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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별모양곰돌이

 

 

10.

 

 

한창 작업을 하는 동우의 옆으로 호원이 다가왔다. 비어있는 옆의 의자를 끌고 와 동우의 옆에 찰싹 붙었다. 호원을 슬쩍 본 동우는 다시 모니터에 집중했다.

“뭐야... 반겨줘야지.”
“글 쓰고 있잖아요.”
“흥, 너무 한다...”

호원이 토라진 티를 내자 동우는 호원의 쪽을 한 번 봤다.

“와~”

영혼 없는 환호와 함께 동우는 다시 몸을 돌려 글쓰기에 집중했다. 아직 동우는 호원이 부담스러웠다. 사귀고 있다는 것도 아직 적응이 안 되는 데 이렇게 호원이 매일같이 찾아 와 옆에 붙어 있는 건 더욱 부담스러웠다. 천사라고 하질 않나 애기라고 하질 않나... 바쁜 스케쥴 속에서도 꼭 라디오 생방을 고집하며 호원은 매일같이 방송국을 찾아 왔다. 동우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 호원은 입술을 비죽이 내밀었다. 다리를 달달 떨며 동우가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던 호원이 동우에게 몸을 기댔다.

“뽀뽀.”
“싫어요.”
“아아~ 뽀뽀.”

매일 같은 패턴이었다. 호원이 뽀뽀를 해 달라고 조르고 동우는 싫다고 하고. 사무실처럼 넓게 공개된 공간에 이런 스킨쉽이라니. 사람이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로 할 수 없는 짓이다. 동우는 제 어깨에 기댄 호원을 털어내고 호원에게서 몸을 돌렸다. 약간은 불편한 자세로 타자를 두드리던 동우는 호원이 전과 달리 끈질기게 붙어 뽀뽀를 요구하는 것에 신경이 쓰였다.

“뽀뽀~ 뽀뽀뽀뽀뽀뽀.”
“다 보이거든요?”
“여기 사무실에 사람 세 명밖에 없거든요? 거기다 다 칸막이 있고. 그리고 저~기 쩌~기에 사람 있구만. 우린 보이지도 않거든요?”
“아무튼 싫거든요?”
“쳇, 치사해.”

치사하다며 호원은 책상에 엎드렸다. 눌린 볼살에 조금 웃긴 꼴이었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귀엽다. 동우는 호원을 슬쩍 보다 웃었다.

“웃지 말고 뽀뽀.”
“싫어요~”
“참 너무하네.”

오늘도 실패인가 보다 하고 호원은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감은 호원을 본 동우는 침을 꼴깍 삼켰다. 누군들 이호원과 키스하고 싶지 않을 까. 거기다 이호원의 애인인데. 하지만 동우는 참고 또 참았다. 어느정도 호원을 길들일 필요성을 느꼈다.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철없고 때쓰기 바쁜 호원을 다루기엔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호원의 어리광은 심해 졌지만 이것 도 나름대로 연하의 매력이랄까.

동우는 타자를 치던 것을 멈추고 턱을 괴고 호원의 얼굴을 감상했다. 콧대가 어쩜 저렇게 예쁘게 뻗었을 까. 눈썹도 짙고. 차라리 얼굴에 비비는 안 바르면 좋겠는데. 연예인병 징하게 걸린 이호원은 비비는 절대로 빼지 않고 발랐다. 거기다 속눈썹은 어쩜 저렇게 잘 뻗었는지. 속눈썹도 잘생겼다. 어떻게 보면 귀엽고 어떻게 보면 남자답고 어떻게 보면 눈매가 선하기도 하면서. 참 드라마틱한 얼굴이다. 이젠 아예 호원의 옆에 나란히 엎드린 동우다. 잠이 든 모양인 지 얌전히 눈 감고 있는 호원이 코앞에 있다니. 지금 이 순간이 참 황홀하다.

호원의 얼굴을 가만히 감상하던 동우는 풉- 하고 웃었다. 호원이 입술을 우- 하고 내밀었기 때문. 안자고 있었구나. 이 정도면 노력이 가상한 것 같아 동우는 잠시 일어나 주변을 보고 다시 앉았다. 안전지대를 확보 했으니 이제 실행만 하면 되겠지. 동우는 호원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쪽- 하고 잠깐 붙었다 떨어지는 입술에 호원은 씨익 하고 웃었다.

