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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ON/준환] 네이키드 독스 08 | 인스티즈



08

Perfect sweet arrest






"얼마나 있을거냐?"

"금방요."

"이런 거지발싸개 같으니. 내가 내 화장실도 못들어간단 말이야?"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가 온 집안을 쩌렁쩌렁 울리는데도 준회는 한결같이 빙글빙글 웃는 낯과 웃음기를 머금은 말투를 좀처럼 거두지 않는 채였다. 간단한 샤워를 마친 후 옷을 챙겨 입은 뒤 칫솔을 입에 물고 화장실 창가 쪽으로 선 준회는 시야를 얕게 가리운 블라인드를 천천히 제꼈다. 여전히 문 앞에서 자신의 차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태도였다. 어김없이 맞은편 건물의 투명한 창 너머로는 홀딱 벗은 이웃집 여자 ― 유부녀였다― 가 여유롭게 옷을 고르고 있었다. 진득한 시선을 느낀건지 여자가 잠시 제 쪽을 돌아봤다. 준회는 여체를 더듬던 시선을 일체 거두지 않았다. 여자가 눈을 찡긋거렸다. 작은 미소로 화답한 준회는 성에 찰 때까지 여자의 벗은 몸을 잠시 감상하며 양치를 하다가 이내 몸을 틀어 세면대에 퉷, 하고 양칫물을 뱉어냈다. 




"망할. 빨리 안나와?"




격분한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주먹이 되어 화장실 문을 쾅쾅 두드렸으나 준회는 신경쓰지 않고 느릿하게 기지개를 한 번 쭉 편 뒤 화장실 창문을 드르륵 옆으로 밀었다. 사람 하나 정도는 충분히 들락날락할 수 있는 크기의 창이었다. 준회는 건물의 외벽으로부터 1층까지 쭉 이어져 있는 배수관을 두 손으로 붙들고 쭉 미끄러져 화장실에서 마당까지 빠르게 내려오는 방법을 즐기는 편이었다. 평범하게 문으로만 들락날락하는건 질리잖아요. 언젠가 아들의 별난 행동에 대한 위험성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저를 질타하던 어머니에 대한 준회의 대답이었다. 


날렵한 몸으로 손쉽게 창문 밖으로 성큼 나선 준회는 가볍게 배수관을 타고 주르륵 내려와 야트막한 잔디가 깔린 정원으로 가볍게 안착했다. 남들보다 신체조건이 월등히 우수한 준회에게는 더욱 간단한 일이었다. 집 앞의 우체통에 배달된 편지 뭉치들과 현관 앞에 꽂혀 있는 신문을 두 손에 챙겨들고 유유자적 현관으로 들어선 준회는 여전히 2층의 화장실 앞에서 아버지가 고래고래 고함을 내지르는 소리에 비식비식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감추지 못하고 엷게 웃어보였다. 부엌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없이 여유로웠다.  



"Good morning, sweetheart."




앞치마를 두른 채 프렌치 토스트 위에 잘 익은 베이컨과 달걀을 얹고 있는 어머니가 준회에게 간단한 아침인사를 건넸다. 위에서 씨근덕대는 아버지의 목소리 때문인지 연신 불쾌하기 그지없는 인상을 구긴 채였다. 슬리브리스에 얇은 가디건을 걸친 그녀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고개가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부스스한 머릿결이 햇빛에 반사되어 허공에서 느릿하게 너울거렸다. 




"화장실에서 당장 나와! 오줌 싸야 된다고!"




한번 더 답답해 미치겠다는 아버지의 비명에 가까운 고함소리가 집 안 전체에 울려퍼졌다. 준회가 슬금슬금 웃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곤 의자에 걸터앉았다. 길길이 날뛰며 계단을 울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준회는 방금 따끈하게 조리된 토스트와 베이컨, 달걀이 올려진 접시를 앞에 두고 흰 우유를 컵에 따르며 입술을 작게 씰룩였다. 




