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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네 오빠 거잖아." 

 

 

은색 팔찌가 꼭 맞았다. 처음엔 증오를 품고 복수를 하려 접근했던 김여린은 끝내 동스청에게 족쇄를 채웠다. 은색 팔찌는 족쇄 같았다.  

 

그래서 이게 대가인가요. 아저씨. 

 

죽은 아이의 유품을 생존자인 내게 주고 떠났다. 슬피 울지도, 분노에 차지도 않은 모습으로, 그렇게. 

사실 그는 죽지 않았다. 생명줄을 겨우 연결해 심장은 뛰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이미 그런 식으로 남아버렸다. 

 

나뭇가지를 잡았다. 틈으로 긴 팔이 보였다. 그리고 기억을 잃었다. 이게 끝이었다. 

 

 

동스청은 또 한 번 악몽에서 깨어났다. 

 

 

 

 

 

 

 

[김정우] 첫사랑은 시무룩 9 | 인스티즈

 

첫사랑은 시무룩 

김정우 

동스청 이동혁 

 

 

 

 

 

 

학교에서 견학을 간다고 공지했다. 1학년은 대학교, 3학년은 학교에서 자습, 2학년은 자유 견학이었다. 

 

"어디 갈지 적어오고, 반장." 

 

차렷, 경례. 하자마자 휴대폰을 가지러 앞으로 나가는 애들이었다. 분주한 사이로 들려오는 말들은 견학 얘기였다. 삭막하고 노잼인 학교에만 있다가 사복 입고 나간다는 소리에 들뜬 것이다. 

 

"응 다녀오면 기말." 

 

그런 분위기를 초 치는 아이도 종종 있었다. 

 

 

결론은 영화관을 가기로 했다. 버스가 몇 대 없었기에 한자리도 남김없이 학생들을 앉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 반과 옆 반이 같은 버스를 타게 됐다. 김정우는 멍하니 옆자리가 빈 김여린을 쳐다보더니 다시 나를 봤다. 

 

"우리 저기 앉을까?" 

 

당연히 양해를 구하려 말을 건넨 줄 알았는데 그저 김여린 근처 자리를 가리키는 김정우였다. 

 

"그냥 쟤랑 같이 앉아." 

 

"나도 의리란 게 있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는 김정우를 바라보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곁눈질하며 말했다. 

 

됐어. 나 동스청이랑 앉으면 돼. 

 

그 말을 들은 김정우는 나와 동스청을 번갈아 보더니 조용히 김여린 옆자리로 가 앉았다. 왜 안 좋아해? 기대하려는 마음속을 애써 진정시켰다. 

 

 

솔직히 거절할 줄 알았는데 딱히 별다른 대꾸 없이 내 옆에 앉는 동스청이었다. 원래는 이런 날마다 연습 가지 않았나?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동스청은 멍하니 창밖을 보더니 눈을 감았다. 

 

버스가 출발하고 기진맥진해 맨 뒷자리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걸 들으며 나도 잠들려 했다. 그때 옆에서 갑자기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물음표 띠고 눈을 뜨자 동스청이 팔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당황한 내가 괜찮냐 물어보자 고개만 흔드는 동스청이었다. 여전히 눈은 뜨지 못했다. 

 

당황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동스청의 손 위로 내 손을 포개었다. 어설프게 토닥이자 점차 멎어드는 떨림이었다. 그래도 눈은 뜨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인 동스청은 내게 기대었다. 굳어버린 내가 토닥임을 멈추자 내 손을 꽉 잡는 큰 손이었다. 

 

"미안.. 도착하면 말해주라." 

 

​ 

나중에 버스에서 내려 영화관에 들어가는데 김여린이 내게 와 말했다. 

 

"돌아갈 때 나랑 바꿔 앉자."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사라진 동스청을 발견하지 못하고 끄덕였다. 

