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싸가지, 전정국변호사님 3=
(부제:세번을 참으면 살인을 면한다)
내가 취직을했는데 글쎄, 얼굴은 멀쩡한데 싸가지가 없어!
*
이를 바득바득 갈며 화를 참았다. 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내 할일을 했다. 1시간정도 지나자 전변호사님도 그제서야 급한것이 해결이 되었는지 자리에 편안히 앉아서 일을 하고 계셨다. 나랑 전변호사님은 절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 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오늘 내게 주어진 일들을 다 했다. 다 끝낸 일을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기지개를 키자 전변호사님이 말을 꺼내셨다.
"김시혁씨 다 하셨습니까?"
"네?아,네. 방금 다했-."
"그럼 퇴근하십시오."
"아, 저 가도 됩니까?"
"다했는데 뭐, 일 더 하고싶으십니까?"
"아니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와 진짜 저 싹퉁머리하고는. 말하고있는데 자르는 개념봐. 허리까지 접어가며 인사를 한뒤 빠르게 문을 나왔다. 거기 더 있었으면 진짜 전정국이랑 현피떴을지도. 엘리베이터에서 휴대폰을 보니 친구에게서 답장이 와있었다. 자기 오늘 칼퇴라며 늘 만나던 그 고기집 앞에 있겠다며 빨리 오란다. 친구의 문자에 잠시 화를 집어 넣고 기쁜 마음으로 친구를 만나러 갔다.
"야야, 첫 출근 어땠어?"
"진짜 욕나오니까 묻지마."
"왜, 부려먹냐?"
"그닥 많이 부려먹진 않았는데, 성격이 개 싸가지 없어."
"진짜? 좋은사람이라면서 소개시켜주던데."
"다 사탕발림이야.진짜."
"이상하다, 분명 그 변호사 서울대였나 나왔는데 자만하지도 않고 착하다고했는데."
"뭐야. 그럼 왜 나한테만 지랄인거.."
"아, 근데 좀 유별날 때가 있는데 그거 때문에 오래 있던사람을 못봤대."
"그래 이거네~ 근데 내가 오래 앉아있을거같아..여기 나오면 갈데 진짜 없을듯.."
"오늘처럼 참아봐ㅋㅋㅋㅋ그러면 뭐 착하게 대해주겠지뭐."
"크으-. 오늘 술이 개 달다."
친구를 만나자마자 고기와 술을 시키고는 첫 출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이야기하는 전변호사님이랑 친구가 이야하는 전변호사님은 정반대였다. 내가 말하는 전변호사님은 이중인격이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될만한 사람인데, 친구가 이야기하는 전변호사님은 서울대나왔는데 예의도 바르고, 착하고 정많은 그런 사람이였다. 아니 그러면 진짜 내가 싫어서 일부러 나한테만 막대하는건가?
"야 아니 생각을해봐. 원래 착한데 저따구인거면 내가 싫다는거아니야?"
"진짜 니가 싫어서 그러는걸까."
"그럼 좋아서 그러겠냐고오~. 아 몰라 짜증나."
"그래도 어렵게 구한직장이니까 열심히해봐. 어, 너 전화와."
"전화?..전변호사님?!"
친구랑 한잔씩 들이키고 있었는데 전변호사님께 전화가 왔다. 다행히 취하진 않아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변호사님."
"김시혁씨 내일 바쁩니까?"
"예?아니요!"
"그럼 내일 출근좀 하실 수 있으십니까?"
"출, 출근이요?"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는데 둘이면 빨리할것같아서, 안됩니까?"
"어, 갈게요! 몇시까지 가면됩니까?"
"평소처럼 나오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
전화를 끊고 앞에 노인 술병을 곧바로 입에 들이댔다. 그걸 본 친구가 놀라며 갑자기 왜그러냐면서 술병을 뺏어갔다. 친구에게 '내일..출근하래..' 라는 말을 전하니 말없이 술을 따라주며 어깨를 토닥였다. 강요한건 아닌데 왜, 거절하면 안될것 같은 분위기..응... 그래서..