"이 새끼가 화장실에 쳐박혀서 뭘 하고 있는거야? 맨날 아침부터 이게 뭔 지랄인지! 이러다 바지에 오줌이라도 지리겠…"




맨몸에 팬티바람으로 잔뜩 분에 겨운 얼굴을 한 그가 쿵쾅거리며 부엌으로 들어서자마자 태연하게 우유를 홀짝이고 있는 준회의 등짝을 마주하고는 씨근덕대던 욕지기를 일순 멈췄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제 등허리께에 쏟아지는 시선을 느낀 준회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아까 제가 들고 들어온 신문의 1면을 눈으로 술술 훑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화장실 손잡이가 고장났나봐요. 드릴은 싱크대 밑에 있어요."




다붓히 준회가 말하는 꼴을 지켜보던 그는 이내 질렸다는 듯 나즈막히 날 아주 산병신 취급하는구나. 하고 중얼거리곤 싱크대 밑의 드릴을 찾기 위해 부엌 안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들어왔다. 그의 맥빠진 뒷모습을 옅은 색의 동공으로 흘깃 좇으며 준회가 어깨를 으쓱했다. 작은 얼굴 한가득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였다. 




"망할놈의 드릴은 또 왜 안보여? 환장하겠구만!"




준회가 가방과 짐을 챙겨 집을 나설 때까지 그의 분노는 여념이 없이 지속되고 있었다. 준회의 어머니는 당신 꼭 그렇게 욕을 해야 해요? 하고 물었으나 불행하게도 그는 아침부터 매일 당하던 패턴으로, 그것도 속수무책으로 아들에게 바보 취급을 당했다는 생각 때문에 분노가 전혀 가시질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좋다는 듯 준회는 가볍게 눈썹을 씰룩이며 아침 식사를 즐겼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친 준회는 현관 앞의 거울에서 제 머리와 옷 매무새를 한번 정리한 뒤 산뜻한 목소리로 부모님께 인사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Every fucking morning!"




뒤에선 여전히 아버지의 분에 겨운 목소리가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Hello, Jun."

"Good morning, tiny."




옆집 주택에 살고 있는 에밀리가 조금 일찍 집 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던건지 준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앞니가 빠져 조금은 새는 발음이었다. 머리 땋았구나. 준회가 가늘게 눈을 접으며 말하자 에밀리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오늘은 엄마가 머리 해줬어. 


에밀리는 준회의 옆집에 살고 있는 열 살배기의 꼬맹이였는데, 그녀의 부모님은 준회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인지 등교시간이 비슷한 준회가 에밀리를 기꺼이 학교까지 데려다 줘도 괜찮겠냐는 제안에 박수까지 치며 크게 감동했던 이력이 있었다. 그 덕에 에밀리와 준회가 아침마다 손을 잡고 동네를 걸어다니는 광경은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에밀리는 키가 크고 우호적인 인상의 준회를 무척 잘 따랐는데, 그건 아마 꽤 잘생긴 얼굴의 준회와 손을 붙잡고 초등학교 앞까지 도달하면 제가 받는 또래들의 부러움이 섞인 시선 덕이었는지도 몰랐다. 


에밀리가 자그마한 입술을 우물거리며 준회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준, 원래 남자애들은 그렇게 게임을 좋아하는거야? 블리스는 친구들이랑 하루종일 게임만 해. 그것도 엄청 멍청하고 재미도 없는 게임 말이야. 그러자 준회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 어린애들은 그런 것들을 좋아하지. 원하는 대로 움직이잖아. 쉬우니까 좋아하는거야. 




"Then do you like  game, too?"




그럼 오빠도 게임 좋아해? 에밀리가 청록색의 커다란 눈을 더욱 커다랗게 치뜨며 준회에게 물었다. 준회가 고개를 조금 숙여 에밀리의 자그마한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나는 이제 그런 게임에는 신물이 나. 




"Easy things are plain. And plain things are boring."




쉬운 것들은 뻔해. 그리고 뻔한 것들은 지루하지. 


척척하게 가라앉아 있던 옅은 눈동자가 일순 묘하게 들뜬 채 느릿하게 울렁거렸다. 아주 멀고, 존재하지 않는 아득한 어딘가를 부유하기라도 하듯 유유한 음색으로 준회가 말했다.  