 

 

그렇게 돌아갈 때는 김정우와 함께였다. 분명히 좋아야 하는 건데, 동스청의 처음 보는 모습이 기억에 머물렀다. 이상하게 신경 쓰여 앞을 보려 했지만 당연하게도 좌석에 막혀 보이지 않았다. 옆에서 김정우가 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보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신경을 쏟았다. 내가 김정우에게 이렇게 둔해진 건 처음이었다. 마음이 심란했다. 

 

​ 

 

 

​ 

 

고장 난 휴대폰처럼 멍하니 누워 있는데 충전이 안된다. 보면 안 될 걸 본 기분이었다. 발에 걸리는 물체에 고개를 숙였다. 반사되어 빛을 뽐내는 얇은 팔찌였다. 주머니에 넣어 분실소에 가져다 놓으려다 괜스레 찔려 고민하던 찰나였다. 

 

"내 거야." 

 

뒤에서 동스청이 튀어나와 성큼성큼 걸어왔다. 살짝 굳은 표정 뒤로 허탈감을 읽을 수 있었다. 말없이 팔찌를 건네자 그대로 교실로 들어가 버리는 동스청이었다. 

 

 

"다음부턴 발견해도 못 본 척 해주라." 

 

 

잠시였지만 팔찌에 적힌 이니셜을 읽을 수 있었다. 'lsy' 동스청과 정반대의 이니셜이었다. 나는 친해져서야 알았지만, 하여튼 알다시피 동스청은 유명했다. 별명까지 지어줄 정도로 팬층도 꽤 있었다. 하지만 저런 별명은 존재하지 않았다. 저번에 대화하던 걸 목격했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이시영. 동스청. 이 둘 사이에 뭔가 있었다. 내가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사실을 의도치 않게 알아버렸다. 

 

 

'.. 오빠.. 있어요.' 

 

-중등부 양궁 선수가 타고 있던 차량이,...- 

 

 

어렴풋이 읽었던 기사의 주인공이 바로 옆에 있을 줄 바로 알아채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 

 

 

 

 

 

 

정우는 기분이 언짢았다. 굳이 따지자면 기분이 좋지는 않았으니 언짢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었다. 견학 이후로 은근히 동스청 안부를 묻는 시준희는 조심스러웠다. 이런 모습 구성혁과 제가 싸웠을 때 이후로 초면이었다. 부쩍 찾는 횟수가 늘어났다. 우정까지 빼앗긴 거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동스청에게 질투하고 이런 건 절대로 아닌데. 진짜 아닌데. 

 

 

"양궁 대회도 얼마 안 남았나?" 

 

"아니, 스청이 지금 쉬고 있을 텐데." 

 

'동스청' 이라고 언급 한 적은 없지만 스스로 주어를 언급하며 말했다. 언제부터 스포츠에 그렇게 관심 있었냐 장난 식으로 중얼거리자 시준희는 별말 안 했다. 그게 못내 불만족스러웠다. 

 

 

"나한테도 관심 좀 가져~." 

 

시준희가 본인도 모르게 붉어진 얼굴로 쳐다보는데도 불구하고 정우는 질척댔다. 예전부터 시준희는 이런 김정우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무시하면 금방 시들어 드립 배틀하러 떠나고는 했다. 다만, 이번엔 조금 더 끈질겼다. 그러다 툭 내뱉은 깊숙한 속마음이 시준희 귀를 간지렸다. 

 

"나 오늘 힘들었다구." 

 

"왜?" 

 

오히려 당황한 건 정우였다. 대답하지 않을 줄 알았던 시준희가 고개를 돌려 곧바로 반응하자 더듬으며 얼버무리는 김정우였다. 아니, 그냥, 뭐.. 

 

".. 나중에 말해줄게." 

 

 

김정우는 몰랐을 것이다. 그 한 마디가 시준희에게 전해지는 강도가 얼마나 큰지. 