“좋다.”

호원의 입술선이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한 번 더.”

호원이 입술을 다시 내민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싫어요.’. 호원은 토라진 티를 팍팍 내며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그러다 곧 고로롱- 하며 작게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렸다. 하긴, 피곤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 빡빡한 스케쥴에 틈틈이 광고도 찍고. 거기다 라디오 생방송을 꾸준히 하는 걸 보면 기적이었다. 이전의 이호원이라면 상상도 못 할 정도니까.

동우는 잠이 든 호원이 불편해 보여 등 뒤에 기대고 있던 쿠션을 꺼내 호원의 머리 밑에 받쳐 주었다. 편하게 자세를 다시 잡은 호원은 다시 잠에 들었다. 그런 호원이 안쓰럽기도 한 동우는 괜히 호원에게 못 해주는 것 같아 미안함이 들었다. 동우는 행여나 잠이 든 호원에게 방해가 될 까 종이를 꺼내 그 위에 자필로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어차피 조금 있다가 다시 컴퓨터로 옮겨 쓰면 되니까.


**


또 한 번의 라디오가 끝났다. 인사를 마치고 일어난 호원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하품을 쩍- 했다. 그런 호원이 안쓰러워 동우는 인상이 쓰였다. 그냥 녹음방송 하루 정도 하면 좋을 텐데. 우현에게 물으니 집에서 두 시간 정도 재우고 다시 촬영에 가야 한다고 했다. 거기다 촬영장으로 픽업은 호원을 괴롭히는, 감정과 양심이 없는 인간(호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성규란다.

아쉬운 눈길을 한껏 주고받은 호원은 우현을 따라 라디오 부스를 나갔다. 나가는 호원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접지 못 한 동우는 호원의 뒤를 졸졸 따라 갔다. 옆에 우현이 있어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 해서 답답했지만 어떻게든 호원의 피곤한 기분을 풀어주려고 옆에 딱 붙어 주차장까지 내려갔다.

“가서 푹 자요.”
“장작가님도 쉬세요.”
“네.”

걱정이 가득한 동우가 차에 매달려 호원에게 손을 흔들었다. 호원도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하곤 동우에게 손을 흔들었다. 우현이 차를 출발시키고 호원은 백미러를 통해 보이는 동우가 사라질 때 까지 보다 동우가 사라지자 의자에 기대 눈을 붙였다.

“뭐야, 둘이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거야?”
“왜. 우리 원래 친했어.”
“둘이 그렇게 죽이려 들더니.”
“미운정이 든거지.”
“허허, 참 나.”

눈치를 챈 건지 아닌 지 모를 우현이 ‘둘이 연애하는 것 같네~’ 하며 농담을 던졌다. 거기에 일일이 대답하기에도 피곤한 호원은 집으로 가는 그 잠깐이라도 잠을 자기로 한다. 체력이 좋다고 자부했지만 요즘 많이 지치는 건 사실이었다.

정말 몇 초 잔 것 같은데 벌써 집이란다. 무거운 발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간 호원은 그래도 씻고는 자야할 것 같아 샤워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에 몸을 씻으니 피곤이 잠시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피곤이 조금 가시자 편한 잠을 자고 싶었고 그러니 동우가 보고 싶었다.

“아, 장동우 보고 싶다.”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어지간히 튕겨야 보고 싶은 마음도 없을 텐데. 뭐가 그렇게 튕기는 건지. 호원도 조금 지쳤다. 마음이 식었다는 게 아니라 스킨쉽을 포기한 정도... 이러다 집착증이라도 생길 것 같다. 어쨌든 장동우가 보고 싶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 호원은 생각을 정리하기도 귀찮아 그대로 침실로 향했다. 그리고 타이밍 참 좋게 동우에게 전화가 온다. ‘천사’라고 저장된 번호가 뜨자 호원은 반사적으로 몸을 튕겨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우와! 먼저 전화한 적은 처음이네요!”

