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과 함께 봐주세요.
3편이 좀 많이 늦었습니다 매우 쳐 주세요ㅜㅠ
드디어 데뷔조 시험이 끝났다.
조금 우울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다.
결과는 다음 주에나 나올테고,
일단은 이 불안한 해방감을 누리고 싶었다.
이 때 생각나는 사람이 고작 김한빈 하나 뿐이라니.
때마침 한빈이에게서 걸려 온 전화.
'내일 뭐하냐.'
"뭐하긴. 시험은 끝났고, 할 건 없고. 쉬어야지 뭐."
'..놀러 가자.'
그 한 마디가 어찌나 고맙던지.
먹고있던 허버칩을 조공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기껏 만나기로 한 장소는 한강ㅋㅋㅋㅋㅋㅋ이었다.
이미 얼굴이 알려질대로 알려진 한빈이 덕에
사람 많은 장소는 꿈도 못 꿀 터였다.
오랜만의 나들이라 그런지 쌀쌀한 가을 날인데도 햇살이 설렜다.
따뜻하게 가디건도 챙겨나와 한빈이를 기다렸다.
는 무슨. 20분이 지나도 오질 않는다. 이 자식(ㅂㄷㅂㄷ)
"이 자식은 2시까지라고 으름장놓고선 지가 늦어 아주."
"..와, 나빴다 그 자식."
"그치. 오랜만에 본다고 양말까지 신경쓰고 나왔는데,
쌀쌀한 데서 기다리게 하고 말이ㅇ..ㅑ...?"
"ㅋㅋㅋㅋㄱㅋㅋㅋㅋㅋㅋ양말 예쁘다 오늘?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ㅋㅋ뭐하다 이제 왔어!!!"
"니 양말 구경하다 늦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얔ㅋㅋㅋ 방금 왔으면서ㅋㅋ"
"진짠데. 예쁘네 오늘."
"ㅇ왜 이래. 적응 안되게ㅋㅋㅋ"
보드타는 사람들,
잔디밭에서 책 읽는 사람들,
기타치며 버스킹하는 사람들 틈에서
보통의 날을 느끼는 것마저 우린 감사했다.
잠시라도 연습생을 벗어난 기분에 홀가분한 둘이었다.
시시콜콜한 농담을 하며 치킨을 먹으면서도,
한빈이는 시험이나 연습에 대한 것은 얘기하지 않았다.
아마 그동안의 내 부담감을 그 애도 느꼈던 거겠지.
새삼 그의 배려에 감사했고
알게 모르게 나를 챙겨주고 도와준 일들이 다시 생각나
내 머릿속을 다소 혼란스럽게했다.
"무슨 생각해."
"어? 아니 아무것도."
"농구할래?"
"나 운동 젬병인데.."
"그러니까 빠지던 살도 올랐지.
볼살 봐 이거이거."
내 볼살은 아무 잘못 없다. 놔라.
이 자식에게 잠시나마 설렜던 나를 두들겨패고 싶다.ㅋㅋㅋㅋㅋ
공 한 번 제대로 튀기지 못하는 나에 비해 한빈이는 농구를 꽤 잘했다.
나를 배려해가며 공 잡는 법도 알려주고, 자세도 바로 잡아주는 김한빈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면 내 착각이겠지.
땀을 흘릴 정도로 정신없이 놀다보니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나 노을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나도 그래."
"고마워, 한빈아."
"뭐가."
"그냥. 다. 굳이 말 안해도 항상 이렇게 나 챙겨주고 위로해줘서."
"..."
"정말로, 고마워 한빈아."
너도 알고 있었던 거겠지.
지금껏 준비해왔던 모든 걸 끝낸 기분이 어떤지 너도 알테니까.
결과를 기다리는 그 애탐을 너도 느껴봤으니까.
그리고는 한빈이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조용히 내 등을 쓸어내리며 달래주는 그 애의 손길은 어느 누구의 그것보다 따뜻했다.
* 한빈 번외
약속시간에 늦을까 택시를 탔는데,
왜 하필 이때 차가 막히는지.
예상보다 늦어버려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너에게로 달려갔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우두커니 서서 날 기다리는 네가 귀여워 피식 - 웃음이 났다.
근처 카페라도 들어가있지, 추운데.
그나저나 오늘 왜 저렇게 예쁘게 입고왔담. 설레게.
한참을 그렇게 그 애를 보고있었던 것 같다.
너, 오늘, 내 취향저격.
아, 이걸로 가사써야지.
요즘 데뷔반 시험을 준비하느라 마음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꽤나 말라버린 어깨가 안쓰럽다.
종일 재잘대는 너에게서 불안감을 느끼는건 굳이 예민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아니지, 요즘 난 너에 대해 확실히 예민하다.
너와 함께 보는 노을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네가 내 앞에서 우는 것도 처음이었다.
너를 달래면서 계속,
앞으로도,
내가 널 달래주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이기적인 걸까.
눈이 퉁퉁 부어도 예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