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싸가지, 전정국변호사님=
(부제:첫인상이 중요한건데말이야)
내가 취직을했는데 글쎄, 얼굴은 멀쩡한데 싸가지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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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 더 지나면 백수로 지낸지 어연 6개월째다. 반년을 직업만 구하며 흘려 보냈다. 내 나이 25. 대학을 졸업한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사회인이다. 대학 다니는 4년동안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지내왔다.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직장에 다니게 되었는데, 안좋은 일에 꼬여서 1년도 정도밖에 안된 회사를 그만두게되었다. 꽤 알아주고 월급도 초봉치고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상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저 좋은 직장에서 나왔다. 3월인가 4월쯤에 나왔으니 백수생활이 반년째다. 그 중 2개월은 충격에 허덕이며 살다가 정신을 차리고 4개월동안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시기를 놓쳐서 인지 자리가 많이 나지 않았다. 나름 법학과를 나왔는데 말이다.
"하아, 미치겠다 진짜."
"아직도 자리가 없어?"
"어. 이놈의 나라는 왜이렇게 일자리가 없어?"
고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랑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일자리를 알아보고있다. 친구는 같은대학교 회계과였는데, 성적이 우수해서 졸업하자마자 좋은 회사에 취칙했다. 거기 회장님이 굉장히 얘를 좋아해서 고속승진 할 것 같은 조짐이 보였다. 조금만 더 열심히 일하면 회장님 직속 비서로 갈수도 있다고 했다. 회사에서 그런 소문이 들린다고 했나. 아무튼 이런 불쌍한 백수를 위해 가끔 커피도 사주고, 밥도 사주는 고마운 친구다. 친구야, 거기 법무팀 자리 남는거 없니..?
집에 와서도 컴퓨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러던 중,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기 아는 분 친구가 변호사인데 옆에서 일할 비서같은 사람 구한다고말이다. 그 말에 친구에게 나중에 잘되면 밥한번 사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변호사 옆에서 일하면 나중에 회사 취직에 도움이 조금이라도 될것 같아 좋았다. 그냥 변호사랑 일하다가 나도 변호사나 해버려?
바로 내일 만나자고 했다는 친구의 말에 일찍 잔 덕에 늦지 않고 준비할수 있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친구가 알려준 장소에 필요한 것들을 들고 갔다. 이력서같은것 말이다. 꽤 잘나가는 변호사인지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 어마어마했다. 무슨 대기업 뺨치게 생겼다. 전정국 변호사 사무실? 이름이 전정국인가. 긴장이 되서 손발이 차가워 지는걸 참으며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들어오세요'하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사람 구하신다고 하셔서요."
"아, 네 앉으세요."
건물이 삐까뻔쩍하더니, 내부도 장난이 아니였다. 사무실 안에는 변호사님 한분 밖에 계시지 않았지만 겁나 넓었다. 굳이 이 넓이가 필요할까 싶었지만 둘러보니 필요한것들로 꽉꽉 차있어 금방 생각을 접었다. 나보고 앉으라고 해놓고 일을 하고 있는 변호사님을 잠깐 쳐다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좀 정리가 되었는지 내가 앉아있는 소파로 왔다. 내게 이력서를 달라며 손을 내밀자, 가방에서 꺼내 그 손위에 얹어주었다.
"ㅇㅇ대? 대학은 좀 미스인데 성적은 좋았나봅니다."
".."
"그래서 내 밑에서 일하고 싶으시다?"
"..네."
"흠, 난 엘리트들만 고용하는데..소개시킨사람 생각해서 일단 고용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신, 일 못하면 얄짤없이 아웃인줄아세요."
"ㄴ,네"
"내일부터 출근해요. 해야할 일이 넘쳐 흐르니까."
"네."
"그럼 가보세요. 바빠서."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문을 닫고 나오자 참았던 분노가 끓는 듯 했다. 반말을 했다 존댓말을 했다 하면서 사람 성질을 박박 긁어댄다. 아니, 얼굴은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왜 성격은 저모양이래? 아, 화나. 생각할수록 화가나 당장이라도 문을 차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취직시켜줬으니까 참는다. 진짜 생각할수록 개싸가지네. 앞으로의 날들을 생각하자니 머리가 아파온다.
일단 친구나 불러서 술이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