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미/시카] 선배
W. 유레카
"보미야. 내가 아까 커피 사오라고 했는데 왜 빈 손이니?"
"네? 언제 그러셨..."
보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해 과방에 놓인 낡은 소파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수연이 눈을 치떴다. 수연이 신은 하이힐이 오늘따라 위협적으로 보여 보미는 괜히 몸을 숙여 손바닥으로 정강이를 쓰다듬었다. 오늘도 남아 나지를 않겠구나. 주인 잘못 만난 정강이라고 언제 은지가 낄낄대면서 보미에게 말했었다. 보미는 아니라며 화를 냈지만, 속으로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기구한 내 운명... 들이대기는 커녕 좋아하는 선배 커피 셔틀이나 하고 있다니. 내가 원하는 캠퍼스 라이프는 이런게 아니였는데! 속으로 절규한 보미는 수연의 기세에 눌려 입을 벙긋거리지도 못하고 조용히 수연의 앞에 가 섰다. 오늘따라 과방에는 아무도 없다. 하필이면 이럴 때에... 하여간 도움 안되는 사람들. 보미는 목끝까지 차오른 신세한탄을 다시 가슴 깊숙한 곳에 넣어뒀다.
"야, 윤보미."
"네, 선배님."
"너 그럼 내가 언제 연락할지 모르는데 데이터를 꺼놨단말이야, 지금?"
"네?"
앞에 모아둔 손에 눈을 꽂아뒀던 보미가 예상과는 다른 수연의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덥지도 않은 날씨인데 수연의 얼굴은 왠지 분홍색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어쩜 선배는 화내고 있는데도 귀여운걸까, 보미는 침을 꼴깍 삼키며 생각했다.
"너 내가 카톡 확인 안하길래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기나 해? 여자 애가 사람 걱정이나 시키고..."
"선배."
"뭐."
"...저 좋아하세요?"
"뭐, 뭘?"
수연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흔치 않은 수연의 모습에 보미 또한 눈을 크게 떴다. 그냥 장난처럼 말해 본건데 이런 반응이 나올 줄 몰랐다. 보미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수연의 얼굴이 이번엔 붉게 달아올랐다.
"내가, 널?"
"...뭐 아니면 아닌건데... 선배 저 싫어하셨구나... 전 선배 좋아하는데..."
수연이 말려들었구나, 생각하면서도 당황한 나머지 허둥지둥 말을 꺼냈다.
"내가 언제 너 싫다고 했어? 싫어하면 내가 니 걱정을 하겠니?"
"봐. 끝까지 좋아한다고는 말 안하시잖아요."
"..."
순간 너무 깝친건가, 하는 생각에 보미가 몸을 움찔 떨었다. 수연이 보미의 얼굴을 눈빛만으로도 뚫을 듯이 노려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선ㅂ, 악! 아 내 정강이!!!! 방심한 사이 수연이 보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왠지 평소보다 더 아프다고 생각하며 보미가 엄살을 피우고 있을 때, 수연이 말했다.
"싫다고 안말했으면 그냥 좋다고 알아먹으면 어디 덧나?! 너 진짜,"
"힝..."
"...그래. 우리 잘난 후배님 좋아합니다. 좋아해요."
"저도 많이 좋아해요. 선배님."
당신이 시도때도 없이 정강이를 까도, 날 남들보다 더 빡새게 굴려도. 굳이 뒷말은 꺼내지않았지만, 어쩔 줄 몰라 과방을 나서려는 수연의 모습을 보며 보미는 해사하게 웃었다.
짠 |
알아볼 사람들은 알아볼 내용이겠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편이지만 속편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댓글로 못달아준 픽 또한 여기에 올릴 예정이에요 아니 이런 망상들을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대다나다 어쨌든 속편에서 만납시다(찡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