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고 집을 나섬. 정문으로 걸어 나가려는데 가방에 넣어뒀던 휴대폰이 울림
"여보세요"
-어디가요
"?출근이요"
-잘 어울리네, 시계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 팔목을 만지작 거리며 휙 하고 뒤를 돌았는데 차장님이 차에 기대 서계심. 큰 발표가 있는 날이라 평소보다 훨씬 일찍 나왔는데 혼자 뭐하고 기다리셨나 모름. 일단 총총총 차장님 차로 걸어감
"어"
"어?"
"어쩐일이세요"
"혼자 가기 심심해서"
"그래도 정반대인데"
"뭐, 그럼 그냥 나 혼자 가고"
내가 황급히 아니.... 그게.... 하니까 피식 웃으시며 차에 타심. 나도 옆자리에 따라 탐.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보는데 갑자기 차장님이 조수석으로 넘어오셔서 벨트를 해주심. 갑자기 훅, 하고 뭔가 지나간듯한 느낌에 놀란 토끼눈을 하고 쳐다보니
"세 번 말했는데 대답이 없길래 난 또 해달라는 건줄 알고"
차장님 목소리도 못들을 정도로 정신이 팔려있었나. 아직 하루는 완전히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원래도 없던 넋이 두배로 나감.
17층에 도착해서 사무실에 들어가니 박대리님도 일찍 와계셨음
"어 같이 오시네요~"
"아 밑에서 만나서 같이 올라왔어요"
같이 차타고 왔다고 하기가 좀 그래서 대충 만났다고 어물쩡 거렸는데 차장님이 내 기억으론 내가 태워 온 것 같은데, 하시고 지나가심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커피나 좀 사올까 하고 커피숍에 가서 차장님 드릴 것 한잔, 대리님 한잔 내 거 한잔 시키고 있었는데 누가 등 뒤에서 워! 하고 놀래켰
지만 나는 하나도 놀라지 않고 종업원만 흐엨켘하며 놀람. 뒤를 돌아보니 이과장님이 계셨음. 한 번 또 찡긋 웃으시더니 같은 거 한 잔 더, 계산은 이걸로. 하심
"안 사주셔도 되는데"
"오늘 잘하라고"
"제가 뭘 한다고요..~"
"애인 응원해야지"
기다렸다 커피를 받아들고 과장님과 함께 사무실로 돌아와, 아침부터 분주하신 차장님과 대리님께 커피를 건넴
-
시간이 되었고 풍기는 포스부터 남다른 높은 분들로 자리가 채워졌음. 나는 손을 벌벌 떨며 회의실 불을 껐음. 차장님이 마이크를 들고 PT를 시작하심. 나는 아직까지 프로젝트에서 엄청 큰 역할을 맡는 위치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큰 자리는 처음이라 떨레지 않을 수 없었음. 이과장님께 커피까지 얻어먹었으니 차장님 말씀하시는 내내 경청하며 마음속으로 화이팅 화이팅 백번 외침. 차장님은 깔끔하고 담백하게 발표를 마치셨고, 임원분들 반응도 좋았음. 내 생각에도 오늘은 좀 특히 멋졌음. 내 애인이라서가 아니고 정말로
어쨋든 우리 팀 일의 마지막 단계는 기승전 회식이기 때문에 그날도 어김없이 퇴근 후에 근처 식당으로 향함. 이렇게 좋은 날에 왠일인지 차장님은 일찍 잔을 내려놓으심. 원래 정말 좋은 날이거나 우울함이 극에 달했을 때는 절제를 하는 것이 차장님 나름의 원칙이라고 함. 나랑 대리님들은 원칙? 없이 그냥 마시고 마심. 한두번 있는 술자리도 아니고, 이제 정말 편해져서인지 나도 살짝 몽롱해질 때까지 마심.
"일어나자"
차장님은 먼저 계산을 하고 나가셨고, 차장님 말 한마디에 대리님들도 자동 기상 하심. 앉아서 살짝 졸던 나는 자리에 혼자 계속 앉아있었음. 조금 있다 차장님이 다시 가게로 들어와서 나를 데리고 나가심. 차장님 손에 팔 붙들려 가게를 나옴
"시계 만지지 마세요"
"별로 안 마신 것 같았는데"
"내 소중한 시계인데.."
"취했네"
거하게 취한 날 아니면 딱히 말투나 발음에 변화가 없이 조용히 취함. 오늘도 그랬음. 차장님은 술 깨라며 공원으로 데리고 가심. 계절도 계절이고 밤이니까 제법 쌀쌀했음
"춥다.."
"..."
"안을까요"
"..."
"추운데..좀 붙으면"
"끼 부리지마요"
"아니 정말 추워서.."
취하면 실언을 하는 걸 아시는지 혼난다. 하시고 고개를 돌려 미간을 살짝 찌푸리심. 생각해보니 차장님과 연인다운 포옹을 해 본 건 싸울 때, 사과할 때 말곤 거의 없는 것 같음. 키스만 몇 번 째인데 왜 안는 것에만 인색하신지. 내가 몸을 옆으로 돌려 포옥 하고 안겼음. 처음에는 미동도 없으시더니 잠시 있다가 차장님도 두 팔로 나를 감싸심.
"맨날 회사에서는 그렇게 딱딱하더니"
"..."
"지금도 뭐, 나쁘지는 않은데"
"..."
"나 없을 땐 취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
"약속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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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아직까지 받고 있는데 최신글에 [] 괄호 붙여서 신청 해 주세요 작가가 덜렁이라 못 보고 지나칠 수 있어요 ㅜ
감사합니다 꾸벅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