"I absolutely hate boring things."




아, 난 지루한 것들을 아주 싫어해.


준회의 대답에 에밀리는 순순히 고개를 두어번 주억거리고 대답했다. 역시. 준은 어른이라서 그런가봐. 블리스는 내 남자친군데도 나보다 있는 시간보다 게임기 앞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 걘 아직 어려. 그러자 준회가 푸흐흐 웃어보이며 대꾸했다. 그거 정말 유감인걸. 





*





바비는 어제도 밤 늦게까지 클럽에 가서 약에 쩔어 있다 온 터라 상태가 영 좋지 않았고, 한빈은 그런 바비를 맘껏 힐난하고 비판하면서도 바쁘게 바비가 해야될 양의 숙제를 대신 해 주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못살아, 저리 비켜. 하는 한빈의 중얼거림에도 바비는 머리가 아프다며 더더욱 한빈의 어깨에 제 몸뚱이를 밀착시켜 기댄 채로 거진 다 쓰러져 가는 중이었다. 으으…. 괴로워 하는 듯한 바비의 신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한빈은 내심 그런 바비가 신경이 쓰이는 건지 멈칫멈칫 바비의 상태를 살피기 바빴다. 




"It's like touture."




이건 고문이야. 딜런이 손가락에 말아 쥔 필터를 뻑뻑 빨아들이며 말했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어째서 시험기간인거지? 딜런이 분노하며 씨근덕댔다. 그러자 옆에 앉아 책을 읽던 그웬이 날카롭게 대꾸했다. 오, 딜런. 넌 어차피 시험이 있으나 없으나 놀 생각이었잖아. 그러자 딜런이 예의 그 머쓱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젠장. 또 들켰군. 그러자 그웬이 못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덧붙였다. 딜런 네가 시험기간이라고 공부하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하지. 뭐라도 좀 해. 잔소리엔 신물이 난다는 듯 딜런은 우스꽝스럽게 그웬의 찌푸린 표정을 따라하다가 그웬이 들고 있던 책으로 머리를 한 대 얻어 맞고서야 겨우 그 빈정거림을 끝맺었다. 잠시 조용해진 딜런은 손가락에 걸쳐 든 가느다란 필터를 잘근잘근 씹어대며 중얼거렸다. 대마나 좀 땡겼으면 소원이 없겠구만.  




"Jesus. Who the fucking is that?"




맙소사. 저게 누구야? 끄트머리가 형편없이 우그러져버린 담뱃대를 툭툭 허공에 털어내며 대마 타령을 하던 딜런이 교문 쪽으로 몸을 틀다 말고 별안간 경악스러운 목소리로 뱉어낸 말이었다. 격앙된 딜런의 목소리에 모두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교문 쪽을 바라봤다. 고풍스러운 은회색의 교문 앞으로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진환이 타박타박 맥아리 없이 걸어 오고 있는 중이었다. 화해를 한 건지 클로이와 밀착해 가벼운 키스를 나누고 있던 준회의 고개가 일각에 교문 쪽으로 쌕 돌아갔다. 




"It's just like…"




딜런이 움칫움칫 입술을 벙긋거렸다. 차마 할 말을 다 못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진환의 뒤로는 평소에 진환을 자주 괴롭히던 찌질한 백인 남자애들 몇몇이 아시안 게이라느니, 금색 땅콩이니 따위의 말들을 쏟아내며 잔뜩 불쾌한 언사를 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딜런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듯 미간을 마구 어그러뜨렸다. 도대체 저딴 염색은 왜 한거야? 제이도 저게 게이같고 놀림 받을 만하다는 걸 잘 알텐데 말야. 딜런이 타들어가는 필터를 지져 끄는 것도 잊은 채로 말하자 이내 바비가 말을 되받아쳤다. 뭐 잘 어울리긴 하네. 제이가 워낙에 모범생에 숫기 없는 성격이라 이미지가 확 달라져서 그렇지, 나름대로 잘 어울리는걸. 한빈이 조근조근 입술을 달싹이며 작게 동의했다. 그러게. 




