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색동유치원에 다니는 노랑반 4살 민찬입니다!
지금부터 저희 아빠를 소개하겠습니다!
저희 아빠의 성함은 민 윤자 기자 입니다!
저희 아빠께서는 노래 만드는 일을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동요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동요대회에 나가서 금상을 받았습니다!
저희 아빠께서는 엄마를 하늘만큼~땅만큼~ 좋아하십니다!
하지만 외할머니께서 아야 해서 엄마는 저기 멀~리 있습니다.
그래서 10밤을 3번 자면 엄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어,어.. 그리고 아빠는 잠꾸러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늦게오는 이유는 다 잠꾸러기 아빠 때문입니다!
저희 아빠는 요리를 잘합니다!
아빠가 하는 음식 중에서 저는 햄볶음밥이 제일 맛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콩을 싫어하는데 아빠는 제가 콩을 안먹으면 화를 냅니다.
그러면 저는 콩을 3개 먹습니다.
저희 아빠는 맨날 동화책을 읽어줍니다!
아빠는 항상 동화책을 읽어줄 때 여자를 남자 목소리로 읽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이 더 좋습니다. 하지만 아빠도 좋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빠가 저랑 터닝메카드 놀이를 해줄 때 제~일! 좋습니다.
아빠가 터닝메카드를 사줬는데 아직 타돌 그린이 없습니다!
아빠가 사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저희 아빠가 제일 좋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빠를 사랑합니다!!
찬이는 발표를 마친 뒤, 뿌듯한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여러분, 찬이 발표 잘했죠?"
"네!"
"우리 다 같이 박수쳐줄까요?"
"네!"
짝짝짝-
찬이는 부끄러운 듯 두 볼이 발그레진 채로 자리에 가서 앉았다.
***
"찬아, 아빠 오셨어요"
그러자 어디선가 총총총 뛰어오는 찬이였다.
"아빠!"
"민찬!"
찬이는 자신의 아빠 품에 폴짝 뛰어들었고,
윤기는 그런 자신의 아들을 안아 들었다.
"아빠, 아빠 있잖아요. 오늘 찬이가 아빠에 대해서 발표했는데요-
친구들이 다 짝짝짝 해줬어요!"
"어이구, 그랬어요?"
"찬이가 발표를 정말 잘하더라고요."
"우리 찬이 잘했어요. 아빠가 가서 맛있는 거 해줄게,
내려와서 선생님한테 인사드려야지?"
그러자 찬이는 아빠의 품에서 내려와
양 손을 배꼽 위에 올리고 선생님께 인사를 하였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
"아빠, 찬이 생일 되려면 몇 밤 자야 돼요?"
찬이가 자신의 생일을 물어보는 것은 무언가 갖고 싶다는 말이었다.
"찬이, 갖고 싶은 거 있어요?"
"네! 찬이 터닝메카드 타돌 그린 갖고 싶어요!"
윤기는 그런 아들이 귀여워 무릎을 굽혀 앉아 눈높이를 같게 한 뒤 찬이를 마주 보았다.
" 얼마 전에 엄마가 와서 터닝메카드 사줬잖아요."
"그렇지만요. 타돌 그린이 없어요..."
찬이는 자신의 필살기인 울상을 지으며 말했고,
윤기는 그런 찬이를 보며 귀엽다는 듯이 푸흐-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럼, 오늘 찬이가 발표 잘했다고 선생님도 칭찬해줬으니까, 아빠가 타돌 그린 사줄게요.
대신, 엄마한테는 비밀!"
검지손가락을 코와 입술에 갖다 대며 비밀이라는 제스쳐를 취하자
찬이 역시 윤기를 똑같이 따라 하였다.
"쉿, 비밀!"
***
"찬아, 이리 와봐"
윤기는 시식코너에 멈춰서 이쑤시개로 햄을 꽂은 뒤,
뜨거운 햄을 호호 불고는 찬이를 불렀다.
"아-"
"아-"
햄을 입에 넣은 찬이가 혹시 데이진 않을까 찬이가 햄을 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밖에서도 계속 호호 불어주는 윤기였다.
"맛있어요?"
"네!"
찬이의 말에 바로 햄을 집어 카트에 넣는 윤기였다.
***
오늘 저녁에 해먹을 음식 재료와 찬이의 장난감까지 모두 산 뒤
집으로 돌아온 두 부자는 화장실로 들어가 손과 발을 꼼꼼히 씻었다.
"찬아, 아빠 저녁 하고 있을 테니까, TV보고 있어"
"네"
부엌으로 들어가 찬이가 좋아하는 볶음밥을 만드는 윤기였고,
거실 소파에 앉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터닝메카드를 보는 찬이였다.
***
"밥먹자-"
그러자 쪼르르 달려와 혼자서 의자에 앉는 찬이를 보고
대견스럽다는 듯 웃어 보이는 윤기였다.
숟가락을 들어 배고팠는지 재빨리 볶음밥을 먹는 찬이를 보며
윤기는 찬이가 먹지 않는 콩자반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자."
그러자 찬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지었다.
"어허, 콩 먹어야 한다 했죠?"
콩을 둘 수 없게끔 그릇을 들어 제 쪽으로 끌어안고는
밥을 먹는 찬이였다.
" 찬이 엄마한테 전화해야겠네? 다음부터 터닝메카드 사주지 말라고"
"안돼요!"
"그럼 콩 먹어야 하죠?"
"콩은 맛이 없어요."
"맛 없는 게 몸에 좋은 거에요."
"싫어요!"
"씁- 민찬, 콩 먹어야 튼튼해진다고 했죠?"
"그럼 왜 아빠는 콩 안 먹어요?"
오늘따라 예리한 찬이였다.
사실 윤기도 콩 반찬을 매우 싫어했다.
"...아빠는 어른이니까 안 먹어도돼요."
"아니에요. 아빠도 먹어야 돼요!"
"그럼, 아빠 먹을 테니까 찬이도 먹어야해"
하는 수 없이 집어든 콩을 자신의 입으로 넣는 윤기였다.
평소에 먹지 않는 콩이었지만 자신의 아들 앞이니 어쩔 수 없이 웃어 보여야 했다.
찬이는 그런 아빠를 보고는 이미 다 먹어버리고 텅 빈 제 밥그릇을 보여주며 말했다.
"아빠 하지만 찬이는 밥을 다 먹었어요. 내일 아침에 꼭 먹을게요!"
의자에서 내려와 밥그릇을 들고 싱크대에 넣는 찬이였다.
그런 찬이를 보며 윤기는 당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지었다.
"누구 아들인지... 영리하다니까"