어린 애처럼 반응하는 호원에 동우는 더욱 미안함이 느껴졌다. 괜히 튕기기만 하고... 그도 그럴 것이 동우에게 호원의 인상은 그때 그 밤이 깊었다. 섹스를 했던 그 밤은 여전히 상처가 되어 동우의 가슴 속에 남아 있었으니까. 동우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 호원씨 집에 가도 돼요?
“...네?”
-호원씨 피곤한 거 알지만... 보고 싶어서요. 호원씨랑 있고 싶어요.
“와... 그러면... 나야 좋은데...”
-좋은데...?
“올 수 있겠어요? 우리 집...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이제 나 아껴준다고 했잖아요. 호원씨 믿고 가는 건데요, 뭘.

동우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바로 안 호원은 잠시 고민을 했다. 물론 동우와 섹스를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동우가 막상 집에 들어오면 무슨 생각을 할 지가 두려웠다. 여전히 호원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나설수록 경계를 하는 티를 내는 동우가 싫었지만. 그 원인은 분명히 자신에게 있었기에 조심스러워 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떡할 건가. 보고 싶은 것을.

“데리러 가요?”
-아뇨. 지금 집 앞인데요?
“...?”

호원은 전화를 끊지 않고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 그 앞에는 자신과 똑같이 전화기를 들고 있는 동우가 서 있었다. 동우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미소가 호원의 눈앞에 있었다. 여전히 통화하듯 핸드폰을 귀에 대고 동우가 물었다.

“호원씨. 있잖아요...”
“왜요?”
“저 잠버릇 심해요.”
“알아요. 내가 꽉 안고 자면 되지.”
“흐하항-”

동우의 웃음소리가 이중으로 들렸다. 핸드폰을 통해서 그리고 바로 앞에서. 호원은 전화를 끊고 동우의 손을 잡아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전과 동일시되는 기억에 동우의 마음이 잠시 흔들렸지만 제 손을 꽉 잡아 주는 호원을 믿고 마음을 다 잡았다. 손수 동우의 신발을 벗겨 준 호원은 장난스럽게 발냄새 난다며 코를 막았다. 호원의 농담에 또 웃고 넘어간 동우는 호원의 손을 꼭 잡고 호원을 따라 침실로 들어갔다.

호원이 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동우는 저절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막느라 이를 악물었다.

“그냥 웃어요. 지금 표정 되게 흉해.”

싫은 소리 좋은 소리 구별 않고 참 잘 한다.

“좋은 걸 어떡해요. 호원씨 옷 입으니까 기분 좋다.”

호원의 옷을 매만지며 호원의 옆으로 쏙 들어간 동우가 호원의 옆에 누웠다. 팔베개를 하라는 듯 팔을 뻗는 호원을 제지한 동우가 호원의 손을 잡았다.

“팔베개 불편하잖아요. 조금밖에 못 자는 데 그냥 자요.”
“안고 자야 하는데... 동우형 잠버릇 잡으려면.”
“이렇게 손잡고 자면 되지~”

꼬물거리며 손가락을 끼고 손을 잡은 동우가 호원의 쪽으로 몸을 돌리고선 눈을 감았다. 호원은 동우에게 뽀뽀를 하려다 말고 입술을 물었다. 이불을 끌어 올려 동우의 어깨까지 덮어 주고 호원도 눈을 감았다.


**


전에 호원이 크게 사고친 것을 막기 위한 뮤직비디오 촬영이 시작되었다. 나름 크게 일을 벌이려고 한 모양인 지 성규는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의 뮤직비디오에 호원과 명수를 끼워 넣었다. 물론 신인의 입장에서는 쌍수들고 환영 할 일이었지만. 촬영현장에 도착한 호원은 명수를 보며 가볍게 손 인사만 했다. 명수도 역시 마찬가지. 소문과 달리 그리 냉랭하지 않은 두 사람의 분위기에 스텝들은 작게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명수는 핸드폰을 들고 호원을 빠르게 찍었다. 뮤직비디오를 찍는 다는 것을 안 동우가 명수에게 부탁한 것.

[자, 사진.]