"Oh."




한숨을 내쉬는 건지 뻣뻣하게 굳어 있던 진환의 어깨죽지가 바싹 늘어졌다. 그 모습을 단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다붓히 바라보던 준회의 느슨하게 풀린 입가로 작은 탄성이 새어나왔다. 준회는 제 날카로운 눈매를 어딘가 놀란 듯 잠시 치켜뜨더니 이내 얇직하게 접으며 자못 흥미롭다는 듯한 엷은 조소를 지어보였다. 이내 비식비식 입꼬리를 비집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그가 푸슬푸슬 웃음을 튕겨냈다. 기다란 입꼬리가 사선으로 벌어지자 이내 낮은 웃음소리가 비어져 나왔다. 




"진짜 골 때리네 저거."




옆에 앉아있던 클로이가 응? 하고 되물었으나 준회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웃음기를 가득 머금은 얼굴로 고개를 저어보일 뿐이었다. 잔뜩 들뜬 목소리가 공기 중으로 산산히 흩어졌다. 유달리 기분이 좋아보이는 얼굴로 준회가 다시 한 번 나즈막히 속삭였다. 




"I didn't expect this at all."




이건 예상 밖의 일인데. 재밌다는 듯 제 턱께를 한 손으로 매만지는 채였다. 그러나 막상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당사자인 진환의 미간은 속수무책으로 구겨진 채였다. 젠장. 내가 미쳤지.





*  





그러니까, 나는 말하자면 지금 기분이 매우 엿 같았다. 


홧김에 염색을 하기는 했는데, 그 후의 일을 전혀 생각치도 못한 것에서 일단 핀트가 나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고, 구준회가 떠넘겼던 하찮은 염색약으로 결국 염색을 하고야 만 나의 알량한 자존심이 부끄러워서라고 볼 수 있겠다. 


아침에 집을 나서자마자 만난 모든 또래 애들이 나를 흘깃흘깃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을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가끔 마주치는 질 나쁜 무리가 넌 아무리 그딴 식으로 애를 써도 백인이 될 수 없다며 우스꽝스러운 내 머리를 손가락질 하기 바빴다. 구준회의 그 빌어먹을 눈에 홀려버린 내가, 내 머리가 당연히 손가락질 당하고 웃음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다. 내가 봐도 내 머리는 한낱 키 작고 열등한 동양 남자애가 어떻게든 우월한 백인들의 꽁무니를 뒤쫓아 보기 위해 옳지 못한 방법으로 노력한 흔적처럼 보였다. 잇새로 바드득 욕을 구겨 뱉으며 나는 머릿속으로 어제의 나를 수백번이고 주먹으로 갈겨주는 상상을 했다. 젠장. 그래봤자 이 모든 사단은 오로지 뒷일은 생각도 않고 저질러 버린 내 탓이었기에 더욱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우유부단하고 신중한 편인 내가 고작 구준회 때문에 이딴 말도 안되는 짓을 벌인 것 자체가 일단은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했고, 아침부터 재수없게 실실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넸던 구준회에게 빌어먹게도 가슴 어딘가가 섬칫해지는 기분을 느껴서인지 더욱 더 기분이 엿같았다. 괜히 찔려서 그 천진하게 웃는 낯에 뺨이라도 날려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Alright. If you’ve got something to say, spit it out!"




그 좋아하는 감자튀김이 코에 들어가는지 입에 들어가는지 알기는 아는건지, 연신 멀뚱히 내 머리를 응시해대는 딜런에 이어, 바비, 김한빈, 그웬 그리고 클로이와 구준회까지 진득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는 탓에 끝내 내가 먼저 말을 꺼내고 말았다. 할 말 있으면 좀 해. 그렇게 사람 무안하게 쳐다보지 좀 말고. 그러자 모두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더니 다시 고개를 쳐박고 묵묵히 제 접시를 휘적거리거나 밥을 먹기 시작했다. 짜증스럽게 녀석들을 한 번 쓱 훑어보고 다시 식사를 하려 스프를 뒤적거리자, 슬금슬금 다시금 의문스러운 눈초리들이 고개를 드는 것이 느껴졌다. 




