다.
내 몸에서 흘러나온 것 같지만 조금 꺼림칙하다.
그XX의 손길에 내가 느껴버리고 만 건가 싶어서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내일 아침부터 또 그 면상을 마주하고 싶진 않다.
...
나는 결국 내 가장 큰 약점을 보완하기로 한다.
'7시......'
학교에 도착한 시간이 7시다.
내 역사적인 기록이다.
어쩐지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반으로 들어서니, 역시 아무도 오지 않았다.
기분좋게 내 자리에 앉아서 엎드려본다.
책상의 차가움이 정말 좋다.
......
"...야...!"
"..!!..
아, 깜짝이야..."
"너 언제왔어?"
"...좀 아까 왔어."
"웬일이야? 네가 학교를 일찍 나오고."
"...그러게 말이다."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니, 친구가 물음표를 띄운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손사래로 괜찮다는 의사를 표한다.
중간에 들어온 녀석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로 끝난 아침조회.
선생님이 나가시자 마자, 나는 고갤 들지 않으려 책상에 바짝 엎드린다.
"야, 체육부장.
오늘 나가서 수업하냐?"
"잠깐만. 물어보고 올게."
"...~!#*&%^...."
반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웅성웅성 내 귀에 울린다.
하지만 그보다 왠지 나를 쳐다보고 있을 것만 같은 녀석이 더 신경이 쓰인다.
반으로 다다다다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큰 목소리 들려온다.
"야, 오늘 나간대."
"아 ~ 나!"
땡볕 야외수업에 제대로 짜증이 난 반응들.
난 오히려 반갑다.
수업 시간에 그녀석하고 눈 마주칠 일도 없을 것 같으니까.
"......"
그냥 반에서 옷을 갈아입으려다,
눈을 마주치진 않았지만 왠지 쳐다보고 있을 것만 같아서 화장실로 내뺀다.
"휴우...."
내가 내 학교 생활하는데, 남 눈치까지 봐야하는 건지...
하고 꾸물거리다가 수업종이 울려서 서둘러 옷을 입는다.
후다닥 화장실에서 나와, 1층으로 쿵쾅쿵쾅 내려오다가 갑자기 내 팔목이 붙잡힌다.
"...!.."
"......"
그녀석이다.
말없이 나를 남자화장실로 끌고 들어가서 한 칸에 날 집어넣는다.
"지각이 아니라 일찍 나오시겠다?"
"......."
"이상한 잔머리 굴리지 말고 너대로 굴어."
"...뭐가 이상한 잔머리... 읍...."
그때, 화장실로 누군가 들어온 모양이다.
녀석이 황급히 내 입을 막고 눈치를 살핀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쳐서는 눈알을 위 아래로 굴리더니, 변기위에 살포시 내려와있는 내 치마를 들춘다.
"(작게) ...뭐, 뭐하는 거야..!"
"쉿."
그리고는 그곳을 손가락으로 간질인다.
내가 움찔거리며 입술을 깨무는 것이 즐거운지, 녀석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곧 조용해지고 나니, 녀석이 장난질을 멈춘다.
"재수없는 XX."
"......"
녀석은 아무런 말없이 문을 열어 주위를 살피더니 나를 잡아 끌어낸다.
나는 눈치를 보다, 화장실에서 빠져나오자 마자 녀석의 손목을 뿌리친다.
"혼자도 걸어간다."
"(웃으며) 나도 알아."
내가 재수없다는 듯 눈을 돌리며 앞서 걷자 뒤에서 비아냥 거리는 듯한 소리로 말한다.
"그치만 나도 너도 선생님한테 핑곗거리가 필요하잖아."
"허, 됐네요.
차라리 몽둥이를 맞지."
"......."
씩씩대며 걷고 있는데 또 내 팔목이 붙들린다.
나는 터벅터벅 끌려가며 말없이 그녀석의 뒷모습만 노려보고 있다.
선생님께서 우리 둘을 보시며 허리에 손을 올리신다.
"너네 여태까지 뭐하고 있었어?!"
"...죄송합니다.
친구가 아픈 것 같아서 데려왔는데 이미 늦어서... 아무래도 양호실에 가야할 것 같습니다."
"...아파? 어디가?"
"......"
내 팔목을 아프게 조여오는 녀석은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다, 선생님께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한다.
"머리가.... 아파서..."
"머리?"
"..네....."
"...다음부턴 나한테 미리 말해."
"...알겠습니다."
"빨리 데려다주고 와."
"네."
"...!.. 저 괜찮은...!!"
'저 괜찮아요!'
라고 말하려던 내 말문을 틀어막은 녀석은 나를 휙 잡아끌고 다시 교내로 향한다.
하지만 들어선 곳은 또 화장실이었다.
"...참을 수가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