호원과 동우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모두 알게 된 명수는 호원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풀렸다. 호원도 동우와 연애를 하면서 명수에 대한 분노도 덩달아 풀리고. 하지만 서로 한 대 씩 주고받은 사이라 어색한 기류는 영 풀리진 않았다. 바로 동우에게 답장이 왔다.

[고마워>_<]

뭐야, 뭐가 이렇게 답장이 간단해? 하던 명수는 호원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호원도 핸드폰을 들고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아~ 둘이서 문자하느라 바빴던 모양이구만. 명수는 괜한 질투심에 동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빠르게 움직이는 호원의 손가락과는 달리 명수의 손가락은 더디게 움직였다.

뮤직비디오 콘티를 받은 호원은 아! 하고 웃었다.

“맞다, 이거 내가 김명수 때리는 장면 있겠네?”

철없이 키득거리며 좋다고 웃는 호원을 보며 우현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콘티 제대로 봐라.”
“왜?”

동우와 문자를 하느라 콘티는 대충본 호원이 다시 꼼꼼히 보기 시작했다. 얼씨구나.

“뭐야! 왜 나는 한 대고 김명수는 두 대야?”
“내가 어찌 아누.”
“씨... 감독한테 가서 바꿔달라고 할 거야.”
“어허- 이거 성규형이 하라고 한 거다... 얌전히 있어라.”
“젠장.”

김성규 이름에 깨갱하는 호원이다. 저 양반은 회사 사장이라는 인간이 바쁘지도 않은 지 촬영장이며 라디오며 이틀에 한 번 꼴로는 꼭 쫓아왔다. 오늘도 그랬다.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왜 회사 사장이 오냔 말이다. 거기다 가수는 신인인데. 쌩 신인. 호원은 입술을 비죽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동우의 문자에 또 얼굴 근육 다 풀려 가며 웃었다. 호원의 표정을 보면 정말 거짓말 안 하고 미친 놈 같다.

호원을 감시하겠다는 명목 하에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온 성규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김명수. 요즘 두 사람 관계가 다시 좋아졌지만 여전히 명수를 의심하는 성규다. 아니 명수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장동우를 의심하는 거였다. 헤실거리며 웃는 꼴이 꽤 색기가 넘치고 매력이 있었다. 엔터테이먼트 회사를 운영하는 성규의 눈에 동우의 끼와 매력은 가히 연예인을 하기에도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성규는 어느 순간 동우가 명수에게 촉을 날리고 있는 것이라 은연중에 확신하고 있었다.

오늘도 그랬다. 평소의 명수라면 콘티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감독이나 스텝들과 의견을 나누며 카메라 분석을 해야 했다. 하지만 핸드폰을 붙잡고 웃는 꼴이 영 거슬린다. 성규가 명수의 옆에 앉아 말을 걸면서 핸드폰을 보면 슬쩍 보이는 액정에는 ‘동우형’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콘티 분석 다 했어?”
“응.”

짧게 대답 한 명수는 다시 한 번 성규를 보며 ‘왜?’ 라고 물었다. ‘아니야.’라고 시답잖게 말한 성규가 자리를 떴다. 딱히 갈 데도 없으면서 촬영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성규를 보며 명수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얇게 뜬 눈으로 성규가 하는 꼴을 보자니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하지 않는다. 하긴, 성규는 명수에게 아주 약했다. 당당하지도 못 했고 말리기만 했으니까. 명수의 노골적인 시선을 느낀 성규는 긴장해서 걷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질 뻔 했다. 그게 또 웃겨 명수가 풉- 하고 웃으니 성규가 째려본다. 명수가 입 모양으로 ‘왜?’ 라고 하니 성규가 휙- 하고 몸을 돌려, 급기야 촬영장을 나갔다. 나이도 많은 주제에 귀엽다니까. 명수는 성규의 행동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 하고 콘티를 봤다. 동우와의 문자는 포기. 콘티 분석이나 해야겠다.

촬영장 밖으로 나온 성규는 혼자 차 안에 들어가 고민에 잠겼다. 복잡했다. 명수의 시선이 불편했다. 질투 좀 해 보라던 명수의 말이 맴돌았다. 요즘 관계가 괜찮아 지나 싶더니 다시 불안증이 도진 모양이다. 명수는 천하태평인데 자신만 안달이 난 것 같다. 사실 자신은 질투가 심했다. 소유욕도 강했고 승부욕도 강했다. 그런 것 없이는 연예계를 이끌어 나가지는 못 했다. 성규는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성규가 가장 잘 하는 방법이었다.