"Fuckers. Stop looking at me."




그만 좀 쳐다보라 말하자 다시 황급히 고개를 푹 숙이는 딜런을, 나는 스프가 질척하게 묻어 뚝뚝 떨어지는 숟가락으로 지목하곤 다시 쏘아붙였다. 할 말 있으면 하라고. 궁금한 게 뭐야? 그러자 딜런이 주춤주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질문했다. 아니, 그냥. 저 뒤에 애들이 너 놀리는 거 알고 있냐고.




"I absolutely know that. Enough? Next."




잘 알고 있어. 됐지? 그럼 다음. 완고한 말씨로 뚝뚝 끊어 대답하곤 다시 숟가락의 방향을 틀어 그 옆의 그웬에게 겨눴다. 그웬이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더니 당황한 듯 자그마한 입술을 움칠대며 입을 뗐다. 음… 그게… 염색은 왜 금발로 한거야? 나는 칼같이 끊어 대꾸했다. 염색약이 금색이었거든. 됐지? 다음 김한빈. 




"염색은 누가 해준거야?"

"Myself. 다음."




거의 질문이 입에서 나옴과 동시에 대답을 하며 빠르게 바비에게로 시선을 주니 바비가 관자놀이께를 긁적이며 물었다. 언제 한건데? 어제. 다음. 클로이. 자기 차례가 오자 클로이가 정말로 의문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 도대체 왜 염색한 거야? 이유가 뭔데? 




"I don't know fucking about that."




글쎄. 나도 그 이유를 좀 알고 싶어.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미쳤었지, 라고 덧붙이고 싶은 것을 꾹 참고 구준회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구준회는 샐러드 사이에 박혀있던 방울 토마토를 엄지와 검지 사이로 들곤 먹을 준비를 하는 중인 것 같았다. 내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할 말을 하라는 듯한 눈치를 주자, 그제서야 구준회가 넉살 좋게 웃어보이며 천천히 입을 뗐다. 물기가 어리운 듯한 짙푸른 녹색의 눈이 울멍울멍 유하게 물너울치고 있었다. 묘하게 기분이 좋은 듯 싱글거리는 얼굴이었다. 




"So―, you want to change your hair colour again? with black?"




다시 염색을 할거냐는 물음에 나는 처음으로 거칠 것 없이 내뱉던 대답을 멈추고 입술을 움칠거렸다. 역시나 말문이 콱 막히게끔 만드는 질문이었다. 망막을 뭉근히 찔러올리며 느릿느릿 몰려들어오는 구준회 눈 특유의 소용돌이에 나는 잠시간 멈칫거리다 결국 힘겹게 대답했다. 




"…No."




내 대답과 함께 구준회가 붉은 빛이 도는 입술을 살짝 벌려 들고 있던 방울 토마토를 가볍게 구강 안으로 집어 삼켰다. 석류빛이 도는 혀의 물기와 산발적으로 잇새를 비집고 흘러나오는 성량 낮은 웃음소리가 미묘하게 도색적이었다. 구준회는 제 눈을 바드득 구겨 웃어보였다. 그리곤 자그마한 토마토를 입 속에서 이리저리 굴리다 이내 단단하고 날선 치아로 처참하게 뭉개뜨렸다. 얇은 껍질이 속절없이 짓물려지며 즙을 터뜨리는 소리가 망망히 귓가에 울려퍼졌다. 구준회는 유들유들하게 웃어보였다. 그 가느다랗게 찢어진 눈이 살풋 접히고, 비스듬한 고개로 내게 건네는 나즈막하고 짤막한 목소리가 지독하게 치명적이기까지 해서, 어쩐지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잘게 경련하는 것 같았다. 팽글팽글 머리가 돌았다. 자꾸 턱턱 숨이 가빴다. 




"좋네."




아, 나는 문득




"잘 어울려."