내일 출근해야되니까 과음은 안된다는 친구의 말에 아쉽지만 술을 놓고 있던 고기를 마저 먹은 뒤, 집으로 돌아왔다. 아 잠시만. 근데 내가 귀한 주말까지 내주면서 가겠다고 했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없어? 진짜 어마무시한 사람이네. 후. 세번 참으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는데. 몇번을 참은건지..
*
주말에도 듣는 알람소리가 괜히 짜증나 인상을 찌푸린채 일어나며 알람을 껐다. 속으로 '전정국 빌어먹을'을 외치며 출근 준비를 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급한일이라는게 거짓말이 아니였다는걸 정신없을 정도로 어지럽혀져있는 사무실과, 왔다갔다하느라 머리가 흐트러 졌는지 산발인 머리가 말해주었다. 전변호사님은 내가 왔는지도 모를만큼 정신이 없으신것 같았다. 그래서 옆에 가서 '저, 뭐하면될까요?' 라고 하자, 전변호사님은 잠시 행동을 멈추시더니 '제 자리에 가서 ㅇㅇ씨 자료좀 다 가져다 주십시오' 하고는 또 바삐 움직이셨다. 바쁘게 움직이는 전변호사님때문에 괜히 나까지 급해져서 행동이 빨라졌다. 자료찾는일은 중학교때부터 꾸준히 선생님 옆에서 해왔던지라 능숙하게 찾아서 가져다 드렸다. 전변호사님께 다했다고하며 가져다 드리자 고개를 까딱이고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여러번을 하고 나니, 더이상 전변호사님은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으셨다. 시킬게 더 없거나, 바쁘거나 둘중 하나겠지.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말도 안해주길래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하니 다시 또 고개만 까딱이고는 일을 한다. 그정도로 급한일이면 나좀시키지 말을 안할까 싶다. 그런 전변호사님을 보고있자니 괜히 일자리 찾던 내가 겹쳐보여 아련하게 쳐다보고 1층으로가 커피를 사왔다.
문을 열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니 잠시 쉬고 계신건지 의자에 기대서 팔로 눈을 가린채 계신 전변호사님이 보였다. 어제도 야근하신것 같던데 진짜 굉장히 피곤해 보이셨다.
전변호사님께 다가가 '이거 커피..'하고 드렸더니 '아, 감사합니다' 하고는 커피를 들이키셨다. ㄱ, 감사합니다? 와 전변호사님이 나한테 고맙다는말도하시고. 대박.
전변호사님이 감사하다고 한것에 '아닙니다! 근데 다 끝나신거에요?' 라고 질문을 덧붙여 묻자, 커피를 한번 드시더니 '다 끝나긴 했습니다. 조금만 쉬다가 가려구요.' 하고 답해주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노트북을 켜 친구랑 놀러갈 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내일 일요일이니까..남자친구도 없고....
"안갑니까?"
"ㄴ,네?"
"집에, 안갑니까?"
"아, 이제 가시려구요?"
"그럼 뭐합니까."
"아..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한참을 노트북만 보고 있었을까, 전변호사님이 테이블을 치우시며 안갈거냐고 물으셨다. 역시 이번에도 싸가지가 없었다. 참는다 내가. 오늘은 고맙다는말 들은거로 충분하니까. 조심히 들어가시라고 말을 한뒤 사무실을 나왔다. 오늘 원래 취직도 했겠다 맘 편히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래도 나름 이득이 있었으니 후회는 안한다!
그나저나 저 싸가지는 언제쯤 호의를 베푸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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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너무 고마워서 빨리 왔어요!
다들 정국이가 빨리 다정해 지시길 원하시던데
아직 출근 하루밖에 안되서..(주말까지 2일..)
ㅈ,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럼 안녕히. 수험생 분들이 보실일은 없지만 그래도 수능 화이팅!
윤기가 3번으로 찍으랬어요
주관식은 0아니면 1이랬어요
윤기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