-여보세요?

조금은 어눌한 말투조차도 질투가 났다. 일부러 귀여워 보이려 하는 묘한 여우짓과 같았다. 긴장한 티가 역력한 동우의 목소리에 성규는 억지로 목소리를 틔웠다.

“저 김성규입니다.”
-아, 네...
“다름이 아니라 장작가님께 제안할 일이 있어서요.”
-네?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아... 무슨 일로 그러시는 건지...
“저희와 프리랜서 계약을 하시죠. 5000에 회당 10% 붙여드리겠습니다.”
-네? 갑자기...
“약속 잡죠. 언제가 괜찮으시죠?”

가장 잘 하는 방법. 성규는 묘한 시선으로 미소를 지었다.


**


촬영을 끝낸 호원의 표정은 여간 좋지 않았다. 뮤직비디오 결과도 싫었다. 김명수한테 두 대나 맞고 사랑도 뺏겼다. 옆에서 우현이 유치하게 굴지 말라며 했지만 그래도 호원의 표정은 부드럽게 풀릴 생각을 안 했다. 정리되는 현장을 보던 호원의 눈에 탈 인형이 눈에 보였다. 촬영할 때 썼던 것이다.

“어? 감독님. 저거... 저 주시면 안되요?”
“저거 소품팀에 물어봐.”

주변을 보던 호원은 소품을 정리하고 있는 소품팀에 갔다.

“저 인형 저 주시면 안되요?”
평소에 건너건너 들었던 호원의 악명에 의하면 그냥 날름 가져가야 호원이었는데 웬일인지 허락을 맡는다. 안 주고 욕먹는 거 보다 그냥 주고 욕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소품팀에서는 순순히 호원에게 인형 탈과 옷을 주었다. 무거운 인형 옷 두 개를 양 쪽에 끼고 싱글벙글 웃던 호원은 재빠르게 차에 올라탔다. 그것도 운전석에.

“왜. 너가 운전하게? 매니져 고생한다고 하는 배려냐?”
“놉. 형은 김명수 차 타고 가~ 바이바이!”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호원은 차를 출발시켰다. 어어- 하며 우현이 쫓아갔지만 호원은 그냥 간다. 그대로 동우의 집 앞으로 간 호원은 동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빨이 내려와요, 빨리!! 다급한 목소리로 집 앞으로 나오라는 호원이 전화에 동우는 무슨 큰일이라도 났나 싶어서 대충 겉옷만 걸치고 내려갔다. 동우가 내려오자마자 납치하듯 끌어 차에 태운 호원이 동우의 앞에 인형 탈을 들이 밀었다.

“인형 탈? 왜요?”
“데이트 가요!”
“네?”
“놀이공원 가자니까요. 놀이공원 가고 싶다면서요!”

엄청 들 떠 있는 것 같은 호원이 동우에게 인형 탈을 씌웠다. 그리고 호원도 인형 탈을 썼다.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비쥬얼이 참 쇼킹하다. 동우는 사자, 호원은 호랑이다.

“누가 이러고 쓰고 데이트를 해요?”

탈 때문에 목소리가 잘 안 들렸다. 덕분에 언성이 조금 커 졌다.

“컨! 셉!”

이토록 해맑은 호원을 보며 무슨 말을 하랴. 동우는 들뜬 호원이 귀여웠다.

“안 피곤하겠어요?”
“전혀. 노는 건 피곤하지 않아요.”

호원은 탈을 벗고 다시 운전석으로 갔다.

“어어- 나 옷 갈아입어야 하는데...”
“옷은 무슨~~ 시간 아까우니까 일단 출발!”

