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sh - 잠 못드는 밤 (inst.ver)
오늘은 호석이랑 공원 산책 하기로 한 날.
호석이가 위험하다고 그렇게 말해도
밤 9시쯤에 하는 산책이 좋은걸 어떡해!
오늘은 서로 바쁜 하루여서
9시 쯤, 우리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공원 산책을 위해서
아, 그렇다고 우리는 사귀는 사이는 아니다.
친구와 썸, 그 어느 중간쯤에 있는 우리다.
하루종일 과제에 ppt, 이리저리 시달리다
저녁 7시가 되서야 여유를 갖게 됐다.
" 호석이는 뭐하려나 "
소파에 앉아서 멍때리는 이 시간에도
난 네 생각을 하고 있었다.
평소와 같았더라면 이 시간에
호석이와 집까지 걸으면서 돌아올 시간인데
집에 있는 내가 낯설기도 낯설었다.
우리는 항상 만나는 요일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일정을 고려해
평일은 화요일과 목요일
주말은 일요일
지잉-
호석이 생각도 하며,
연락을 할까말까 고민하느라 쥐고 있던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홀드를 켜고 보니 [호석이] 라는 이름이 떴고
난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 오늘 저녁엔 쌀쌀할 것 같으니, 따뜻하게 입고 나와 ]
-호석이
문자에서 마저도 성격이 드러나는 정호석.
주변 사람들 걱정을 많이하며 잘 챙겨주는 너의 성격이
문자에서도 보인다.
[ 알았어, 너도 따뜻하게 입고 와! ]
답장을 보내곤 저녁을 챙겨먹기위해 소파에서 일어섰다.
평소같았으면 그냥 넘겼을 저녁인데
밥 안먹었다는 말 하면 걱정하는
너일테니까 챙겨먹어야지.
배도 별로 안고프고, 귀찮아서
대충 계란에 밥으로 끝냈다.
밥 먹고 설거지까지 끝내니
시계는 어느 새 9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따뜻하게 입고 나오라는 호석이의 말을
다시 곱씹으며, 베이지색의 가디건을 꺼냈다
얇아 보여도 꽤 따뜻하니까
그리고, 호석이를 많이 닮은 색이라서.
9시를 알리는 진동소리에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문을 열고 나오자
낯익은 등이 보였다
" 정호석! "
나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 웃던 호석이는
금새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 어,어! 뛰어오지마, 걸어와 다쳐! "
라며 날 걱정했다.
걱정하는 호석이의 말을 무시한채
뛰어 내려와서는 옆에 붙었다
" 딱 9시에 왔네? "
" 니 성격상 9시 정각 알림 듣자마자 나올 것 같아서 "
" 넌 날 너무 잘 알아.. "
분명 목요일에 만난 너인데도
마냥 반갑고, 이 시간이 너무 좋아서
웃음이 마구 나왔다.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왔다
뭐, 오늘 하루 있었던 일 보고랄까?
" 나무 냄새! "
" 또! 뛰지 말라니까 "
뛰어 다니려는 내 손을 붙잡아 옆에 두는 호석이
나무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아마 나무만큼 듬직한 널 닮아서일까
공원을 몇바퀴 돌고는 벤치에 앉았다.
" 꼭 이 시간에 나와야해? 위험하잖아 "
" 응, 이 시간이 제일 좋아. 한적하잖아 "
" 어휴, 니가 그렇지 뭐 "
고개를 뒤로 젖히고 밤하늘을 보는 널 빤히 쳐다보다
나도 따라서 하늘을 쳐다봤다.
밤하늘 예쁘네.
" 탄소야 "
" 응? "
여전히 난 밤하늘을 보며 너의 얘기를 들었다.
" 요즘, 나 되게 좋은 말 많이 들어 "
" 무슨 말? "
" 성격이 더 좋아졌다, 행복해보인다. 이런 말들? "
" 정말? 진짜 좋아보이나보다 "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까운 듯, 멀리 있는 널 닮아서
손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져,
그제서야 널 쳐다보았다.
" 그게 다 너 만나면서 들은 얘기거든. "
" 우리, 이런 애매모호한 관계 말고, 정말 제대로 만나볼래? "
" 손 잡고, 밤 산책 하자. 나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