예전부터 본인 얘기만은 교묘하게 피하는 김정우였다. 그걸 가까이서 지켜본 건 시준희였고. 

 

 

 

 

 

 

가끔 안부 연락만 하던 사람이 불쑥 찾아왔다. 그게 꺼려져 자취를 택한 건데.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아 있는 사람에 당황한 정우는 가방을 내려놨다. 

 

 

"왜 말없이 찾아와?" 

 

다소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질문에 그 사람은 일어나 자신에게로 다가왔다. 

 

"정우야.." 

 

그러더니 뚝 뚝 눈물만 흘리던 여자는 정우의 팔을 부여잡아 흐느꼈다. 

 

"이제 집에 들어오자." 

 

미동 없던 정우의 팔이 살짝 떨렸다. 여자의 힘 때문이었다. 뿌리치지도, 붙잡지도 못한 채 멍하니 서 있던 정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내가 누구 때문에 나간 건데. 엄마 잊었어?" 

 

정우의 사소한 습관이었다. 감정이 터지려 할 때마다 헛웃음을 터트리는 것. 

 

"당장 나가. 여기서." 

 

그러면서도 알게 모르게 죄책감이 자리를 잡았다. 우는 저의 모를 보고 이렇게만 말해야 하는 게 싫었다. 그럴 때마다 정우는 중학생 때의 상황을 떠올리려 했다. 저만 모르던 사실, 그리고 충격으로 인해 굳어지던 장면. 다시 떠오르고 싶지 않던 그날이 몇 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와 정우를 괴롭혔다. 

 

 

"네 아빠랑 이혼하기로 했어... 이혼 안 하면 증거 자료로 이용한다잖니... 흐..." 

 

결국엔 또 그 남자 얘기였다. 우는 이유가 저를 위해서도, 가정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용이라니. 진작에 했어야 했다.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다. 몇 년 전에 이미 마음 다 잡았으니까. 

 

 

"더 이상 나 실망시키지 마." 

 

"... 김정우, 그러고 보니 너 엄마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마음잡으려 혼자 고생해왔던 기간을 생각해 더 독하게 나오는 정우였다. 울음을 그치고 저를 올려다보는 눈빛이 순간 소름이 돋았다. 문을 열어 나가라고 등을 떠밀자 속절없이 현관 밖으로 내보내진 여자였다. 

 

 

"그래, 엄마. 나도 엄마 아들이야." 

 

문을 쾅쾅 두드리지도 않았고, 정우의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다. 그것마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어 심장이 쿵쿵댔다. 

조용해진 공간에 정우는 얼굴을 가렸다. 울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 화면이 밝게 울렸다. 정우는 이런 상황에서도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울다 웃으면 뿔나는데.. 

 

 

'시준희' 

 

"어디야?"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누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편의점에 후드티 뒤집어쓰고 있는 시준희는 라면을 호호 불었다. 김정우도 마찬가지로 허겁지겁 라면을 해치웠다. 야 좀 천천히 먹어. 페이스 딸리잖아. 알겠다고 고개 끄덕였지만 이미 손에는 데워진 핫바가 들려 있었다. 

 

 

"근데 이 시간에 나와도 돼? 너네 부모님한테 전화 오는 거 아냐?" 

 

"몰라.." 

 

그대로 라면 국물을 후루룩 마신 시준희는 옆에 있는 반쯤 남아있던 알로에를 원 샷 했다. 대충 두 살 터울 동생 때문이겠지 하고 예상하고 마는 김정우였다. 

 

배도 채웠겠다. 가까운 벤치로 가 자리 잡았다. 

 

 

"근데 너 동스청이랑 어떻게 친해졌어?" 

 

뜬금없이 진지한 낯을 하고 물어오는 김정우였다. 시준희는 마주 앉아 아이스크림을 뜯다가 김정우에게 건넸다. 

 

"궁금해?" 

 

"어." 