엄청 신나 보이는 호원을 보며 동우도 덩달아 와하하- 하고 웃었다. 어떻게 동우가 흘리듯이 놀이공원 가고 싶다는 말을 용케 기억한 호원이 고마웠다. 나름 인형 옷 입고 하는 데이트도 재밌을 것 같고. 이런 저런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말 하면서 금세 놀이 공원에 도착했다. 자, 이제 사자 인형과 호랑이 인형 옷을 입고 탈을 쓴 호원과 동우가 차에서 내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꽂혔지만 이게 또 의외로 재밌다. 손을 잡고 다녀도 괜찮았다. 인형 옷을 통해 느껴지는 서로의 꼼지락 거리는 손가락이 느껴졌다. 양 손에는 풍선을 하나씩 잡고 호원과 동우는 당당하게 놀이공원 안으로 입성했다.

 

 

 

 

 

-------

놀이공원 입성, 그 후는....??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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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놀이공원 데이트 두두두둥~!!!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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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0년 전
별모양곰돌이
우동님~~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_< 작은 저의 정성을 담아서 우동님께 픽 하나를 선물하고자 하는디... 원하시는 소재 있으면 써 주시와요 하핫, 모자란 실력으로 한 번 써보겠나이당ㅎㅎ
10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0년 전
별모양곰돌이
현대군대물말고... 약간 픽션으로 써 볼게요!! 너무 많은 기대는 금물ㅠㅠ 자신 음서영...(소금소금)
10년 전
독자3
감성 이에요 보고싶어쪄영 이제또 언제오시나요 으힝 ㅜ 성규가 잘하는게 뭘까요 ㅠㅠ 엘규는 왜 자꾸 꼬이려고할까요 ㅜ
10년 전
별모양곰돌이
이번에는 좀 많이 늦었감성ㅠㅠ 바쁘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었감성ㅠㅠ..... 이번에도 역시 꾸준히 댓글 달아 주시는 감성님 감사합니감성ㅠㅠㅠ 원하시는 소재 있으면 당장 픽 써서 바치겠나이감성!!!ㅠㅠ
10년 전
독자8
음....저는 엘규로...음....자꾸만 엇갈리는거요....둘이 여자문제로 다투게되었는데 명수가 그 여자를 감싸서 ㅜ성규가 상처받고 근데 명수는 별거아니게 생각하고 그래서 성규가 시간을 가지자고하는데 명수는 니맘대로 하라그러고 성규는 내심 사과하길바랬는데 또상처받고 ㅜ그렇게 연락도 안하고 지내는데 명수가 그여자랑 있는걸 우연히보고 아 진짜 끝이구나해서 명수한테 문자로 헤어지자고 하는데 명수는 막 이해가 안되서 찾아갔다고 싸우고 진짜 헤어지고 명수가 후회하는 그런....여기서 규는 되게 명수한테 잘하고 올인하는캐릭터고 명수는 츤데레?그냥 성규는 어차피 자기를 못 놓는다는 자신감에 막대하는 그런캐릭터였으면 좋겠어요 ///
10년 전
별모양곰돌이
결말은 엘규행쇼로 할까요? 아니면... 제 삼자와의 결론으로 할까용~???
10년 전
독자10
음...명수가 후회하는거니까 성규가 다를좋은 사라을 만난걸루....
10년 전
별모양곰돌이
10에게
오케이 접수용~ㅎㅎㅎ

10년 전
독자4
대박진ㅋ자 ㅠㅠㅠㅠ오마이스타 아.... 성규야 화이팅 ㅠㅠㅠ
10년 전
독자5
앜ㅋㅋ대박ㅋㅋㅋ탈인형쓰고 놀이공원데이트라니ㅠㅠ완전 로망. . .엘규ㅠㅠ군야 의심노노해여ㅠㅠㅠ
10년 전
독자6
그래도 규덕분에 흥미진진해요bbbb
10년 전
독자11
탈인형 놀이공원 데이트래요ㅠㅠㅠ아나 야동이들 왜이리 꽁냥꽁냥 귀엽대요ㅠㅠㅠㅠ이제 호원이도 동우 많이 아껴주는 것 같아서 참 좋아요ㅠㅠ성규야..오해가 아주..차라리 호원이가 자기랑 만난다고 해줬음 불안할 일이 없을 것 같은뎁ㅠㅠ아니 말해도 뭔가 불안해ㅠㅜ끄잉ㅠㅠ성규가 얼른 맘 풀었으면 좋겠네요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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