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여름안에서 07 |
우현이 얼어붙은 채 말도 못하고 성규를 보고만 있자 성규는 우현의 그런 모습이 재미있는 건지 실실대며 웃었고 우현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룻밤 사이 너무도 바뀌어버린 성규의 태도에 우현은 놀라움과 함께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밤새 무슨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길래 나에게 이런 굴욕을 주는 건지 모르겠다. 우현이 어느새 착 가라앉아 눈을 찌를듯한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성규를 보았다. "갑자기 왜 이래?" 역시나 좀 어색하지만 이미 반말을 쓰기로 했기에 어쩔수 없이 반말로 말을 건넸다. 어색함이 우현의 발끝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이었지만 이내 그 느낌을 무시한채 성규의 눈을 똑바로 보며 성규의 대답을 기다렸다. 우현은 원래 오늘 어제 자신의 철없던 언행을 사과하고 영화나 볼까 했는데 슬쩍 본 성규의 상처도 그렇고 지금 성규와의 관계도 그렇고 오늘은 영화보기 그른듯하다고 생각했다. "어젯밤에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지금까지 너무 내 성격을 안드러낸거같아서요" 니 성격이 뭔데, 라고 톡 쏘아주고싶었지만 성규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거라 생각하며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알아가기로 결심한 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2시를 가리키고 있음에 나가기도 애매한 시간이라 그냥 룸서비스를 시켜 간단한 요기거리를 하기로 했다. 너 영화 무서운거 좋아하냐? 하고 룸서비스가 올 동안 물어보니 굉장히 당황해한다. 잘보면 잘보는거고 못보면 못보는거지 뭘 그렇게 당황하는지 갑자기 심각해진 얼굴로 사실대로 말할까 거짓말을 할까 하는 표정을 짓고있다. 저렇게 표정이 다 드러나는 애인줄 몰랐는데 역시 사람은 좀 가까워져야 그 사람의 하나하나가 다 들어오나보다. 성규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에 뜸들이는 동안 룸서비스가 도착했고 우현은 자신들이 앉아있는 소파 테이블에 놓아달라고 말했다. 직원이 나가고 우현은 룸서비스로 온 쿠키 하나를 집어들었다. 성규는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번쩍 들더니 우현을 향해 말했다. 무서운거 완전 좋아해요! 하는데 왜 우현은 성규가 억지로 강한척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성규의 센척에 귀여워서 봐준다고 생각하며 이번 한번만 넘어가주자고 생각했다. 우현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더 말하려고 오물거리는 성규의 입에 동그란 빵 하나를 넣었다. 입에 먹을 걸 물리니 조용하다. 원래 우현의 생각대로라면 성규의 자신은 오늘 굉장히 어색한 시간을 보냈어야했는데 성규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어느새 이런 화기애애하다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게되었다. 역시 인생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처음에 좀 어색해서 그랬지만 성규에게 반말하는 것도 성규가 자신에게 형이라고 하는 것도 나쁘지않다. 오히려 좋다고 느끼는 쪽이랄까.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봐요?" 입이 작은 줄 몰랐는데 이제보니 입이 작아서 아까 물려준 빵을 아직도 오물거리고 있는 성규를 보며 우현이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몸을 뒤로 젖히며 그냥. 하고 짧게 한마디를 던졌다. 우현의 무심한 말에 성규는 좀 성의있게 대답해주면 어디가 덧나냐는 표정으로 우현을 아니꼽게 쳐다보았다. 그런 성규에게 기죽을 우현은 또 절대 아니라서 우현은 뭘봐? 하는 표정으로 성규를 쳐다볼 뿐이었다. 눈빛으로 말해요 하는것도 아니고 이틀만난 사람끼리 눈빛으로 잘도 이야기한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 눈으로 말하던 두사람은 이내 그만하자는 듯 동시에 눈을 돌려 말없이 룸서비스를 전투적으로 먹었다. 우현은 곧 저녁시간인데 그냥 호텔 뷔페나 갈걸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앉아있어서 잊고있었지만 성규는 발이 아파서 적어도 오늘까지는 무리하게 걷지말라고 의무실에서 당부했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호텔방에 틀어박혀있던거고. "발은 좀 괜찮나" 문득 생각난 듯 하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말을 뱉은 우현 탓에 성규는 그게 저한테 한말인지 모를뻔했지만 이 공간 안에는 자신과 우현 둘뿐이라는 걸 알고는 깨달았다. 말을 좀 상대를 보면서 해라 하는 표정으로 성규는 발이요? 괜찮죠 그럼 하면서 일어서서 자신있게 걸으려다 밀려오는 아픔에 주저앉고 말았다. 우현은 그런 성규를 보며 바보인건지 미련한건지 멍청한건지 모르겠다며 잡고 일어나라고 손을 내밀었다. 성규가 우현의 손을 잡고 일어나 다시 소파에 앉았다. 우현도 다시 소파에 앉더니 성규보고 조심 좀 하라고 핀잔을 했다. 애가 이렇게 조심성이 없으니 다치지 넌 나 없었으면 어디서 지내려고 했냐 부터해서 갑자기 우현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성규는 어떻게든 저 입을 막아야한다는 생각에 테이블에 남아있던 쿠키를 집어들어 우현의 입에 넣으려 팔을 뻗었지만 성규의 팔을 그렇게 길지 않았다. 성규는 닿지않는 팔을 원망하며 우현의 입에 쿠키를 물려주려 최대한 몸을 앞으로 뺐고 그 순간 중심을 잃은 성규의 몸이 와르르 무너지듯 쓰러졌다. 하지만 성규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적어도 테이플 모서리에 시원하게 이마를 박아야했건만 느껴지는 건 따뜻함. 성규를 단단하게 받치고 있는 것은 우현의 팔이었다. 성규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할 수가 없었고 우현은 성규의 몸을 받치던 팔을 옮겨 그대로 성규를 안아왔다. "괜찮냐?" 우현이 성규를 안는 바람에 성규의 귀 바로 옆에서 우현의 낮은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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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심하던데 다들 괜찮으신지 모르겟네요
저는 하루종일 정전이었다 이제야 전기가 들어와서 이렇게 글 올립니다ㅎㅎ
모두 몸 조심하세요!
이제 우현이와 성규에게는 3~4일 정도가 남았네요
최대한 빨리 완결을 내야할텐데..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