 

"그럼 나도 물어볼래." 

 

맥락에 맞지 않는 말을 해대는 시준희에 김정우의 고개가 갸웃했다. 내 물음에 먼저 대답해. 다소 뻔뻔한 말투였다. 그래도 김정우는 알겠다고 끄덕였다. 

 

 

"나 아까 너네 어머니 봤어." 

 

"...." 

 

"어떤.. 아저씨랑.." 

 

순식간에 굳어진 김정우의 표정을 발견하고 말끝을 흐리는 시준희였다. 역시 괜히 말했다 싶었지만 김정우가 괘씸해서 취소하지는 않았다. 김정우는 시준희의 모든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시준희는 '구성혁과 사이가 안 좋다.' 라는 사실 밖에 알지 못했다. 물론 10년 친구라 해서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그건 시준희도 안다. 이때까지 선을 가장 잘 지켜오던 것도 시준희였으니까. 그래도 김정우가 먼저 마음을 열어주길 바랐다. 

 

 

"불편하면 대답 안 해도 돼." 

 

 

 

 

 

 

결국 그날은 흐지부지 끝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찜찜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나는 불 꺼진 집을 빙 둘러보다 몰래 방으로 들어왔다. 그래, 내가 상담사도 아니고. 고작 친구인데 주제넘었다. 베개를 얼굴로 당겨 자책하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학교에서 마주친 김정우는 어색한 미소로 인사를 했다. 그게 너무 어색해서 이시영이 우리를 이상하게 볼 정도였다. 싸웠냐?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데 학교를 나온 동스청이 내 쪽으로 오는 게 보였다. 견학 날 이후로 처음 마주치는 거였다. 

 

 

"안녕." 

 

"어..? 어.. 안녕."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하는 동스청에게 마주 인사했다. 아 망했다. 말 더듬었다. 엄청 티 났겠지. 얼굴을 찌푸리는데 그걸 또 발견한 이시영이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뭐야~? 둘이 뭐야~?" 

 

이미 동스청은 지나갔지만 놀림은 그치지 않았다. 주먹을 쥐어 보여야 겨우 조용해진 이시영이었다. ? 교실로 들어간 줄 알았던 김정우와 눈이 마주쳤다. 계속 눈을 피하지 않자 내가 먼저 다가가려 했다. 김정우는 그러던 찰나 교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학교 끝나고 시간 있어?" 

 

또 동스청이 찾아왔다. 그전에도 가끔 찾아오기는 했는데 이런 약속은 처음이었다. 할 말이 있다며 나중에 같이 하교하자는 제안에 수락하자 이시영이 그런 우리를 쳐다봤다. 

 

"야..! 진짜 뭐야..?" 

 

동스청이 나갈 때까지 눈치 보다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이번엔 장난기 없는 물음이었다. 큰일 났다. 얘 또 진지해졌다. 

 

​ 

 

 

 

 

핸드폰을 챙겨 나가려고 하는데 동스청이 없었다. 옆반으로 찾아갔으나 이미 종례하고 남아있는 학생들은 소수였다. 뭐야, 나 속았나? 핸드폰을 들었지만 연락처가 없으니 방법도 없었다. 그래도 약속인데 교실로 돌아가 기다리려고 발걸음을 돌렸다. 

 

 

"시준희." 

 

낯익은 목소리가 발을 멈추게 했다. 김정우가 날 보고 서 있었다. 

 

 

"뭐. 할 말 있어?" 

 

대답을 안 하는 김정우에게 슬슬 답답해지려 할 때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동스청 번호 있지. 나 좀 알려주라." 

 

김정우는 동스청이랑 친하니까 통해서 연락하면 될 거다. 솔직히 평소라면 그냥 혼자 가겠는데 저번 일 이후로 그게 쉽사리 되지 않았다. 그런데 김정우의 답은 뜻밖이었다. 

 

 

"없어." 