더이상 도망칠 수 없음을 알아차린다.



네가 낮게 웃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아주 완벽하고, 달콤한 포박이었다. 





*


익...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예전 촬영팀이랑 술을 좀 마신다고 홈에는 글을 올리고 글잡에 올리는 걸 잊은,,, 더쿠년,,,

약간 취한 상태로 인티 불마크 공지를 본 터라 잘 못 깨닫고 있었는데 집와서 씻고 자기 전에 천천히... 정독을.... 해보니...^^... 이게무슨....ㅎ

네독은 떡으로 1부를 마무리 지으려 했는데 말입니다 ㅎ 글썽... 뭔가... 일단 정리를 좀 해 보고 정 안되겠으면 차라리 맘 편하게 홈 + 블로그 서이공개로 연재를 하든지 하려고 생각중이에여... 네독은 스킨스를 오마쥬 형식으로 쓰는 글이고 스킨스의 주제 자체가 방탕하고 문란한 문화에 노출되어 있는 영국 청소년들의 이야기인데..

당연히 글 자체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단어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구요. 불안불안하게 글잡에서 연재를 하느니 정리를 하고 홈과 블로그에서나 연재를 하는거시,,, 지금 제 생각으로는 최선의 방법일 것 같아 차근차근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윽 지금 제가 약간 취한 상태라 머리가 잘 안돌아가는데여 (빠가상태) 술이 좀 깨고... 낼 학교 다녀와서 천천히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일단은...ㅠㅠ 

오늘자 네이키드 독스는 분량이 조금 짧고 내용 전개가 별로 없는데, 그 이유는 평소에 준회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서술이었기 때문이에여. 앞으로도 이런 서술이나 묘사가 좀 나올 것 같구요. 하... 주난.... 키쓰.... 저도 보고싶은데^^.... 글 자체의 연계성과 스토리를 생각하면 아직 때가 아니라^^..... 눈물... 하...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저도 주난이들 빨리 붙어먹는 모습... 넘나 보고싶은것.. 이제 네독은 거의 반? 반 좀 넘게 온 것 같네요.. 아마 1부로 마무리를 기말 전에 지어놓고, 구상 후에 2부 혹은 다른 차기작으로 돌아올 듯 합니닷.. 

술마셔서 말이 긴 점 이해해주뎨여ㅠㅠㅠㅠ 뎨둉해여... 노잼글 읽어주셔서 ㄱ마사하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다음편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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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알림 뜨자마자 달려왔어요. 술 드셨다니 속은 괜찮으시려나.... 네이키드 독스에 자극적인 단어가 안나오면 안되는건데....... (두렵) 물론 홈에서 연재해주셔도 저는 당연히 보러갈거지만 말이죠...(한숨)
어쨌든 오늘도 재밌게 봤습니다 늘 감사해요 작가님.

8년 전
독자2
앗 맞다 잊었는데 요즘 독감 유행이고 날씨도 쌀쌀하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8년 전
정새벽
헉 제가 현업에 넘나 치여있었던 터라 항상 글잡은 답글을 다는 걸 까먹는데 이렇게 친절한 댓글이 있었다니... 울먹... 술 마신것까지 걱정해주셔서 넘나 감사해여... 저 너무 감격....ㅠㅠㅠㅠㅠㅠㅠ 가볍게 와인이랑 맥주ㅋㅋㅋㅋㅋㅋㅋ 마신거라 많이 취하진 않았지만 안주를 흡입했던터라^^... 속이 최악이었지만 그래도 갱장히 햄보캤어여... 왜냐면... 술마시면서 아이콘 얘기를 했기 때문ㅇ..... o<-< (죽은자는말이없다) 저는 이제 글잡에서의 연재는 이만 접고 홈과 블로그를 왔다갔다 하면서 연재를 하게 될 것 같네요! ㅠㅠ 흑흑 비도 오는데 날은 춥고... 전 과제 때문에 여전히 새벽에도 잠들지 못하구요...T▽T () 늘 재밌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당! 독자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날이 많이 춥더라구여ㅠㅠㅠㅠㅠ 얇게 입고 나갔다가 꺅 하고 경악했어여ㅠㅠㅠㅠ 감사하고 댜룽합니당...@uvu@♡
8년 전
독자3
헐..아진짜재밌어요ㅠㅠㅠㅠ쪽지뜨자마자 왔는데 ㅠㅠㅠㅠㅠㅠㅠ행보케ㅠㅠㅠㅠ다음편두 기다릴게용 ㅠ
8년 전
정새벽
답글이 늦은 점 죄송합니닷..! 전 이제 글잡 말고 블로그랑 홈에서 연재를 할 것 같아여ㅠㅠㅠ 흑흑 모자란 글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넘 감사드려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도록 노력할게요..@uvu@♡
8년 전
독자4
뿌득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
불맠이 사라진다니...(먼산)즐거웠ㄴ느데...작가님 떡으로 끝난ㄴ다는건 결국 주네가 뿌요에게 붙어먹는단 소리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결국 그렇군..사귀는게 아니라 걍 떡으로 끝나면 어떡하나 고민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제 블로그 서이추 걸을게요 홈은 자꾸 트래픽 초가라 나와서..