 

어처구니가 없어 표정을 구겼다. 거짓말하지 말고. 

 

"진짜 없어. 걔 폰 번호 바꿨는데 못 받았어." 

 

"진짜?" 

 

"어." 

 

 

진실성 가득한 말투였다. 조금 의심스러워도 김정우 얼굴을 보면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없이 혼자 하교하려고 알겠다 하고 뒤를 돌았을 때였다. 어디 가. 내가 불렀잖아. 

 

불러놓고 말이 없길래 그대로 끝인 줄 알았는데. 왜 불렀는지 말 안 했잖아. 따지니까 망설이다가 말했다. 

 

 

"같이.. 하교, 하자고." 

 

"..? 뭐야 ㅋㅋ 그 말이 그렇게 어렵디? 바로 말하지." 

 

"네가 동스청이랑 간다고 해서." 

 

그건 맞는 말이라 조용히 했다. 옆으로 다가온 김정우와 나란히 걸었다. 교문을 빠져나가려는데 시야에 동스청이 보였다. 저기서 기다리고 있었구나 싶어서 부르려는데 김정우가 내 옷소매를 붙잡았다. 

 

 

"가지마." 

 

황당한 나는 얘가 오늘 왜 이럴까 싶어 손을 떼어냈다. 

 

"뭘 가지 마. 동스청 저기 있는데." 

 

"...." 

 

속절없이 떨어진 팔에 살짝 흔들렸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팔을 들어 동스청을 부르려 했을 때였다. 

 

 

"나 힘들어." 

 

그리고 그 순간 뚝- 티 안 내려 잘 참아오던 무언가가 끊어진 느낌이었다. 

 

 

"야. 김정우. 너 뭐 하자는 거야?" 

 

 

본인이 말해놓고 눈을 크게 뜬 김정우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어제 일은 모른 척하더니 동정심을 건드리려는 김정우의 태도가 살짝 실망스러웠다. 

김정우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바로 마음을 가다듬지 못한다. 심지어 뜬금없는 내 말에 빠르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나의 태도로 의도치 않은 상처가 덧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김정우의 태도는 비뚤어졌다. 다른 사람은 유난이라 할지 몰라.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 

 

 

 

"난 네가 이해가 안 가.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모르겠어." 

나 왜 이러지? 

 

혼란스러운 김정우의 모습이 낯설었다. 고개를 푹 숙인 그 모습을 조용히 보다가 떨리는 입술을 오므렸다. 타인이 보기에는 덤덤해 보였다. 감정의 요동을 잡아내지 못했다.  

내가, 

 

"내가 신경 쓰여?" 

 

".. 당연하지." 

 

친구잖아. 뒷말은 삼킨 채 시선을 피하는 정우였다. 

 

 

"그럼 너도 확실히 해." 

 

시준희는 주먹을 한 번 쥐었다 폈다. 속내가 울렁 거리며 하지 못한 말이 선을 넘으려 자꾸만 튀어나오려 했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손을 더 꽉 쥐었다. 

 

 

나 때문이야 

아니면 

 

"김여린 때문이야?" 

 

 

너도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용기를 냈는지. 내가 무얼 포기하고 무얼 내려놓고 무얼 위해 입을 열었는지. 이기적이지만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대답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상관없다.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긴다면, 그걸로도 만족하니까. 

 

기분 더러운 올가미가 내 이성을 옭아맸다. 여러 일이 겹쳐져 지쳤다. 점점 한계가 왔다. 양쪽에서 애매하게 구는 것도 지쳤고, 혼자 있고 싶었다.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나는 여러 방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다 버릴 자신 있었다. 

 

제발 나 좀 붙잡아주라. 정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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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40.98
첫사랑은 시무룩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징짜
3년 전
비회원4.35
으악 작가님 기다렸어요!! 감정선이 진짜 너무 아슬아슬해서 자꾸 과몰입하게 된다고요...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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