8년 전
정새벽
뿌득님 >_<~~~~~ (반갑) 사실 전 불마크글을 별로 읽지 않아서... 흦.... 그치만 준환 떡은 정말^^... 쓰고싶었는데^^... 떡으로 끝난다는 건 엔딩 자체가 떡이라는ㄴ 뜻은 아니구 뭔가 제 욕구를 표출하기 위해 외전으로라도 언젠가 꼭 쓰고 말거라는 저의 불순한 마음이,,, 술김에,,, 나온것 같읍니다,,,, (애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부를 다 쓰고나서 마무리로 꼭 떡을... 찔고야 말것입니다..... (굳은결심) 엔딩은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중이니 너무 걱정 않으셔두 되어요 ^▽^!!! 블로그도 서이공개로 글을 쓴다면 많이 노출되지 않으니 나름대로 괜찮겠져...? 동공지진...ㅎ 트래픽이 좀 쉽게 터지던데 웬만하면 블로그에서 글 감사하시는 것도 괜않은 방법같아요..@uvu@ 항상 글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뿌득이님ㅠㅠㅠ 넘감격... 많이 애정해여...@u▽u@♡
8년 전
독자7
해피엔딩이라니!!!!!!!!(행복)진짜 주네 정신차리고 막막 지난이한테 다정보스!!!!!!지난이가 지쳐 떠나려고 하니까 막막막 매달리고!!!!!!!!그런 방향이면..(망상)
그냥뭔들이죠 뭐ㅠㅠㅠㅠ기억해주시니까 감동이에여♡

8년 전
독자5
지난질주에여...!! 블로그 이웃인데 기대해야게쓰오... 헤헤 오늘편도 재밌었구 재밌었고 재밌었어요! 진짜로! 이게 리얼으로 염색한걸 아니까 더 막 실제같구 리얼물 같구 그르구요 ㅋㅋㅋ 작가님 사랑해요♥
8년 전
정새벽
악 지난질주님!!!!! 넘나 반가워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 뿌애ㅠㅍ푸ㅜㅠㅠㅠㅠㅠ 앞으론 글잡말고 블로그와 홈에서 만나요 >_<♡ 네독에선 이제 막 염색을 했는데...^^ ㄱㅈㅎ 금발 이제... 사라졌더라구여.... 넘나 아쉬운것...ㅋㅋㅋㅋㅋㅋ 저도 정말 사랑하고 많이 애정해여 지난질쥬님... 마이럽...@uvu@♡
8년 전
독자6
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도 역시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블로그 서이추를 걸로가야겠네요 홈은 맨날 트래픽초과라ㅠㅠㅠㅠㅠㅠ
8년 전
정새벽
넵! 이젠 글잡말구 블로그와 홈에서 뵙도록 해여 >_<♡ 별볼일없는 글인데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구 정말 정말 사랑합니닷..@uvu@♡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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